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첫발 뗀 ‘8.25 합의’…남은 변수는?

입력 2015.09.12 (07:49) 수정 2015.09.1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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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나운서 이각경입니다.

9월 12일 토요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입니다.

남북이 다음 달 금강산에서 이산가족들의 상봉행사를 갖기로 합의하면서 지난달 극적으로 이뤄진 8.25합의가 일단 순조로운 첫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남북 각각 100명씩, 상봉의 기쁨보다는 함께 하지 못하는 이산가족들의 안타까움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게 현실인데요,

남북관계 역시 낙관을 하기엔 여전히 변수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슈 & 한반도> 이번 주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합의부터 남북관계 앞으로의 변수들을 짚어봤습니다.

송지현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추석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관련해서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남북 각각 100명씩 상봉하기로 하고…

지난 8일, 조선중앙TV 북과 남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적십자회담을 열고 호상 관심하는 문제들에 대하여 폭넓게 협의해나가기로 했습니다.

남북 적십자 접촉 타결 다음날인 지난 9일,

이른 아침부터 대한적십자사에 이산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혈육 상봉의 기회가 오기를 고대하며 상봉 후보자 추첨 현장을 직접 찾은 것입니다.

<녹취> 윤관전(88살) :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건강하면 됐지… 지금 많은 사람들이 다 똑 같은 심정이겠죠. 되면 좋죠.."

이번에 과연 가족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와 초조감 속에 이산가족들이 추첨의 순간을 기다립니다.

<녹취> 이창용(93살) :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제일 초반에 (신청)했어요, 했는데. 연락이 안 와. 그래서 이번에 (추첨)한다 그래서 여기 한 번 온 거예요."

<녹취> 조갑순(84살) :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오늘 기분이 될 거 같아요. 돼서 고향 땅 한 번 밟아보는 게 소원입니다."

마침내 예비 후보자 500명을 선정하는 컴퓨터 추첨 버튼이 눌러집니다.

곧바로 컴퓨터 모니터 앞에 모인 이산가족들,

끝내 후보자 명단에서 이름을 찾는 데 실패합니다.

여든 일곱 살의 이용녀 할머니는 추첨에서 탈락한 사실을 확인하고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녹취> 이용녀(87살/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 "여기 내 이름이 나와야 된다면서요. 내 이름이 없어. 내가 나이가 적어서 그래요, 왜 그래요? 우리 딸 빨리 찾고 싶어. 죽었나, 살았나. 죽었나 살았나 확인만 해도 좋겠어. 세 살 먹은 거 두고 왔는데...내가 지금 가슴이 터질 것 같아."

함께 추첨장을 찾은 노부부는 애써 실망감을 달래며 서로를 위로합니다.

<녹취> 조갑순(84살/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 "할아버지는 뭐 서운한 게 말할 수 없지요. 우리 할아버지는 기대 많이 했지요. 오늘 좋은 소식 들으려고 했는데, 밤새도록 내가 자다가 일어나서도 기도하고 좋은 소식 듣게 해달라고 그랬는데 오늘 좋은 소식을 못 들어서 너무 마음이 아파요."

이번에 선발된 예비 후보자들은 13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500명 안에 들었지만 가족들을 만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일단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선정되는 200명 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생사 확인 작업을 거쳐 북한의 가족이 살아 있으면 최종 상봉자 100명 안에 들어가게 됩니다.

추첨이 끝난 뒤 적십자사는 예비후보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상봉 의사와 건강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녹취> 고영무(이산가족 상봉 예비후보자) : "(안녕하세요. 고영무 어르신. 어르신께서 제20차 이산가족 1차 후보자로 추첨되셨어요. 그렇습니까? (축하드려요, 어르신 ) 예. 고맙습니다."

<녹취> "(금강산에서 북측가족 상봉하시는 거 원하시는 건가요?) 예, 원하죠"

또 전국 각지의 적십자 병원에서는 예비 후보자들에 대한 건강 검진이 시작됐습니다.

