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실종 20대…알고 보니 친구들이 살해 암매장

입력 2015.05.15 (08:30) 수정 2015.05.15 (11:2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한 20살 청년이 실종된 지 6개월 만에, 야산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경찰이 검거한 살인 피의자는 뜻밖에도 사망자의 친구들이었습니다.

사기로 번 돈을 제대로 나누지 않는다는게 이런 일을 벌이게 된 이유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친구가 숨진 다음, 수중에 있던 돈과 통장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렇게 해서 이들이 손에 넣게 된 돈 단돈 20만 원이었다고 합니다.

친구 사이에 벌어진 잔혹한 살인 사건의 전말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강원도에 있는 야산 인근의 농지입니다.

삽을 든 채 땅을 파고 있는 건, 살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관들.

경찰은 얼마전, 이곳에 남성 시신 한 구가 암매장 돼있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반신반의하며 땅을 파 내려가던 경찰.

그런데 정말로 땅속에서 시신 한 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인터뷰> 이정락(경정/청주흥덕경찰서 형사과) : “한 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해서 가봤더니 정말로 발견이 된 겁니다.”

야산 농로에 묻혀 있던 시신은 20살 구 모 씨였습니다.

구 씨는 지난 10월 말 행방 불명 된 지, 반년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는데요.

도대체 구 씨는 누구에게 살해당해 이곳까지 오게 된 걸까?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살인 용의자들을 검거한 곳은, 암매장 장소와는 2백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충북 청주였습니다.

검거된 20살 김 모 씨 등 2명은 구 씨와는 3년 전부터 알고 지내온 직장 동료이자 친구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김인규(경사/청주흥덕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배달 일을 하면서 같은 나이고 같은 회사 다니면서 친해져서 친구처럼 지내게 된 사이입니다.”

그렇다면, 친구로 지내왔다는 이들이 어쩌다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이게 된걸까?

사건의 발단은 2년여 전으로 거슬러갑니다.

세 사람은 청주 시내 일대를 돌며,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다음 합의금을 뜯어내는 사기 행각을 벌여 왔다고 하는데요.

<녹취> 이정락(경정/청주흥덕경찰서 형사과) : “음주로 의심되는 차량에 사고 나면 그 자리에서 무마시켜야 되니까 바로 그 자리에서 합의금 명목으로 현금 받는 것. 그런 것이었더라고요.”

여기서 숨진 구 씨는 뜯어낸 합의금 나누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세 사람 사이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바로 돈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인규(경사/청주흥덕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피해자) 자신이 직접 사고 당사자한테 현금을 받아내면 일부는 자기가 착복하고 나머지 일부분만 가지고 배분을 하다보니까 자신들한테 돌아오는 몫도 적고 하면서 의심이 들기 시작한 겁니다.”

시간이 갈수록 구 씨와 나머지 두 사람의 갈등은 깊어졌습니다.

자신들의 몫을 더 챙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두 사람.

급기야 지난해 10월, 구 씨를 상대로 준비해왔던 계획을 실행에 옮깁니다.

<인터뷰> 김인규(경사/청주흥덕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미리 친구들과 앞으로 혼쭐내주겠다고 상호간에 얘기는 된 상황이었고요. 할 이야기가 있으니 같이 가자, 그래서 (피해자를) 피의자의 원룸으로 데리고 가게 되고요.”

준비한 계획은 폭행이었습니다.

원룸으로 들어간 이들은 미리 준비해 간 둔기로 구 씨의 머리를 내리쳤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김인규(경사/청주흥덕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작은 둔기로 피해자 머리를 1회 폭행했는데 기절을 하지 않고 그 친구가 맞게 되니까 더 흥분해서 몸 다툼이 더 심해졌고요.”

김 씨 등은 저항하는 구 씨의 목을 졸랐고, 결국, 구 씨는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피의자(음성변조) : “죽일 생각은 없었거든요. 기절시킨 다음에 일어나면 이야기 좀 하려고 그랬죠.”

친구를 살해하게 된 두 사람.

하지만 이들은 자수 대신 범행 은폐를 택합니다.

다른 친구 세 명을 더 끌어들인 이들은 숨진 구 씨의 시신을 차에 실을 다음, 자신들이 잘 알고 있는 강원도의 야산으로 이동했습니다.

<인터뷰> 이정락(경정/청주흥덕경찰서 형사과) : “거기서 시간을 조금 보내다가 야간이 돼야 매장을 할 수 있으니까 기다렸다가 매장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친구를 야산 농로에 암매장한 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녹취> 직장 동료 (음성변조) : “늦게 나오는 애였는데 요즘 10시에도 나오고 11시에도 나오고 그래서 사람이 변했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죠.”

