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고서’ 보도, 뜯어보니…

입력 2015.01.04 (17:21) 수정 2015.01.0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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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6년간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종합 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현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1년 4개월간 조사한 끝에 발표한 것입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보고서가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4대강 조사평가 보고서를 각 언론들은 어떻게 해석하고 보도했는지, 류란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지금부터..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지난달 23일,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최종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녹취> 김범철(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 : “결론적으로 4대강 사업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에 서둘러 사업을 진행한 데다, 우리나라 하천 관리 기술의 한계 등으로 일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성과도 일부 있고, 부작용도 일부 있다’입니다.

그러나 그 ‘일부’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밝히지 않았고, 22조 원의 세금이 들어간 이 사업 자체가 타당했느냐에 대한 평가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4대강 사업이 득인지 실인지, 앞으로 들어갈 비용을 고려했을 때 유지할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이 보고서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홍종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그렇죠. 여기 나와 있는 내용으로 전체적인 사업에 대한 종합평가를 할 수 있는 그런 정보는 부족합니다. 그냥 일정 부분 성과가 있다. 일정 부분 부작용이 있다 이러면...국민들 입장에서는 이 사업이 잘 됐다는 거야 안 됐다는 거야 모호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20조가 넘는 사업을 하는데 일정 부분 효과 없는 사업이 어디 있겠습니까."

<인터뷰> 염형철(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 "그런 점이 아쉽습니다. 22억 원이나 들여서 한 100여 명의 전문가들이 투입돼 1년 4개월 동안 조사를 한 건데, 그런 종합적인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어요."

언론사들은 성향에 따라 같은 조사 결과를 놓고 정반대로 해석되는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지난달 24일) : “4대강 사업, 주 목적은 성과"

<녹취> 중앙일보(지난달 24일) : "저지대 홍수는 줄어"

<녹취> 동아일보(지난달 24일) : "4대강 홍수 위험 줄어"

보수 성향의 매체들은 '4대강 사업으로 홍수 위험이 줄었다'고 보도했고, 진보 성향의 매체들은 그 반댑니다.

<녹취> 경향(지난달 24일) : “4대강 16개 보 홍수 조절 못 해”

<녹취> 한겨레(지난달 25일) : "홍수 막는다는 보, 되레 홍수 위험도 높였다"

같은 조사 결과를 두고 어떻게 정반대의 보도가 나왔을까?

미디어 인사이드는 조사.평가 위원회가 작성한 800쪽 분량의 보고서 원본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강바닥을 깊이 준설한 덕분에 모든 강 구간에서 홍수위가 낮아져 홍수 저감 효과를 보인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어서 반대되는 얘기가 나옵니다. 4대강 사업에 따른 보를 건설하면서 보가 없을 때에 비해서 홍수위가 높아졌다는 겁니다.

즉, 물을 가두는 '보'의 영향만 따지면 홍수 위험이 오히려 커졌지만, 준설로 전체 수위가 낮아지면서 결론적으로 홍수 위험이 적어졌다는 얘깁니다.

조사위원회는 국민들이 이 사실을 잘못 알고 있으니 바르게 알리라고 권고했습니다.

<녹취> 800쪽짜리 보고서(482p) : “일부 전문가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보가 홍수조절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음. 홍보를 통해 보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보의 활용 방안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됨”

실제로 그간 언론들은 4대강 사업의 핵심이었던 16개 보가 물을 확보하는 용도뿐 아니라 홍수를 막기 위해 건설하는 것이라고 보도해왔습니다.

<녹취> 조선(2010년 6월 19일) : “보의 핵심기능인 수문은 갈수기 때 물을 가뒀다가 홍수기에 물을 하류로 내려 보내, 수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녹취> 동아(2012년 6월 25일) : “물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댐과 보를 건설해 물그릇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 작년에 사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홍수 조절 효과가 뚜렷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조사평가위원회의 얘깁니다.

<녹취> 배덕효(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 : "사실은 보 자체는...다목적 댐은 홍수와 유수 공급,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보는 홍수조절 기능은 거의 없습니다."

강 바닥을 파내고 넓히는 '준설'과 물길을 막는 '보'

이 두 가지 상반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단일한 수치로 결론을 내야 하는데 위원회가 그런 결과를 내놓지 않았고, 이 때문에 정반대의 언론 보도가 나온 겁니다.

