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우루과이의 ‘위험한 실험’

입력 2013.12.07 (08:27) 수정 2013.12.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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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구촌의 골머리 중 하나가 마약인 데요!

지금 우루과이에서 마약의 하나인 마리화나를 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우루과이 정부가 세계 최초로 마리화나를 전면 합법화 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몇몇 주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되긴 했지만 한 국가가 직접 마약 생산과 유통, 소비까지 모두 관장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부작용도,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왜 이런 결정을 내리려고 할까요?

궁금하시죠?

박전식 특파원이 풀어드립니다.

<리포트>

인구 330만 명의 조용한 나라 우루과이.

그 중, 수도 몬테비데오에 전체인구의 40%가 모여 살고 있습니다.

몬테비데오 도심의 한 아파트.

시민운동가 카밀로 씨는 친구 4명과 함께 이 집에 살면서 마리화나 합법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거실 창가에 놓여 있는 화분들...

대마초를 만드는 대마들이 화분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카밀로 씨가 정성껏 재배하고 있는 대마들...

<녹취> 카밀로(마리화나 합법화 운동가) : "3~4월쯤에 꽃이 피면 수확할 겁니다. 두 달 정도 지나면 꽃이 필겁니다. "

마리화나 재배는 우루과이에서도 불법.

하지만 피우는 것은 합법이기 때문에 사실상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카밀로(마리화나 합법화 운동가) : "제가 피우려고 집에서 기르는데 턱없이 모자랍니다. "

대학생들이 모여 사는 우루과이 기숙사, 레시덴시아.

이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대마초, 마리화나는 쉽게 발견됩니다.

비 흡연자들을 위해 옥탑 방으로 올라가 남녀 구분 없이 자유롭게 마리화나를 핍니다.

그리곤 다시 내려와 비 흡연자들과 자연스럽게 다시 어울립니다.

<인터뷰> 가티(마리화나 흡연 여대생) : "담배처럼 피우고 싶을 때나 긴장을 풀고 싶을 때 마리화나를 합니다. 2년 쯤 됐습니다. "

지난 50년 동안 우루과이는 마리화나 흡연을 허용하면서도 유통은 금지하는 이중정책을 펴왔습니다.

그 결과 밀거래를 장악한 범죄조직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소비 인구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바스티안 아기에르(공화국대학교 교수 ) : "우루과이에선 청년 3명 중 1명이 마리화나를 하고요, 국민 5명 중 1명은 경험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 사람들이 마리화나를 구하기 위해 더 심한 마약을 파는 위험한 곳에 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마리화나 생산과 판매, 소비를 합법화 하는 정부.

여당의 법안이 야당의 반대 속에 50:49 한 표차로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이어 지난 주(11.26)에는 상원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과했고, 최종 통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마약류의 유통을 국가가 최초로 합법화 하는 우루과이의 실험이 성공할 경우 세계 각국의 마약정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무히카 대통령을 비롯해 우루과이 집권세력이 추진 중인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은, 생산과 판매를 정부가 직접 관리해 밀거래를 없애고, 18살 이상 성인은 6그루까지 대마를 직접 기르던지, 아니면 약국에서 한달에 40그램까지 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합법과 불법이 혼재된 모순을 없애고, 가짜를 없애 국민 건강을 확보하며, 밀거래 영역을 정부 영역으로 끌어들이겠다는 포석입니다.

<인터뷰> 훌리오 칼사다(우루과이 마약위원회 사무총장) : "마약 밀거래를 없애기 위해 정부가 가진 유일한 수단은 물질적 기반인 밀거래 구조를 부숴 없애는 것뿐입니다. "

우루과이 국민들의 의견은 양분돼 있습니다.

<인터뷰> 마르코스(찬성 시민 ) : "세계 어디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공론화 한 새로운 시도로 평가합니다. "

<인터뷰> 후안(반대 시민) : "법안이 통과되면 소비가 더 늘고, 코카인 같은 더 강한 마약으로 이끄는 통로가 될 겁니다."

