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검은 돈의 실체

입력 2015.08.30 (23:44) 수정 2015.08.31 (00:4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프롤로그>

<인터뷰> 이 모씨(재건축 로비스트) : "조합원들한테 뿌린 돈이 50억 원 이상. 향응, 그 다음에 관광, 온천...못 받은 사람이 바보고."

<인터뷰> 김 모씨(건설사 협력업체 대표) : "(건설사 요구를) 안받아줄 수가 없잖아요. 잘못하다가는 회사의 존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사안이니까.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건설사 대신) 브로커를 만나서 돈도 쥐어주고 그랬어요."

< 오프닝 >

각종 주택 규제 완화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 새로 공급되는 물량만 4만 5천여 가구.

지난 2000년 이후 최대입니다.

그런데 예전부터 업계에서 떠도는 말이 있습니다.

"한 두 명은 경찰서를 다녀와야 사업이 끝난다"

그만큼 부정부패가 많다는 의미인데요.

이 의혹은 사실일까요?

재건축을 둘러싼 검은 돈, 그 실체를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크고 작은 주택 200여 가구가 모여있는 서울의 한 주택지구.

대문마다 빈 집임을 알리는 진한 페인트가 칠해져 있습니다.

이 재건축 지역에는 천 5백여 가구의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지난 2007년부터 재건축사업이 본격 추진돼 2009년 현대산업개발이 삼성건설을 꺽고 시공권을 따냈습니다.

취재진은 재건축 수주전 당시, 현대산업개발의 의뢰를 받아 조합원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고 주장하는 이 모 씨를 만났습니다.

<인터뷰> 이 모씨(재건축 로비스트) : "총 공사비의 2%선에서 조합원에게 로비를 하죠. 공사비가 3천 억 원이에요. 50억, 60억 원은 로비자금."

수십억 원에 이른다는 로비자금은 어떻게 쓰였을까?

첫 단계는 조합원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 모씨(재건축 로비스트) : "주민 설명회, 간담회 형식으로 (접근)해서 생필품 위주로 드려요. 쌀. 휴지...뭐 이런 식으로. 이분이 우리(건설사)를 지지할 것 같다 하면 다음에는 식사, 향응으로 가고, 향응 이후에 이분이 더 친해졌다 그러면 그땐 봉투가 가는데."

이 씨가 제시한 금품 제공 목록입니다.

조합원 누구에게 언제, 얼마의 돈과 향응을 제공했는지 자세히 적혀있습니다.

<인터뷰> 이 모씨(재건축 로비스트) : "이분을 정말 뺏기면 안된다 그랬을 땐 4백, 그럼 저쪽(경쟁사)에서 5백. 이런식으로. 최고 많이 받은 사람이 2천만 원 이상."

지난 20년 동안 재건축조합을 대상으로 로비를 해왔다는 이씨는 대기업 건설사들이 불법을 감추기 위해 자신 같은 사람을 이용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 모씨(재건축 로비스트) : "OS(홍보)회사에다가 용역을 주는 것처럼 (비용처리를) 하죠. 시공사는 결정적일 때 빠져나갈 수 있죠. 자기네들이 한 게 아니다 그러면서."

로비에 들어간 자금은 공사비를 부풀리는 등의 방식으로 건설사가 회수한다는 게 이씨의 주장입니다.

<인터뷰> 이 모씨(재건축 로비스트) : "설계 변경을 통한, 그게 아니면 조합 집행부 이사나 대의원회를 로비를 해서 공사비가 변경할 때마다 (평 당)10만 원, 20만 원올라서...490억 원이 올라갔습니다.그런데 수주전에 60억 원 쓴 거 껌값이죠."

현대산업개발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금품 제공 명단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현대산업개발 관계자(음성변조) : "회사 내부 규정상 이런 것들을 금지하고 있는 규정이 분명히 있고요. 그걸 철저히 지키는 과정이기 때문에 절대 없는 사실이다. 사실무근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장부에 기록된 한 조합원에게 연락을 해봤습니다.

이 조합원은 당시에 돈을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인터뷰> 이00(당시 조합원) : "이불을 터니까 밑에서 100만 원이 나와요. 그다음날 와서 100(만원)을 또 줬는가 200(만원)이 되더라고요. 그 다음에 또 밥 먹으러 가자고 하면서 차 속에서 또 300(만 원)을 줘요. 500(만원)을 받았어요.크리스마스 직전에."

