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양말에 숨긴 2억 원 짜리 다이아몬드

입력 2015.09.14 (08:31) 수정 2015.09.14 (20:0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다이아몬드 반지입니다.

시가가 2억 원이 넘는다는 말 그대로 ‘귀금속’입니다.

그런데, 누군가 이 귀금속을 불과 8분 만에, 그것도 판매 직원이 있는 앞에서 감쪽같이 훔쳐 달아났습니다. .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노신사.

바로 수 억 원대 다이아몬드 반지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입니다.

대체 이 노신사는 어떤 방법으로 다이아몬드를 훔친 걸까요?

기상천외한 범죄 행각을 지금부터 뉴스 따라잡기에서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백화점 귀금속 매장 CCTV입니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노신사가 매장 직원과 함께 자리에 앉습니다.

잠시 얘기를 나눈 뒤, 직원은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를 가져와 손님에게 보여줍니다.

고민이 되는지, 계속해서 반지를 만지작 거려보는 노신사.

한참을 망설이던 노신사는 결국 반지를 다시 제자리에 놓고 자리에서 일어서, 매장 문을 나섭니다.

여기까지는 보통의 귀금속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그런데, 노신사가 나가고 난 뒤 매장에 있던 시가 1억 9천만 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인터뷰> 권철중(팀장/서울 영등포경찰서 강력1팀) : "종업원이 한눈파는 사이에 양말 속에 (반지를) 집어넣고 돈을 찾아오겠다고 하고 도주하는 그런 범행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분명 손님이 구경한 다이아 반지는 종업원에게 돌려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양말 속에 반지를 넣어 갔다는 걸까?

영상을 다시 한 번 돌려 보겠습니다.

반지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대화 도중, 직원은 시선을 몇 차례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됩니다.

노신사의 요구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권철중(팀장/서울 영등포경찰서 강력1팀) : "직원에게 계속 요구를 하는 거예요. "다른 모델 한번 줘 봐라, 상품 안내서를 줘 봐라." 그러면 직원이 손님이 요구한 사항이니까 요구한 사항을 들어주기 위해서 컴퓨터로 찾아보든지......"

그렇게, 직원이 시선을 돌린 그 순간.

노신사가 왼쪽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무언가를 꺼내 듭니다.

손에 든 건, 바로 가짜 반지였습니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이 가짜 반지를 테이블 위에 있던 진짜 반지와 순식간에 바꿔버립니다.

2억 원에 육박하는 다이아 반지가 30만 원 짜리 모조반지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8분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권철중(팀장/서울 영등포경찰서 강력1팀) : "워낙 자연스럽게 행동을 하니까 직원들도 어떻게 생각했냐면 '돈 많은 영감님이다.' 이렇게 생각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전혀 의심을 안 했다는 거죠."

보고도 잘 믿기지가 않는 절도.

그런데 같은 남성에게 같은 피해를 당한 곳이 또 있었습니다.

나흘 전인 지난 10일, 이번엔 부산의 한 백화점인데요,

한 남성이 백화점 출입문으로 들어가 귀금속 매장으로 향하더니,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황급히 백화점 문 밖을 나섭니다.

이 남성이 조금 전 들렀던 귀금속 매장.

그곳에선 판매가가 무려 2억 3천만 원에 이른다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사라져버렸습니다.

<녹취> 부산지방경찰청 관계자 (음성변조) : "뭘 좀 적어달라고 해서 직원이 잠시 옆자리로 간 틈을 이용해서 (범행을) 했기 때문에..."

이쯤 되면, 희대의 연쇄 다이아 절도 사건으로 불릴 만 했습니다.

경찰은 CCTV를 정밀 분석해 사건의 용의자로 70대 남성 박모 씨를 지목했습니다.

박 씨의 도주는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는데요,

용의자는 두 번째 사건이 있던 부산에서 서울로 이동한 다음, 다시 지방으로 은신처를 옮기려다 잠복하고 있던 경찰에게 결국 덜미를 잡혔습니다.

<인터뷰> 권철중(팀장/서울 영등포경찰서 강력1팀) : "택시를 타고 도주했는데 도주 방향이 고속버스터미널이 아니고 부산역 쪽이다... 분명히 서울역에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고 형사들이 잠복하고 있었던 거죠."

이미 비슷한 절도로 여러 차례 죗값을 치른바 있다는 박 씨.

