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살어리랏다”

입력 2015.08.30 (23:56) 수정 2015.08.3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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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도시에서는 얽매여있잖아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회사를 가고./ 뭘 해도 항상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까."

<녹취>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나즈막한 언덕에 집사람은 조그마한 카페를 운영하고 저는 낚시꾼들하고 같이 배를 타고 낚시도 하고."

<녹취> "내 나름대로 수확물을 챙기고 이득을 갖게 되고..."

<오프닝>

한때 도시에서 벗어나 농촌으로 이주하는 귀농 열풍이 불었는데, 최근엔 어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귀어'인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아직 은퇴하지 않은 50대 이하가 많아서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바다에서의 낭만적 삶, 그리고 풍부한 바다 자원을 이용해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거란 기대감 때문이라는데 과연 실상은 어떨까요?

섬마을로 내려온 귀어인들의 삶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남 완도에서 20여km 떨어진 섬, 생일도.

'생일'이라는 이름처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귀어인들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52살 최병길 씨도 그들 가운데 한 명입니다.

최 씨가 양식장에서 건져 올린 다시마를 잘라 전복 먹이로 줍니다.

<녹취> "여기다 바로 줍니까?"

선배 귀어인의 양식장에서 새벽부터 양식 일을 배웁니다.

<인터뷰> 최병길(귀어인) : "새벽 3,4시에 보통 작업을 많이 나갑니다. 다시마를 베어와서 건조장에서 인력으로 한 장씩 펴서 다 말리는 거죠."

20여 년 간 대기업과 증권 회사에서 일했던 최 씨는 넉 달 전, 도시 생활을 접고 이곳으로 내려왔습니다.

<인터뷰> 최병길 : "바다에서 살고 싶고 어릴 때 꿈이었기 때문에 꼭 한번 도전을 해보고 싶었죠."

땡볕에 그은 얼굴에 땀이 흥건히 맺히고, 뱃일을 나온 지 30분 만에 힘이 부칩니다.

<인터뷰> 김대식(귀어 정착민) : "(잘하시는 것 같아요?) 아직 멀었어요. 배우려면 이게 초보자 단계라고요."

<인터뷰> 최병길(넉 달차 귀어인) : "모든 게 다 고생입니다. (살도 많이 빠지셨다면서요?) 저 같은 경우 한 7,8킬로 빠졌습니다. 한 달 만에."

그래도 아직은 바다가 좋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최병길(귀어인) : "혼자서 바다를 이렇게 보면서 아니면 산을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많고 생각은 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도시를 떠나 생일도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 귀어인은 최근 5년 동안 20여 명에 이릅니다.

전복을 따는 42살 조재삼 씨와 44살 전정일 씨도 그런 경웁니다.

<인터뷰> 조재삼 : "3년이어도 이렇게 안 큰 애들이 있어요."

<인터뷰> 전정일 : "올해 가을이 3년째에요."

조 씨는 4년 전, 부산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인 생일도로 귀어했습니다.

전 씨도 먼저 귀어한 친구들의 삶을 부러워하다 석달 전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왔습니다.

<인터뷰> 전정일 : "아버님이 하고 계시니까 이걸 물려받아서 더 크게 서울 직장생활하는 것보다 나으니까 그래서 큰 맘 먹고 내려온 거죠"

밤낚시를 마치고 배 한 척이 돌아옵니다.

<인터뷰> 이영광(귀어 5년차) : "(몇 마리나 잡았어요?) 글쎄요. 배 전체적으로 하면 100마리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많이 잡았습니다."

수도권에서 CCTV 제조업체를 다니던 이 씨가 고향 여수로 내려온 건 5년 전.

<인터뷰> 이영광 : "복잡한 도시보다는 한적한 시골이 좋고 그 다음에 금전적인 문제도 많이 있어서 귀어를 하게 됐죠."

이 씨는 고향에 돌아온 뒤 부모님의 일을 물려받아 굴 양식업과 배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도시 생활이 익숙했던 20대 청년에겐 쉽지 않은 결심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영광 : "적응이 안되고 경험도 없고, 그 다음에 가장 큰 것은 아무리 내가 귀어를 했지만 내 기본 자산이 없기 때문에 너무 힘들었죠."

