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스토킹 고통” 경찰에 신변 보호 요청했지만…

입력 2015.07.30 (08:31) 수정 2015.07.3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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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나흘전인 지난 월요일, 출근길에 나선 40대 주부가 집 앞에서, 괴한에게 피살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사건 직후 현장을 벗어난 범인은 종적을 감춘 채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 사건이 더 충격적인 건, 피해 여성이 지난 몇 달 동안 한 남성으로부터 스토킹에 시달려 왔고, 또 수사기관에 도움까지 요청했지만, 결국, 변을 당하고 말았다는 겁니다.

오늘 뉴스 따라잡기는 평범했던 한 가정주부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월요일 이른 아침, 대구시의 한 주택가.

CCTV에 모습을 나타낸 건, 이곳에 사는 40대 주부 김 모 씨입니다.

출근을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선 김 씨.

그런데 얼마 뒤, 집 앞 골목길에서 심상치 않은 비명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남자 소리가 이 000, 이 무슨 000 하는 (욕을) 하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그러더니만 여자가 “사람 살려, 살려 주세요” 이러는 거예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7시도 안 됐어요. 우당탕 소리가 났는데, 방충망 문으로 다 보이잖아요. 사람 살려 달라 (하는데) 여기 막 이러고 목을……."

비명 소리를 듣고 밖으로 뛰쳐나간 이웃들.

끔찍한 광경이 목격됐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여성이) 피를 너무 많이 흘려가지고 얼굴이……. 내가 막 신고했거든요. 빨리 좀 와달라고. 덜덜덜 떨려가지고."

골목에 쓰러져 있던 건 앞서 출근길에 나섰던 주부 김 씨였습니다.

흉기에 찔린 김 씨 옆에는 범인으로 추정되는 중년의 남성이 서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남자는 이렇게 서 있더라고요. 하는 말이 “네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데“ 이러더라고요. 호리호리해요. 머리는 곱슬머리고, 위에 티셔츠는 녹색, 밑에는 그냥 등산복 바지 비슷한 것 입고요."

남성은 몰려오는 주민들을 보고는, 흉기를 버린 채 서둘러 자리를 떠났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흉기는) 과도 종류예요. (여성은) 목 끝이라고 보면 되죠. 거기 찔려서 하늘을 보고 누워 있었어요."

피해자 김 씨는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이른 아침, 한적한 주택가에서 벌어진 참혹한 살인 사건.

대체 누가 이런 일을 저지른 걸까?

뉴스 따라잡기 취재팀은 사망자의 가족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어렵게 말문을 연 유족들.

이런 참극이 이미 예견됐던 일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 시작합니다.

<녹취> 피해자 남편(음성변조) : "억울한 것이요, 우리 아내가 왜 죽었나 이것은 분명히 예견된 살인이라고요. 사람이 살아있을 때 잡으면 될 것을 사람 살해하고 도망간 놈을 잡고 있으니 말이 됩니까."

얘기는 이랬습니다.

얼마 전부터, 한 남성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해왔다는 피해자 김 씨.

<녹취> 피해자 아들(음성변조) : "지난해 11월인가 술을 마시다가 (지인 소개로) 알았는데, 그 사람이 무슨 집착이 심한지 모르겠지만, 스토커 짓을 많이 했어요."

지인의 소개를 통해 알게 돼 이후 몇 차례 만나게 됐다는 남성.

그런데 친분 관계를 넘어선 집착에, 김 씨는 이 남성을 피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언니(음성변조) : "(동생이) 몇 번 만났다고 만났는데, 이것이 아니다 싶어서 안 만난다고 했어요. 그런데 죽이니 살리니 계속 따라다녔었나 봐요."

처음엔 아무에게도 이런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지만, 견디다 못한 김 씨는 지난 5월쯤 가족들에게 자신이 스토킹 당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합니다.

<녹취> 피해자 아들(음성변조) : "엄마가 부들부들 다리까지 떨면서 울면서 저한테 미안하다고. 나 좀 살게 해달라고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피해자 김 씨는 해당 남성이 회사까지 찾아오고, 또 가족들을 해치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언니(음성변조) : "회사 앞에 찾아와서 일도 못 하게 하고, 가족한테 해코지한다 하고요."

<녹취> 피해자 아들(음성변조) : "갑자기 저한테 (문자로) 큰이모부 번호 있느냐고 묻기에 ‘누구냐, 누구신데요?’ 하니까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예요. 제가 좀 이상해서 엄마한테 전화하니까 그 사람 전화받지 말라고 엄마 괴롭힌 사람이야."