<녹취> 박○○(피의자/음성변조) : "출소해서 나이가 72살인데 누가 거기(교도소) 들어가고 싶겠습니까.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내야 되겠다, 이래야 내가 살 수 있지 않겠나 싶어서 범죄를 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반지를 훔치기 위해, 귀금속 매장에 여러 차례 사전 답사를 다녀오고, 또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옷차림 하나하나 꼼꼼히 신경을 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권철중(팀장/서울 영등포경찰서 강력1팀) : "양복, ○○○○(유명 상표) 선글라스, 시계도 명품 시계. 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데니까 그런 이미지가 있어야 되니까 가짜를 착용하는 거죠. 돈 많은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판단할 수 있도록..."

게다가 귀금속 매장의 시간대별 근무자와 직원의 숙련도까지 미리 파악해 둘 정도로 치밀하게 움직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권철중(팀장/서울 영등포경찰서 강력1팀) : "직원 중에 손님 응대에 미숙한 신입 직원들을 대상으로 삼아서 그 직원에게 응대하게 한 후에 (다른) 종업원이 없는 시간을 택해서 (신입 직원이) 한눈을 파는 사이에 범행하는 방법......"

매장을 들락거리며, 훔칠 물건을 정한 다음에는 똑같은 모양의 모조품 반지를 구해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녹취> 박○○(피의자/음성변조) : "공장에 가서 (가짜 반지) 하나 만들어 달라 그러니까 공장에서 돈 받고 (해줬어요.) 다 아시다시피 손님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주는 게 공장 아니겠습니까."

실제 박 씨가 노렸던 고가의 유명 반지의 경우, 시중에 모조품도 많아, 쉽게 범행의 표적이 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A 귀금속 매장 주인 (음성변조) : "유명한 디자인들은 나오는 게 좀 있어요. (거의 똑같나요?) 거의 똑같고요. 다이아 캐럿으로? 아니면 5부? 큐빅에 14K 금으로 하면 20만 원이 안 돼요, 가격은."

<녹취> B 귀금속 매장 주인 (음성변조) : "○○○ (상표)하고 똑같은 거예요. 워낙 유명한 제품이라 다 여기 와서 ○○○ 제품을 요구해요."

박 씨는 훔친 다이아몬드 반지를 장물업자에게 처분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박 씨에 대해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장물을 넘겨받은 업자들에게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양말에 숨긴 2억 원 짜리 다이아몬드
    • 입력 2015-09-14 08:33:24
    • 수정2015-09-14 20:07:36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다이아몬드 반지입니다.

시가가 2억 원이 넘는다는 말 그대로 ‘귀금속’입니다.

그런데, 누군가 이 귀금속을 불과 8분 만에, 그것도 판매 직원이 있는 앞에서 감쪽같이 훔쳐 달아났습니다. .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노신사.

바로 수 억 원대 다이아몬드 반지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입니다.

대체 이 노신사는 어떤 방법으로 다이아몬드를 훔친 걸까요?

기상천외한 범죄 행각을 지금부터 뉴스 따라잡기에서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백화점 귀금속 매장 CCTV입니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노신사가 매장 직원과 함께 자리에 앉습니다.

잠시 얘기를 나눈 뒤, 직원은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를 가져와 손님에게 보여줍니다.

고민이 되는지, 계속해서 반지를 만지작 거려보는 노신사.

한참을 망설이던 노신사는 결국 반지를 다시 제자리에 놓고 자리에서 일어서, 매장 문을 나섭니다.

여기까지는 보통의 귀금속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그런데, 노신사가 나가고 난 뒤 매장에 있던 시가 1억 9천만 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인터뷰> 권철중(팀장/서울 영등포경찰서 강력1팀) : "종업원이 한눈파는 사이에 양말 속에 (반지를) 집어넣고 돈을 찾아오겠다고 하고 도주하는 그런 범행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분명 손님이 구경한 다이아 반지는 종업원에게 돌려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양말 속에 반지를 넣어 갔다는 걸까?

영상을 다시 한 번 돌려 보겠습니다.

반지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대화 도중, 직원은 시선을 몇 차례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됩니다.

노신사의 요구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권철중(팀장/서울 영등포경찰서 강력1팀) : "직원에게 계속 요구를 하는 거예요. "다른 모델 한번 줘 봐라, 상품 안내서를 줘 봐라." 그러면 직원이 손님이 요구한 사항이니까 요구한 사항을 들어주기 위해서 컴퓨터로 찾아보든지......"

그렇게, 직원이 시선을 돌린 그 순간.

노신사가 왼쪽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무언가를 꺼내 듭니다.