마리화나 약국 판매에 대해 전문가 집단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몸에 이로운 약을 파는 약국에서 건강을 해치는 마약을 팔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에두아르도 사비오(박사/ 우루과이 의약품협회 사무총장) : "17살은 밀매업자에게 가고, 18살은 약국에 간다는 말인데, 17살에게는 해롭고 18살에게는 괜찮은 경계선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

가톨릭 대륙 남미를 처음 방문한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 프란치스코.

마약 거래상은 '죽음의 상인'이라며 마약 합법화에 대해 강한 우려의 뜻을 밝혔습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국도 우루과이가 국제협정을 정면으로 어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인접국 브라질 또한 신중 하라며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우루과이 여야 정치권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훌리오 방고(좌파연합(여당) 의원) : "몇몇 국가에서 합법화 법안을 재검토하라는 압력이 가중되고 있지만 우리는 주권국이기 때문에 굽히지 않을 것입니다. "

<인터뷰> 벨몬테 데소우사(나시오날(야당) 의원) : "정부, 여당이 우루과이와 청년들을 상대로 분별력 없는 실험을 하고 있는 겁니다. "

지난 4월 마리화나 소비를 합법화 한 미국 콜로라도 주.

대마초 흡연자들은 환호했고, 마리화나 관광이 성행할 정도로 전국에서 대마초 애호가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대마를 원료로 쓰는 의약품은 물론 건강보조식품까지 자유롭게 팔리면서 연간 수백억 달러의 시장이 형성됐습니다.

인근 워싱턴 주도 동참했고, 의학용 거래를 허용한 주는 미국 전역에서 20개 주로 늘었습니다.

이에 자극 받은 중남미 각국은 미국 현지에 앞 다퉈 시찰단을 파견했습니다.

우루과이를 필두로 멕시코와 과테말라, 에콰도로, 콜롬비아, 칠레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마리화나 합법화 논쟁이 불붙고 있습니다.

심장마비 확률을 5배나 높이는 대마초 마리화나.

그러면서도 마약의 범주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 마리화나를 상대로 우루과이가 어느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마리화나의 생산. 유통을 포괄적으로 합법화 하는 법안이 최종 통과를 앞두고 진통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우루과이의 위험한 실험이 성공할지, 아니면 혼란만 가중시킬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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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리포트] 우루과이의 ‘위험한 실험’
    • 입력 2013-12-07 08:37:47
    • 수정2013-12-07 11:34:19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지구촌의 골머리 중 하나가 마약인 데요!

지금 우루과이에서 마약의 하나인 마리화나를 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우루과이 정부가 세계 최초로 마리화나를 전면 합법화 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몇몇 주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되긴 했지만 한 국가가 직접 마약 생산과 유통, 소비까지 모두 관장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부작용도,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왜 이런 결정을 내리려고 할까요?

궁금하시죠?

박전식 특파원이 풀어드립니다.

<리포트>

인구 330만 명의 조용한 나라 우루과이.

그 중, 수도 몬테비데오에 전체인구의 40%가 모여 살고 있습니다.

몬테비데오 도심의 한 아파트.

시민운동가 카밀로 씨는 친구 4명과 함께 이 집에 살면서 마리화나 합법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거실 창가에 놓여 있는 화분들...

대마초를 만드는 대마들이 화분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카밀로 씨가 정성껏 재배하고 있는 대마들...

<녹취> 카밀로(마리화나 합법화 운동가) : "3~4월쯤에 꽃이 피면 수확할 겁니다. 두 달 정도 지나면 꽃이 필겁니다. "

마리화나 재배는 우루과이에서도 불법.

하지만 피우는 것은 합법이기 때문에 사실상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카밀로(마리화나 합법화 운동가) : "제가 피우려고 집에서 기르는데 턱없이 모자랍니다. "

대학생들이 모여 사는 우루과이 기숙사, 레시덴시아.

이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대마초, 마리화나는 쉽게 발견됩니다.

비 흡연자들을 위해 옥탑 방으로 올라가 남녀 구분 없이 자유롭게 마리화나를 핍니다.

그리곤 다시 내려와 비 흡연자들과 자연스럽게 다시 어울립니다.

<인터뷰> 가티(마리화나 흡연 여대생) : "담배처럼 피우고 싶을 때나 긴장을 풀고 싶을 때 마리화나를 합니다. 2년 쯤 됐습니다. "

지난 50년 동안 우루과이는 마리화나 흡연을 허용하면서도 유통은 금지하는 이중정책을 펴왔습니다.