명단에 적힌 대로 선물과 향응을 받았다고도 말했습니다.

<인터뷰> 이00(당시 조합원) : "쌀을 포대 포대 주고, 보약도 지어주고, 온천 가고, 호텔에도 공짜로 가고. 나는 덜 먹은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더 많이 얻어먹었어요."

당시 금품이 오갔다는 것을 이 재건축지구 주민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지역 주민(음성변조) : "밥도 사주고, 여행도 보내주고 별짓거리 다 했어요. 그거 전부 위법이거든. 소문에 의하면 몇 백(만원) 받은 사람도 있다고 그래요."

돈을 줬다는 사람도 있고 받았다는 사람도 있지만, 건설사는 모두 자기 회사를 음해하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 "저희가 방문을 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저희 직원들 보면 물 뿌리고 난리가 났던 집이에요. 이런 분한테 돈을 줬다. 이건 제가 볼 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돼요. 사업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밖에는 안 보여져요."

이 모씨는 이렇게 일한 대가로 사업권을 받기로 했지만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고, 조합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관행을 두고 볼 수 없어 제보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현대산업개발이 재건축 조합원들을 상대로 금품을 뿌린 혐의를 최근에 포착하고 관련자를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지난해 수도권 재건축의 최대어로 손꼽힌 경기 광명의 주공아파트.

3천2백여 가구, 공사비 8천억 원 대 대규모 사업권을 두고 GS건설과 포스코 건설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습니다.

결국 GS건설이 사업권을 가져갔습니다.

사업권 수주 경쟁이 한창일 당시 주민들끼리 통화한 내용입니다.

<인터뷰> 지역주민 (음성변조) : "우리집에 (홍보요원들이) 막 쳐들어 와가지고 싫다고 막 그러는데도 억지로 놓고 그냥 가더라고요." "어느 건설사에서 주냐는 거예요. 양쪽 (건설사에서) 다 줬어요?" "네." "양쪽 다 100만 원 씩?" "네."

이 지역에서는 특히 조합원이 원하는 선물을 맞춤형으로 제공했다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지역 주민(음성변조) : "주민들이 원하는 건 무조건 다 사다줬어요. 나(조합원)는 일반 제품 먹지 않는다 유기농 제품만 먹는다 그래갖고 거기(유기농 매장)에 매출이 엄청나게 올라갔고 (조합원이) 생활수준이 골프같은 거 한다 그러면 골프용품 또는 아웃도어 용품."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회사가 지시한 적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홍보를 맡은 대행사들끼리 과열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금품 제공을 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GS건설 관계자(음성변조) : "현장의 경쟁이 치열하고 과열됐던 건 사실이고, 확인해본 결과는 (본사 차원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파악이 됐습니다. 그렇지만, 그 분(홍보 회사)들이 활동하는 데 있어서 영역을 넓히기 위한 그러한 일(금품제공)이 있을거라고는 생각을 하는데요."

취재를 하다보니 재건축을 둘러싼 검은 거래는 건설사와 조합원, 그 단순한 관계에 그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먹이사슬처럼 얽혀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지난 2008년부터 5년 동안 동부건설로부터 일감을 받아 일해왔던 한 협력업체 대표 김모 씨를 만났습니다.

2008년 부터 2011년 까지 김 대표의 통장 거래 내역입니다.

김 대표의 이름으로 주기적으로 1~2백 만 원이 입금됐고, 식당, 스크린골프장 등에서 결제됐습니다.

김 대표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카드를 동부건설 직원이 사용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 모씨(동부건설 협력업체 대표) : "조합 임원들이나 이런 사람들 밥 먹일떄도 썼겠고, 소위 접대라는 게 필요하니까 그렇게 한 것도 있고, 돈을 찾아서 건너간 내용도 또 있더라고요. ( 기자- 어디에 건너간? ) 쉽게 얘기하면 동부건설의 상위레벨..조합이 되든, 관공서가 되든."

재건축 공사 도중 민원이 발생했을 때, 건설사가 조합의 반발을 막기 위해 사용한 로비자금도 자신이 준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 모씨(동부건설 협력업체 대표) : "공정을 누락시켰다든가 부실공사가 발생하니까, 브로커한테 조합을 무마해달라 이런 취지로 경비를 지원해야 하는데 건설사는 그런 비용 같은 경우는 부정한 돈 아닙니까. 그래서 자기네들이 직접 처리를 못하고 (제가) 2천만 원 정도 지급했죠."

