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폭력에 살인까지…돌변한 ‘연인’

입력 2015.09.10 (08:29) 수정 2015.09.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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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이틀 전 검거된 이른바 ‘송파 장롱 시신’ 사건의 피의자입니다.

4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는 바로 숨진 여성의 남자 친구였습니다.

누구보다 가까운 연인 사이에서, 한 순간에 원수 지간이 돼버린 이들.

문제는 이런 일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는 겁니다.

통계를 봤더니, 최근 5년 동안 연인의 손에 피살된 사람만 무려 3백 명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연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범죄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3일, 서울 중앙지법에서는 故 김선정씨 피살 사건에 대한 공판이 진행됐습니다.

숨진 선정 씨는 지난 5월, 세상을 경악케 했던 이른바 ‘20대 여성 시멘트 암매장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인터뷰> 故 김선정 씨 아버지 : "우리 딸이 살아 있으면 27살인데, 우리 아이 살해당하고 나서 지금 재판하는 거예요. (피의자가) 5월 2일 살해했고……."

선정씨를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사람은 다름 아닌 선정씨의 남자 친구였던 23살 이모 씨였습니다. 죄책감에 자수를 결심했다는 이 씨.

<인터뷰> 강동훈(경장/서울 관악경찰서강력6팀) : "피의자가 5월 18일에 스스로 자살을 시도했고 이후에 자수를 결심하게 됐다고 진술했습니다. (자신이) 여자친구를 살해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선정씨를 살해한 다음, 시신을 충북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곧바로, 이 씨가 지목한 야산을 샅샅이 수색한 경찰.

정말로 믿기 힘든 광경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마치 공사 현장처럼, 단단한 시멘트로 덮여있는 땅.

시멘트를 부수자, 끔찍하게도 그 안에서, 싸늘하게 식어 있는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인터뷰> 강동훈(경장/서울 관악경찰서 강력6팀) : "인적이 많이 드문 외진 숲이었습니다. 시신이 여행용 트렁크에 담긴 채로 구덩이가 파진 상태에서 시멘트로 메워져 있었고……"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피해자가 숨지자, 나흘 동안 시신을 암매장할 계획을 꼼꼼히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시멘트를 사고, 삽이며, 노끈, 가방 같은, 시신을 유기하는데 쓸 도구들을 꼼꼼하게 준비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강동훈(경장/서울 관악경찰서 강력6팀) : "시멘트로 매립을 하자 이런 생각을 스스로 하게 됐고, 시멘트도 구입하고, 시멘트 반죽에 필요한 고무대야, 철망 이런 것도 수집을 하게 되고, 렌터카도 스스로 빌려서 치밀한 계획을 짰다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이 씨가 피해자를 이렇게 잔혹하게 살해한 이유는 뭘까?

<인터뷰> 강동훈(경장/서울 관악경찰서 강력6팀) : "(피의자 진술은) 술을 한 잔 먹은 상태에서 여자친구가 이별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게 됐고, 거기에 대해서 화가 많이 났다. 자신이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 해서 여자친구를 목 졸라 살해했다."

지난해 5월 쯤.

학원 강사와 수강생으로 만나 1년쯤 교제를 했다는 두 사람.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우연히 녹음된 선정 씨와 친구의 통화 내용에는 선정 씨가 숨지기 이전부터 남자 친구의 폭력에 시달려온 정황이 드러납니다.

친구와 유족의 동의를 얻어 공개하는 당시 전화 녹음 파일입니다.

<녹취> 故 김선정 씨와 친구의 통화 내용(음성변조) : "맞고 하는 것은 동물밖에 없어. (내일 학생들이 나보고 뭐라고 생각할까…….) 솔직히 맞았나 보다 하겠지. 눈 감고 얼음찜질해. 네가 그럴 정도로 그것을 (폭행을) 받을 아이는 아니잖아. 네가 왜 부산에 가서 뭐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이건 지난해 촬영된 선정 씨의 사진입니다.

얼굴 전체에 시퍼렇게 멍이 든 모습은 당시 피해자의 상황이 어땠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인터뷰> 강동훈(경장/서울 관악경찰서 강력6팀) : "당시 사귀는 과정에서 있었던 폭행 사건 증거사진과 진단서가 발견이 됐습니다. 피해자가 14일간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도 있었고 오른쪽 손마디가 골절되고, 얼굴에 멍도 여러 곳에 들어있는 상황이었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선정씨는 그런 힘든 상황을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녹취> 故 김선정 씨 친구(음성변조) : "전화하면 맨날 맞았다, 어떻게 됐다……. (남자친구와) 헤어지라고 그랬죠. 사람 많은데 가서 헤어지자고 말을 하라고. 제가 인천에 살거든요. 인천으로 빨리 오라고 (그쪽일) 정리하고 오라고 계속 그랬죠."