1차 후보자 500명 가운데 북한에 생사 확인을 의뢰할 200명을 선발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녹취> 허일찬(81살) : "이산가족 상봉 예비 후보자 기쁘죠. 전화 받아서 아직도 갈 길이 먼 걸 보니까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죠."

신청서를 접수한 지 십여 년 만에 가족 상봉을 위한 1차 관문을 통과한 올해 아흔 살의 김근형 할아버지

<녹취> 김근형(90살) : "이산가족 상봉 예비 후보자 큰 딸이 이제 김순자, 그 다음에 수길이 아들. 그 다음에 수일이. 그러니까 김순자, 김수길, 김수일. 셋, 2남 1녀죠. 그 어떻게 사는지 모르죠. 그걸 궁금해서 만났으면 좋겠고요."

70년 동안 생사조차 모르는 조카들을 이제라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마음은 벌써 북녘 고향땅에 가있습니다.

하지만 최종 상봉 대상자로 선발되기까지는 두 차례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

여기에 남은 기간 남북 관계가 또 얼어붙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녹취> 김근형(90살/이산가족 상봉 1차 후보자) : "이산가족 (상봉)하면서도 이북 하는 일을 우리가 믿지 못하잖아요. 믿어야 되는데 서로… 그런데 또 무슨 사고 나고, 자꾸 무슨 돌발 사고가 자꾸 나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불안하죠."

추첨이 끝난 뒤에도 적십자사에는 상봉의 꿈이 좌절된 이산가족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녹취> 홍기표(86살/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 "눈물 날 정도로 다 서운하지. 다음 기회는 또 언제쯤 될는지 그것도 좀 알고.... 어떻게 좀 빨리빨리 주선해서 형님 좀 만나봤으면 싶어요."

생존 이산가족 6만 6천여 명 중 1차 후보자 500명에 들 확률은 130대 1, 그리고 최종 상봉자 100명에 포함될 확률은 무려 663대 1,

살아생전 직접 만나지 못한다면 생사라도 확인하게 해달라는 안타까운 하소연들입니다.

<녹취> 백대현(84살/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 "내가 죽으면 내 동생이 또 신청을 해야 되겠죠. 가지는 못하더라도 생사확인이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7일,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 이후 열이틀 만에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

남북은 밤을 새워가며 진통을 거듭한 끝에 이산상봉 협상을 타결합니다.

최대 쟁점이었던 상봉 시기는 북한의 당창건 70주년이 열흘 지난 뒤인 다음달 20일부터 26일까지로 북측의 요구가 수용됐습니다.

대신 북한은 이산 상봉 정례화와 이산가족들의 생사확인 문제 등을 다룰 남북 적십자 본회담을 5년 만에 재개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녹취> 이덕행(적십자 실무접촉 수석대표) : "남과 북은 인도주의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가까운 시일 안에 남북적십자 회담을 열어서 이산가족 상봉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비롯하여 상호 관심사를 폭넓게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이번 합의에서 달라진 점은 우리 측 생사 확인 의뢰자 수를 북한보다 50명이 더 많은 250명으로 늘린 점입니다.

납북자와 군국포로, 이른바 특수 이산가족 50명의 생사 확인을 별도로 진행해, 북측 가족의 생존이 확인될 경우 전원 상봉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입니다.

<녹취> 강호권(대한적십자사 인선위원장 2차 후보자) : "250명은 본인 의사를 확인하고 건강검진 결과를 반영하여 결정키로 하였으며 이중 50명은 국군포로 등 특수이산가족으로 별도 선발하기로 하였습니다."