김 대표로부터 돈을 받은 동부건설 직원과 김 대표는 배임죄로 지난해 9월 각각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이에 대해 동부건설은 직원 개인의 부정행위일 뿐 회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동부건설 관계자(음성변조) : "꼭 인터뷰를 해야 될 필요가 있나요? 안했으면 좋겠는데요. 죄송합니다."

현재 진행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서울에만 약 160여 곳.

해외 시장이 위축되고, 국내 공공택지 개발은 중단되면서, 건설사들은 재건축 사업 수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진수(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재건축이나 재개발, 리모델링, 도시재생. 이게 건설회사들의 먹거리입니다. 매우 총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여기에 살아남기 위해서 아마 불가피하게 경쟁이 더 치열한 것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재건축 조합의 불투명한 운영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 한 해 재건축.재개발 조합 24곳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모두 196건, 조합 1곳 당 평균 8건의 부적정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인터뷰> 김장수(서울시 재생협력과장) : "예산집행, 계약, 조합행정. 악의적인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저희가 강력하게 조치를 하는데, 워낙 이런 부적절한 집행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서울시가 지난 2010년 공공관리제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자치단체가 재건축사업과 관련해 건설사들을 수사의뢰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서초구는 서울 반포동의 한 재건축사업에 참가한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대림산업이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의혹에 대해 경찰에 공식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공공관리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재건축 사업장에서 불법적인 금품 살포관행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인터뷰> 현대건설 관계자(음성변조) : "절대 그러한 일을 한 적도 없고, 외부 업체들에게 지시를 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외부에서 그런 말이 들린다고 하니 다시 한 번 저희들이 적극적으로 조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재건축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불법으로 사용된 로비 자금은 결국 공사비 부풀리기나, 공사비를 낮추기 위한 부실 공사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인터뷰> 최승섭(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 : "나중에 2년후 3년 후, 일반 분양을 한다거나 조합원 분양 할 때에는 결국 이 금액들이 다 사업비용에 포함이 되어 있어서 결국에는 조합원들이 다시 물어내야 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재건축 사업장 마다 벌어지는 투명하지 않은 검은 경쟁.

결국 건설사와 협력업체, 주민, 그리고 지역 사회 그 어디에도 이롭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뿐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재건축, 검은 돈의 실체
    • 입력 2015-08-31 00:01:01
    • 수정2015-08-31 00:42:33
    취재파일K
<프롤로그>

<인터뷰> 이 모씨(재건축 로비스트) : "조합원들한테 뿌린 돈이 50억 원 이상. 향응, 그 다음에 관광, 온천...못 받은 사람이 바보고."

<인터뷰> 김 모씨(건설사 협력업체 대표) : "(건설사 요구를) 안받아줄 수가 없잖아요. 잘못하다가는 회사의 존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사안이니까.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건설사 대신) 브로커를 만나서 돈도 쥐어주고 그랬어요."

< 오프닝 >

각종 주택 규제 완화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 새로 공급되는 물량만 4만 5천여 가구.

지난 2000년 이후 최대입니다.

그런데 예전부터 업계에서 떠도는 말이 있습니다.

"한 두 명은 경찰서를 다녀와야 사업이 끝난다"

그만큼 부정부패가 많다는 의미인데요.

이 의혹은 사실일까요?

재건축을 둘러싼 검은 돈, 그 실체를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크고 작은 주택 200여 가구가 모여있는 서울의 한 주택지구.

대문마다 빈 집임을 알리는 진한 페인트가 칠해져 있습니다.

이 재건축 지역에는 천 5백여 가구의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지난 2007년부터 재건축사업이 본격 추진돼 2009년 현대산업개발이 삼성건설을 꺽고 시공권을 따냈습니다.

취재진은 재건축 수주전 당시, 현대산업개발의 의뢰를 받아 조합원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고 주장하는 이 모 씨를 만났습니다.

<인터뷰> 이 모씨(재건축 로비스트) : "총 공사비의 2%선에서 조합원에게 로비를 하죠. 공사비가 3천 억 원이에요. 50억, 60억 원은 로비자금."

수십억 원에 이른다는 로비자금은 어떻게 쓰였을까?

첫 단계는 조합원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 모씨(재건축 로비스트) : "주민 설명회, 간담회 형식으로 (접근)해서 생필품 위주로 드려요. 쌀. 휴지...뭐 이런 식으로. 이분이 우리(건설사)를 지지할 것 같다 하면 다음에는 식사, 향응으로 가고, 향응 이후에 이분이 더 친해졌다 그러면 그땐 봉투가 가는데."

