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을 인연으로…’ 현지 기업의 베트남 사랑

입력 2013.11.16 (08:30) 수정 2013.11.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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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6.25전쟁 이후 우리 국군이 유일하게 전쟁을 치른 악연이 있는 나라, 베트남입니다.

지난 9월 초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으로 한국과 베트남 사이 새로운 관계가 모색되고 있습니다.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서두르기로 했고, 무역 규모도 지금보다 세 배 정도가 많은 7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두 나라 교류는 특히 이미 진출한 많은 한국 기업들에 의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몇몇 기업은 남부와 북부 베트남의 대표 도시 하노이나 호치민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중부 지역에 진출해 지역 경제 성장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중부 베트남은 한국군이 특히 치열한 전투를 치렀던 지역입니다.

베트남전의 상처를 치유하고 지역 경제 성장의 동반자가 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송수진 순회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백 가구 남짓 생선을 잡아 생계를 잇고 있는 작은 어촌 안빈 섬.

베트남과 중국의 접경 지역으로,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섬 마을입니다.

이런 갈등 때문에 식수가 부족해도 섬 마을 사람들은 섬을 마음대로 떠 날 수 없습니다.

부족한 물은 빗물을 모아 쓰거나 이웃 섬에서 빌려와 썼습니다.

<인터뷰> 리썬 섬 부섬장 : "안빈 섬 주민들은 빗물을 사용하거나 큰 섬에 가서 물을 사와서 썼습니다. 하지만, 물을 쓰면 비용이 너무 비싸 항상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수도꼭지만 틀면 언제든지 맑은 물이 나옵니다.

담수 설비 세계 1위인 국내 기업이 바닷물을 맑은 물로 재처리하는 담수 설비를 설치해 줬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업의 따뜻한 기증과 곧바로 이어진 편리한 생활.

기쁨 두배입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 "매일 물이 나오니까 더 이상 물을 미리 보관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을 끓이지 않아도 마실 수 있어요. 정말 편해졌죠."

이 업체가 꽝응아이 성 안빈 섬을 선택한 덴 남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1966년.

한국 해병 제1사단 2연대, 청룡부대는 꽝응아이 성에서 전투의 새 역사를 썼습니다.

한국 군 300명이 격파한 북 베트남군, 월맹군은 8배 많은 2400명.

짜빈동 전투로 불리며 역사적인 승전 기록으로 남았지만 패전국의 기억은 다릅니다.

팜반 씨는 여든을 넘긴 지금까지 당시 마을에서 벌어졌던 악몽 같은 사건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머니를 비롯한 많은 주민들이 엉뚱하게 희생됐습니다.

<인터뷰> 팜반 꾹 : "주민을 여기로 데리고 와서 폭탄을 던지고 총을 쏴서 36명이 죽었습니다."

베트남 중부를 대표하는 꽝응아이 성.

그러나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북부 하노이, 남부 호치민에 밀리면서 국가 경제 발전 정책에서도 소외됐습니다.

과거 소득 수준은 베트남 예순 넷 행정 단위 가운데 50위권.

아직 많은 주민이 제대로 된 취사 시설조차 없는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한국 플랜트 업체는 글로벌 생산 기지로 꽝응아이 성 융꿧 경제 특구를 선택했습니다.

2천개 넘는 일자리가 새로이 생겼고, 앞으로도 700개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이후 100억 달러 규모 베트남 원전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도 커져 전망은 더 밝습니다.

<인터뷰> 류항하(두산비나 법인장) : "설계 능력을 강화해서 우리 자체적으로 설계와 자체적으로 영업도 가능한 그런 조직이 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한국 기업 진출에 따른 경제 유발 효과도 큽니다.

현지 중소업체들은 한국 기업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플랜트 생산 기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기술 이전이 이뤄지는 겁니다.

<인터뷰> 황민타이(현지 협력업체 사장) : "한국기업과 일하다 보니까 업체 직원도 많이 배웁니다. 기본적인 것부터 중공업 설비,가공,조립 방법도 알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은 베트남 중부 지역 젊은이들에게 전쟁을 치른 적대국이기보다 새로운 기회의 나라로 통합니다.

한국 기업에서 두 달 정도만 교육을 받으면 웬만한 용접 기술을 익힐 수 있습니다.

대부분 1차 산업에 종사했던 젊은이들은 이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가진 기술자를 꿈꾸고 있습니다.

<인터뷰> 근로자 : "복합 화력발전 공장의 관리자가 되는 게 꿈입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여 근로자 : "베트남 기업들은 이곳처럼 복지가 좋은 기업이 없습니다. 이곳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복지입니다."

한국 기업이 진출한 뒤 불과 6년.

꽝응아이 성 소득 수준은 하위 10위권에서 상위 10위권으로 올라섰습니다.

