[화제포착] 장난 전화, 형사 처벌에 배상까지…

입력 2013.11.15 (08:17) 수정 2013.11.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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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께 질문 하나 드려볼게요,

"옆 집에서 닭이 우는데 잠을 못 자겠다" 이런 얘기 들으면 어떠신가요?

"어쩌라고?" 이런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요,

이게 실제로 112에 걸려온 신고 전화라고 합니다.

해도해도 너무 한 이런 전화들 때문에, 정작 위급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노태영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늑대다"라고 거짓말하다가 결국 진짜 늑대한테 변을 당한 소년의 우화가 생각나요...

<기자 멘트>

양치기 소년과는 달리 실제 경찰이나 소방관들은 장난전화로 의심되더라도 일단 출동을 해야 되는 것이 차이이긴 합니다만, 그 시간 동안 누군가의 긴급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은 똑같은 것 같습니다.

때문에 요즘은 장난전화를 하면 형사처벌은 물론 수백만원의 손해배상까지 물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장난전화는 줄지 않고 있는데요.

범죄 신고인 112에는 하루에 걸려오는 장난전화가 900건이 넘고요,

119에는 지난 5년간 무려 13만 건의 장난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이없고 황당한 장난전화 실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4시간 전화로 시민들의 불편과 문의사항을 해결해주는 경기도의 120 콜센터.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3천 건이 넘는 민원을 받고 있는데요.

그중엔 장난전화도 끊이지 않습니다.

<녹취> 상담원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녹취> 민원인 : “제가 콘플레이크를 먹었거든요? 근데 호랑이 힘이 안 나요. 흐흐흐”

<녹취> 민원인 : “왜 호랑이 힘이 안 나는 거예요?”

<녹취> 민원인 : “제가 내일 포경수술을 하려고 하는데 어디가 좋은 지 알려주세요”

<녹취> 상담원 : “죄송합니다만 고객님 말씀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민원인 : “포경수술이요. 흐흐흐”

<인터뷰> 박보영(가명/120 경기도 콜센터 상담원) : “친구들끼리 모여서 전화를 하는 거예요. 저희가 얘기하는 건 듣지도 않고 자기네들끼리 그냥 웃고 끊어요”

올해 경기도 120콜센터에 걸려온장난전화는 7천여 건.

특히 상습적으로 전화를 걸어 막말과 폭언을 일삼는 악성민원은 상담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인터뷰> 김영민(가명/120 경기도 콜센터 상담원) : “이렇게 (특이사항이) 많이 적혀있는 전화가 딱 들어오면 심장이 쿵쾅거려요. 1년 동안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던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서”

상담원이 뽑은 악성민원 첫 번째, 다짜고짜 욕설하는 유형입니다.

<녹취> “추후에 연락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객님”

<녹취> “너는 xxx아. 끊지마. 근데 왜 나한테 xx이야. xxx아!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어? xx. 나랑 한 번 해볼까?”

두 번째는 막무가내 우기기 유형입니다.

<녹취> “어떤 것 때문에 그러시는지 말씀해주시면 도움드리겠습니다”

<녹취> “누가 음악 틀었어? (저희가 확인이 어렵습니다.)”

<녹취> “확인 해봐! 해봐! 해봐!”

<녹취> “몰라. 나는 이름 몰라”

<녹취> “확인 해봐. 빨리 빨리 확인 해봐!”

<녹취> “왜 음악을 트냐고!!”

세 번째는 성희롱 전화.

<녹취>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참 답답하네. 아니 xx 아예 x이 없으면 어때 난 x없는 여자도 좋아. 다른 남자한테 안 갈 거면 나한테 오라니까”

<인터뷰> 유미정(120 경기도 콜센터 상담원) : “그런 얘기를 들으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다음 전화는 어떤 전화일까 항상 긴장하면서 전화를 받게 되죠”

익명성이라는 그늘 뒤에서 엄청난 감정 노동을 강요받고 있는 콜센터 상담원들.

이에 서울 120콜센터에서는 악성민원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박보영(가명/120 경기도 콜센터 상담원) : “많이 화가 나더라도 원하는 내용을 정확히 말씀하시고 끊을 때 ‘수고하셨어요’라고 말씀해주시면 많이 위로가 되요”

장난전화는 경찰도 마찬가지.

위급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112 긴급전화이지만 엉뚱한 장난전화 때문에 경찰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네. 경찰입니다”

<녹취> 신고자 : “제가요. 분실 신고를 하려고 그러는데요”

<녹취> 경찰 : “무엇을 분실하셨죠?”

<녹취> 신고자 : “제 이름이 이순신이거든요? 거북선을 잃어버렸어요”

<녹취> 신고자 : “경찰 아저씨죠?”

<녹취> 경찰 : “네”

<녹취> 신고자 : “어떤 애가 제 친구를 폭행했어요”

<녹취> 경찰 : “동네가 어디예요? 어느 학교예요?”

<녹취> 경찰 : “장난 전화 하는 거예요?”