이 씨가 제시한 금품 제공 목록입니다.

조합원 누구에게 언제, 얼마의 돈과 향응을 제공했는지 자세히 적혀있습니다.

<인터뷰> 이 모씨(재건축 로비스트) : "이분을 정말 뺏기면 안된다 그랬을 땐 4백, 그럼 저쪽(경쟁사)에서 5백. 이런식으로. 최고 많이 받은 사람이 2천만 원 이상."

지난 20년 동안 재건축조합을 대상으로 로비를 해왔다는 이씨는 대기업 건설사들이 불법을 감추기 위해 자신 같은 사람을 이용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 모씨(재건축 로비스트) : "OS(홍보)회사에다가 용역을 주는 것처럼 (비용처리를) 하죠. 시공사는 결정적일 때 빠져나갈 수 있죠. 자기네들이 한 게 아니다 그러면서."

로비에 들어간 자금은 공사비를 부풀리는 등의 방식으로 건설사가 회수한다는 게 이씨의 주장입니다.

<인터뷰> 이 모씨(재건축 로비스트) : "설계 변경을 통한, 그게 아니면 조합 집행부 이사나 대의원회를 로비를 해서 공사비가 변경할 때마다 (평 당)10만 원, 20만 원올라서...490억 원이 올라갔습니다.그런데 수주전에 60억 원 쓴 거 껌값이죠."

현대산업개발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금품 제공 명단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현대산업개발 관계자(음성변조) : "회사 내부 규정상 이런 것들을 금지하고 있는 규정이 분명히 있고요. 그걸 철저히 지키는 과정이기 때문에 절대 없는 사실이다. 사실무근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장부에 기록된 한 조합원에게 연락을 해봤습니다.

이 조합원은 당시에 돈을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인터뷰> 이00(당시 조합원) : "이불을 터니까 밑에서 100만 원이 나와요. 그다음날 와서 100(만원)을 또 줬는가 200(만원)이 되더라고요. 그 다음에 또 밥 먹으러 가자고 하면서 차 속에서 또 300(만 원)을 줘요. 500(만원)을 받았어요.크리스마스 직전에."

명단에 적힌 대로 선물과 향응을 받았다고도 말했습니다.

<인터뷰> 이00(당시 조합원) : "쌀을 포대 포대 주고, 보약도 지어주고, 온천 가고, 호텔에도 공짜로 가고. 나는 덜 먹은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더 많이 얻어먹었어요."

당시 금품이 오갔다는 것을 이 재건축지구 주민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지역 주민(음성변조) : "밥도 사주고, 여행도 보내주고 별짓거리 다 했어요. 그거 전부 위법이거든. 소문에 의하면 몇 백(만원) 받은 사람도 있다고 그래요."

돈을 줬다는 사람도 있고 받았다는 사람도 있지만, 건설사는 모두 자기 회사를 음해하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 "저희가 방문을 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저희 직원들 보면 물 뿌리고 난리가 났던 집이에요. 이런 분한테 돈을 줬다. 이건 제가 볼 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돼요. 사업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밖에는 안 보여져요."

이 모씨는 이렇게 일한 대가로 사업권을 받기로 했지만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고, 조합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관행을 두고 볼 수 없어 제보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현대산업개발이 재건축 조합원들을 상대로 금품을 뿌린 혐의를 최근에 포착하고 관련자를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지난해 수도권 재건축의 최대어로 손꼽힌 경기 광명의 주공아파트.

3천2백여 가구, 공사비 8천억 원 대 대규모 사업권을 두고 GS건설과 포스코 건설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습니다.

결국 GS건설이 사업권을 가져갔습니다.

사업권 수주 경쟁이 한창일 당시 주민들끼리 통화한 내용입니다.

<인터뷰> 지역주민 (음성변조) : "우리집에 (홍보요원들이) 막 쳐들어 와가지고 싫다고 막 그러는데도 억지로 놓고 그냥 가더라고요." "어느 건설사에서 주냐는 거예요. 양쪽 (건설사에서) 다 줬어요?" "네." "양쪽 다 100만 원 씩?" "네."

