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러 경협 가속…현장을 가다

입력 2015.01.03 (08:07) 수정 2015.01.0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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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러 관계가 강화되면서 양국의 경제협력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농장개발 등 농업분야 협력이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북러 경협의 현주소, 김귀수 기자가 러시아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러시아 연해주 크라스키노.

취재진은 한밤 중 반가운 손님을 맞았습니다.

현지인이 가져 온 것은 북러 관문 ‘하산’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행증.

철저한 신분 확인 끝에 통행증을 발급하는 등, 최근 들어 심사가 크게 까다로워 졌습니다.

<녹취> "북·러 관계 때문에, 러시아 정부 측에서 이 하산 지역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 (통행증) 받는 게 쉽지가 않네요."

새벽 3시, 러시아 연해주에 위치한 우스리스크 역.

모스크바를 출발한 이 열차는 하산을 거쳐 북한 평양까지 달립니다.

객차가 단 두량인 특별열찹니다.

기차에 올라타 침대칸에 짐을 풀자, 한 남성이 말을 겁니다.

<녹취> "(형제인가?) 닮았어요? (형, 동생. 맞지? 맞지?) 형, 동생. 아니에요."

열차 안 탑승자는 10여 명.

러시아로 파견됐다 귀국길에 오른 북한 근로자들입니다.

한 근로자는 일주일이 넘는 열차생활의 고단함을 호소합니다.

<녹취> "(밤에 안 주무세요?) 낮이 밤이고. 밤이 낮이고. 바뀌었습니다. (기차 오래 타고 오셔서?) 응. 한주일 왔어요, (한주일. 일주일? 어디서 타셨어요?) 모스크바에서."

취재진과 스스럼없이 말을 섞으면서도 민감한 얘기는 하지말자며 피합니다.

<녹취> "모스크바가 굉장히 먼데, 거기서 이렇게 많이 다니시나 봐요? 북조선(북한)분들이? 여행으로 다니시는 거예요?"

<녹취> "여행도 다니고, 아니면 일도 좀 하고. 이제 됐습니다. 우리 정치 얘긴 하지 맙시다. 우리가 정치는 몰라요. 한국인들도 다 알잖습니까."

우스리스크에서 출발한지 6시간, 열차가 쉴 새 없이 달리는 동안 어느새 날이 밝아오고, 러시아의 마지막 역인 하산에 도착하자, 근로자들이 바쁘게 짐을 꾸려 내립니다.

<녹취> "북한으로 가는 탑승객들은 이곳 하산 역에서 내려 세관절차를 거친 후 같은 열차를 타고 이동하게 됩니다."

다음 역은 두만강 역입니다.

<녹취> "하산역 대합실. 출국 수속을 밟기 위해 기다리는 북한 근로자들로 북적입니다. 커다란 짐 보따리들 사이로 일본산 대형 텔레비전도 눈에 띕니다."

최근 들어 러시아 파견 북한 근로자 수가 2만 명이 넘어서면서 지난해 12월 한 달간 러시아와 북한을 오간 열차가 11편으로 1년 전보다 두 배 가량 늘었습니다.

<녹취> "러시아의 최남단 도시이자, 북한과 중국과도 맞닿아 있는 접경지역인 하산."

<녹취> "바로 이 건너가 중국. 그럼 북한이 저쪽이겠네요? 바로 한 곳에 서 가지고 삼국을 볼 수 있는 거죠. 러시아와 중국과 북한까지."

러시아와 중국, 북한 3국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데, 두만강 위로 러시아와 북한을 잇는 두만강 철교가 보입니다.

북러 경협의 첫 가시적 성과가 나온 분야는 철도협력입니다.

러시아 하산에서 북한 나진까지 54km 철도를 개보수 한 뒤 나진항을 중심으로 남북과 러시아를 잇는 ‘나진-하산 프로젝트’

<녹취> "(이 철길을 쭉 따라가면 하산이고, 그게 이제 나진항이랑 직접 연결이 됐다는 얘기시죠?) 그렇죠. 나진항까지가 지금 철도가 있고, 그쪽으로 화물열차 계속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유럽 대륙과 만나는 지점이 될 수가 있는 거죠. 결합될 수 있는.

