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바다 빠져 구조된 중국인, 알고 보니 살인 용의자

입력 2015.09.18 (08:31) 수정 2015.09.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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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한 남성이 바다에 빠진 채 표류하고 있습니다.

바람 앞의 등불 같던 이 남성.

하지만 다행히 해경의 발 빠른 구조로 남성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목숨을 건진 이 남성은 조금 뒤 경찰에 긴급 체포돼 수감이 되는 신세가 됩니다.

바다에 빠진 게 죄도 아닐텐데,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그제 오후, 인천 월미도 앞바다...

어스름히 해가 저물어 가는 바다로 해경 구조대가 긴급하게 출동을 합니다.

넓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자그마한 물체.

자세히 다가가보니 놀랍게도 사람입니다.

<녹취> 이상현(대장/인천 해경서 122구조대장) : "인천 월미도에서 관문항 들어가는 입구 쪽에서 사람이 표류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저희 구조대원 3명이 물속에 입수해서……."

구조 대원들은 지체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표류 한지가 오래됐는지, 몹시 힘겨워하는 남성.

구조 대원들은 그런 남성을 물 밖으로 침착하게 구조해냅니다.

<녹취> 이상현(대장/인천 해경서 122구조대장) : "물에서 표류한 시간이 꽤 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체온증도 있었고 좀 물도 좀 먹고 해서 구토 증세가 좀 심하더라고요."

다행히 구조된 남성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대체 이 남성은 어쩌다 이 넓은 바다에 빠지게 된걸까?

<녹취> 이상현(대장/인천 해경서 122구조대장) : "본인 말로 죽고 싶어서 그랬다고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왜 그랬냐 그러니까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고 혼자 사는 게 외롭고 그래서 죽고 싶었다.”"

신원을 조회한 결과, 물에 빠졌던 남성은 40대 중국인 황모 씨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5월 관광비자로 국내에 들어와 현재는 불법 체류 중인 걸로 확인된 황 씨.

처음엔 황 씨의 진술대로, 불법 체류 중인 중국인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사건으로만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집니다.

<인터뷰> 윤기일(팀장/인천 부평 경찰서 강력 2팀) : "우리가 찾는 용의자가 있는데 그 사람이 맞는지 우리가 확인을 해보겠다. 그래서 형사들이 가보니까 그 사람이 맞더라고요."

경찰로부터 쫒기는 몸이었다는 황 씨.

알고 봤더니 황 씨는 3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던 살인 용의자였습니다.

<인터뷰> 윤기일(팀장/인천 부평 경찰서 강력 2팀) : "9월 16일 16시 54분에 신고가 들어왔어요. 목 졸려서 수건이 덮여 놓은 채 사람이 죽었다. 그래서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가보니까 남편이 신고를 했더라고요."

얘기는 이렇습니다.

황 씨가 바다에 빠진 바로 그날.

인천 부평구의 한 주택에서, 30대 중국인 여성 왕모 씨가 숨진채로 발견됩니다.

<녹취> 피해자 남편 (음성변조) : "집에 딱 들어가 보니까 아니야. 거실이 우리 옥장판 있잖아요. 이것도 틀어져 있고 이불도 매트 있잖아요. 틀어져 있더라고. “여보, 여보” 하니까 대답이 없는 거예요. 근데 안방이 반 정도 열렸어요."

숨진 왕 여인은 인력 업체를 운영하는 남편을 도와, 중국인 근로자들을 상대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하는데요,

<브리핑> 윤기일(팀장/인천 부평 경찰서 강력 2팀) : "부인은 중국 사람이니까 중국말을 잘하고 그래서 중국 사람들이 들어오면 노동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모집해서 데리고 다니면서 일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 왕 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건 대체 누굴까?

짚이는 사람이 한 사람 있긴 했습니다.

<인터뷰> 윤기일(팀장/인천 부평 경찰서 강력 2팀) : "(남편에게) 의심 가는 사람이 있느냐 물어보니까 자기가 데리고 다니는 중국 한족이 있는데 그 사람이 요즘에 일을 안 나왔다. 일을 안 나와서 혼을 내줬데요. 혼을 내서 그 사람이 께름칙하게 걸린다."

남편의 뇌리를 스친 인물.

바로 앞서 월미도 앞 바다에서 구조된 중국인 황 씨였습니다.