올해 수출액 4억 달러 가운데 70%를 한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꽝응아이 성은 이를 계기로 중공업 중심의 지역 발전 계획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꽝응아이 성 부성장 : "외국인 직접 투자를 더 많이 받기 위해 다양한 세금, 금융 정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가장 혜택이 많은 곳입니다."

플랜트 분야의 성공은 우리 중소기업의 진출로도 이어졌습니다.

이미 몇몇 중소 기계 업체들이 융꿧 경제특구에 자리잡고 베트남을 기반으로 아시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SFP법인장 : "이곳을 시작으로 해서 많은 기업이 있는 하노이, 호치민까지 뻗어나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8살 소년 다이는 구순구개열 증상으로 평생 멍에를 지고 살아갈 처지였습니다.

다이에게 3년 전 한국이 새 삶을 살게 해 줬습니다.

항공료와 체제비는 두산중공업이 부담하고 수술은 중앙대병원이 무료로 해줬습니다.

5년 동안 63명의 베트남 소년소녀가 이 같은 지원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히엔(다이 어머니) : "수술하기 전엔 밥 먹을 때마다 바닥에 떨어뜨려서 못 먹었어요. 수술한 이후에는 정상적으로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한국 기업들은 전쟁을 치른 나라란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완벽한 현지 기업이 되고 있습니다.

경제 기반이 부족한 지역에는 다리나 항만을, 질병으로 고통 받는 곳엔 의료 서비스를 집중 지원했습니다.

베트남 정부 기관이 된 이 병원도 국제협력단 코이카가 설립해 기증했지만 의료 인력과 인프라, 비용 등을 감당하지 못하자 기업체가 나선 경웁니다.

<인터뷰> 탄쫑롱(꽝남중앙종합병원 병원장) : "앞으로도 같이 협력해서 더 많은 분야에 대해 전수를 받고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쟁의 아픈 역사를 오히려 지역 마음을 얻는 기회로 삼고 상생의 동반자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기업의 현지화.

<인터뷰> 김광주(두산비나 관리부장) : "우선 그 나라 사람과 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한 것 같고 그것이 결국 현지화를 달성하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쟁과 그 후유증으로 인해 두 나라 사이에 오래 남아있던 묘한 갈등.

그리고 그 틈을 뚫고 진출한 한국 기업.

그저 돈만 벌기 위한 경제적 의미의 기업 진출이 아니라, 이제는 함께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강한 동반자 의식을 심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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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연을 인연으로…’ 현지 기업의 베트남 사랑
    • 입력 2013-11-16 08:37:14
    • 수정2013-11-16 11:00:53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6.25전쟁 이후 우리 국군이 유일하게 전쟁을 치른 악연이 있는 나라, 베트남입니다.

지난 9월 초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으로 한국과 베트남 사이 새로운 관계가 모색되고 있습니다.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서두르기로 했고, 무역 규모도 지금보다 세 배 정도가 많은 7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두 나라 교류는 특히 이미 진출한 많은 한국 기업들에 의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몇몇 기업은 남부와 북부 베트남의 대표 도시 하노이나 호치민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중부 지역에 진출해 지역 경제 성장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중부 베트남은 한국군이 특히 치열한 전투를 치렀던 지역입니다.

베트남전의 상처를 치유하고 지역 경제 성장의 동반자가 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송수진 순회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백 가구 남짓 생선을 잡아 생계를 잇고 있는 작은 어촌 안빈 섬.

베트남과 중국의 접경 지역으로,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섬 마을입니다.

이런 갈등 때문에 식수가 부족해도 섬 마을 사람들은 섬을 마음대로 떠 날 수 없습니다.

부족한 물은 빗물을 모아 쓰거나 이웃 섬에서 빌려와 썼습니다.

<인터뷰> 리썬 섬 부섬장 : "안빈 섬 주민들은 빗물을 사용하거나 큰 섬에 가서 물을 사와서 썼습니다. 하지만, 물을 쓰면 비용이 너무 비싸 항상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수도꼭지만 틀면 언제든지 맑은 물이 나옵니다.

담수 설비 세계 1위인 국내 기업이 바닷물을 맑은 물로 재처리하는 담수 설비를 설치해 줬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업의 따뜻한 기증과 곧바로 이어진 편리한 생활.

기쁨 두배입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 "매일 물이 나오니까 더 이상 물을 미리 보관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을 끓이지 않아도 마실 수 있어요. 정말 편해졌죠."

이 업체가 꽝응아이 성 안빈 섬을 선택한 덴 남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1966년.

한국 해병 제1사단 2연대, 청룡부대는 꽝응아이 성에서 전투의 새 역사를 썼습니다.

한국 군 300명이 격파한 북 베트남군, 월맹군은 8배 많은 2400명.

짜빈동 전투로 불리며 역사적인 승전 기록으로 남았지만 패전국의 기억은 다릅니다.