<인터뷰> 허재영(대전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 "둘 다 틀린 건 아닌데, 두 개를 다 보지 않으면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란 말이죠. 이번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보도를 보면, 자기들이 보고 싶은 면만 봐서 보도를 하고 있다..그런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언론들도 성향에 따라 보고서 내용을 골라 쓸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분석을 통해 실체 파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김서중(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기업이나 정부 홍보실에서 홍보 차원에 내준 자료들을 일반인들이 그냥 받아도 되는데, 왜 언론이 중간에 있어야 되는가라는 거에 대해서 스스로 자기 반성을 해보면, 언론은 결국 그것을 분석하고 비판하고 그래서 좀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그런 독특한 기능이 있는 거죠."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의 보고서가, 타당성 평가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부실 보고서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인터뷰> 허재영(대전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 "예를 들어 고속도로를 건설하면 고속도로를 건설함으로 얻는 물류비용 저감이라든지시간 단축효과라든지 등에 관한 경제적인 평가가 이뤄지는 거죠. 그래서 이 고속도로 사업은 성공한 사업이다 다리를 하나 놓아도 마찬가지거든요. 이렇게 22조 원 이상의 예산이 투여된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이런 정도의 평가보고서가 나온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죠."

<인터뷰> 조원철(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 교수) : "우리가 물을 몇십억 톤 이용하니까 물값이 얼마인지 따지고, 건설 비용 따지고, 물을 저장하니까 그걸로 인한 환경·생태 비용이 얼마 이익이 나고, 또 홍수 피해는 얼마나 줄여준다...이런 걸 다 따져야죠. 그래서 '전체적으로 따져보니까 금전적으로는 몇백 억, 몇백조 원이 이익이 나더라' (중략) 그런 걸 다 따질 수가 있거든요"

실제로 국토부와 수자원공사가 작성한 국내의 한 댐 건설사업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입수해 비교해 봤습니다.

경제적 타당성 평가 항목이 있고, 해당 사업의 효용과 가치를 투입 비용과 함께 수치로 환산하면, 얼마의 이익 또는 손실이 나는 사업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4대강 평가에서는 종합적인 판단은 물론이고 타당성 판단의 기본이 되는 경제성 평가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정구학(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 민간위원) : "'22조 원을 들여서 4대강을 왜 했느냐?' 그건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정치-사회적 판단은 배제하기로 했습니다. 그건 상당한 정치적 선택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배제하고 들어갔는데.."

언론들도 이번 보고서에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 당시 사업 담당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등의 역할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물 확보를 목적으로 보를 설치한 지역이, 정작 물이 부족한 지역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녹취> 배덕효(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 : "보를 왜 그 위치에 선정했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었습니다.저희들이 찾으려고 했는데 못 찾았다는 말씀입니다. (담당 부처에 요청했을 거 아닙니까?) 했습니다. (없다고 하던가요?) 네."

매우 중대한 문제지만, 지상파 방송의 경우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이 부분을 짚은 언론들도 상황을 그대로 전달만 할 뿐 정부에 대한 문제 제기 등에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사 수나 보도의 양이 절대적으로 적습니다.

방송의 경우, 발표 당일 KBS와 SBS가 각각 리포트 한 개, MBC는 두 개 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이후 7일간 보고서 자체에 대한 추가 보도는 없었습니다.

신문도 마찬가집니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발표 다음날 하루만 보고서 내용을 기사화했습니다. 5개 일간지 중 한겨레만 7일간 관련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인터뷰> 김서중(교수) : “사람들은 보고서의 정말 티끌만큼도 이해할 수 없는 정도로 기사를 접했을 거라고 봅니다. 사실은 이 사안이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아주 깊이 있는 심층적인 보도 비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인터뷰> 염형철(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 "보고서 비중에 비해 언론 보도가 매우 적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보도를 해주면 좋겠고, 이것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좀 더 책임 있게 보도해 주신다면, 우리 사회가 한 발짝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22조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금을 투입할 만큼, 타당한 사업이었느냐는 의문 때문입니다.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 언론의 존재 이유 중 하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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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대강 보고서’ 보도, 뜯어보니…
    • 입력 2015-01-04 17:27:04
    • 수정2015-01-04 17:39:39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지난 6년간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종합 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현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1년 4개월간 조사한 끝에 발표한 것입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보고서가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4대강 조사평가 보고서를 각 언론들은 어떻게 해석하고 보도했는지, 류란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지금부터..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지난달 23일,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최종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녹취> 김범철(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 : “결론적으로 4대강 사업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에 서둘러 사업을 진행한 데다, 우리나라 하천 관리 기술의 한계 등으로 일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성과도 일부 있고, 부작용도 일부 있다’입니다.