결국 연인으로 시작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불행하게도 살인과 암매장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로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故 김선정 씨 아버지 : "우리 집사람은 지금도 잠을 못 자요. 거의 뭐 매일 울다 지쳐 잠이 들고, 울다가 실신해서 잠들고. 왜 우리 딸은 아름다운 연애도 하고 이런 것을 못했을까……. (피의자는) 정말 우리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됐으면 좋겠어요."

경찰관들에게 둘러싸여 호송되는 한 남성.

지난 7월 여자 친구를 납치 감금한 혐의로 경찰의 추격을 받던 35살 이모 씨입니다.

<인터뷰> 류덕희(충남 당진경찰서 형사팀장) : "피의자와 피해자가 사귀던 관계였는데.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요구를 하니까 피의자가 피해자를 납치해서 감금한 상태에서 돈도 요구하고, 때리기도 하고 폭행도 하고……(돈은 얼마를 요구했나요?) 3천만 원을 요구했어요."

여자친구를 자신의 차에 강제로 태운 뒤 1박 2일 동안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씨.

잠시 이 씨가 한눈을 판 사이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여자 친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끔찍한 범행은 막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류덕희(충남 당진경찰서 형사팀장) :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쫓아가서 그냥 두지 않겠다. 이사하더라도 자기가 끝까지 찾아내겠다 이런 식으로 협박을 하니까……."

지난 2일 경기도 화성에서는 헤어진 여자친구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며, 흉기 인질극을 벌인 30대 남성이 검거됐고,남양주에서는 말다툼 끝에 연상의 여자 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데이트 폭력’ . ‘연인 폭력’으로 접수된 신고 건 수만 지난 5년 동안 3만 6천여건.

이 가운데 3백여 건은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정춘숙(한국여성의전화 이사) : "데이트 폭력을 당했지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강력범죄를 막는다는 이런 심정으로 대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연인에서, 하루아침에 끔찍한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돼버린 사람들.

전문가들은 연인 사이의 폭력을 더 이상 미온적으로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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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폭력에 살인까지…돌변한 ‘연인’
    • 입력 2015-09-10 08:33:29
    • 수정2015-09-10 09: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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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검거된 이른바 ‘송파 장롱 시신’ 사건의 피의자입니다.

4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는 바로 숨진 여성의 남자 친구였습니다.

누구보다 가까운 연인 사이에서, 한 순간에 원수 지간이 돼버린 이들.

문제는 이런 일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는 겁니다.

통계를 봤더니, 최근 5년 동안 연인의 손에 피살된 사람만 무려 3백 명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연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범죄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3일, 서울 중앙지법에서는 故 김선정씨 피살 사건에 대한 공판이 진행됐습니다.

숨진 선정 씨는 지난 5월, 세상을 경악케 했던 이른바 ‘20대 여성 시멘트 암매장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인터뷰> 故 김선정 씨 아버지 : "우리 딸이 살아 있으면 27살인데, 우리 아이 살해당하고 나서 지금 재판하는 거예요. (피의자가) 5월 2일 살해했고……."

선정씨를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사람은 다름 아닌 선정씨의 남자 친구였던 23살 이모 씨였습니다. 죄책감에 자수를 결심했다는 이 씨.

<인터뷰> 강동훈(경장/서울 관악경찰서강력6팀) : "피의자가 5월 18일에 스스로 자살을 시도했고 이후에 자수를 결심하게 됐다고 진술했습니다. (자신이) 여자친구를 살해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선정씨를 살해한 다음, 시신을 충북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곧바로, 이 씨가 지목한 야산을 샅샅이 수색한 경찰.

정말로 믿기 힘든 광경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마치 공사 현장처럼, 단단한 시멘트로 덮여있는 땅.

시멘트를 부수자, 끔찍하게도 그 안에서, 싸늘하게 식어 있는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인터뷰> 강동훈(경장/서울 관악경찰서 강력6팀) : "인적이 많이 드문 외진 숲이었습니다. 시신이 여행용 트렁크에 담긴 채로 구덩이가 파진 상태에서 시멘트로 메워져 있었고……"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피해자가 숨지자, 나흘 동안 시신을 암매장할 계획을 꼼꼼히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시멘트를 사고, 삽이며, 노끈, 가방 같은, 시신을 유기하는데 쓸 도구들을 꼼꼼하게 준비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강동훈(경장/서울 관악경찰서 강력6팀) : "시멘트로 매립을 하자 이런 생각을 스스로 하게 됐고, 시멘트도 구입하고, 시멘트 반죽에 필요한 고무대야, 철망 이런 것도 수집을 하게 되고, 렌터카도 스스로 빌려서 치밀한 계획을 짰다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이 씨가 피해자를 이렇게 잔혹하게 살해한 이유는 뭘까?