그러나 남들보다 일찍 시작한 데다 신기술 교육도 받으면서 이제는 배 두 척과 굴 양식장을 운영하는 청년 어부로 성공했습니다.

<인터뷰> 이영광 : "이 정도 된 것들이 이 만큼 컸죠. 보면 이게 우리 11월 중순부터 출하를 시작합니다. 자식 키우듯이 뿌듯하죠 이것은. 볼 수록 예쁘고 아름답죠."

우리나라 어촌 한 가구의 평균 소득은 연 4천 백만 원, 3천 5백만원인 농촌 소득보다 높습니다.

귀어 성공 사례도 잇따르면서 최근 5년새 귀어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정부에 어촌 정착금을 신청한 사람이 160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었습니다.

올해는 특히 신청자의 70%가 30,40대로 귀어를 선택하는 사람이 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귀어 지원센터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귀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국립수산과학원 귀어귀촌종합센터장 : "작년같은 경우에는 한 200여 명이 관심을 가졌었는데 올해 저희들이 상담을 해보니까 벌써 한 2천 명 정도 상담을 할 정도로 일단 관심은 굉장히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른 아침, 생일도의 귀어인들이 갯바위의 조개나 해조류를 채취하러 나섰습니다.

<인터뷰> 조재삼(귀어 4년차) : "오늘 이렇게 형님 물이 많이 빠집니다. 잡으러 갑시다 하면 같이 가고."

이런 해산물 중에는 비싼 값에 일본 등지로 수출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촌계원이 아니면 채취한 해산물을 팔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인터뷰> 최병길 : "어디 내다 팔 게 아니고 저희들 반찬을 하기 위해서 반찬용으로 뜯은 것이기 때문에 조금만 뜯어가는 겁니다. 저희들은 상업적으로 어떻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어있기 때문에."

또 배를 사더라도 어업권을 취득하지 못하면 독자적인 어업 활동을 할 수도 없습니다.

어촌계마다 다르지만 보통 3년 정도는 거주해야 어촌계에 가입할 수 있고, 그때 비로소 어업권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병길 : "어촌계에 가입이 되지 않고서는 바다 농사 자체를 지을 수가 없습니다. 토착민들 밑에서 저걸 할 수밖에 없어요. 잡일, 허드렛일을 할 수밖에 없어요.(뒷부분 그림 덮고)"

귀어를 장밋빛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김00(귀어인 8개월 차) : "섬에 대한 환상이 막연하게 있어서 전혀 계획없이 내려왔거든요. 2,3일 적어도 15일 정도는 아 낙원이다 이거 정말 낙원이다... 살다보니까 낙원은 결코 아닌 거죠."

부모로부터 어업권을 물려받은 경우에는 그나마 상황이 낫습니다.

그렇더라도 상당한 초기 자본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전정일 : "지금 이 배를 사는 데 1억이 들어갔고, 그 다음에 앞으로 올 가을에 전복 치패(새끼) 넣는 것, 그 다음에 가두리를 제가 지금 다 칸을 칸 수를 늘리고 있거든요. 그런 것까지 지금 3억을 잡고 있어요. 지원금에 대해서 알아봤지만 실질적으로 그게 하나의 빚 아닙니까."

정부는 귀어귀촌 창업 자금으로 최대 2억 원까지 저금리 대출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담보나 신용 등 자격 조건이 까다로워 종잣돈이 부족한 귀어인이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김광국(완도군 귀어귀촌인회장) : "신용상태도 좋아야 되고 아니면 담보 설정을 해야 된다는가 그런 애로사항도 있고."

귀어로 성공하기가 만만치 않지만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귀어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귀어귀촌 박람회도 열렸습니다.

<인터뷰> 남충구 : "귀농하려고 여러 군데 한 3, 4년 전부터 박람회도 다니고 했는데 집사람이 바다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귀어 쪽으로 좀 더 돌아선 상황입니다."