<녹취> 경찰 : “경찰입니다”

<녹취> 신고자 : “저기요. 차 한 대만 불러줘요”

<녹취> 경찰 : “무슨 차요?”

<녹취> 신고자 : “택시요”

<녹취> 경찰 : “여긴 경찰서입니다”

작년 112 신고접수는 1,177만 건.

그중 허위신고는 8천 건에 달했습니다

<인터뷰> 이인호(강원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 경위) : “112는 긴급 신고 전화인데 술을 많이 드신 분들이 사회적인 불만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112 전화로 표출할 때 그 전화를 받는 동안에 다른 사람의 긴급 전화를 못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상당히 아쉽습니다”

장난전화로 오인출동을 할 경우에는 피해가 더욱 심각합니다.

지난해 대전지방경찰청으로 걸려온 한 통의 신고전화.

<녹취> 경찰 : “112입니다”

<녹취> 신고자 : “제가 지금 죽게 생겼거든요”

<녹취> 신고자 : “사람이 저를 찔러 죽이려고 해요”

<녹취> 경찰 : “누가요? ”

<녹취> 신고자 : “아무튼 그런 일이 있어요”

<녹취> 경찰 : “어디예요? 대전인가요?”

<녹취> 신고자 : “트렁크에 실려 있어서 어딘지도 몰라요”

<녹취> 경찰 : “트렁크에 실려 있다고요?”

신고를 받고 경찰 60여명이 출동, 대전일대를 샅샅이 수색했지만 결국 상습 허위 신고자의 장난전화로 밝혀졌습니다.

경기도에서도 지난해 한 20대 남성이 공중전화를 이용해 자신이 납치되었다며 허위 신고를 했습니다.

이 장난 전화 한 통으로 경찰 50여명이 3시간을 허비했는데요.

이에 경찰은 허위 신고자에게 손해배상까지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거짓 신고 전화를 한 남성에게 손해배상금 79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실제,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허위 신고나 장난전화에 대한 처벌기준이 꽤 높은 데요.

우리나라는 지난 4월부터 허위 신고 벌금이 6배나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본인에 대해서 상대방이 알지 못한다는 무책임한 생각으로 익명성 속에 숨어서 허위 신고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재를 하는 수준이 힘을 가질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회의가 계속되는데요. 단속도 철저히 하고 처벌의 수위를 좀 더 높인다면 허위 신고의 횟수는 줄어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본인은 장난이라지만 공공자원이 낭비되고 긴급서비스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엄연한 범죄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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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장난 전화, 형사 처벌에 배상까지…
    • 입력 2013-11-15 08:18:39
    • 수정2013-11-15 09: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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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께 질문 하나 드려볼게요,

"옆 집에서 닭이 우는데 잠을 못 자겠다" 이런 얘기 들으면 어떠신가요?

"어쩌라고?" 이런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요,

이게 실제로 112에 걸려온 신고 전화라고 합니다.

해도해도 너무 한 이런 전화들 때문에, 정작 위급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노태영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늑대다"라고 거짓말하다가 결국 진짜 늑대한테 변을 당한 소년의 우화가 생각나요...

<기자 멘트>

양치기 소년과는 달리 실제 경찰이나 소방관들은 장난전화로 의심되더라도 일단 출동을 해야 되는 것이 차이이긴 합니다만, 그 시간 동안 누군가의 긴급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은 똑같은 것 같습니다.

때문에 요즘은 장난전화를 하면 형사처벌은 물론 수백만원의 손해배상까지 물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장난전화는 줄지 않고 있는데요.

범죄 신고인 112에는 하루에 걸려오는 장난전화가 900건이 넘고요,

119에는 지난 5년간 무려 13만 건의 장난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이없고 황당한 장난전화 실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4시간 전화로 시민들의 불편과 문의사항을 해결해주는 경기도의 120 콜센터.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3천 건이 넘는 민원을 받고 있는데요.

그중엔 장난전화도 끊이지 않습니다.

<녹취> 상담원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녹취> 민원인 : “제가 콘플레이크를 먹었거든요? 근데 호랑이 힘이 안 나요. 흐흐흐”

<녹취> 민원인 : “왜 호랑이 힘이 안 나는 거예요?”

<녹취> 민원인 : “제가 내일 포경수술을 하려고 하는데 어디가 좋은 지 알려주세요”

<녹취> 상담원 : “죄송합니다만 고객님 말씀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민원인 : “포경수술이요. 흐흐흐”

<인터뷰> 박보영(가명/120 경기도 콜센터 상담원) : “친구들끼리 모여서 전화를 하는 거예요. 저희가 얘기하는 건 듣지도 않고 자기네들끼리 그냥 웃고 끊어요”

올해 경기도 120콜센터에 걸려온장난전화는 7천여 건.

