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는 요르단, “사해를 살려라”

입력 2015.05.09 (08:34) 수정 2015.05.1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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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에 있는 소금호수인 사해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수위가 낮아지면서 호수 면적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수위가 낮아지는 속도가 최근 들어 더욱 빨라지고 있는데요.

50년 후에는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사해로 흘러드는 요르단강물이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해 관광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요르단이 다급해졌습니다.

홍해의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는데요.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사해 구하기, 복창현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동의 요르단과 이스라엘에 걸쳐있는 '사해',

사실은 육지에 둘러싸인 큰 호수입니다.

하지만 바다처럼 넓은 데다 소금 농도가 바닷물보다 무려 10배 가량이나 높아 물고기 등 생물이 살 수 없어 '죽음의 바다'인 사해로 불립니다.

사해 바닥의 진흙에는 다량의 무기질 영양소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오래전부터 세계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터뷰> 스테판 반 데르 크루이프(호텔 총지배인) : "사해는 매우 특이해서 피부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습니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차로 1시간 가량 달리면 사해에 이릅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물놀이를 즐기는 관광객들,

그러나 사해 가장자리 쪽에는 물이 줄어든 모습이 확연히 나타납니다.

물이 빠지면서 사해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겁니다.

<녹취> 샤미(현지 가이드) : "2-3년 전에는 사해의 수위가 저기까지 였어요. 몇 년 뒤에는 물이 더 줄어들 겁니다."

현지 지질학연구센터 조사 결과, 사해 수위는 지난 반세기 동안 무려 40m나 낮아졌습니다.

근래 들어서는 매년 1미터씩 수위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1975년부터 2001년까지 사해의 위성 사진을 보면 사해 면적 감소도 뚜렷합니다.

지난 20년 간 줄어든 사해 수역이 35%나 됩니다.

<인터뷰> 사카르 알 자수르(요르단 솔트 대학 지질학과장) : "사진을 보면 사해 면적이 950제곱km에서 600 제곱km로 줄어든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해 수위 감소가 현저히 일어나고 있고 사해와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해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이유는 뭘까요?

사해의 수면은 현재 해수면보다 430미터나 낮아서 사해의 물이 다른 곳으로 흘러나가지는 못합니다.

문제는 유입되는 물의 감소 입니다.

사해의 주요 물 공급원은 요르단 강, 이 요르단 강에서 사해로 흘러 들어가는 물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근래 들어서는 요르단 강과 인근 지역에 관개 시설이 늘면서 사해의 물 부족 현상은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사해로 흘러 들어가는 요르단 강의 한 지류,

물을 끌어들여 야채 등 밭 작물 재배를 하는 농가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30대인 무하마드 씨도 요르단강 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인터뷰> 무하마드(농부) : "물이 근처에 없었더라면 물을 돈을 주고 사야 되기 때문에 힘들었을 겁니다. 밭 근처에 물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세계적인 물 부족 국가인 요르단은 요르단 강물 일부를 생활 용수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하수 만으로는 요르단 국민들의 물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녹취> 하니 알 다바스(요르단 국민) : "정부는 일주일에 한번만 물을 공급해주고 있어요. 충분하지 못합니다. 이틀에 한번 꼴로 돈을 주고 물을 사야 합니다."

<녹취> 아흐마드(물 탱크 배달원) : "여름에는 물 수요가 더 많아요. 사람들이 물을 더 많이 마시고 쓰기 때문이지요."

요르단의 인구 증가로 요르단 강물 사용이 늘면서 요르단 강의 수역도 1960년대에 비해 무려 13분의 1로 줄어들었습니다.

요르단강 주변에 강수량이 부족해 수량 자체가 적은 데다 농업용수와 생활용수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요르단강 수위가 낮아지고 결국 사해로 유입된 물도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사해 수위가 급격히 줄어들자 다급해진 요르단 정부는 이스라엘 정부의 협조를 받아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사해 아래쪽에 있는 요르단 남부 홍해에서 대형 관을 통해 바닷물을 끌어들인 뒤 사해로 집어넣겠다는 겁니다.