팜반 씨는 여든을 넘긴 지금까지 당시 마을에서 벌어졌던 악몽 같은 사건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머니를 비롯한 많은 주민들이 엉뚱하게 희생됐습니다.

<인터뷰> 팜반 꾹 : "주민을 여기로 데리고 와서 폭탄을 던지고 총을 쏴서 36명이 죽었습니다."

베트남 중부를 대표하는 꽝응아이 성.

그러나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북부 하노이, 남부 호치민에 밀리면서 국가 경제 발전 정책에서도 소외됐습니다.

과거 소득 수준은 베트남 예순 넷 행정 단위 가운데 50위권.

아직 많은 주민이 제대로 된 취사 시설조차 없는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한국 플랜트 업체는 글로벌 생산 기지로 꽝응아이 성 융꿧 경제 특구를 선택했습니다.

2천개 넘는 일자리가 새로이 생겼고, 앞으로도 700개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이후 100억 달러 규모 베트남 원전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도 커져 전망은 더 밝습니다.

<인터뷰> 류항하(두산비나 법인장) : "설계 능력을 강화해서 우리 자체적으로 설계와 자체적으로 영업도 가능한 그런 조직이 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한국 기업 진출에 따른 경제 유발 효과도 큽니다.

현지 중소업체들은 한국 기업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플랜트 생산 기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기술 이전이 이뤄지는 겁니다.

<인터뷰> 황민타이(현지 협력업체 사장) : "한국기업과 일하다 보니까 업체 직원도 많이 배웁니다. 기본적인 것부터 중공업 설비,가공,조립 방법도 알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은 베트남 중부 지역 젊은이들에게 전쟁을 치른 적대국이기보다 새로운 기회의 나라로 통합니다.

한국 기업에서 두 달 정도만 교육을 받으면 웬만한 용접 기술을 익힐 수 있습니다.

대부분 1차 산업에 종사했던 젊은이들은 이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가진 기술자를 꿈꾸고 있습니다.

<인터뷰> 근로자 : "복합 화력발전 공장의 관리자가 되는 게 꿈입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여 근로자 : "베트남 기업들은 이곳처럼 복지가 좋은 기업이 없습니다. 이곳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복지입니다."

한국 기업이 진출한 뒤 불과 6년.

꽝응아이 성 소득 수준은 하위 10위권에서 상위 10위권으로 올라섰습니다.

올해 수출액 4억 달러 가운데 70%를 한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꽝응아이 성은 이를 계기로 중공업 중심의 지역 발전 계획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꽝응아이 성 부성장 : "외국인 직접 투자를 더 많이 받기 위해 다양한 세금, 금융 정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가장 혜택이 많은 곳입니다."

플랜트 분야의 성공은 우리 중소기업의 진출로도 이어졌습니다.

이미 몇몇 중소 기계 업체들이 융꿧 경제특구에 자리잡고 베트남을 기반으로 아시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SFP법인장 : "이곳을 시작으로 해서 많은 기업이 있는 하노이, 호치민까지 뻗어나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8살 소년 다이는 구순구개열 증상으로 평생 멍에를 지고 살아갈 처지였습니다.

다이에게 3년 전 한국이 새 삶을 살게 해 줬습니다.

항공료와 체제비는 두산중공업이 부담하고 수술은 중앙대병원이 무료로 해줬습니다.

5년 동안 63명의 베트남 소년소녀가 이 같은 지원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히엔(다이 어머니) : "수술하기 전엔 밥 먹을 때마다 바닥에 떨어뜨려서 못 먹었어요. 수술한 이후에는 정상적으로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한국 기업들은 전쟁을 치른 나라란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완벽한 현지 기업이 되고 있습니다.

경제 기반이 부족한 지역에는 다리나 항만을, 질병으로 고통 받는 곳엔 의료 서비스를 집중 지원했습니다.

베트남 정부 기관이 된 이 병원도 국제협력단 코이카가 설립해 기증했지만 의료 인력과 인프라, 비용 등을 감당하지 못하자 기업체가 나선 경웁니다.

<인터뷰> 탄쫑롱(꽝남중앙종합병원 병원장) : "앞으로도 같이 협력해서 더 많은 분야에 대해 전수를 받고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쟁의 아픈 역사를 오히려 지역 마음을 얻는 기회로 삼고 상생의 동반자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기업의 현지화.

<인터뷰> 김광주(두산비나 관리부장) : "우선 그 나라 사람과 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한 것 같고 그것이 결국 현지화를 달성하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쟁과 그 후유증으로 인해 두 나라 사이에 오래 남아있던 묘한 갈등.

그리고 그 틈을 뚫고 진출한 한국 기업.

그저 돈만 벌기 위한 경제적 의미의 기업 진출이 아니라, 이제는 함께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강한 동반자 의식을 심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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