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돈 안주면 신고…‘포상금 사냥꾼’ 명과 암

입력 2014.09.15 (08:38) 수정 2014.09.1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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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탈세를 하는 병원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로 40대 남성이 구속됐습니다.

이 남성은 불법 행위를 신고하고 포상금을 받아오던 사람이었는데요.

이승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공익 신고자에서 한순간에 협박 범죄 피의자가 된 거군요?

<기자멘트>

네, 아무래도 신고의 목적이 ‘공익’이 아닌 ‘돈’이 되다보니, 생긴 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신고 포상금만으로 억대의 연봉을 번다는 '전문 신고꾼’들도 등장을 했다고 하는데요.

불법 행위 예방책이라는 순기능 이면에는 힘겨운 자영업자들을 옥죄는 돈벌이 수단이 됐다는 비난도 제기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이 '포상금 신고 사냥꾼’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리포트>

경기도에 있는 한 전통시장입니다.

지난 달 이 시장의 닭집 골목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가게마다 시청으로부터 과태료를 내라는 통지서가 날아왔기 때문인데요,

<녹취> 시장 상인 : "많이 걸렸죠. 다 걸렸죠. (생닭을 파는) 열 집이 걸려가지고, 한 100만 원 씩 벌금 냈어요. 장사꾼이 100만 원을 한 달에 벌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경제가 어려운데..."

여름철 대목을 맞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생닭...

그런데 진열 방법이 문제였습니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의해 지난해부터 생닭과 오리는 개별포장 해서 판매하도록 돼 있지만, 일부 생닭을 그냥 진열해 놓은 게 이른바, ‘생닭 파파라치’의 카메라에 걸린 겁니다.

상인들은 규정을 어긴 건 맞지만, 너무 가혹하다고 하소연합니다.

<녹취> 시장상인 : "(그때) 포장을 다 하지 않고 반만 (했어요.) 그러니까 파파라치가 (포장 안 된 생닭) 찍어가고, (닭 한 마리에) 500원, 700원. 많이 남으면 천 원 남는데요. 우리는 진짜 이 임대료 내기도 힘든데 너무 속상하고..."

<녹취> 00시 관계자 : "법이 그렇기 때문에 법을 위반하면 처벌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상인들을 신고한 건 이른바 포상금 전문 신고꾼이었습니다.

<녹취> 00시 관계자 : "재래시장이라는 특성상 그 (지역) 시민들이 다니는데, 신고하신 분들 보면, 대전에 사는 사람, 성남에 사는 사람, 부천에 사는 사람 이런 식이에요. 신고자의 소재지가. 그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에요."

신고 포상금 제도는 지난 1999년 불법 행위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감시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쓰레기 불법투기를 적발하는 이른바 ‘쓰파라치’를 시작으로 1회용 비닐봉투 무상 제공을 적발하는 ‘봉파라치’에서, 학원의 불법운영을 신고하는 ‘학파라치’까지.

포상금 항목만 9백여 개에 신고 포상금으로만, 1년에 억 대의 돈을 번다는 전문 신고꾼이 등장하는가 하면, 포상금 신고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학원까지 생겨났습니다.

<녹취> 포상금 신고꾼 : "40대, 50대 분들이 가장 많았는데, 요즘에는 20대 초반, 중반. 군대 전역해서 오는 그런 젊은 친구들이 굉장히 많이 오는데, (이유는) 일자리가 좀 만만치 않잖아요."

<녹취> 학원 수강생 : "신고 차원에서도 그렇고, 좋은 것 같아가지고 한번 시작해볼까 하고요. 포상금도 많이 받으면 좋죠."

취재팀은 7년 전부터 이 일을 직업으로 해오고 있다는 한 남성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녹취> 포상금 신고꾼 : "가장 많이 벌었던 연도가 한 해에 4억 2천만 원 정도 벌었어요."

시간이 갈수록 신고 포상금 항목이 세분화 되고, 또 주요 위법행위도 시기별로 다른 만큼 신고꾼들도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갖추고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녹취> 포상금 신고꾼 : "요즘에 가장 많이 하는 것이 탈세. 그중에서도 현금영수증 미발급 포상금 그다음에 차명계좌 포상금이 (있어요.) (입시철에는) 여전히 많이 하는 것 중에 하나인 ‘학원 단속 포상금’ 이 정도가 있죠."

포상금을 노리고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한다는 따가운 시선도 있지만, 일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포상금 신고꾼 :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죠. 불법도 근절하고 사회를 정화시키면서 수입도 올리고요."

<기자 멘트>

사실 단속 인력이 한계가 있다보니, 시민 신고제야 말로 효율적인 불법 행위 예방책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게 순수한 공익 신고로만 그치면 좋을텐데, 최근 들어서는 돈벌이 수단을 넘어 범죄로까지 번지는 경우가 더러 있어서 문제입니다.

일종의 부작용인 셈입니다.