지난해 11월말엔 시베리아산 석탄 4만 여 톤이 이 철로와 해로를 이용해 포항에 반입됐는데,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첫 시범운항이었습니다.

러시아는 앞으로 20년간 3500km에 달하는 북한 내륙철도 현대화 사업에도 약 2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향후 남북러 물류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러시아 단독으로 북한 내 철도망 전체를 현대화 하기엔 무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인터뷰> 나희승(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박사) : "‘3500km를 모두 다 현대화 한다’라는 것은 어떤 가능성이 좀 낮아 보입니다. 러시아 단독으로요. 하지만 이 사업을 통해서, 나진 하산처럼 이 북한 철도를 현대화하고, 남북철도를 대륙철도와 연계한다는 그러한 그 사업을 공론화하는,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데 있어서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보아집니다."

북러간의 경제 협력은 농업 분야에서도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마치 겨울 왕국을 연상케 할 정도로 온통 눈으로 뒤덮인 이곳은 러시아 극동지역인 하바롭스크.

눈이 쌓인 도로를 지나 숲 길 끝에 자리 잡은 한 마을, 일제 말기, 88특별저격여단, 이른바 ‘김일성 부대’의 주둔지로 알려진 곳입니다.

<녹취> "(이 일대가 예전에 김일성부대가 있던 데라는 거죠?) 예, 고향이. (이 지역 명칭이 뭡니까?) 러시아 말로 뱌트스코예라고 합니다."

지역 주민들은 김정일도 백두산이 아닌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정일이 여기서 태어난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그건 알고 있는지?) 물론 알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자랑거리 중 하나입니다."

<녹취> "이곳 하바롭스크는 북한에겐 의미가 각별한 곳입니다."

북한은 이곳에서 대규모 농장 경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 하지만 일손이 부족해 미처 개발하지 못한 러시아와 식량 문제 해결이 중요한 북한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겁니다.

<녹취> "(주로 무슨 작물들을 많이 키우고 있습니까?) 대체로 콩을 심고 있어요. 콩이요. (그러니까 만약에 북한에서 농장을 임차를 한다고 하면 이런 지역에 할 가능성이 있겠네요?) 아니 여기보다 땅이 더 많은, 더 넓은 데가 있거든요. 온실을 만들어서 겨울에 주민들에게 채소를 공급하길 바라고 있어요."

지난해 10월, 11일간의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리수용 외무상은 하바롭스크 주와 아무르 주에 농업협력을 제안했습니다.

당시 리수용 외무상과 아무르 주지사의 면담에 참석한 담당 통역사는 북한과 러시아가 구체적인 농장개발에 합의했다고 전합니다.

<녹취> "하바롭스크에서는 온실 발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만큼, 북에서 온 분들이 온실 건설과 그 온실에서의 겨울철에 채소 재배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데 그 문제에서 합의를 본 것 같습니다."

러시아 측은 북한 파견 근로자들의 가족 동반까지 허용할 방침입니다.

<녹취> "앞으로 농업에 종사할 일꾼들 올 때는 가족들과 함께 와서 살면서 일할 것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하바롭스크를 방문한 최룡해 당 비서 역시 관심은 농업협력이었습니다.

당시 최룡해 담당 통역사는 말을 아끼면서도 북한과 하바롭스크 주정부와의 농업협력 내용은 인정합니다.

<녹취> "(하바롭스크에다가 대규모 농장을 북한이 임차해서 경영하겠다, 그리고 온실 경영 정도가 될 것 같다, 이런 정도의 얘긴데요, 그런 내용이 맞나요?) 당 비서가 왔을 때 얘기된 것이 아니고, 농업부 부부장이 왔을 때 그런 얘기가 됐어요. (여기 하바롭스크에 와서 농업 협력과 관련된 그 협력을 논의를 하고 간 거죠?) 그 얘기도 있었죠."

<인터뷰> 박병인(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공교롭게도 양국은 국제제재 속에 있으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되는 '동병상련'의 입장에 있습니다. 이제 북한은 대중국 의존을 상쇄할 수 있는 새로운 옵션을 창출할 필요성을 또한 자각하고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러시아를 인식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접경과 불과 40여km 떨어진 크라스키노.