홍해에서 끌어들일 바닷물의 양은 한해 2억 세제곱 미터,

담수화 과정을 거쳐 절반은 식수난 해결을 위해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사해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하짐 엘 나세르(요르단 수자원 장관) : "사해는 역사적으로 경제적으로 관광산업 적으로 가치가 큽니다. 요르단 정부가 파이프 라인 건설 계획을 추진하는 이윱니다."

180km에 이르는 대형 관 설치 공사 기간은 5년,

공사비는 6천억 원 정도가 소요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홍해의 물을 끌어다 쓰는 계획은 사해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할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사해 안정화를 위해서는 한해 8억 세제곱미터의 물이 필요하지만 실제 공급되는 양은 8분의 1 수준 이어서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입니다.

환경론자들은 특히 생태 환경이 서로 다른 홍해의 바닷물이 사해로 유입될 경우 사해의 고유한 특성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녹취> 무나프 무잘리(요르단 국토 보존위원회 회장) : "파이프 라인 계획의 결과는 환경론적으로 재앙이고 사해는 예전의 사해가 되질 못할 겁니다. 가짜 사해가 될 것입니다."

아랍권의 숙적인 이스라엘과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사해 보존을 위해 대형 관 설치 공사 보다는 요르단과 이스라엘이 요르단 강물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사해가 계속 줄어든다면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중동의 자원 빈국 요르단의 주 수입원인 관광 산업은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요르단의 관광 수입은 국내 총생산의 14%를 차지하고,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을 사해 관광이 기여할 정도로 비중이 큽니다.

<인터뷰> 아이만 알 카심(기념품점 매니저) : "사해에서 나는 화장품 등은 아시아와 유럽 미국인들 사이에 인기가 좋습니다. 사해 상황이 나아지기를 희망합니다."

앞으로 50년 뒤 사해 수위는 50미터 더 줄어들어 사해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요르단 안팎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사해를 살리려는 대책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경우 세계적인 유명 관광지인 사해는 이름 그대로 진짜 죽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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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타는 요르단, “사해를 살려라”
    • 입력 2015-05-09 09:13:47
    • 수정2015-05-11 09:21:1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에 있는 소금호수인 사해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수위가 낮아지면서 호수 면적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수위가 낮아지는 속도가 최근 들어 더욱 빨라지고 있는데요.

50년 후에는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사해로 흘러드는 요르단강물이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해 관광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요르단이 다급해졌습니다.

홍해의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는데요.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사해 구하기, 복창현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동의 요르단과 이스라엘에 걸쳐있는 '사해',

사실은 육지에 둘러싸인 큰 호수입니다.

하지만 바다처럼 넓은 데다 소금 농도가 바닷물보다 무려 10배 가량이나 높아 물고기 등 생물이 살 수 없어 '죽음의 바다'인 사해로 불립니다.

사해 바닥의 진흙에는 다량의 무기질 영양소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오래전부터 세계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터뷰> 스테판 반 데르 크루이프(호텔 총지배인) : "사해는 매우 특이해서 피부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습니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차로 1시간 가량 달리면 사해에 이릅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물놀이를 즐기는 관광객들,

그러나 사해 가장자리 쪽에는 물이 줄어든 모습이 확연히 나타납니다.

물이 빠지면서 사해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겁니다.

<녹취> 샤미(현지 가이드) : "2-3년 전에는 사해의 수위가 저기까지 였어요. 몇 년 뒤에는 물이 더 줄어들 겁니다."

현지 지질학연구센터 조사 결과, 사해 수위는 지난 반세기 동안 무려 40m나 낮아졌습니다.

근래 들어서는 매년 1미터씩 수위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1975년부터 2001년까지 사해의 위성 사진을 보면 사해 면적 감소도 뚜렷합니다.

지난 20년 간 줄어든 사해 수역이 35%나 됩니다.

<인터뷰> 사카르 알 자수르(요르단 솔트 대학 지질학과장) : "사진을 보면 사해 면적이 950제곱km에서 600 제곱km로 줄어든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해 수위 감소가 현저히 일어나고 있고 사해와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해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이유는 뭘까요?