이 지역에서는 특히 조합원이 원하는 선물을 맞춤형으로 제공했다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지역 주민(음성변조) : "주민들이 원하는 건 무조건 다 사다줬어요. 나(조합원)는 일반 제품 먹지 않는다 유기농 제품만 먹는다 그래갖고 거기(유기농 매장)에 매출이 엄청나게 올라갔고 (조합원이) 생활수준이 골프같은 거 한다 그러면 골프용품 또는 아웃도어 용품."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회사가 지시한 적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홍보를 맡은 대행사들끼리 과열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금품 제공을 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GS건설 관계자(음성변조) : "현장의 경쟁이 치열하고 과열됐던 건 사실이고, 확인해본 결과는 (본사 차원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파악이 됐습니다. 그렇지만, 그 분(홍보 회사)들이 활동하는 데 있어서 영역을 넓히기 위한 그러한 일(금품제공)이 있을거라고는 생각을 하는데요."

취재를 하다보니 재건축을 둘러싼 검은 거래는 건설사와 조합원, 그 단순한 관계에 그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먹이사슬처럼 얽혀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지난 2008년부터 5년 동안 동부건설로부터 일감을 받아 일해왔던 한 협력업체 대표 김모 씨를 만났습니다.

2008년 부터 2011년 까지 김 대표의 통장 거래 내역입니다.

김 대표의 이름으로 주기적으로 1~2백 만 원이 입금됐고, 식당, 스크린골프장 등에서 결제됐습니다.

김 대표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카드를 동부건설 직원이 사용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 모씨(동부건설 협력업체 대표) : "조합 임원들이나 이런 사람들 밥 먹일떄도 썼겠고, 소위 접대라는 게 필요하니까 그렇게 한 것도 있고, 돈을 찾아서 건너간 내용도 또 있더라고요. ( 기자- 어디에 건너간? ) 쉽게 얘기하면 동부건설의 상위레벨..조합이 되든, 관공서가 되든."

재건축 공사 도중 민원이 발생했을 때, 건설사가 조합의 반발을 막기 위해 사용한 로비자금도 자신이 준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 모씨(동부건설 협력업체 대표) : "공정을 누락시켰다든가 부실공사가 발생하니까, 브로커한테 조합을 무마해달라 이런 취지로 경비를 지원해야 하는데 건설사는 그런 비용 같은 경우는 부정한 돈 아닙니까. 그래서 자기네들이 직접 처리를 못하고 (제가) 2천만 원 정도 지급했죠."

김 대표로부터 돈을 받은 동부건설 직원과 김 대표는 배임죄로 지난해 9월 각각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이에 대해 동부건설은 직원 개인의 부정행위일 뿐 회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동부건설 관계자(음성변조) : "꼭 인터뷰를 해야 될 필요가 있나요? 안했으면 좋겠는데요. 죄송합니다."

현재 진행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서울에만 약 160여 곳.

해외 시장이 위축되고, 국내 공공택지 개발은 중단되면서, 건설사들은 재건축 사업 수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진수(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재건축이나 재개발, 리모델링, 도시재생. 이게 건설회사들의 먹거리입니다. 매우 총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여기에 살아남기 위해서 아마 불가피하게 경쟁이 더 치열한 것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재건축 조합의 불투명한 운영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 한 해 재건축.재개발 조합 24곳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모두 196건, 조합 1곳 당 평균 8건의 부적정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인터뷰> 김장수(서울시 재생협력과장) : "예산집행, 계약, 조합행정. 악의적인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저희가 강력하게 조치를 하는데, 워낙 이런 부적절한 집행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서울시가 지난 2010년 공공관리제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자치단체가 재건축사업과 관련해 건설사들을 수사의뢰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서초구는 서울 반포동의 한 재건축사업에 참가한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대림산업이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의혹에 대해 경찰에 공식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공공관리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재건축 사업장에서 불법적인 금품 살포관행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인터뷰> 현대건설 관계자(음성변조) : "절대 그러한 일을 한 적도 없고, 외부 업체들에게 지시를 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외부에서 그런 말이 들린다고 하니 다시 한 번 저희들이 적극적으로 조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재건축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불법으로 사용된 로비 자금은 결국 공사비 부풀리기나, 공사비를 낮추기 위한 부실 공사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인터뷰> 최승섭(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 : "나중에 2년후 3년 후, 일반 분양을 한다거나 조합원 분양 할 때에는 결국 이 금액들이 다 사업비용에 포함이 되어 있어서 결국에는 조합원들이 다시 물어내야 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재건축 사업장 마다 벌어지는 투명하지 않은 검은 경쟁.

결국 건설사와 협력업체, 주민, 그리고 지역 사회 그 어디에도 이롭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뿐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