이곳엔 이미 러시아 땅을 장기 임대해 농장을 운영하는 우리 기업이 있습니다.

<녹취> "이쪽은 땅이 해동된 이후에 보면 영농기간이 굉장히 짧기 때문에, 가을에 미리 땅을 갈아놓고 그래야지, 봄에, 적기에 영농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것들을 지금 갈아놓은 상태입니다."

이 농장의 주 재배 작물은 콩.

해외 농장 경영에 따른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싼 임대료에 특별한 관리 없이도 작물이 잘 자라는 비옥한 농토 등 러시아 농장 경영의 이점도 크다고 합니다.

<녹취> "한국의 경우에는 농산품 생산에서 토지비용이 굉장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비해서, 러시아의 경우에는 토지비용이 사실상 굉장히 낮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 여러 가지 측면들을 고려할 때는, 충분히 노력하면 경제성을 확보할 수가 있다.

신동방정책을 표방중인 러시아는 북한과 밀착도를 높이는 한편 남한에도 경제 협력의 구애를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남북러 삼각 협력의 기초가 마련된 겁니다.

전문가들은 남북 긴장 관계 해소와 경제 영토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박병인(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한국은 북러 간의 협력이나 이러한 밀착에 대해서 우려와 견제가 아닌, 북러 간의 협력을 통해서 새로운 기회와 성장 동력의 발굴, 남북러 삼각협력의 기회를 포착하는 계기로 삼을 것을 제안합니다."

<인터뷰> 나희승(한국철도기술원구원 박사) : "북러 간의 협력사업들은 앞으로도 계속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북러 간의 협력도 중요합니다만 동북아 지역 내의 국가 간의 어떤 협력으로 확대해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외교, 경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러시아를 택한 북한, 그리고 한반도를 기점으로 동북아 영향력 확대를 꿈꾸는 러시아.

최근 불안정한 러시아의 경제 상황과 함께 5월로 예상되는 북러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가 올 한해 북러 관계와 경협의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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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북·러 경협 가속…현장을 가다
    • 입력 2015-01-03 08:23:00
    • 수정2015-01-05 13: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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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러 관계가 강화되면서 양국의 경제협력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농장개발 등 농업분야 협력이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북러 경협의 현주소, 김귀수 기자가 러시아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러시아 연해주 크라스키노.

취재진은 한밤 중 반가운 손님을 맞았습니다.

현지인이 가져 온 것은 북러 관문 ‘하산’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행증.

철저한 신분 확인 끝에 통행증을 발급하는 등, 최근 들어 심사가 크게 까다로워 졌습니다.

<녹취> "북·러 관계 때문에, 러시아 정부 측에서 이 하산 지역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 (통행증) 받는 게 쉽지가 않네요."

새벽 3시, 러시아 연해주에 위치한 우스리스크 역.

모스크바를 출발한 이 열차는 하산을 거쳐 북한 평양까지 달립니다.

객차가 단 두량인 특별열찹니다.

기차에 올라타 침대칸에 짐을 풀자, 한 남성이 말을 겁니다.

<녹취> "(형제인가?) 닮았어요? (형, 동생. 맞지? 맞지?) 형, 동생. 아니에요."

열차 안 탑승자는 10여 명.

러시아로 파견됐다 귀국길에 오른 북한 근로자들입니다.

한 근로자는 일주일이 넘는 열차생활의 고단함을 호소합니다.

<녹취> "(밤에 안 주무세요?) 낮이 밤이고. 밤이 낮이고. 바뀌었습니다. (기차 오래 타고 오셔서?) 응. 한주일 왔어요, (한주일. 일주일? 어디서 타셨어요?) 모스크바에서."

취재진과 스스럼없이 말을 섞으면서도 민감한 얘기는 하지말자며 피합니다.

<녹취> "모스크바가 굉장히 먼데, 거기서 이렇게 많이 다니시나 봐요? 북조선(북한)분들이? 여행으로 다니시는 거예요?"