<리포트>

울산에 있는 한 병원.

지난 해 3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전화를 한 남성은 병원에서 ‘차명계좌’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돈을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송상근(팀장/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자기가 국세청직원이라고 거짓말을 해가지고 통화를 하게 된 것인데, 그 병원에서 탈루 금 액이 적발되면 엄청난 피해가 될 텐데, 내가 그것을 고발을 안 할 테니까 돈을 얼마 달라..."

수법은 이랬습니다.

병원에 무작위로 전화를 건 뒤 환자나 보호자를 자청해 진료비를 보내겠다며 계좌번호를 물어봅니다.

그런 다음, 계좌 명의가 법인이나 병원장의 이름과 다를 경우, 탈세를 위한 ‘차명계좌’로 판단하고 신고를 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겁니다.

<인터뷰>송상근(팀장/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어떤 병원은 당장 나하고 합의를 보고 돈을 얼 마주겠다고 하고, 이쪽 계좌번호를 가르쳐주 면 돈을 입금해주는 경우도 있고..."

경찰에 붙잡힌 박모 씨는 이런 방법으로 전국에 있는 병원 12곳으로부터 2천 여 만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차명계좌를 만들어 탈세를 하려한 일부 병원들은 지은 죄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박 씨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 송상근(팀장/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병원의 차명계좌가 발견되면 국세청에 70% 추징되기 때문에 병원장 거의 다 겁을 먹고 (돈을 보냈죠.) (병원이) 우리 경찰한테 협조를 안 하는 겁니다. 자기들도 (탈세로) 추징될까봐 걱정돼가지고요."

박 씨는 2012년부터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이른바 ‘포상금 신고꾼’.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병원들은 국세청에 신고해, 3천 만 원 넘는 포상금도 따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 씨가 직접 작성한 서류에는 전국 만 여 개의 병원목록과 차명계좌 여부 등이 빼곡이 정리돼 있었는데요.

돈을 더 벌겠다는 욕심이 단순 신고를 넘어 협박에 까지 이르게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상근(팀장/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거의 전문 직업 정도로 했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게 하다가 만약에 돈이 당장 없다 (하면,) 돈이 급할 때 병원에 바로 협박을 하는 겁니 다. 협조하는 데는 고발 안 하고요."

공익을 보호하고, 불법 행위를 예방한다는 긍정론과 사회 불신을 조장하고 이렇게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비판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

신고 포상금 제도에 대한 보완 논란은 당분간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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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돈 안주면 신고…‘포상금 사냥꾼’ 명과 암
    • 입력 2014-09-15 08:29:14
    • 수정2014-09-15 10: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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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탈세를 하는 병원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로 40대 남성이 구속됐습니다.

이 남성은 불법 행위를 신고하고 포상금을 받아오던 사람이었는데요.

이승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공익 신고자에서 한순간에 협박 범죄 피의자가 된 거군요?

<기자멘트>

네, 아무래도 신고의 목적이 ‘공익’이 아닌 ‘돈’이 되다보니, 생긴 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신고 포상금만으로 억대의 연봉을 번다는 '전문 신고꾼’들도 등장을 했다고 하는데요.

불법 행위 예방책이라는 순기능 이면에는 힘겨운 자영업자들을 옥죄는 돈벌이 수단이 됐다는 비난도 제기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이 '포상금 신고 사냥꾼’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리포트>

경기도에 있는 한 전통시장입니다.

지난 달 이 시장의 닭집 골목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가게마다 시청으로부터 과태료를 내라는 통지서가 날아왔기 때문인데요,

<녹취> 시장 상인 : "많이 걸렸죠. 다 걸렸죠. (생닭을 파는) 열 집이 걸려가지고, 한 100만 원 씩 벌금 냈어요. 장사꾼이 100만 원을 한 달에 벌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경제가 어려운데..."

여름철 대목을 맞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생닭...

그런데 진열 방법이 문제였습니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의해 지난해부터 생닭과 오리는 개별포장 해서 판매하도록 돼 있지만, 일부 생닭을 그냥 진열해 놓은 게 이른바, ‘생닭 파파라치’의 카메라에 걸린 겁니다.

상인들은 규정을 어긴 건 맞지만, 너무 가혹하다고 하소연합니다.

<녹취> 시장상인 : "(그때) 포장을 다 하지 않고 반만 (했어요.) 그러니까 파파라치가 (포장 안 된 생닭) 찍어가고, (닭 한 마리에) 500원, 700원. 많이 남으면 천 원 남는데요. 우리는 진짜 이 임대료 내기도 힘든데 너무 속상하고..."

<녹취> 00시 관계자 : "법이 그렇기 때문에 법을 위반하면 처벌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상인들을 신고한 건 이른바 포상금 전문 신고꾼이었습니다.