기존 귀어 정착민을 만날 수 있는 상담소에서는 구체적인 질문들이 이어집니다.

혼자 배 몰고 가다가 사고가? 그런 경우는 거의 없어요. 엔진이 고장난다는가...

<인터뷰> 전훈정, 박철우 : "저는 원래 해녀가 되고 싶었거든요. 꿈은 있어도 할 수 없었는데 요즘 한번 도전해볼까 이런 생각이 좀 있고요."

한창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30,40대들도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인터뷰> 김영운(귀어 상담사) :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요. 현재 좀 힘드니까 취직도 난항을 겪으니까 또 다른 탈출구를 찾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해서 오더라고요."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 대열에 오르고, 일찌감치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들이 등장하면서 귀어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인터뷰> 조명기(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 "50대에 퇴직하게 되면 아무래도 준비가 어렵고 힘들게 됩니다. 그래서 아예 이참에 젊었을 때 제2의 인생을 미리 설계해서 좀 기반을 잡아보겠다하는..."

지난달, 귀농귀어를 지원하는 법률이 시행되고 귀어귀촌종합센터가 문을 여는 등 도움이 될 제도적 장치도 하나둘 마련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병길(귀어인) : "막연한 이상과 현실은 확실하게 차이가 있는 부분이고 저 역시 지금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지만..."

<인터뷰> 김대식(귀어인) : "지금 그걸 극복하고 이걸 다 해놓으니까 또 보람이 있잖아요. 나는 지금 그래도 바다 와서 낭만적이에요."

쳇바퀴 도는 듯한 직장 생활, 갈수록 힘들어지기만 하는 자영업에 지친 도시인들이 바다에서 유토피아를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와 인내 없이는 바다가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귀어인들은 강조합니다.

<인터뷰> 이영광(귀어인) : "이 바다는 잔잔한 바다는 며칠 없어요. 대부분 다 풍랑과 파도와 싸움이지. 그런 부분에서도 그것 조차도 이기지 못하면 아주 힘든 상황 속에 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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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에 살어리랏다”
    • 입력 2015-08-31 00:14:34
    • 수정2015-08-31 00:42:33
    취재파일K
<프롤로그>

<녹취> "도시에서는 얽매여있잖아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회사를 가고./ 뭘 해도 항상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까."

<녹취>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나즈막한 언덕에 집사람은 조그마한 카페를 운영하고 저는 낚시꾼들하고 같이 배를 타고 낚시도 하고."

<녹취> "내 나름대로 수확물을 챙기고 이득을 갖게 되고..."

<오프닝>

한때 도시에서 벗어나 농촌으로 이주하는 귀농 열풍이 불었는데, 최근엔 어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귀어'인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아직 은퇴하지 않은 50대 이하가 많아서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바다에서의 낭만적 삶, 그리고 풍부한 바다 자원을 이용해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거란 기대감 때문이라는데 과연 실상은 어떨까요?

섬마을로 내려온 귀어인들의 삶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남 완도에서 20여km 떨어진 섬, 생일도.

'생일'이라는 이름처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귀어인들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52살 최병길 씨도 그들 가운데 한 명입니다.

최 씨가 양식장에서 건져 올린 다시마를 잘라 전복 먹이로 줍니다.

<녹취> "여기다 바로 줍니까?"

선배 귀어인의 양식장에서 새벽부터 양식 일을 배웁니다.

<인터뷰> 최병길(귀어인) : "새벽 3,4시에 보통 작업을 많이 나갑니다. 다시마를 베어와서 건조장에서 인력으로 한 장씩 펴서 다 말리는 거죠."

20여 년 간 대기업과 증권 회사에서 일했던 최 씨는 넉 달 전, 도시 생활을 접고 이곳으로 내려왔습니다.

<인터뷰> 최병길 : "바다에서 살고 싶고 어릴 때 꿈이었기 때문에 꼭 한번 도전을 해보고 싶었죠."

땡볕에 그은 얼굴에 땀이 흥건히 맺히고, 뱃일을 나온 지 30분 만에 힘이 부칩니다.

