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행인 구하려다 참변…30대 군인의 ‘살신성인’

입력 2015.09.11 (08:30) 수정 2015.09.1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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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교통사고 현장에서, 부상자를 도우려던 30대 군인이 불의의 2차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육군 제9공수여단 소속 부사관 고 정연승 상사입니다.

바쁜 출근길 도로,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았던 교통사고 현장에서, 생면부지 여성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차 문을 박차고 뛰쳐 나갔던 정 상사.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누구보다 의협심이 강했다는 한 군인의 ‘살신성인’ 이야기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 [뉴스픽] 차에 치인 여성 구하다 숨진 특전사 군인

어제 오전, 국군수도병원에서는 고 정연승 상사의 영결식이 진행됐습니다.

<녹취> “아빠 인사하자. 고개 숙이고. 아버지 안녕히 가세요.”

평소와 다름없이 다정한 인사와 함께 출근길에 나선 가장의 뒷모습.

아내와 어린 두 딸은 그 뒷모습이 가장의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녹취> “아빠 좋은 데로 가세요. 아빠, 좋은 데로 가세요. 사진으로 볼 수도 있고 우리 옆에도 있어. 마음속에도 있고.”

정 상사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건 동료들도 마찬가집니다.

<녹취> “사랑하는 정연승 상사님 아직도 당신 없는 빈자리가 믿어지지 않습니다.”

<녹취> “잘 가, 연승아.”

누구보다 든든한 가장이었고, 또 용맹한 군인이었던 정 상사.

그런 정 상사가 숨을 거둔 건, 사흘 전인 지난 화요일이었습니다.

<인터뷰>안유진(소방사/부천 상동 119안전센터) : “신고는 9월 8일 6시 56분 경에 신고가 들어왔고요. 사람이 치었다고만 빨리 와달라고 통화를 했습니다.”

출근 차량들이 밀려들기 시작하는 오전 7시 무렵.

사고는 경기도 부천의 한 지하철 역 앞 4차선 도로 한 가운데에서 일어났습니다.

<인터뷰>안유진(소방사/부천 상동 119안전센터) : “군인분 같은 경우에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다리 쪽과 팔 쪽에 골절이 의심되는 상태였고요. 여성 환자분 같은 경우에는 엎드려계셨는데 얼굴 쪽에 골절이 있는 상태였고요.”

이들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대체 이 끔찍한 사고는 왜 일어나게 된 걸까?

당시의 사고 경위는 CCTV와 블랙박스 화면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한 40대 여성이,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에서 횡단보도 옆을 건너다 그만 승용차에 치이고 맙니다.

<인터뷰> 이래조(부천 원미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장) : “여기서 1차 충격해서 20m 저 쪽에 떨어진 거예요. 1차 가해 승용차가 여기 세워놓고 피해자한테 가서 구호조치 하고 있었어요.”

도로 위에 쓰러진 부상자.

당황한 승용차 운전자가 현장으로 급히 달려갔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앞이 캄캄하기만 했습니다.

구급대가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

주변을 지나는 운전자나 행인들은 사고 현장을 그저 멀끄러미 바라만 볼 뿐, 선뜻 다가가 도울 엄두를 내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녹취> 사고 승용차 운전자(음성변조) : “아무래도 사고를 냈으니까 저도 그럴 것 아닙니까.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있는데…….”

그렇게 안타까운 시간이 1초, 2초 흘러갈 무렵, 어디에선가 군복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차에서 내려 사고 현장으로 뛰어갑니다.

바로 정 상사입니다.

<녹취> 사고 승용차 운전자(음성변조) : “실제로 인도 쪽에도 사람이 있었는데 그냥 이렇게 (가만히) 있는데, 그 분은 차를 세우고 뛰어 오시더라고요.”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 정 상사는 곧바로 환자의 위급한 상태를 인지했습니다.

한시가 급해 보이는 환자.

정 상사는 아스팔트 바닥에 누운 부상자가 의식을 잃지 않도록 말을 걸고, 또 계속해서 심폐 소생술을 시도했습니다.

<녹취> 사고 승용차 운전자(음성변조) : “경험이 많으신지 구호 받는 쪽으로는...(부상자에게) 말도 계속시키고 말씀 하셔야 한다고 말을 시키면서 어떻게 고개를 들면서 그렇게 (응급조치) 행동을 취했어요.”

생각보다 위중한 환자의 상태.