사해의 수면은 현재 해수면보다 430미터나 낮아서 사해의 물이 다른 곳으로 흘러나가지는 못합니다.

문제는 유입되는 물의 감소 입니다.

사해의 주요 물 공급원은 요르단 강, 이 요르단 강에서 사해로 흘러 들어가는 물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근래 들어서는 요르단 강과 인근 지역에 관개 시설이 늘면서 사해의 물 부족 현상은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사해로 흘러 들어가는 요르단 강의 한 지류,

물을 끌어들여 야채 등 밭 작물 재배를 하는 농가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30대인 무하마드 씨도 요르단강 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인터뷰> 무하마드(농부) : "물이 근처에 없었더라면 물을 돈을 주고 사야 되기 때문에 힘들었을 겁니다. 밭 근처에 물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세계적인 물 부족 국가인 요르단은 요르단 강물 일부를 생활 용수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하수 만으로는 요르단 국민들의 물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녹취> 하니 알 다바스(요르단 국민) : "정부는 일주일에 한번만 물을 공급해주고 있어요. 충분하지 못합니다. 이틀에 한번 꼴로 돈을 주고 물을 사야 합니다."

<녹취> 아흐마드(물 탱크 배달원) : "여름에는 물 수요가 더 많아요. 사람들이 물을 더 많이 마시고 쓰기 때문이지요."

요르단의 인구 증가로 요르단 강물 사용이 늘면서 요르단 강의 수역도 1960년대에 비해 무려 13분의 1로 줄어들었습니다.

요르단강 주변에 강수량이 부족해 수량 자체가 적은 데다 농업용수와 생활용수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요르단강 수위가 낮아지고 결국 사해로 유입된 물도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사해 수위가 급격히 줄어들자 다급해진 요르단 정부는 이스라엘 정부의 협조를 받아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사해 아래쪽에 있는 요르단 남부 홍해에서 대형 관을 통해 바닷물을 끌어들인 뒤 사해로 집어넣겠다는 겁니다.

홍해에서 끌어들일 바닷물의 양은 한해 2억 세제곱 미터,

담수화 과정을 거쳐 절반은 식수난 해결을 위해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사해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하짐 엘 나세르(요르단 수자원 장관) : "사해는 역사적으로 경제적으로 관광산업 적으로 가치가 큽니다. 요르단 정부가 파이프 라인 건설 계획을 추진하는 이윱니다."

180km에 이르는 대형 관 설치 공사 기간은 5년,

공사비는 6천억 원 정도가 소요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홍해의 물을 끌어다 쓰는 계획은 사해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할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사해 안정화를 위해서는 한해 8억 세제곱미터의 물이 필요하지만 실제 공급되는 양은 8분의 1 수준 이어서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입니다.

환경론자들은 특히 생태 환경이 서로 다른 홍해의 바닷물이 사해로 유입될 경우 사해의 고유한 특성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녹취> 무나프 무잘리(요르단 국토 보존위원회 회장) : "파이프 라인 계획의 결과는 환경론적으로 재앙이고 사해는 예전의 사해가 되질 못할 겁니다. 가짜 사해가 될 것입니다."

아랍권의 숙적인 이스라엘과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사해 보존을 위해 대형 관 설치 공사 보다는 요르단과 이스라엘이 요르단 강물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사해가 계속 줄어든다면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중동의 자원 빈국 요르단의 주 수입원인 관광 산업은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요르단의 관광 수입은 국내 총생산의 14%를 차지하고,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을 사해 관광이 기여할 정도로 비중이 큽니다.

<인터뷰> 아이만 알 카심(기념품점 매니저) : "사해에서 나는 화장품 등은 아시아와 유럽 미국인들 사이에 인기가 좋습니다. 사해 상황이 나아지기를 희망합니다."

앞으로 50년 뒤 사해 수위는 50미터 더 줄어들어 사해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요르단 안팎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사해를 살리려는 대책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경우 세계적인 유명 관광지인 사해는 이름 그대로 진짜 죽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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