특히 상습적으로 전화를 걸어 막말과 폭언을 일삼는 악성민원은 상담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인터뷰> 김영민(가명/120 경기도 콜센터 상담원) : “이렇게 (특이사항이) 많이 적혀있는 전화가 딱 들어오면 심장이 쿵쾅거려요. 1년 동안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던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서”

상담원이 뽑은 악성민원 첫 번째, 다짜고짜 욕설하는 유형입니다.

<녹취> “추후에 연락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객님”

<녹취> “너는 xxx아. 끊지마. 근데 왜 나한테 xx이야. xxx아!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어? xx. 나랑 한 번 해볼까?”

두 번째는 막무가내 우기기 유형입니다.

<녹취> “어떤 것 때문에 그러시는지 말씀해주시면 도움드리겠습니다”

<녹취> “누가 음악 틀었어? (저희가 확인이 어렵습니다.)”

<녹취> “확인 해봐! 해봐! 해봐!”

<녹취> “몰라. 나는 이름 몰라”

<녹취> “확인 해봐. 빨리 빨리 확인 해봐!”

<녹취> “왜 음악을 트냐고!!”

세 번째는 성희롱 전화.

<녹취>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참 답답하네. 아니 xx 아예 x이 없으면 어때 난 x없는 여자도 좋아. 다른 남자한테 안 갈 거면 나한테 오라니까”

<인터뷰> 유미정(120 경기도 콜센터 상담원) : “그런 얘기를 들으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다음 전화는 어떤 전화일까 항상 긴장하면서 전화를 받게 되죠”

익명성이라는 그늘 뒤에서 엄청난 감정 노동을 강요받고 있는 콜센터 상담원들.

이에 서울 120콜센터에서는 악성민원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박보영(가명/120 경기도 콜센터 상담원) : “많이 화가 나더라도 원하는 내용을 정확히 말씀하시고 끊을 때 ‘수고하셨어요’라고 말씀해주시면 많이 위로가 되요”

장난전화는 경찰도 마찬가지.

위급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112 긴급전화이지만 엉뚱한 장난전화 때문에 경찰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네. 경찰입니다”

<녹취> 신고자 : “제가요. 분실 신고를 하려고 그러는데요”

<녹취> 경찰 : “무엇을 분실하셨죠?”

<녹취> 신고자 : “제 이름이 이순신이거든요? 거북선을 잃어버렸어요”

<녹취> 신고자 : “경찰 아저씨죠?”

<녹취> 경찰 : “네”

<녹취> 신고자 : “어떤 애가 제 친구를 폭행했어요”

<녹취> 경찰 : “동네가 어디예요? 어느 학교예요?”

<녹취> 경찰 : “장난 전화 하는 거예요?”

<녹취> 경찰 : “경찰입니다”

<녹취> 신고자 : “저기요. 차 한 대만 불러줘요”

<녹취> 경찰 : “무슨 차요?”

<녹취> 신고자 : “택시요”

<녹취> 경찰 : “여긴 경찰서입니다”

작년 112 신고접수는 1,177만 건.

그중 허위신고는 8천 건에 달했습니다

<인터뷰> 이인호(강원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 경위) : “112는 긴급 신고 전화인데 술을 많이 드신 분들이 사회적인 불만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112 전화로 표출할 때 그 전화를 받는 동안에 다른 사람의 긴급 전화를 못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상당히 아쉽습니다”

장난전화로 오인출동을 할 경우에는 피해가 더욱 심각합니다.

지난해 대전지방경찰청으로 걸려온 한 통의 신고전화.

<녹취> 경찰 : “112입니다”

<녹취> 신고자 : “제가 지금 죽게 생겼거든요”

<녹취> 신고자 : “사람이 저를 찔러 죽이려고 해요”

<녹취> 경찰 : “누가요? ”

<녹취> 신고자 : “아무튼 그런 일이 있어요”

<녹취> 경찰 : “어디예요? 대전인가요?”

<녹취> 신고자 : “트렁크에 실려 있어서 어딘지도 몰라요”

<녹취> 경찰 : “트렁크에 실려 있다고요?”

신고를 받고 경찰 60여명이 출동, 대전일대를 샅샅이 수색했지만 결국 상습 허위 신고자의 장난전화로 밝혀졌습니다.

경기도에서도 지난해 한 20대 남성이 공중전화를 이용해 자신이 납치되었다며 허위 신고를 했습니다.

이 장난 전화 한 통으로 경찰 50여명이 3시간을 허비했는데요.

이에 경찰은 허위 신고자에게 손해배상까지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거짓 신고 전화를 한 남성에게 손해배상금 79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실제,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허위 신고나 장난전화에 대한 처벌기준이 꽤 높은 데요.

우리나라는 지난 4월부터 허위 신고 벌금이 6배나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본인에 대해서 상대방이 알지 못한다는 무책임한 생각으로 익명성 속에 숨어서 허위 신고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재를 하는 수준이 힘을 가질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회의가 계속되는데요. 단속도 철저히 하고 처벌의 수위를 좀 더 높인다면 허위 신고의 횟수는 줄어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본인은 장난이라지만 공공자원이 낭비되고 긴급서비스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엄연한 범죄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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