그렇게 긴박한 시간이 3분 남짓 흘렀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이래조(부천 원미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장) : “화물차가 CCTV 상에 신호를 위반하고 교차로를 통과하는 게 나옵니다. 그 (사고)당시에 6시 43분이기 때문에 아침에 일출이 있어서 햇빛을 보고 시야에 좀 장애가 있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생각지 못했던 불행은 부상자를 구하려던, 정 상사까지 덮치고 말았습니다.

정 상사가 응급조치를 하는 사이, 신호를 위반한 화물차 한 대가 달려와, 사고 현장에 있던 정 상사와 40대 여성 환자, 그리고 승용차 운전자까지 모두 세 사람을 그대로 덮치고 만겁니다.

연속된 불의의 사고였습니다.

화물차에 치인 세 사람 가운데 정 상사와 여성 환자는 안타깝게도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이래조(부천 원미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장) : “정상사 같은 경우 2차 화물차로 인해 사망한 거로 원인이 판명됐고 보행자 같은 경우 1차 승합차, 2차 화물차가 충격을 가했기 때문에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입니다.”

얼굴 한 번 본적이 없는 부상자를 돕기 위해 도로로 뛰어갔다, 변을 당하고 만 정 상사.

동료들은 고인을 17년 군 생활 내내 모범적이고, 의협심 강했던 군인으로,

<인터뷰> 최진석(상사/육군 특수전사령부 9공수여단) : “선임이면서도 후배들이 힘들면 먼저 앞장서서 후배들 이끌어주고 또 후배가 어려울 때 항상 도와주고…….”

또 10년 넘게 사회시설을 방문하고, 남몰래 소년 가장을 도왔던 정 많던 군인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노영진(상사/육군 특수전사령부 9공수여단) : "자원봉사를 부대 차원에서 나갔었는데, 학생을 개인적으로 시간 내서 주말에 가서 같이 만나고 학용품도 사다 주고…"

여덟 살과 여섯 살, 어린 두 딸을 남겨두고 서른다섯 젊은 생을 마감하게 된 고인.

수많은 동료와 가족들의 오열 속에 정 상사는 어제 마지막 길을 떠났습니다.

<녹취> “아빠 가지 마. 가지 마.”

고인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복지재단은 정 상사를 첫 번째 의인상 수상자로 선정했고, 정부는 정 상사를 의사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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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행인 구하려다 참변…30대 군인의 ‘살신성인’
    • 입력 2015-09-11 08:32:04
    • 수정2015-09-11 10: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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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교통사고 현장에서, 부상자를 도우려던 30대 군인이 불의의 2차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육군 제9공수여단 소속 부사관 고 정연승 상사입니다.

바쁜 출근길 도로,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았던 교통사고 현장에서, 생면부지 여성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차 문을 박차고 뛰쳐 나갔던 정 상사.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누구보다 의협심이 강했다는 한 군인의 ‘살신성인’ 이야기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 [뉴스픽] 차에 치인 여성 구하다 숨진 특전사 군인

어제 오전, 국군수도병원에서는 고 정연승 상사의 영결식이 진행됐습니다.

<녹취> “아빠 인사하자. 고개 숙이고. 아버지 안녕히 가세요.”

평소와 다름없이 다정한 인사와 함께 출근길에 나선 가장의 뒷모습.

아내와 어린 두 딸은 그 뒷모습이 가장의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녹취> “아빠 좋은 데로 가세요. 아빠, 좋은 데로 가세요. 사진으로 볼 수도 있고 우리 옆에도 있어. 마음속에도 있고.”

정 상사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건 동료들도 마찬가집니다.

<녹취> “사랑하는 정연승 상사님 아직도 당신 없는 빈자리가 믿어지지 않습니다.”

<녹취> “잘 가, 연승아.”

누구보다 든든한 가장이었고, 또 용맹한 군인이었던 정 상사.

그런 정 상사가 숨을 거둔 건, 사흘 전인 지난 화요일이었습니다.

<인터뷰>안유진(소방사/부천 상동 119안전센터) : “신고는 9월 8일 6시 56분 경에 신고가 들어왔고요. 사람이 치었다고만 빨리 와달라고 통화를 했습니다.”

출근 차량들이 밀려들기 시작하는 오전 7시 무렵.

사고는 경기도 부천의 한 지하철 역 앞 4차선 도로 한 가운데에서 일어났습니다.

<인터뷰>안유진(소방사/부천 상동 119안전센터) : “군인분 같은 경우에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다리 쪽과 팔 쪽에 골절이 의심되는 상태였고요. 여성 환자분 같은 경우에는 엎드려계셨는데 얼굴 쪽에 골절이 있는 상태였고요.”