손에 든 건, 바로 가짜 반지였습니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이 가짜 반지를 테이블 위에 있던 진짜 반지와 순식간에 바꿔버립니다.

2억 원에 육박하는 다이아 반지가 30만 원 짜리 모조반지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8분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권철중(팀장/서울 영등포경찰서 강력1팀) : "워낙 자연스럽게 행동을 하니까 직원들도 어떻게 생각했냐면 '돈 많은 영감님이다.' 이렇게 생각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전혀 의심을 안 했다는 거죠."

보고도 잘 믿기지가 않는 절도.

그런데 같은 남성에게 같은 피해를 당한 곳이 또 있었습니다.

나흘 전인 지난 10일, 이번엔 부산의 한 백화점인데요,

한 남성이 백화점 출입문으로 들어가 귀금속 매장으로 향하더니,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황급히 백화점 문 밖을 나섭니다.

이 남성이 조금 전 들렀던 귀금속 매장.

그곳에선 판매가가 무려 2억 3천만 원에 이른다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사라져버렸습니다.

<녹취> 부산지방경찰청 관계자 (음성변조) : "뭘 좀 적어달라고 해서 직원이 잠시 옆자리로 간 틈을 이용해서 (범행을) 했기 때문에..."

이쯤 되면, 희대의 연쇄 다이아 절도 사건으로 불릴 만 했습니다.

경찰은 CCTV를 정밀 분석해 사건의 용의자로 70대 남성 박모 씨를 지목했습니다.

박 씨의 도주는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는데요,

용의자는 두 번째 사건이 있던 부산에서 서울로 이동한 다음, 다시 지방으로 은신처를 옮기려다 잠복하고 있던 경찰에게 결국 덜미를 잡혔습니다.

<인터뷰> 권철중(팀장/서울 영등포경찰서 강력1팀) : "택시를 타고 도주했는데 도주 방향이 고속버스터미널이 아니고 부산역 쪽이다... 분명히 서울역에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고 형사들이 잠복하고 있었던 거죠."

이미 비슷한 절도로 여러 차례 죗값을 치른바 있다는 박 씨.

<녹취> 박○○(피의자/음성변조) : "출소해서 나이가 72살인데 누가 거기(교도소) 들어가고 싶겠습니까.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내야 되겠다, 이래야 내가 살 수 있지 않겠나 싶어서 범죄를 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반지를 훔치기 위해, 귀금속 매장에 여러 차례 사전 답사를 다녀오고, 또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옷차림 하나하나 꼼꼼히 신경을 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권철중(팀장/서울 영등포경찰서 강력1팀) : "양복, ○○○○(유명 상표) 선글라스, 시계도 명품 시계. 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데니까 그런 이미지가 있어야 되니까 가짜를 착용하는 거죠. 돈 많은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판단할 수 있도록..."

게다가 귀금속 매장의 시간대별 근무자와 직원의 숙련도까지 미리 파악해 둘 정도로 치밀하게 움직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권철중(팀장/서울 영등포경찰서 강력1팀) : "직원 중에 손님 응대에 미숙한 신입 직원들을 대상으로 삼아서 그 직원에게 응대하게 한 후에 (다른) 종업원이 없는 시간을 택해서 (신입 직원이) 한눈을 파는 사이에 범행하는 방법......"

매장을 들락거리며, 훔칠 물건을 정한 다음에는 똑같은 모양의 모조품 반지를 구해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녹취> 박○○(피의자/음성변조) : "공장에 가서 (가짜 반지) 하나 만들어 달라 그러니까 공장에서 돈 받고 (해줬어요.) 다 아시다시피 손님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주는 게 공장 아니겠습니까."

실제 박 씨가 노렸던 고가의 유명 반지의 경우, 시중에 모조품도 많아, 쉽게 범행의 표적이 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A 귀금속 매장 주인 (음성변조) : "유명한 디자인들은 나오는 게 좀 있어요. (거의 똑같나요?) 거의 똑같고요. 다이아 캐럿으로? 아니면 5부? 큐빅에 14K 금으로 하면 20만 원이 안 돼요, 가격은."

<녹취> B 귀금속 매장 주인 (음성변조) : "○○○ (상표)하고 똑같은 거예요. 워낙 유명한 제품이라 다 여기 와서 ○○○ 제품을 요구해요."

박 씨는 훔친 다이아몬드 반지를 장물업자에게 처분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박 씨에 대해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장물을 넘겨받은 업자들에게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