그러나 그 ‘일부’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밝히지 않았고, 22조 원의 세금이 들어간 이 사업 자체가 타당했느냐에 대한 평가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4대강 사업이 득인지 실인지, 앞으로 들어갈 비용을 고려했을 때 유지할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이 보고서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홍종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그렇죠. 여기 나와 있는 내용으로 전체적인 사업에 대한 종합평가를 할 수 있는 그런 정보는 부족합니다. 그냥 일정 부분 성과가 있다. 일정 부분 부작용이 있다 이러면...국민들 입장에서는 이 사업이 잘 됐다는 거야 안 됐다는 거야 모호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20조가 넘는 사업을 하는데 일정 부분 효과 없는 사업이 어디 있겠습니까."

<인터뷰> 염형철(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 "그런 점이 아쉽습니다. 22억 원이나 들여서 한 100여 명의 전문가들이 투입돼 1년 4개월 동안 조사를 한 건데, 그런 종합적인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어요."

언론사들은 성향에 따라 같은 조사 결과를 놓고 정반대로 해석되는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지난달 24일) : “4대강 사업, 주 목적은 성과"

<녹취> 중앙일보(지난달 24일) : "저지대 홍수는 줄어"

<녹취> 동아일보(지난달 24일) : "4대강 홍수 위험 줄어"

보수 성향의 매체들은 '4대강 사업으로 홍수 위험이 줄었다'고 보도했고, 진보 성향의 매체들은 그 반댑니다.

<녹취> 경향(지난달 24일) : “4대강 16개 보 홍수 조절 못 해”

<녹취> 한겨레(지난달 25일) : "홍수 막는다는 보, 되레 홍수 위험도 높였다"

같은 조사 결과를 두고 어떻게 정반대의 보도가 나왔을까?

미디어 인사이드는 조사.평가 위원회가 작성한 800쪽 분량의 보고서 원본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강바닥을 깊이 준설한 덕분에 모든 강 구간에서 홍수위가 낮아져 홍수 저감 효과를 보인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어서 반대되는 얘기가 나옵니다. 4대강 사업에 따른 보를 건설하면서 보가 없을 때에 비해서 홍수위가 높아졌다는 겁니다.

즉, 물을 가두는 '보'의 영향만 따지면 홍수 위험이 오히려 커졌지만, 준설로 전체 수위가 낮아지면서 결론적으로 홍수 위험이 적어졌다는 얘깁니다.

조사위원회는 국민들이 이 사실을 잘못 알고 있으니 바르게 알리라고 권고했습니다.

<녹취> 800쪽짜리 보고서(482p) : “일부 전문가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보가 홍수조절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음. 홍보를 통해 보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보의 활용 방안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됨”

실제로 그간 언론들은 4대강 사업의 핵심이었던 16개 보가 물을 확보하는 용도뿐 아니라 홍수를 막기 위해 건설하는 것이라고 보도해왔습니다.

<녹취> 조선(2010년 6월 19일) : “보의 핵심기능인 수문은 갈수기 때 물을 가뒀다가 홍수기에 물을 하류로 내려 보내, 수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녹취> 동아(2012년 6월 25일) : “물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댐과 보를 건설해 물그릇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 작년에 사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홍수 조절 효과가 뚜렷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조사평가위원회의 얘깁니다.

<녹취> 배덕효(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 : "사실은 보 자체는...다목적 댐은 홍수와 유수 공급,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보는 홍수조절 기능은 거의 없습니다."