<녹취> "여행도 다니고, 아니면 일도 좀 하고. 이제 됐습니다. 우리 정치 얘긴 하지 맙시다. 우리가 정치는 몰라요. 한국인들도 다 알잖습니까."

우스리스크에서 출발한지 6시간, 열차가 쉴 새 없이 달리는 동안 어느새 날이 밝아오고, 러시아의 마지막 역인 하산에 도착하자, 근로자들이 바쁘게 짐을 꾸려 내립니다.

<녹취> "북한으로 가는 탑승객들은 이곳 하산 역에서 내려 세관절차를 거친 후 같은 열차를 타고 이동하게 됩니다."

다음 역은 두만강 역입니다.

<녹취> "하산역 대합실. 출국 수속을 밟기 위해 기다리는 북한 근로자들로 북적입니다. 커다란 짐 보따리들 사이로 일본산 대형 텔레비전도 눈에 띕니다."

최근 들어 러시아 파견 북한 근로자 수가 2만 명이 넘어서면서 지난해 12월 한 달간 러시아와 북한을 오간 열차가 11편으로 1년 전보다 두 배 가량 늘었습니다.

<녹취> "러시아의 최남단 도시이자, 북한과 중국과도 맞닿아 있는 접경지역인 하산."

<녹취> "바로 이 건너가 중국. 그럼 북한이 저쪽이겠네요? 바로 한 곳에 서 가지고 삼국을 볼 수 있는 거죠. 러시아와 중국과 북한까지."

러시아와 중국, 북한 3국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데, 두만강 위로 러시아와 북한을 잇는 두만강 철교가 보입니다.

북러 경협의 첫 가시적 성과가 나온 분야는 철도협력입니다.

러시아 하산에서 북한 나진까지 54km 철도를 개보수 한 뒤 나진항을 중심으로 남북과 러시아를 잇는 ‘나진-하산 프로젝트’

<녹취> "(이 철길을 쭉 따라가면 하산이고, 그게 이제 나진항이랑 직접 연결이 됐다는 얘기시죠?) 그렇죠. 나진항까지가 지금 철도가 있고, 그쪽으로 화물열차 계속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유럽 대륙과 만나는 지점이 될 수가 있는 거죠. 결합될 수 있는.

지난해 11월말엔 시베리아산 석탄 4만 여 톤이 이 철로와 해로를 이용해 포항에 반입됐는데,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첫 시범운항이었습니다.

러시아는 앞으로 20년간 3500km에 달하는 북한 내륙철도 현대화 사업에도 약 2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향후 남북러 물류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러시아 단독으로 북한 내 철도망 전체를 현대화 하기엔 무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인터뷰> 나희승(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박사) : "‘3500km를 모두 다 현대화 한다’라는 것은 어떤 가능성이 좀 낮아 보입니다. 러시아 단독으로요. 하지만 이 사업을 통해서, 나진 하산처럼 이 북한 철도를 현대화하고, 남북철도를 대륙철도와 연계한다는 그러한 그 사업을 공론화하는,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데 있어서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보아집니다."

북러간의 경제 협력은 농업 분야에서도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마치 겨울 왕국을 연상케 할 정도로 온통 눈으로 뒤덮인 이곳은 러시아 극동지역인 하바롭스크.

눈이 쌓인 도로를 지나 숲 길 끝에 자리 잡은 한 마을, 일제 말기, 88특별저격여단, 이른바 ‘김일성 부대’의 주둔지로 알려진 곳입니다.

<녹취> "(이 일대가 예전에 김일성부대가 있던 데라는 거죠?) 예, 고향이. (이 지역 명칭이 뭡니까?) 러시아 말로 뱌트스코예라고 합니다."

지역 주민들은 김정일도 백두산이 아닌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정일이 여기서 태어난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그건 알고 있는지?) 물론 알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자랑거리 중 하나입니다."

<녹취> "이곳 하바롭스크는 북한에겐 의미가 각별한 곳입니다."

북한은 이곳에서 대규모 농장 경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 하지만 일손이 부족해 미처 개발하지 못한 러시아와 식량 문제 해결이 중요한 북한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겁니다.