가끔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전화까지 왔지만, 시치미를 뚝 뗐습니다.

<인터뷰> 이정락(경정/청주흥덕경찰서 형사과) : “피해자 가족이 친구인 피의자들에게 전화해서 피해자 어디 있는지 아느냐 물어봤더니 모른다고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사건 당시 사용했던 차량도 매매를 했고 다른 사람에게 팔았고……”

그렇게, 숨진 구 씨가 행방불명 된지도 어언 6개월.

봄이 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김 씨 등은 뭔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합니다.

혹시라도 시신이 노출돼 범행이 탄로 날까 봐 두려워진 겁니다.

불안에 떨던 이들은 결국, 범행 현장을 다시 찾게 됩니다.

<녹취> 피의자 (음성변조) : “좀 시간이 됐으니까 냄새 나는지 안 나는지 확인도 할 겸 뒤처리 또 하려고 했죠.”

암매장한 시신을 다시 꺼내 처리하려던 이들.

하지만,

<인터뷰> 이정락(경정/청주흥덕경찰서 형사과) : “모종삽을 갖고 갔나 봐요. 모종삽으로 땅을 파다보니까 얼마 파지도 못하고 이 정도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그냥 그만두고 내려왔다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채, 발길을 돌린 이들.

그런데, 하마터면 그대로 묻힐 뻔했던 사건은 이들이 이렇게 범행 현장을 반복해 방문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수사망에 걸려들게 됩니다.

곧바로 이들을 검거한 경찰.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친구인 구 씨를 살해한 다음, 구 씨의 돈과 통장까지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들이 이렇게 해서 손에 넣은 돈은 단돈 20만 원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정락 (경정/청주흥덕경찰서 형사과) : “통장에 돈이 있을 걸로 판단해서 범행을 하였는데 통장에 있는 돈은 강취하지 못하고 수중에 있던 20만 원만 강취한 겁니다.”

돈 다툼에 살인에 암매장까지 서슴지 않은 잔혹한 친구들.

경찰은 김 씨 등 2명을 강도 살인과 시신 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이들을 도운 3명을 함께 입건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실종 20대…알고 보니 친구들이 살해 암매장
    • 입력 2015-05-15 09:04:38
    • 수정2015-05-15 11:21:36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한 20살 청년이 실종된 지 6개월 만에, 야산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경찰이 검거한 살인 피의자는 뜻밖에도 사망자의 친구들이었습니다.

사기로 번 돈을 제대로 나누지 않는다는게 이런 일을 벌이게 된 이유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친구가 숨진 다음, 수중에 있던 돈과 통장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렇게 해서 이들이 손에 넣게 된 돈 단돈 20만 원이었다고 합니다.

친구 사이에 벌어진 잔혹한 살인 사건의 전말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강원도에 있는 야산 인근의 농지입니다.

삽을 든 채 땅을 파고 있는 건, 살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관들.

경찰은 얼마전, 이곳에 남성 시신 한 구가 암매장 돼있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반신반의하며 땅을 파 내려가던 경찰.

그런데 정말로 땅속에서 시신 한 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인터뷰> 이정락(경정/청주흥덕경찰서 형사과) : “한 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해서 가봤더니 정말로 발견이 된 겁니다.”

야산 농로에 묻혀 있던 시신은 20살 구 모 씨였습니다.

구 씨는 지난 10월 말 행방 불명 된 지, 반년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는데요.

도대체 구 씨는 누구에게 살해당해 이곳까지 오게 된 걸까?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살인 용의자들을 검거한 곳은, 암매장 장소와는 2백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충북 청주였습니다.

검거된 20살 김 모 씨 등 2명은 구 씨와는 3년 전부터 알고 지내온 직장 동료이자 친구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김인규(경사/청주흥덕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배달 일을 하면서 같은 나이고 같은 회사 다니면서 친해져서 친구처럼 지내게 된 사이입니다.”

그렇다면, 친구로 지내왔다는 이들이 어쩌다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이게 된걸까?

사건의 발단은 2년여 전으로 거슬러갑니다.

세 사람은 청주 시내 일대를 돌며,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다음 합의금을 뜯어내는 사기 행각을 벌여 왔다고 하는데요.

<녹취> 이정락(경정/청주흥덕경찰서 형사과) : “음주로 의심되는 차량에 사고 나면 그 자리에서 무마시켜야 되니까 바로 그 자리에서 합의금 명목으로 현금 받는 것. 그런 것이었더라고요.”