그 결과 밀거래를 장악한 범죄조직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소비 인구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바스티안 아기에르(공화국대학교 교수 ) : "우루과이에선 청년 3명 중 1명이 마리화나를 하고요, 국민 5명 중 1명은 경험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 사람들이 마리화나를 구하기 위해 더 심한 마약을 파는 위험한 곳에 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마리화나 생산과 판매, 소비를 합법화 하는 정부.

여당의 법안이 야당의 반대 속에 50:49 한 표차로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이어 지난 주(11.26)에는 상원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과했고, 최종 통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마약류의 유통을 국가가 최초로 합법화 하는 우루과이의 실험이 성공할 경우 세계 각국의 마약정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무히카 대통령을 비롯해 우루과이 집권세력이 추진 중인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은, 생산과 판매를 정부가 직접 관리해 밀거래를 없애고, 18살 이상 성인은 6그루까지 대마를 직접 기르던지, 아니면 약국에서 한달에 40그램까지 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합법과 불법이 혼재된 모순을 없애고, 가짜를 없애 국민 건강을 확보하며, 밀거래 영역을 정부 영역으로 끌어들이겠다는 포석입니다.

<인터뷰> 훌리오 칼사다(우루과이 마약위원회 사무총장) : "마약 밀거래를 없애기 위해 정부가 가진 유일한 수단은 물질적 기반인 밀거래 구조를 부숴 없애는 것뿐입니다. "

우루과이 국민들의 의견은 양분돼 있습니다.

<인터뷰> 마르코스(찬성 시민 ) : "세계 어디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공론화 한 새로운 시도로 평가합니다. "

<인터뷰> 후안(반대 시민) : "법안이 통과되면 소비가 더 늘고, 코카인 같은 더 강한 마약으로 이끄는 통로가 될 겁니다."

마리화나 약국 판매에 대해 전문가 집단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몸에 이로운 약을 파는 약국에서 건강을 해치는 마약을 팔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에두아르도 사비오(박사/ 우루과이 의약품협회 사무총장) : "17살은 밀매업자에게 가고, 18살은 약국에 간다는 말인데, 17살에게는 해롭고 18살에게는 괜찮은 경계선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

가톨릭 대륙 남미를 처음 방문한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 프란치스코.

마약 거래상은 '죽음의 상인'이라며 마약 합법화에 대해 강한 우려의 뜻을 밝혔습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국도 우루과이가 국제협정을 정면으로 어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인접국 브라질 또한 신중 하라며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우루과이 여야 정치권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훌리오 방고(좌파연합(여당) 의원) : "몇몇 국가에서 합법화 법안을 재검토하라는 압력이 가중되고 있지만 우리는 주권국이기 때문에 굽히지 않을 것입니다. "

<인터뷰> 벨몬테 데소우사(나시오날(야당) 의원) : "정부, 여당이 우루과이와 청년들을 상대로 분별력 없는 실험을 하고 있는 겁니다. "

지난 4월 마리화나 소비를 합법화 한 미국 콜로라도 주.

대마초 흡연자들은 환호했고, 마리화나 관광이 성행할 정도로 전국에서 대마초 애호가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대마를 원료로 쓰는 의약품은 물론 건강보조식품까지 자유롭게 팔리면서 연간 수백억 달러의 시장이 형성됐습니다.

인근 워싱턴 주도 동참했고, 의학용 거래를 허용한 주는 미국 전역에서 20개 주로 늘었습니다.

이에 자극 받은 중남미 각국은 미국 현지에 앞 다퉈 시찰단을 파견했습니다.

우루과이를 필두로 멕시코와 과테말라, 에콰도로, 콜롬비아, 칠레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마리화나 합법화 논쟁이 불붙고 있습니다.

심장마비 확률을 5배나 높이는 대마초 마리화나.

그러면서도 마약의 범주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 마리화나를 상대로 우루과이가 어느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마리화나의 생산. 유통을 포괄적으로 합법화 하는 법안이 최종 통과를 앞두고 진통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우루과이의 위험한 실험이 성공할지, 아니면 혼란만 가중시킬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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