2000년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시작된 뒤 지금까지 생사 확인을 거친 납북자와 국군포로는 모두 93명,

이 가운데 35명만이 가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최성용(납북자 가족 모임 대표) : "(납북자 가족)송환을 요구하는 게 아니니깐 죽었는지 살았는지 정확하게 밝혀주는 것이 우리 가족의 소원이고 염원이다. 이건 분명한 우리의 뜻이에요."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 협상을 타결하면서 지난달 고위급 접촉에서 이뤄진 이른바 ‘8.25 합의’는 일단 순조로운 첫 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합의 이것을 통해서 앞으로 당국회담이라든가 또는 이제 적십자회담 같은 보다 높은 수준의 협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그런 기반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적십자 접촉 타결 이후 북한은 대남 비방을 자제한 채 고위급 합의 정신을 강조하며 연일 대화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녹취> 박봉주(북한 내각 총리/지난 8일) : "북남 고위급 긴급접촉에서 이룩된 합의 정신을 귀중히 여기고 북남관계를 민족의 지향과 염원에 맞게 발전시켜 나아감으로써 조국통일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8.25합의가 이제 첫 단추를 채웠다며, 차근차근 풀어나가자는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산 상봉 합의 하나만으로는 북한의 진정성을 가늠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이유입니다.

이산가족 상봉의 날이 정해졌지만 남북 관계에는 여전히 변수가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북한의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전후에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서느냐가 핵심입니다.

정부는 현재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징후가 포착된 것은 없지만, 북한 정권의 속성상 언제든 전략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다음달 16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문제와 관련해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이에 대해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도 변수입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무엇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막기 위한 예방 외교를 추진할 필요하고 있구요. 남북관계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9월 중에, 당국 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우리가 어떤 성과를 조기에 얻으려고 하는 그런 조급함, 또 그런 모습을 보이면 북한에게 역이용 당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하나 하나 차분하게 이 협상의 장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하는 그런 의지를 가지고 해 나가는 것이 정말 이번에야말로 남북 관계의 새 판을 짜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북한의 지뢰도발로 촉발된 남북의 긴장 국면을 극적으로 대화 국면으로 바꿔놓은 8.25 남북 고위급 합의,

이후 이산가족 상봉 협상의 첫 시험대를 무난히 통과한 남과 북,

모처럼 맞은 관계개선의 기회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가기 위한 남북 모두의 성숙한 자세, 그리고 어느 때보다 진정성 있는 실천 의지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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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첫발 뗀 ‘8.25 합의’…남은 변수는?
    • 입력 2015-09-12 08:28:19
    • 수정2015-09-12 08:51:04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나운서 이각경입니다.

9월 12일 토요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입니다.

남북이 다음 달 금강산에서 이산가족들의 상봉행사를 갖기로 합의하면서 지난달 극적으로 이뤄진 8.25합의가 일단 순조로운 첫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남북 각각 100명씩, 상봉의 기쁨보다는 함께 하지 못하는 이산가족들의 안타까움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게 현실인데요,

남북관계 역시 낙관을 하기엔 여전히 변수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슈 & 한반도> 이번 주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합의부터 남북관계 앞으로의 변수들을 짚어봤습니다.

송지현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추석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관련해서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남북 각각 100명씩 상봉하기로 하고…

지난 8일, 조선중앙TV 북과 남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적십자회담을 열고 호상 관심하는 문제들에 대하여 폭넓게 협의해나가기로 했습니다.

남북 적십자 접촉 타결 다음날인 지난 9일,

이른 아침부터 대한적십자사에 이산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혈육 상봉의 기회가 오기를 고대하며 상봉 후보자 추첨 현장을 직접 찾은 것입니다.

<녹취> 윤관전(88살) :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건강하면 됐지… 지금 많은 사람들이 다 똑 같은 심정이겠죠. 되면 좋죠.."

이번에 과연 가족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와 초조감 속에 이산가족들이 추첨의 순간을 기다립니다.

<녹취> 이창용(93살) :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제일 초반에 (신청)했어요, 했는데. 연락이 안 와. 그래서 이번에 (추첨)한다 그래서 여기 한 번 온 거예요."

<녹취> 조갑순(84살) :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오늘 기분이 될 거 같아요. 돼서 고향 땅 한 번 밟아보는 게 소원입니다."

마침내 예비 후보자 500명을 선정하는 컴퓨터 추첨 버튼이 눌러집니다.