이건, 사건 당일 오전에 찍힌 CCTV인데요,

CCTV에는 왕 여인의 사망 추정 시간을 전후해, 피해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다시 집 밖을 나서는 낯선 남성의 모습이 보입니다.

바로 황 씨입니다.

여러 정황상 황 씨는 왕 씨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사건 이후 황 씨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는데요,

<인터뷰> 윤기일(팀장/인천 부평 경찰서 강력 2팀) : "집을 찾아가 보니까 또 집에도 없어. 연락이 안 되고 공항에 출국 금지 요청을 했고 또 항구로 배 타고 갈 수 있으니까 그쪽으로도 손을 써놨고"

그렇게 용의자를 추적하던 경찰.

그런데, 그런 용의자의 소식이 들려온 건, 엉뚱하게도 병원 응급실이었습니다.

<브리핑> 윤기일(팀장/인천 부평 경찰서 강력 2팀) : "상황실로부터 연락을 받고 인하대 응급실에 자살하려는 사람을 바다에서 건져다가 놨다. 그래서 바로 형사들을 동원해서 그쪽으로 출동을 시켜서 확인해보니까 그 사람이 맞아서……."

구조 환자에서, 곧바로 살인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게 된 황 씨.

황 씨는 경찰조사에서, 밀린 임금을 받으려 왕 씨에게 갔지만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고, 이후 대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화가 나 범행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윤기일(팀장/인천 부평 경찰서 강력 2팀) : "피의자는 지금 모든 것을 자포자기하고 자기가 범행을 한 거니까 법에 따라서 자기가 처벌을 받겠다. 범행에 대해서는 자기가 뉘우치고 있고……."

황 씨는 왕 씨를 살해한 다음, 모든 걸 체념한 채, 바닷가로 향했고, 날이 어두워지자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고도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윤기일(팀장/인천 부평 경찰서 강력 2팀) : "월미도를 가서 내려서 날씨가 훤해서 바다로 들어가면 사람들이 보고 시비를 걸까봐 못 들어가고 날씨가 어두컴컴하면 그때 들어가려고 기다렸다가 밤에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피의자의 진술을 넘어, 살해 동기와 또 물에 빠지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한 보강 수사를 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경찰은 피의자 황 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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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바다 빠져 구조된 중국인, 알고 보니 살인 용의자
    • 입력 2015-09-18 08:33:52
    • 수정2015-09-18 09: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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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한 남성이 바다에 빠진 채 표류하고 있습니다.

바람 앞의 등불 같던 이 남성.

하지만 다행히 해경의 발 빠른 구조로 남성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목숨을 건진 이 남성은 조금 뒤 경찰에 긴급 체포돼 수감이 되는 신세가 됩니다.

바다에 빠진 게 죄도 아닐텐데,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그제 오후, 인천 월미도 앞바다...

어스름히 해가 저물어 가는 바다로 해경 구조대가 긴급하게 출동을 합니다.

넓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자그마한 물체.

자세히 다가가보니 놀랍게도 사람입니다.

<녹취> 이상현(대장/인천 해경서 122구조대장) : "인천 월미도에서 관문항 들어가는 입구 쪽에서 사람이 표류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저희 구조대원 3명이 물속에 입수해서……."

구조 대원들은 지체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표류 한지가 오래됐는지, 몹시 힘겨워하는 남성.

구조 대원들은 그런 남성을 물 밖으로 침착하게 구조해냅니다.

<녹취> 이상현(대장/인천 해경서 122구조대장) : "물에서 표류한 시간이 꽤 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체온증도 있었고 좀 물도 좀 먹고 해서 구토 증세가 좀 심하더라고요."

다행히 구조된 남성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대체 이 남성은 어쩌다 이 넓은 바다에 빠지게 된걸까?

<녹취> 이상현(대장/인천 해경서 122구조대장) : "본인 말로 죽고 싶어서 그랬다고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왜 그랬냐 그러니까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고 혼자 사는 게 외롭고 그래서 죽고 싶었다.”"

신원을 조회한 결과, 물에 빠졌던 남성은 40대 중국인 황모 씨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5월 관광비자로 국내에 들어와 현재는 불법 체류 중인 걸로 확인된 황 씨.

처음엔 황 씨의 진술대로, 불법 체류 중인 중국인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사건으로만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집니다.