강 바닥을 파내고 넓히는 '준설'과 물길을 막는 '보'

이 두 가지 상반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단일한 수치로 결론을 내야 하는데 위원회가 그런 결과를 내놓지 않았고, 이 때문에 정반대의 언론 보도가 나온 겁니다.

<인터뷰> 허재영(대전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 "둘 다 틀린 건 아닌데, 두 개를 다 보지 않으면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란 말이죠. 이번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보도를 보면, 자기들이 보고 싶은 면만 봐서 보도를 하고 있다..그런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언론들도 성향에 따라 보고서 내용을 골라 쓸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분석을 통해 실체 파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김서중(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기업이나 정부 홍보실에서 홍보 차원에 내준 자료들을 일반인들이 그냥 받아도 되는데, 왜 언론이 중간에 있어야 되는가라는 거에 대해서 스스로 자기 반성을 해보면, 언론은 결국 그것을 분석하고 비판하고 그래서 좀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그런 독특한 기능이 있는 거죠."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의 보고서가, 타당성 평가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부실 보고서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인터뷰> 허재영(대전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 "예를 들어 고속도로를 건설하면 고속도로를 건설함으로 얻는 물류비용 저감이라든지시간 단축효과라든지 등에 관한 경제적인 평가가 이뤄지는 거죠. 그래서 이 고속도로 사업은 성공한 사업이다 다리를 하나 놓아도 마찬가지거든요. 이렇게 22조 원 이상의 예산이 투여된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이런 정도의 평가보고서가 나온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죠."

<인터뷰> 조원철(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 교수) : "우리가 물을 몇십억 톤 이용하니까 물값이 얼마인지 따지고, 건설 비용 따지고, 물을 저장하니까 그걸로 인한 환경·생태 비용이 얼마 이익이 나고, 또 홍수 피해는 얼마나 줄여준다...이런 걸 다 따져야죠. 그래서 '전체적으로 따져보니까 금전적으로는 몇백 억, 몇백조 원이 이익이 나더라' (중략) 그런 걸 다 따질 수가 있거든요"

실제로 국토부와 수자원공사가 작성한 국내의 한 댐 건설사업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입수해 비교해 봤습니다.

경제적 타당성 평가 항목이 있고, 해당 사업의 효용과 가치를 투입 비용과 함께 수치로 환산하면, 얼마의 이익 또는 손실이 나는 사업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4대강 평가에서는 종합적인 판단은 물론이고 타당성 판단의 기본이 되는 경제성 평가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정구학(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 민간위원) : "'22조 원을 들여서 4대강을 왜 했느냐?' 그건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정치-사회적 판단은 배제하기로 했습니다. 그건 상당한 정치적 선택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배제하고 들어갔는데.."

언론들도 이번 보고서에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 당시 사업 담당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등의 역할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물 확보를 목적으로 보를 설치한 지역이, 정작 물이 부족한 지역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녹취> 배덕효(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 : "보를 왜 그 위치에 선정했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었습니다.저희들이 찾으려고 했는데 못 찾았다는 말씀입니다. (담당 부처에 요청했을 거 아닙니까?) 했습니다. (없다고 하던가요?) 네."

매우 중대한 문제지만, 지상파 방송의 경우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이 부분을 짚은 언론들도 상황을 그대로 전달만 할 뿐 정부에 대한 문제 제기 등에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사 수나 보도의 양이 절대적으로 적습니다.

방송의 경우, 발표 당일 KBS와 SBS가 각각 리포트 한 개, MBC는 두 개 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이후 7일간 보고서 자체에 대한 추가 보도는 없었습니다.

신문도 마찬가집니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발표 다음날 하루만 보고서 내용을 기사화했습니다. 5개 일간지 중 한겨레만 7일간 관련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인터뷰> 김서중(교수) : “사람들은 보고서의 정말 티끌만큼도 이해할 수 없는 정도로 기사를 접했을 거라고 봅니다. 사실은 이 사안이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아주 깊이 있는 심층적인 보도 비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인터뷰> 염형철(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 "보고서 비중에 비해 언론 보도가 매우 적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보도를 해주면 좋겠고, 이것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좀 더 책임 있게 보도해 주신다면, 우리 사회가 한 발짝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22조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금을 투입할 만큼, 타당한 사업이었느냐는 의문 때문입니다.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 언론의 존재 이유 중 하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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