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필리핀 삼킨 ‘하이옌’ 참사

입력 2013.11.16 (08:38) 수정 2013.11.16 (11: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7천개 섬으로 이뤄진 나라,필리핀이 크나 큰 자연 재해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초대형 태풍 '하이옌'이 덮쳤기 때문인데요,

지금까지만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희생자 수는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구호가 더뎌지면서 식량과 물 부족 등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습니다.

굶주린 이재민들이 정부 식량 창고를 습격하고, 탈출한 죄수들이 정부군과 총격전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죽음의 땅으로 변해버린 필리핀 태풍 피해 지역을 이재석 순회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슈퍼 태풍 '하이옌'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이름만 예쁜 바다 제비.

모든 것을 날려버릴 듯, 시속 379km의 강력한 바람을 앞세워 필리핀을 강타했습니다.

초고속 열차보다 빠른 엄청난 위력이었습니다.

10년 전 국내에 최대 피해를 준 매미, 2005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조차 비교가 안 될 만큼 강력했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현장은 참담함 그 자체입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레이테 섬의 수도 타클로반, 부서지고,무너지면서..

건물과 도로,어느 한 군데 멀쩡한 곳을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타클로반으로 들어가는 검문소 앞.

여기저기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고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집니다.

조금이라도 멀리 달아나느라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공포감에 질린 사람들이 눈물을 흘립니다.

<녹취> 사만다(타클로반 주민) : "탈출한 죄수들 때문에 일가족이 살해됐습니다.그래서 탈출했습니다"

인근 교도소에서 탈옥한 수감자들이 무장하면서 정부군과 총격전까지 벌이는 상황,

치안 공백 사태가 벌어지면서 태풍에 큰 상처를 입은 주민들이 이젠 신변 위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녹취> 가텔라(경찰관) : "무장한 사람이 타클로반 시내에서 시민을 살해하고 있습니다"

취재진 접근마저 허용되지 않을 만큼 사태는 긴박하게 전개됩니다.

타클로반에서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입니다.

취재진도 안전상의 이유로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굶주린 주민들이 정부 식량 창고를 습격해 비축미를 약탈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 오후 6시부터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습니다.

죽음의 도시로 변한 타클로반 공항에서는 필사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확산되면서 주민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고,

전염병 같은 2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혹시나 밖으로 나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공항에는 이처럼 이재민들이 모여있습니다.

그 수가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비행편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인터뷰> 타클로반 주민 : "어젯밤 탑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놨지만 아직도 우리 차례가 안 왔어요.마실 물을 구하러 왔다 갔다 하면서 상황을 보고 있어요."

타클로반 시내 곳곳엔 여전히 수습 못한 시신들이 방치돼 있습니다.

보호자들이 나타나지 않은 시신들을 시 당국이 공동 묘지에 집단 매장하면서 인권 침해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공식 사망자 수만 3천 명에 가깝고, 부상자는 4천명을 넘었습니다.

<인터뷰> 알프로도 로무알데스(시장) : "시신이 잔해에 깔려 있어 찾기가 어렵습니다.악취가 나는 곳을 찾아 시신을 발견하는 상황입니다."

이재민 60여 만 명.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과 음식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민심은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리 차이화(타클로반 주민) : "태풍이 두려운 게 아닙니다.어찌됐든 살아남았으니까요.지금은 재산을 빼앗고 사람들을 죽이는 강도들이 무섭습니다.벌써 여러 명이 죽었다고 해요."

레이체 섬의 또 다른 태풍 피해 도시 오르모크.

개천가에 있던 서민 주택들이 페허로 변했습니다.

이번 태풍으로 이렇게 무너진 가옥이 15만 채 정도, 그나마 살아남은 사람들도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마리노(피해주민) : "이틀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도심의 한 종합 병원.

바닥에는 아직도 물이 흥건하고 수술실은 천장이 날아갔습니다.

치료는 엄두를 내질 못합니다.

<인터뷰> 일리디나 (간호사) : "환자들은 다 길거리에 나가 있습니다. 여기로 들일 수가 없습니다.모든 게 파괴됐습니다."

주민들이 대피해 있던 학교도 무너져 내렸습니다.

주민들은 잔해를 뒤지며 먹고 마실 것을 애타게 찾고 있지만 구호품 공급은 안되고 있습니다.

엄청난 피해가 확인되면서 필리핀 정부는 국가 재난 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인터뷰> 아키노(필리핀 대통령/11일)

인류의 대재앙에 국제 사회도 서둘러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군 수송기와 항공모함까지 동원해 급한 대로 식량과 의약품 등 구호 물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군 수송기 편에 담요와 텐트 등 구호 물자를 보내고, 의료진과 119 구조대 등 구호팀도 파견했습니다.

<인터뷰> 발레리 아모스(유엔 인도지원 담당 사무차장) : "이재민에게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지금 도움을 줘야 합니다. 벌써 구호물품이 너무 늦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엄청난 희생은 지금도 계속됩니다.

그리고 구호와 복구 같은 앞으로 일들은 갈 길이 멉니다.

정상을 되찾기까지 10년은 훨씬 더 걸릴 거란 안타까운 전망까지 나옵니다.