계속되는 시달림.

고통받던 김 씨가 마지막으로 떠올린 건 경찰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지난달 경찰서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6, 7월에 이 피해자분이 시달렸던 것 같아요. 여성청소년수사팀에서 용의자를 아마 협박이나 전화, 문자로 한 것이 있는지 그런 정도의 면담이 이루어진 것 같아요."

김 씨와 가족들은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으니, 스토킹 남성이 더 이상 접근을 하지 못할거라 기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경찰의 조사를 받고 나온 뒤에도 여전히 피해자의 주변을 맴도는 남성.

피해자 김 씨는 직장에도 나가지 못하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아들(음성변조) : "경찰서 가서 신고하고 병원 가서 매일 치료받았어요. 정신과 치료. 회사 안 가고."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일주일전 쯤에는 이런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아들(음성변조) : "저번 주 화요일 아빠랑 같이 (엄마) 마중을 나갔는데, (그 사람이 보여서) “저 사람 맞다” 아빠가 가라고, 따라다니지 말라고 욕을 막 했어요 그 사람한테. 아무 말도 못하고 도망갔거든요."

경찰 신고도 소용이 없었던 스토킹 남성.

기댈 곳 없었던 피해자 김 씨는 결국 얼마 뒤 무참히 살해당하고 말았습니다.

경찰이 부실한 대처를 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용의자에 대해 신청한 구속 영장을, 검찰이 두 차례나 되돌려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다른 파문을 낳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증거 보강을 지휘한 것 맞지만, 피해자의 신변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언급했다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곽대경(교수/동국대학교 경찰학과) : "(스토킹은) 피해자 입장에서 본다면 굉장히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는 그런 행동이기 때문에 정신적인 살인행위다 이런 식의 표현까지 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경범죄로 처리를 하다 보니까 이것이 굉장히 처벌 수준이 미미한 그런 문제들이 있습니다."

유족들은 수사 기관을 굳게 믿고, 잠시나마 마음을 놓았던 사망자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녹취> 피해자 아들(음성변조) : "엄마가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이제 다 끝났어.” 엄마한테 한 번만 더 눈에 띄면 구속시킨다고 말씀 하신 것 같은데 그래서 (엄마는) 그 남자는 나한테 못 온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죠."

사건 발생 나흘째, 경찰은 여전히 현장에서 사라진 용의자의 뒤를 쫒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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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5-07-30 1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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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전인 지난 월요일, 출근길에 나선 40대 주부가 집 앞에서, 괴한에게 피살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사건 직후 현장을 벗어난 범인은 종적을 감춘 채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 사건이 더 충격적인 건, 피해 여성이 지난 몇 달 동안 한 남성으로부터 스토킹에 시달려 왔고, 또 수사기관에 도움까지 요청했지만, 결국, 변을 당하고 말았다는 겁니다.

오늘 뉴스 따라잡기는 평범했던 한 가정주부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월요일 이른 아침, 대구시의 한 주택가.

CCTV에 모습을 나타낸 건, 이곳에 사는 40대 주부 김 모 씨입니다.

출근을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선 김 씨.

그런데 얼마 뒤, 집 앞 골목길에서 심상치 않은 비명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남자 소리가 이 000, 이 무슨 000 하는 (욕을) 하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그러더니만 여자가 “사람 살려, 살려 주세요” 이러는 거예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7시도 안 됐어요. 우당탕 소리가 났는데, 방충망 문으로 다 보이잖아요. 사람 살려 달라 (하는데) 여기 막 이러고 목을……."

비명 소리를 듣고 밖으로 뛰쳐나간 이웃들.

끔찍한 광경이 목격됐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여성이) 피를 너무 많이 흘려가지고 얼굴이……. 내가 막 신고했거든요. 빨리 좀 와달라고. 덜덜덜 떨려가지고."

골목에 쓰러져 있던 건 앞서 출근길에 나섰던 주부 김 씨였습니다.

흉기에 찔린 김 씨 옆에는 범인으로 추정되는 중년의 남성이 서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남자는 이렇게 서 있더라고요. 하는 말이 “네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데“ 이러더라고요. 호리호리해요. 머리는 곱슬머리고, 위에 티셔츠는 녹색, 밑에는 그냥 등산복 바지 비슷한 것 입고요."

남성은 몰려오는 주민들을 보고는, 흉기를 버린 채 서둘러 자리를 떠났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흉기는) 과도 종류예요. (여성은) 목 끝이라고 보면 되죠. 거기 찔려서 하늘을 보고 누워 있었어요."