<인터뷰> 김대식(귀어 정착민) : "(잘하시는 것 같아요?) 아직 멀었어요. 배우려면 이게 초보자 단계라고요."

<인터뷰> 최병길(넉 달차 귀어인) : "모든 게 다 고생입니다. (살도 많이 빠지셨다면서요?) 저 같은 경우 한 7,8킬로 빠졌습니다. 한 달 만에."

그래도 아직은 바다가 좋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최병길(귀어인) : "혼자서 바다를 이렇게 보면서 아니면 산을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많고 생각은 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도시를 떠나 생일도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 귀어인은 최근 5년 동안 20여 명에 이릅니다.

전복을 따는 42살 조재삼 씨와 44살 전정일 씨도 그런 경웁니다.

<인터뷰> 조재삼 : "3년이어도 이렇게 안 큰 애들이 있어요."

<인터뷰> 전정일 : "올해 가을이 3년째에요."

조 씨는 4년 전, 부산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인 생일도로 귀어했습니다.

전 씨도 먼저 귀어한 친구들의 삶을 부러워하다 석달 전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왔습니다.

<인터뷰> 전정일 : "아버님이 하고 계시니까 이걸 물려받아서 더 크게 서울 직장생활하는 것보다 나으니까 그래서 큰 맘 먹고 내려온 거죠"

밤낚시를 마치고 배 한 척이 돌아옵니다.

<인터뷰> 이영광(귀어 5년차) : "(몇 마리나 잡았어요?) 글쎄요. 배 전체적으로 하면 100마리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많이 잡았습니다."

수도권에서 CCTV 제조업체를 다니던 이 씨가 고향 여수로 내려온 건 5년 전.

<인터뷰> 이영광 : "복잡한 도시보다는 한적한 시골이 좋고 그 다음에 금전적인 문제도 많이 있어서 귀어를 하게 됐죠."

이 씨는 고향에 돌아온 뒤 부모님의 일을 물려받아 굴 양식업과 배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도시 생활이 익숙했던 20대 청년에겐 쉽지 않은 결심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영광 : "적응이 안되고 경험도 없고, 그 다음에 가장 큰 것은 아무리 내가 귀어를 했지만 내 기본 자산이 없기 때문에 너무 힘들었죠."

그러나 남들보다 일찍 시작한 데다 신기술 교육도 받으면서 이제는 배 두 척과 굴 양식장을 운영하는 청년 어부로 성공했습니다.

<인터뷰> 이영광 : "이 정도 된 것들이 이 만큼 컸죠. 보면 이게 우리 11월 중순부터 출하를 시작합니다. 자식 키우듯이 뿌듯하죠 이것은. 볼 수록 예쁘고 아름답죠."

우리나라 어촌 한 가구의 평균 소득은 연 4천 백만 원, 3천 5백만원인 농촌 소득보다 높습니다.

귀어 성공 사례도 잇따르면서 최근 5년새 귀어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정부에 어촌 정착금을 신청한 사람이 160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었습니다.

올해는 특히 신청자의 70%가 30,40대로 귀어를 선택하는 사람이 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귀어 지원센터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귀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국립수산과학원 귀어귀촌종합센터장 : "작년같은 경우에는 한 200여 명이 관심을 가졌었는데 올해 저희들이 상담을 해보니까 벌써 한 2천 명 정도 상담을 할 정도로 일단 관심은 굉장히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른 아침, 생일도의 귀어인들이 갯바위의 조개나 해조류를 채취하러 나섰습니다.

<인터뷰> 조재삼(귀어 4년차) : "오늘 이렇게 형님 물이 많이 빠집니다. 잡으러 갑시다 하면 같이 가고."

이런 해산물 중에는 비싼 값에 일본 등지로 수출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촌계원이 아니면 채취한 해산물을 팔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인터뷰> 최병길 : "어디 내다 팔 게 아니고 저희들 반찬을 하기 위해서 반찬용으로 뜯은 것이기 때문에 조금만 뜯어가는 겁니다. 저희들은 상업적으로 어떻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어있기 때문에."