<인터뷰> 강동훈(경장/서울 관악경찰서 강력6팀) : "(피의자 진술은) 술을 한 잔 먹은 상태에서 여자친구가 이별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게 됐고, 거기에 대해서 화가 많이 났다. 자신이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 해서 여자친구를 목 졸라 살해했다."

지난해 5월 쯤.

학원 강사와 수강생으로 만나 1년쯤 교제를 했다는 두 사람.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우연히 녹음된 선정 씨와 친구의 통화 내용에는 선정 씨가 숨지기 이전부터 남자 친구의 폭력에 시달려온 정황이 드러납니다.

친구와 유족의 동의를 얻어 공개하는 당시 전화 녹음 파일입니다.

<녹취> 故 김선정 씨와 친구의 통화 내용(음성변조) : "맞고 하는 것은 동물밖에 없어. (내일 학생들이 나보고 뭐라고 생각할까…….) 솔직히 맞았나 보다 하겠지. 눈 감고 얼음찜질해. 네가 그럴 정도로 그것을 (폭행을) 받을 아이는 아니잖아. 네가 왜 부산에 가서 뭐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이건 지난해 촬영된 선정 씨의 사진입니다.

얼굴 전체에 시퍼렇게 멍이 든 모습은 당시 피해자의 상황이 어땠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인터뷰> 강동훈(경장/서울 관악경찰서 강력6팀) : "당시 사귀는 과정에서 있었던 폭행 사건 증거사진과 진단서가 발견이 됐습니다. 피해자가 14일간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도 있었고 오른쪽 손마디가 골절되고, 얼굴에 멍도 여러 곳에 들어있는 상황이었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선정씨는 그런 힘든 상황을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녹취> 故 김선정 씨 친구(음성변조) : "전화하면 맨날 맞았다, 어떻게 됐다……. (남자친구와) 헤어지라고 그랬죠. 사람 많은데 가서 헤어지자고 말을 하라고. 제가 인천에 살거든요. 인천으로 빨리 오라고 (그쪽일) 정리하고 오라고 계속 그랬죠."

결국 연인으로 시작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불행하게도 살인과 암매장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로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故 김선정 씨 아버지 : "우리 집사람은 지금도 잠을 못 자요. 거의 뭐 매일 울다 지쳐 잠이 들고, 울다가 실신해서 잠들고. 왜 우리 딸은 아름다운 연애도 하고 이런 것을 못했을까……. (피의자는) 정말 우리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됐으면 좋겠어요."

경찰관들에게 둘러싸여 호송되는 한 남성.

지난 7월 여자 친구를 납치 감금한 혐의로 경찰의 추격을 받던 35살 이모 씨입니다.

<인터뷰> 류덕희(충남 당진경찰서 형사팀장) : "피의자와 피해자가 사귀던 관계였는데.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요구를 하니까 피의자가 피해자를 납치해서 감금한 상태에서 돈도 요구하고, 때리기도 하고 폭행도 하고……(돈은 얼마를 요구했나요?) 3천만 원을 요구했어요."

여자친구를 자신의 차에 강제로 태운 뒤 1박 2일 동안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씨.

잠시 이 씨가 한눈을 판 사이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여자 친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끔찍한 범행은 막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류덕희(충남 당진경찰서 형사팀장) :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쫓아가서 그냥 두지 않겠다. 이사하더라도 자기가 끝까지 찾아내겠다 이런 식으로 협박을 하니까……."

지난 2일 경기도 화성에서는 헤어진 여자친구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며, 흉기 인질극을 벌인 30대 남성이 검거됐고,남양주에서는 말다툼 끝에 연상의 여자 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데이트 폭력’ . ‘연인 폭력’으로 접수된 신고 건 수만 지난 5년 동안 3만 6천여건.

이 가운데 3백여 건은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정춘숙(한국여성의전화 이사) : "데이트 폭력을 당했지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강력범죄를 막는다는 이런 심정으로 대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연인에서, 하루아침에 끔찍한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돼버린 사람들.

전문가들은 연인 사이의 폭력을 더 이상 미온적으로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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