기록적 재해에 이웃한 섬 나라 필리핀 전역이 깊고 깊은 시름에 빠졌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eye] 필리핀 삼킨 ‘하이옌’ 참사
    • 입력 2013-11-16 08:39:44
    • 수정2013-11-16 11:00:53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7천개 섬으로 이뤄진 나라,필리핀이 크나 큰 자연 재해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초대형 태풍 '하이옌'이 덮쳤기 때문인데요,

지금까지만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희생자 수는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구호가 더뎌지면서 식량과 물 부족 등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습니다.

굶주린 이재민들이 정부 식량 창고를 습격하고, 탈출한 죄수들이 정부군과 총격전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죽음의 땅으로 변해버린 필리핀 태풍 피해 지역을 이재석 순회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슈퍼 태풍 '하이옌'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이름만 예쁜 바다 제비.

모든 것을 날려버릴 듯, 시속 379km의 강력한 바람을 앞세워 필리핀을 강타했습니다.

초고속 열차보다 빠른 엄청난 위력이었습니다.

10년 전 국내에 최대 피해를 준 매미, 2005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조차 비교가 안 될 만큼 강력했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현장은 참담함 그 자체입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레이테 섬의 수도 타클로반, 부서지고,무너지면서..

건물과 도로,어느 한 군데 멀쩡한 곳을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타클로반으로 들어가는 검문소 앞.

여기저기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고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집니다.

조금이라도 멀리 달아나느라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공포감에 질린 사람들이 눈물을 흘립니다.

<녹취> 사만다(타클로반 주민) : "탈출한 죄수들 때문에 일가족이 살해됐습니다.그래서 탈출했습니다"

인근 교도소에서 탈옥한 수감자들이 무장하면서 정부군과 총격전까지 벌이는 상황,

치안 공백 사태가 벌어지면서 태풍에 큰 상처를 입은 주민들이 이젠 신변 위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녹취> 가텔라(경찰관) : "무장한 사람이 타클로반 시내에서 시민을 살해하고 있습니다"

취재진 접근마저 허용되지 않을 만큼 사태는 긴박하게 전개됩니다.

타클로반에서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입니다.

취재진도 안전상의 이유로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굶주린 주민들이 정부 식량 창고를 습격해 비축미를 약탈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 오후 6시부터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습니다.

죽음의 도시로 변한 타클로반 공항에서는 필사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확산되면서 주민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고,

전염병 같은 2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혹시나 밖으로 나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공항에는 이처럼 이재민들이 모여있습니다.

그 수가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비행편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인터뷰> 타클로반 주민 : "어젯밤 탑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놨지만 아직도 우리 차례가 안 왔어요.마실 물을 구하러 왔다 갔다 하면서 상황을 보고 있어요."

타클로반 시내 곳곳엔 여전히 수습 못한 시신들이 방치돼 있습니다.

보호자들이 나타나지 않은 시신들을 시 당국이 공동 묘지에 집단 매장하면서 인권 침해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공식 사망자 수만 3천 명에 가깝고, 부상자는 4천명을 넘었습니다.

<인터뷰> 알프로도 로무알데스(시장) : "시신이 잔해에 깔려 있어 찾기가 어렵습니다.악취가 나는 곳을 찾아 시신을 발견하는 상황입니다."

이재민 60여 만 명.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과 음식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민심은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리 차이화(타클로반 주민) : "태풍이 두려운 게 아닙니다.어찌됐든 살아남았으니까요.지금은 재산을 빼앗고 사람들을 죽이는 강도들이 무섭습니다.벌써 여러 명이 죽었다고 해요."

레이체 섬의 또 다른 태풍 피해 도시 오르모크.

개천가에 있던 서민 주택들이 페허로 변했습니다.

이번 태풍으로 이렇게 무너진 가옥이 15만 채 정도, 그나마 살아남은 사람들도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마리노(피해주민) : "이틀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도심의 한 종합 병원.

바닥에는 아직도 물이 흥건하고 수술실은 천장이 날아갔습니다.

치료는 엄두를 내질 못합니다.

<인터뷰> 일리디나 (간호사) : "환자들은 다 길거리에 나가 있습니다. 여기로 들일 수가 없습니다.모든 게 파괴됐습니다."

주민들이 대피해 있던 학교도 무너져 내렸습니다.

주민들은 잔해를 뒤지며 먹고 마실 것을 애타게 찾고 있지만 구호품 공급은 안되고 있습니다.

엄청난 피해가 확인되면서 필리핀 정부는 국가 재난 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인터뷰> 아키노(필리핀 대통령/11일)

인류의 대재앙에 국제 사회도 서둘러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군 수송기와 항공모함까지 동원해 급한 대로 식량과 의약품 등 구호 물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군 수송기 편에 담요와 텐트 등 구호 물자를 보내고, 의료진과 119 구조대 등 구호팀도 파견했습니다.

<인터뷰> 발레리 아모스(유엔 인도지원 담당 사무차장) : "이재민에게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지금 도움을 줘야 합니다. 벌써 구호물품이 너무 늦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엄청난 희생은 지금도 계속됩니다.

그리고 구호와 복구 같은 앞으로 일들은 갈 길이 멉니다.

정상을 되찾기까지 10년은 훨씬 더 걸릴 거란 안타까운 전망까지 나옵니다.

기록적 재해에 이웃한 섬 나라 필리핀 전역이 깊고 깊은 시름에 빠졌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