<녹취> "(주로 무슨 작물들을 많이 키우고 있습니까?) 대체로 콩을 심고 있어요. 콩이요. (그러니까 만약에 북한에서 농장을 임차를 한다고 하면 이런 지역에 할 가능성이 있겠네요?) 아니 여기보다 땅이 더 많은, 더 넓은 데가 있거든요. 온실을 만들어서 겨울에 주민들에게 채소를 공급하길 바라고 있어요."

지난해 10월, 11일간의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리수용 외무상은 하바롭스크 주와 아무르 주에 농업협력을 제안했습니다.

당시 리수용 외무상과 아무르 주지사의 면담에 참석한 담당 통역사는 북한과 러시아가 구체적인 농장개발에 합의했다고 전합니다.

<녹취> "하바롭스크에서는 온실 발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만큼, 북에서 온 분들이 온실 건설과 그 온실에서의 겨울철에 채소 재배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데 그 문제에서 합의를 본 것 같습니다."

러시아 측은 북한 파견 근로자들의 가족 동반까지 허용할 방침입니다.

<녹취> "앞으로 농업에 종사할 일꾼들 올 때는 가족들과 함께 와서 살면서 일할 것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하바롭스크를 방문한 최룡해 당 비서 역시 관심은 농업협력이었습니다.

당시 최룡해 담당 통역사는 말을 아끼면서도 북한과 하바롭스크 주정부와의 농업협력 내용은 인정합니다.

<녹취> "(하바롭스크에다가 대규모 농장을 북한이 임차해서 경영하겠다, 그리고 온실 경영 정도가 될 것 같다, 이런 정도의 얘긴데요, 그런 내용이 맞나요?) 당 비서가 왔을 때 얘기된 것이 아니고, 농업부 부부장이 왔을 때 그런 얘기가 됐어요. (여기 하바롭스크에 와서 농업 협력과 관련된 그 협력을 논의를 하고 간 거죠?) 그 얘기도 있었죠."

<인터뷰> 박병인(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공교롭게도 양국은 국제제재 속에 있으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되는 '동병상련'의 입장에 있습니다. 이제 북한은 대중국 의존을 상쇄할 수 있는 새로운 옵션을 창출할 필요성을 또한 자각하고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러시아를 인식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접경과 불과 40여km 떨어진 크라스키노.

이곳엔 이미 러시아 땅을 장기 임대해 농장을 운영하는 우리 기업이 있습니다.

<녹취> "이쪽은 땅이 해동된 이후에 보면 영농기간이 굉장히 짧기 때문에, 가을에 미리 땅을 갈아놓고 그래야지, 봄에, 적기에 영농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것들을 지금 갈아놓은 상태입니다."

이 농장의 주 재배 작물은 콩.

해외 농장 경영에 따른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싼 임대료에 특별한 관리 없이도 작물이 잘 자라는 비옥한 농토 등 러시아 농장 경영의 이점도 크다고 합니다.

<녹취> "한국의 경우에는 농산품 생산에서 토지비용이 굉장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비해서, 러시아의 경우에는 토지비용이 사실상 굉장히 낮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 여러 가지 측면들을 고려할 때는, 충분히 노력하면 경제성을 확보할 수가 있다.

신동방정책을 표방중인 러시아는 북한과 밀착도를 높이는 한편 남한에도 경제 협력의 구애를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남북러 삼각 협력의 기초가 마련된 겁니다.

전문가들은 남북 긴장 관계 해소와 경제 영토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박병인(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한국은 북러 간의 협력이나 이러한 밀착에 대해서 우려와 견제가 아닌, 북러 간의 협력을 통해서 새로운 기회와 성장 동력의 발굴, 남북러 삼각협력의 기회를 포착하는 계기로 삼을 것을 제안합니다."

<인터뷰> 나희승(한국철도기술원구원 박사) : "북러 간의 협력사업들은 앞으로도 계속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북러 간의 협력도 중요합니다만 동북아 지역 내의 국가 간의 어떤 협력으로 확대해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외교, 경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러시아를 택한 북한, 그리고 한반도를 기점으로 동북아 영향력 확대를 꿈꾸는 러시아.

최근 불안정한 러시아의 경제 상황과 함께 5월로 예상되는 북러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가 올 한해 북러 관계와 경협의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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