피해자 김 씨는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이른 아침, 한적한 주택가에서 벌어진 참혹한 살인 사건.

대체 누가 이런 일을 저지른 걸까?

뉴스 따라잡기 취재팀은 사망자의 가족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어렵게 말문을 연 유족들.

이런 참극이 이미 예견됐던 일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 시작합니다.

<녹취> 피해자 남편(음성변조) : "억울한 것이요, 우리 아내가 왜 죽었나 이것은 분명히 예견된 살인이라고요. 사람이 살아있을 때 잡으면 될 것을 사람 살해하고 도망간 놈을 잡고 있으니 말이 됩니까."

얘기는 이랬습니다.

얼마 전부터, 한 남성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해왔다는 피해자 김 씨.

<녹취> 피해자 아들(음성변조) : "지난해 11월인가 술을 마시다가 (지인 소개로) 알았는데, 그 사람이 무슨 집착이 심한지 모르겠지만, 스토커 짓을 많이 했어요."

지인의 소개를 통해 알게 돼 이후 몇 차례 만나게 됐다는 남성.

그런데 친분 관계를 넘어선 집착에, 김 씨는 이 남성을 피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언니(음성변조) : "(동생이) 몇 번 만났다고 만났는데, 이것이 아니다 싶어서 안 만난다고 했어요. 그런데 죽이니 살리니 계속 따라다녔었나 봐요."

처음엔 아무에게도 이런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지만, 견디다 못한 김 씨는 지난 5월쯤 가족들에게 자신이 스토킹 당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합니다.

<녹취> 피해자 아들(음성변조) : "엄마가 부들부들 다리까지 떨면서 울면서 저한테 미안하다고. 나 좀 살게 해달라고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피해자 김 씨는 해당 남성이 회사까지 찾아오고, 또 가족들을 해치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언니(음성변조) : "회사 앞에 찾아와서 일도 못 하게 하고, 가족한테 해코지한다 하고요."

<녹취> 피해자 아들(음성변조) : "갑자기 저한테 (문자로) 큰이모부 번호 있느냐고 묻기에 ‘누구냐, 누구신데요?’ 하니까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예요. 제가 좀 이상해서 엄마한테 전화하니까 그 사람 전화받지 말라고 엄마 괴롭힌 사람이야."

계속되는 시달림.

고통받던 김 씨가 마지막으로 떠올린 건 경찰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지난달 경찰서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6, 7월에 이 피해자분이 시달렸던 것 같아요. 여성청소년수사팀에서 용의자를 아마 협박이나 전화, 문자로 한 것이 있는지 그런 정도의 면담이 이루어진 것 같아요."

김 씨와 가족들은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으니, 스토킹 남성이 더 이상 접근을 하지 못할거라 기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경찰의 조사를 받고 나온 뒤에도 여전히 피해자의 주변을 맴도는 남성.

피해자 김 씨는 직장에도 나가지 못하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아들(음성변조) : "경찰서 가서 신고하고 병원 가서 매일 치료받았어요. 정신과 치료. 회사 안 가고."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일주일전 쯤에는 이런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아들(음성변조) : "저번 주 화요일 아빠랑 같이 (엄마) 마중을 나갔는데, (그 사람이 보여서) “저 사람 맞다” 아빠가 가라고, 따라다니지 말라고 욕을 막 했어요 그 사람한테. 아무 말도 못하고 도망갔거든요."

경찰 신고도 소용이 없었던 스토킹 남성.

기댈 곳 없었던 피해자 김 씨는 결국 얼마 뒤 무참히 살해당하고 말았습니다.

경찰이 부실한 대처를 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용의자에 대해 신청한 구속 영장을, 검찰이 두 차례나 되돌려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다른 파문을 낳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증거 보강을 지휘한 것 맞지만, 피해자의 신변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언급했다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곽대경(교수/동국대학교 경찰학과) : "(스토킹은) 피해자 입장에서 본다면 굉장히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는 그런 행동이기 때문에 정신적인 살인행위다 이런 식의 표현까지 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경범죄로 처리를 하다 보니까 이것이 굉장히 처벌 수준이 미미한 그런 문제들이 있습니다."

유족들은 수사 기관을 굳게 믿고, 잠시나마 마음을 놓았던 사망자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녹취> 피해자 아들(음성변조) : "엄마가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이제 다 끝났어.” 엄마한테 한 번만 더 눈에 띄면 구속시킨다고 말씀 하신 것 같은데 그래서 (엄마는) 그 남자는 나한테 못 온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죠."

사건 발생 나흘째, 경찰은 여전히 현장에서 사라진 용의자의 뒤를 쫒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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