이들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대체 이 끔찍한 사고는 왜 일어나게 된 걸까?

당시의 사고 경위는 CCTV와 블랙박스 화면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한 40대 여성이,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에서 횡단보도 옆을 건너다 그만 승용차에 치이고 맙니다.

<인터뷰> 이래조(부천 원미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장) : “여기서 1차 충격해서 20m 저 쪽에 떨어진 거예요. 1차 가해 승용차가 여기 세워놓고 피해자한테 가서 구호조치 하고 있었어요.”

도로 위에 쓰러진 부상자.

당황한 승용차 운전자가 현장으로 급히 달려갔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앞이 캄캄하기만 했습니다.

구급대가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

주변을 지나는 운전자나 행인들은 사고 현장을 그저 멀끄러미 바라만 볼 뿐, 선뜻 다가가 도울 엄두를 내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녹취> 사고 승용차 운전자(음성변조) : “아무래도 사고를 냈으니까 저도 그럴 것 아닙니까.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있는데…….”

그렇게 안타까운 시간이 1초, 2초 흘러갈 무렵, 어디에선가 군복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차에서 내려 사고 현장으로 뛰어갑니다.

바로 정 상사입니다.

<녹취> 사고 승용차 운전자(음성변조) : “실제로 인도 쪽에도 사람이 있었는데 그냥 이렇게 (가만히) 있는데, 그 분은 차를 세우고 뛰어 오시더라고요.”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 정 상사는 곧바로 환자의 위급한 상태를 인지했습니다.

한시가 급해 보이는 환자.

정 상사는 아스팔트 바닥에 누운 부상자가 의식을 잃지 않도록 말을 걸고, 또 계속해서 심폐 소생술을 시도했습니다.

<녹취> 사고 승용차 운전자(음성변조) : “경험이 많으신지 구호 받는 쪽으로는...(부상자에게) 말도 계속시키고 말씀 하셔야 한다고 말을 시키면서 어떻게 고개를 들면서 그렇게 (응급조치) 행동을 취했어요.”

생각보다 위중한 환자의 상태.

그렇게 긴박한 시간이 3분 남짓 흘렀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이래조(부천 원미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장) : “화물차가 CCTV 상에 신호를 위반하고 교차로를 통과하는 게 나옵니다. 그 (사고)당시에 6시 43분이기 때문에 아침에 일출이 있어서 햇빛을 보고 시야에 좀 장애가 있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생각지 못했던 불행은 부상자를 구하려던, 정 상사까지 덮치고 말았습니다.

정 상사가 응급조치를 하는 사이, 신호를 위반한 화물차 한 대가 달려와, 사고 현장에 있던 정 상사와 40대 여성 환자, 그리고 승용차 운전자까지 모두 세 사람을 그대로 덮치고 만겁니다.

연속된 불의의 사고였습니다.

화물차에 치인 세 사람 가운데 정 상사와 여성 환자는 안타깝게도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이래조(부천 원미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장) : “정상사 같은 경우 2차 화물차로 인해 사망한 거로 원인이 판명됐고 보행자 같은 경우 1차 승합차, 2차 화물차가 충격을 가했기 때문에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입니다.”

얼굴 한 번 본적이 없는 부상자를 돕기 위해 도로로 뛰어갔다, 변을 당하고 만 정 상사.

동료들은 고인을 17년 군 생활 내내 모범적이고, 의협심 강했던 군인으로,

<인터뷰> 최진석(상사/육군 특수전사령부 9공수여단) : “선임이면서도 후배들이 힘들면 먼저 앞장서서 후배들 이끌어주고 또 후배가 어려울 때 항상 도와주고…….”

또 10년 넘게 사회시설을 방문하고, 남몰래 소년 가장을 도왔던 정 많던 군인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노영진(상사/육군 특수전사령부 9공수여단) : "자원봉사를 부대 차원에서 나갔었는데, 학생을 개인적으로 시간 내서 주말에 가서 같이 만나고 학용품도 사다 주고…"

여덟 살과 여섯 살, 어린 두 딸을 남겨두고 서른다섯 젊은 생을 마감하게 된 고인.

수많은 동료와 가족들의 오열 속에 정 상사는 어제 마지막 길을 떠났습니다.

<녹취> “아빠 가지 마. 가지 마.”

고인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복지재단은 정 상사를 첫 번째 의인상 수상자로 선정했고, 정부는 정 상사를 의사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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