여기서 숨진 구 씨는 뜯어낸 합의금 나누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세 사람 사이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바로 돈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인규(경사/청주흥덕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피해자) 자신이 직접 사고 당사자한테 현금을 받아내면 일부는 자기가 착복하고 나머지 일부분만 가지고 배분을 하다보니까 자신들한테 돌아오는 몫도 적고 하면서 의심이 들기 시작한 겁니다.”

시간이 갈수록 구 씨와 나머지 두 사람의 갈등은 깊어졌습니다.

자신들의 몫을 더 챙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두 사람.

급기야 지난해 10월, 구 씨를 상대로 준비해왔던 계획을 실행에 옮깁니다.

<인터뷰> 김인규(경사/청주흥덕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미리 친구들과 앞으로 혼쭐내주겠다고 상호간에 얘기는 된 상황이었고요. 할 이야기가 있으니 같이 가자, 그래서 (피해자를) 피의자의 원룸으로 데리고 가게 되고요.”

준비한 계획은 폭행이었습니다.

원룸으로 들어간 이들은 미리 준비해 간 둔기로 구 씨의 머리를 내리쳤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김인규(경사/청주흥덕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작은 둔기로 피해자 머리를 1회 폭행했는데 기절을 하지 않고 그 친구가 맞게 되니까 더 흥분해서 몸 다툼이 더 심해졌고요.”

김 씨 등은 저항하는 구 씨의 목을 졸랐고, 결국, 구 씨는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피의자(음성변조) : “죽일 생각은 없었거든요. 기절시킨 다음에 일어나면 이야기 좀 하려고 그랬죠.”

친구를 살해하게 된 두 사람.

하지만 이들은 자수 대신 범행 은폐를 택합니다.

다른 친구 세 명을 더 끌어들인 이들은 숨진 구 씨의 시신을 차에 실을 다음, 자신들이 잘 알고 있는 강원도의 야산으로 이동했습니다.

<인터뷰> 이정락(경정/청주흥덕경찰서 형사과) : “거기서 시간을 조금 보내다가 야간이 돼야 매장을 할 수 있으니까 기다렸다가 매장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친구를 야산 농로에 암매장한 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녹취> 직장 동료 (음성변조) : “늦게 나오는 애였는데 요즘 10시에도 나오고 11시에도 나오고 그래서 사람이 변했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죠.”

가끔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전화까지 왔지만, 시치미를 뚝 뗐습니다.

<인터뷰> 이정락(경정/청주흥덕경찰서 형사과) : “피해자 가족이 친구인 피의자들에게 전화해서 피해자 어디 있는지 아느냐 물어봤더니 모른다고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사건 당시 사용했던 차량도 매매를 했고 다른 사람에게 팔았고……”

그렇게, 숨진 구 씨가 행방불명 된지도 어언 6개월.

봄이 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김 씨 등은 뭔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합니다.

혹시라도 시신이 노출돼 범행이 탄로 날까 봐 두려워진 겁니다.

불안에 떨던 이들은 결국, 범행 현장을 다시 찾게 됩니다.

<녹취> 피의자 (음성변조) : “좀 시간이 됐으니까 냄새 나는지 안 나는지 확인도 할 겸 뒤처리 또 하려고 했죠.”

암매장한 시신을 다시 꺼내 처리하려던 이들.

하지만,

<인터뷰> 이정락(경정/청주흥덕경찰서 형사과) : “모종삽을 갖고 갔나 봐요. 모종삽으로 땅을 파다보니까 얼마 파지도 못하고 이 정도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그냥 그만두고 내려왔다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채, 발길을 돌린 이들.

그런데, 하마터면 그대로 묻힐 뻔했던 사건은 이들이 이렇게 범행 현장을 반복해 방문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수사망에 걸려들게 됩니다.

곧바로 이들을 검거한 경찰.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친구인 구 씨를 살해한 다음, 구 씨의 돈과 통장까지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들이 이렇게 해서 손에 넣은 돈은 단돈 20만 원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정락 (경정/청주흥덕경찰서 형사과) : “통장에 돈이 있을 걸로 판단해서 범행을 하였는데 통장에 있는 돈은 강취하지 못하고 수중에 있던 20만 원만 강취한 겁니다.”

돈 다툼에 살인에 암매장까지 서슴지 않은 잔혹한 친구들.

경찰은 김 씨 등 2명을 강도 살인과 시신 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이들을 도운 3명을 함께 입건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