또 배를 사더라도 어업권을 취득하지 못하면 독자적인 어업 활동을 할 수도 없습니다.

어촌계마다 다르지만 보통 3년 정도는 거주해야 어촌계에 가입할 수 있고, 그때 비로소 어업권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병길 : "어촌계에 가입이 되지 않고서는 바다 농사 자체를 지을 수가 없습니다. 토착민들 밑에서 저걸 할 수밖에 없어요. 잡일, 허드렛일을 할 수밖에 없어요.(뒷부분 그림 덮고)"

귀어를 장밋빛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김00(귀어인 8개월 차) : "섬에 대한 환상이 막연하게 있어서 전혀 계획없이 내려왔거든요. 2,3일 적어도 15일 정도는 아 낙원이다 이거 정말 낙원이다... 살다보니까 낙원은 결코 아닌 거죠."

부모로부터 어업권을 물려받은 경우에는 그나마 상황이 낫습니다.

그렇더라도 상당한 초기 자본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전정일 : "지금 이 배를 사는 데 1억이 들어갔고, 그 다음에 앞으로 올 가을에 전복 치패(새끼) 넣는 것, 그 다음에 가두리를 제가 지금 다 칸을 칸 수를 늘리고 있거든요. 그런 것까지 지금 3억을 잡고 있어요. 지원금에 대해서 알아봤지만 실질적으로 그게 하나의 빚 아닙니까."

정부는 귀어귀촌 창업 자금으로 최대 2억 원까지 저금리 대출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담보나 신용 등 자격 조건이 까다로워 종잣돈이 부족한 귀어인이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김광국(완도군 귀어귀촌인회장) : "신용상태도 좋아야 되고 아니면 담보 설정을 해야 된다는가 그런 애로사항도 있고."

귀어로 성공하기가 만만치 않지만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귀어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귀어귀촌 박람회도 열렸습니다.

<인터뷰> 남충구 : "귀농하려고 여러 군데 한 3, 4년 전부터 박람회도 다니고 했는데 집사람이 바다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귀어 쪽으로 좀 더 돌아선 상황입니다."

기존 귀어 정착민을 만날 수 있는 상담소에서는 구체적인 질문들이 이어집니다.

혼자 배 몰고 가다가 사고가? 그런 경우는 거의 없어요. 엔진이 고장난다는가...

<인터뷰> 전훈정, 박철우 : "저는 원래 해녀가 되고 싶었거든요. 꿈은 있어도 할 수 없었는데 요즘 한번 도전해볼까 이런 생각이 좀 있고요."

한창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30,40대들도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인터뷰> 김영운(귀어 상담사) :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요. 현재 좀 힘드니까 취직도 난항을 겪으니까 또 다른 탈출구를 찾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해서 오더라고요."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 대열에 오르고, 일찌감치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들이 등장하면서 귀어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인터뷰> 조명기(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 "50대에 퇴직하게 되면 아무래도 준비가 어렵고 힘들게 됩니다. 그래서 아예 이참에 젊었을 때 제2의 인생을 미리 설계해서 좀 기반을 잡아보겠다하는..."

지난달, 귀농귀어를 지원하는 법률이 시행되고 귀어귀촌종합센터가 문을 여는 등 도움이 될 제도적 장치도 하나둘 마련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병길(귀어인) : "막연한 이상과 현실은 확실하게 차이가 있는 부분이고 저 역시 지금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지만..."

<인터뷰> 김대식(귀어인) : "지금 그걸 극복하고 이걸 다 해놓으니까 또 보람이 있잖아요. 나는 지금 그래도 바다 와서 낭만적이에요."

쳇바퀴 도는 듯한 직장 생활, 갈수록 힘들어지기만 하는 자영업에 지친 도시인들이 바다에서 유토피아를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와 인내 없이는 바다가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귀어인들은 강조합니다.

<인터뷰> 이영광(귀어인) : "이 바다는 잔잔한 바다는 며칠 없어요. 대부분 다 풍랑과 파도와 싸움이지. 그런 부분에서도 그것 조차도 이기지 못하면 아주 힘든 상황 속에 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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