<인터뷰> 윤기일(팀장/인천 부평 경찰서 강력 2팀) : "우리가 찾는 용의자가 있는데 그 사람이 맞는지 우리가 확인을 해보겠다. 그래서 형사들이 가보니까 그 사람이 맞더라고요."

경찰로부터 쫒기는 몸이었다는 황 씨.

알고 봤더니 황 씨는 3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던 살인 용의자였습니다.

<인터뷰> 윤기일(팀장/인천 부평 경찰서 강력 2팀) : "9월 16일 16시 54분에 신고가 들어왔어요. 목 졸려서 수건이 덮여 놓은 채 사람이 죽었다. 그래서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가보니까 남편이 신고를 했더라고요."

얘기는 이렇습니다.

황 씨가 바다에 빠진 바로 그날.

인천 부평구의 한 주택에서, 30대 중국인 여성 왕모 씨가 숨진채로 발견됩니다.

<녹취> 피해자 남편 (음성변조) : "집에 딱 들어가 보니까 아니야. 거실이 우리 옥장판 있잖아요. 이것도 틀어져 있고 이불도 매트 있잖아요. 틀어져 있더라고. “여보, 여보” 하니까 대답이 없는 거예요. 근데 안방이 반 정도 열렸어요."

숨진 왕 여인은 인력 업체를 운영하는 남편을 도와, 중국인 근로자들을 상대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하는데요,

<브리핑> 윤기일(팀장/인천 부평 경찰서 강력 2팀) : "부인은 중국 사람이니까 중국말을 잘하고 그래서 중국 사람들이 들어오면 노동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모집해서 데리고 다니면서 일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 왕 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건 대체 누굴까?

짚이는 사람이 한 사람 있긴 했습니다.

<인터뷰> 윤기일(팀장/인천 부평 경찰서 강력 2팀) : "(남편에게) 의심 가는 사람이 있느냐 물어보니까 자기가 데리고 다니는 중국 한족이 있는데 그 사람이 요즘에 일을 안 나왔다. 일을 안 나와서 혼을 내줬데요. 혼을 내서 그 사람이 께름칙하게 걸린다."

남편의 뇌리를 스친 인물.

바로 앞서 월미도 앞 바다에서 구조된 중국인 황 씨였습니다.

이건, 사건 당일 오전에 찍힌 CCTV인데요,

CCTV에는 왕 여인의 사망 추정 시간을 전후해, 피해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다시 집 밖을 나서는 낯선 남성의 모습이 보입니다.

바로 황 씨입니다.

여러 정황상 황 씨는 왕 씨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사건 이후 황 씨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는데요,

<인터뷰> 윤기일(팀장/인천 부평 경찰서 강력 2팀) : "집을 찾아가 보니까 또 집에도 없어. 연락이 안 되고 공항에 출국 금지 요청을 했고 또 항구로 배 타고 갈 수 있으니까 그쪽으로도 손을 써놨고"

그렇게 용의자를 추적하던 경찰.

그런데, 그런 용의자의 소식이 들려온 건, 엉뚱하게도 병원 응급실이었습니다.

<브리핑> 윤기일(팀장/인천 부평 경찰서 강력 2팀) : "상황실로부터 연락을 받고 인하대 응급실에 자살하려는 사람을 바다에서 건져다가 놨다. 그래서 바로 형사들을 동원해서 그쪽으로 출동을 시켜서 확인해보니까 그 사람이 맞아서……."

구조 환자에서, 곧바로 살인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게 된 황 씨.

황 씨는 경찰조사에서, 밀린 임금을 받으려 왕 씨에게 갔지만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고, 이후 대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화가 나 범행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윤기일(팀장/인천 부평 경찰서 강력 2팀) : "피의자는 지금 모든 것을 자포자기하고 자기가 범행을 한 거니까 법에 따라서 자기가 처벌을 받겠다. 범행에 대해서는 자기가 뉘우치고 있고……."

황 씨는 왕 씨를 살해한 다음, 모든 걸 체념한 채, 바닷가로 향했고, 날이 어두워지자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고도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윤기일(팀장/인천 부평 경찰서 강력 2팀) : "월미도를 가서 내려서 날씨가 훤해서 바다로 들어가면 사람들이 보고 시비를 걸까봐 못 들어가고 날씨가 어두컴컴하면 그때 들어가려고 기다렸다가 밤에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피의자의 진술을 넘어, 살해 동기와 또 물에 빠지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한 보강 수사를 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경찰은 피의자 황 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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