곧바로 컴퓨터 모니터 앞에 모인 이산가족들,

끝내 후보자 명단에서 이름을 찾는 데 실패합니다.

여든 일곱 살의 이용녀 할머니는 추첨에서 탈락한 사실을 확인하고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녹취> 이용녀(87살/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 "여기 내 이름이 나와야 된다면서요. 내 이름이 없어. 내가 나이가 적어서 그래요, 왜 그래요? 우리 딸 빨리 찾고 싶어. 죽었나, 살았나. 죽었나 살았나 확인만 해도 좋겠어. 세 살 먹은 거 두고 왔는데...내가 지금 가슴이 터질 것 같아."

함께 추첨장을 찾은 노부부는 애써 실망감을 달래며 서로를 위로합니다.

<녹취> 조갑순(84살/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 "할아버지는 뭐 서운한 게 말할 수 없지요. 우리 할아버지는 기대 많이 했지요. 오늘 좋은 소식 들으려고 했는데, 밤새도록 내가 자다가 일어나서도 기도하고 좋은 소식 듣게 해달라고 그랬는데 오늘 좋은 소식을 못 들어서 너무 마음이 아파요."

이번에 선발된 예비 후보자들은 13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500명 안에 들었지만 가족들을 만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일단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선정되는 200명 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생사 확인 작업을 거쳐 북한의 가족이 살아 있으면 최종 상봉자 100명 안에 들어가게 됩니다.

추첨이 끝난 뒤 적십자사는 예비후보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상봉 의사와 건강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녹취> 고영무(이산가족 상봉 예비후보자) : "(안녕하세요. 고영무 어르신. 어르신께서 제20차 이산가족 1차 후보자로 추첨되셨어요. 그렇습니까? (축하드려요, 어르신 ) 예. 고맙습니다."

<녹취> "(금강산에서 북측가족 상봉하시는 거 원하시는 건가요?) 예, 원하죠"

또 전국 각지의 적십자 병원에서는 예비 후보자들에 대한 건강 검진이 시작됐습니다.

1차 후보자 500명 가운데 북한에 생사 확인을 의뢰할 200명을 선발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녹취> 허일찬(81살) : "이산가족 상봉 예비 후보자 기쁘죠. 전화 받아서 아직도 갈 길이 먼 걸 보니까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죠."

신청서를 접수한 지 십여 년 만에 가족 상봉을 위한 1차 관문을 통과한 올해 아흔 살의 김근형 할아버지

<녹취> 김근형(90살) : "이산가족 상봉 예비 후보자 큰 딸이 이제 김순자, 그 다음에 수길이 아들. 그 다음에 수일이. 그러니까 김순자, 김수길, 김수일. 셋, 2남 1녀죠. 그 어떻게 사는지 모르죠. 그걸 궁금해서 만났으면 좋겠고요."

70년 동안 생사조차 모르는 조카들을 이제라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마음은 벌써 북녘 고향땅에 가있습니다.

하지만 최종 상봉 대상자로 선발되기까지는 두 차례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

여기에 남은 기간 남북 관계가 또 얼어붙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녹취> 김근형(90살/이산가족 상봉 1차 후보자) : "이산가족 (상봉)하면서도 이북 하는 일을 우리가 믿지 못하잖아요. 믿어야 되는데 서로… 그런데 또 무슨 사고 나고, 자꾸 무슨 돌발 사고가 자꾸 나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불안하죠."

추첨이 끝난 뒤에도 적십자사에는 상봉의 꿈이 좌절된 이산가족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녹취> 홍기표(86살/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 "눈물 날 정도로 다 서운하지. 다음 기회는 또 언제쯤 될는지 그것도 좀 알고.... 어떻게 좀 빨리빨리 주선해서 형님 좀 만나봤으면 싶어요."

생존 이산가족 6만 6천여 명 중 1차 후보자 500명에 들 확률은 130대 1, 그리고 최종 상봉자 100명에 포함될 확률은 무려 663대 1,

살아생전 직접 만나지 못한다면 생사라도 확인하게 해달라는 안타까운 하소연들입니다.