<녹취> 00시 관계자 : "재래시장이라는 특성상 그 (지역) 시민들이 다니는데, 신고하신 분들 보면, 대전에 사는 사람, 성남에 사는 사람, 부천에 사는 사람 이런 식이에요. 신고자의 소재지가. 그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에요."

신고 포상금 제도는 지난 1999년 불법 행위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감시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쓰레기 불법투기를 적발하는 이른바 ‘쓰파라치’를 시작으로 1회용 비닐봉투 무상 제공을 적발하는 ‘봉파라치’에서, 학원의 불법운영을 신고하는 ‘학파라치’까지.

포상금 항목만 9백여 개에 신고 포상금으로만, 1년에 억 대의 돈을 번다는 전문 신고꾼이 등장하는가 하면, 포상금 신고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학원까지 생겨났습니다.

<녹취> 포상금 신고꾼 : "40대, 50대 분들이 가장 많았는데, 요즘에는 20대 초반, 중반. 군대 전역해서 오는 그런 젊은 친구들이 굉장히 많이 오는데, (이유는) 일자리가 좀 만만치 않잖아요."

<녹취> 학원 수강생 : "신고 차원에서도 그렇고, 좋은 것 같아가지고 한번 시작해볼까 하고요. 포상금도 많이 받으면 좋죠."

취재팀은 7년 전부터 이 일을 직업으로 해오고 있다는 한 남성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녹취> 포상금 신고꾼 : "가장 많이 벌었던 연도가 한 해에 4억 2천만 원 정도 벌었어요."

시간이 갈수록 신고 포상금 항목이 세분화 되고, 또 주요 위법행위도 시기별로 다른 만큼 신고꾼들도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갖추고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녹취> 포상금 신고꾼 : "요즘에 가장 많이 하는 것이 탈세. 그중에서도 현금영수증 미발급 포상금 그다음에 차명계좌 포상금이 (있어요.) (입시철에는) 여전히 많이 하는 것 중에 하나인 ‘학원 단속 포상금’ 이 정도가 있죠."

포상금을 노리고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한다는 따가운 시선도 있지만, 일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포상금 신고꾼 :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죠. 불법도 근절하고 사회를 정화시키면서 수입도 올리고요."

<기자 멘트>

사실 단속 인력이 한계가 있다보니, 시민 신고제야 말로 효율적인 불법 행위 예방책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게 순수한 공익 신고로만 그치면 좋을텐데, 최근 들어서는 돈벌이 수단을 넘어 범죄로까지 번지는 경우가 더러 있어서 문제입니다.

일종의 부작용인 셈입니다.

<리포트>

울산에 있는 한 병원.

지난 해 3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전화를 한 남성은 병원에서 ‘차명계좌’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돈을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송상근(팀장/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자기가 국세청직원이라고 거짓말을 해가지고 통화를 하게 된 것인데, 그 병원에서 탈루 금 액이 적발되면 엄청난 피해가 될 텐데, 내가 그것을 고발을 안 할 테니까 돈을 얼마 달라..."

수법은 이랬습니다.

병원에 무작위로 전화를 건 뒤 환자나 보호자를 자청해 진료비를 보내겠다며 계좌번호를 물어봅니다.

그런 다음, 계좌 명의가 법인이나 병원장의 이름과 다를 경우, 탈세를 위한 ‘차명계좌’로 판단하고 신고를 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겁니다.

<인터뷰>송상근(팀장/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어떤 병원은 당장 나하고 합의를 보고 돈을 얼 마주겠다고 하고, 이쪽 계좌번호를 가르쳐주 면 돈을 입금해주는 경우도 있고..."

경찰에 붙잡힌 박모 씨는 이런 방법으로 전국에 있는 병원 12곳으로부터 2천 여 만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차명계좌를 만들어 탈세를 하려한 일부 병원들은 지은 죄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박 씨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 송상근(팀장/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병원의 차명계좌가 발견되면 국세청에 70% 추징되기 때문에 병원장 거의 다 겁을 먹고 (돈을 보냈죠.) (병원이) 우리 경찰한테 협조를 안 하는 겁니다. 자기들도 (탈세로) 추징될까봐 걱정돼가지고요."

박 씨는 2012년부터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이른바 ‘포상금 신고꾼’.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병원들은 국세청에 신고해, 3천 만 원 넘는 포상금도 따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 씨가 직접 작성한 서류에는 전국 만 여 개의 병원목록과 차명계좌 여부 등이 빼곡이 정리돼 있었는데요.

돈을 더 벌겠다는 욕심이 단순 신고를 넘어 협박에 까지 이르게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상근(팀장/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거의 전문 직업 정도로 했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게 하다가 만약에 돈이 당장 없다 (하면,) 돈이 급할 때 병원에 바로 협박을 하는 겁니 다. 협조하는 데는 고발 안 하고요."

공익을 보호하고, 불법 행위를 예방한다는 긍정론과 사회 불신을 조장하고 이렇게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비판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

신고 포상금 제도에 대한 보완 논란은 당분간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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