<녹취> 백대현(84살/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 "내가 죽으면 내 동생이 또 신청을 해야 되겠죠. 가지는 못하더라도 생사확인이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7일,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 이후 열이틀 만에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

남북은 밤을 새워가며 진통을 거듭한 끝에 이산상봉 협상을 타결합니다.

최대 쟁점이었던 상봉 시기는 북한의 당창건 70주년이 열흘 지난 뒤인 다음달 20일부터 26일까지로 북측의 요구가 수용됐습니다.

대신 북한은 이산 상봉 정례화와 이산가족들의 생사확인 문제 등을 다룰 남북 적십자 본회담을 5년 만에 재개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녹취> 이덕행(적십자 실무접촉 수석대표) : "남과 북은 인도주의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가까운 시일 안에 남북적십자 회담을 열어서 이산가족 상봉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비롯하여 상호 관심사를 폭넓게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이번 합의에서 달라진 점은 우리 측 생사 확인 의뢰자 수를 북한보다 50명이 더 많은 250명으로 늘린 점입니다.

납북자와 군국포로, 이른바 특수 이산가족 50명의 생사 확인을 별도로 진행해, 북측 가족의 생존이 확인될 경우 전원 상봉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입니다.

<녹취> 강호권(대한적십자사 인선위원장 2차 후보자) : "250명은 본인 의사를 확인하고 건강검진 결과를 반영하여 결정키로 하였으며 이중 50명은 국군포로 등 특수이산가족으로 별도 선발하기로 하였습니다."

2000년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시작된 뒤 지금까지 생사 확인을 거친 납북자와 국군포로는 모두 93명,

이 가운데 35명만이 가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최성용(납북자 가족 모임 대표) : "(납북자 가족)송환을 요구하는 게 아니니깐 죽었는지 살았는지 정확하게 밝혀주는 것이 우리 가족의 소원이고 염원이다. 이건 분명한 우리의 뜻이에요."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 협상을 타결하면서 지난달 고위급 접촉에서 이뤄진 이른바 ‘8.25 합의’는 일단 순조로운 첫 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합의 이것을 통해서 앞으로 당국회담이라든가 또는 이제 적십자회담 같은 보다 높은 수준의 협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그런 기반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적십자 접촉 타결 이후 북한은 대남 비방을 자제한 채 고위급 합의 정신을 강조하며 연일 대화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녹취> 박봉주(북한 내각 총리/지난 8일) : "북남 고위급 긴급접촉에서 이룩된 합의 정신을 귀중히 여기고 북남관계를 민족의 지향과 염원에 맞게 발전시켜 나아감으로써 조국통일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8.25합의가 이제 첫 단추를 채웠다며, 차근차근 풀어나가자는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산 상봉 합의 하나만으로는 북한의 진정성을 가늠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이유입니다.

이산가족 상봉의 날이 정해졌지만 남북 관계에는 여전히 변수가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북한의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전후에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서느냐가 핵심입니다.

정부는 현재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징후가 포착된 것은 없지만, 북한 정권의 속성상 언제든 전략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다음달 16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문제와 관련해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이에 대해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도 변수입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무엇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막기 위한 예방 외교를 추진할 필요하고 있구요. 남북관계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9월 중에, 당국 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우리가 어떤 성과를 조기에 얻으려고 하는 그런 조급함, 또 그런 모습을 보이면 북한에게 역이용 당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하나 하나 차분하게 이 협상의 장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하는 그런 의지를 가지고 해 나가는 것이 정말 이번에야말로 남북 관계의 새 판을 짜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북한의 지뢰도발로 촉발된 남북의 긴장 국면을 극적으로 대화 국면으로 바꿔놓은 8.25 남북 고위급 합의,

이후 이산가족 상봉 협상의 첫 시험대를 무난히 통과한 남과 북,

모처럼 맞은 관계개선의 기회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가기 위한 남북 모두의 성숙한 자세, 그리고 어느 때보다 진정성 있는 실천 의지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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