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단독] 방치된 침몰 선박 2,088척 ‘기름 유출’…비상!

입력 2015.10.01 (08:33) 수정 2015.10.0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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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바다 밑에 기름을 잔뜩 실은 배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침몰한 채 방치돼 있다면 어떨까요?

항해하는 배에 위험이 될 뿐 아니라, 당장 기름 유출로 인한 환경 오염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해역에 이렇게 방치된 침몰 선박이 2천 척이 넘는다는 정부 자료를 아침뉴스타임에서 단독 입수했습니다.

이 배들에 남아 있는 기름의 양은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때 유출된 기름양의 86%나 될 만큼 엄청난 양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단독으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천 송도 앞바다. 지난 2012년 8월, 1,900톤 규모의 대영 P-1호가 이곳에서 침몰했습니다.

<녹취> 인천해양경찰청관계자(음성변조) : “인천 신항만 공사장 앞 해상에서 정박 중이던 대영 P-1호가 (침몰해)해상으로 유출된 기름의 양은 벙커유가 약 3톤, 선적폐수 20톤…….”

3년이 지난 지금 침몰한 배는 어떻게 됐을까?

<녹취> 인근 어민(음성변조) : “네. 저기 있어요. 그냥 있어요. (그냥 있어요.) 지금도 보여요.”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되는 침몰 선박의 잔해.

<녹취> 인근 어민(음성변조) : “저거 보이잖아요. 침몰 돼서 물속에 파묻혀 있잖아요. 저기 볼록 나온 거. 그게 침몰한 그거에요. 큰 거. 저거 어떻게 없애든지 끌고 인양을 하든지 부숴버리든 가 해야 되는데…….”

침몰된 후 계속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는 이 배는 인근 어민들에게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녹취> 인근 어민(음성변조) : “지금 요즘 물이 많잖아요. 안 보여요. 더 위험하죠. 그러다가 (항해)하면 (배가) 뒤집혀요. 30, 40km 나가는데 갖다 박으면 스크루는 배보다 이만큼 더 내려 가 있잖아요. 배 뒤집힌다니까요. 엄청나게 위험한 거예요.”

인천 덕적도 앞 바다. 2007년 1월, 중국 화물선 진잉호가 침몰한 곳입니다.

당시 긴급 처방으로 항해에 위험이 될 만한 부분을 절단하고 남아 있는 기름이 새지 않게 봉인했지만, 기름 유출을 막지 못 했습니다.

<인터뷰> 김경민(당시 작업 참여자) : “기름띠가 수 km에 걸쳐서 계속 흘러나왔죠. 어민들의 민원도 많이 발생이 됐었고.”

어민들은 8년이 지난 지금도 이 배에서 계속 기름이 새고 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합니다.

<인터뷰> 김경민(당시 작업 참여자) : “그 이후로 도 좀 수년간 계속 유증(기름 찌꺼기)이 보인다 는 얘기가 있었고 최근에 몇 년 전에 어촌계 계원 중에 한 분이 낚시를 하셨다가 기름이 뜨는 유증(기름 찌꺼기)을 봤다는 말씀을 하시는 걸 들었습니다."

배가 침몰한 지점으로 취재진이 직접 나가봤습니다.

덕적도에서 배로 한 시간여를 달리니 탐지기에 침몰선이 감지됐습니다.

주변 어민들은 지금이라도 당장 잔존 기름을 제거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인터뷰> 이현석(덕적어촌계장) : “철이 부식돼서 만일의 경우 기름 저장 탱크에서 완전하게 제거를 하지 않았을 시에는 언젠가는 오염의 우려성이 있다 이거죠. 당연히 인양해주고 인양을 못 하면 부분적이라도 오염 방지대책을 명확히 해줘야죠.”

24년 전 4400톤 급 화물선, 퍼시픽 프렌드호가 침몰한 충남 태안 앞 바다.

주민들은 당시 일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문성호(의항리 어촌계장) : “원목선이 깨져서 원목 이런 큰 아름드리 원목이 떠내려 오고 사람들도 계속 많이 죽고 구조하고 그랬던기억이 나요.”

이 침몰선은 주변 어민들에게 골칫거리가 돼 있었습니다.

<인터뷰>문경순(어민) : “방해되는 게 주로 그물 을 어장을 놓으면 거기(배에) 걸리면 잘려버려요. 잘리면 굉장히 힘들어요. 고기도 못 잡고 다 버릴 수가 있어요. 어장 분실. 분실이 된다고요. 그리고 이제 그것뿐 아니라 어장엔 모든 게 다 불편해요."

이처럼 방치돼 있는 침몰 선박이 얼마나 될까?

아침 뉴스타임이 단독 입수한 침몰 선박 현황 자료입니다.

남해에 885척, 서해에 769척, 동해 434척, 1983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2088척이 우리 해역에 침몰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선, 여객선, 화물선, 유조선까지 다양한 종류의 선박들이 망라돼 있습니다.

침몰 선박의 잠재적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말, 잔존 기름양, 여유 수심 등을 기준으로 위해도 평가를 했는데요.

그 결과, 32척은 주변 해역에 미칠 위험이 높게 분류돼, 당장 현장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잔존 기름이 문제입니다.

2000년 목포 인근에서 침몰한 케미컬 탱커 부일호에 1700 킬로리터, 2013년 부산 앞바다에서 침몰한 FU SHENG HAI호에 1132 킬로리터 등 32척의 침몰선 안에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름의 양은 모두 10831 킬로리터나 됐습니다.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때 유출된 기름의 86%에 이르는 양입니다.

<인터뷰> 염홍준(대외협력실장/해양환경관리공단) : “선박이 오랫동안 침몰해있다 보면 FRP(강화플라스틱)같은 경우에는 크랙(바위 틈에)에 갈린다든지 그런 문제부터 해서 철로 된 선박 들은 노후가 되겠죠. 부식으로 인해서 그 부분 에서 다시 기름이 나올 수가 있는 위험들이 있죠.”

2천 척이 넘는 침몰 선박이 이처럼 우리 해역 곳곳에 방치돼 있는데도,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 했습니다.

<녹취> 해양수산부 관계자(음성변조) : “인양 을 하거나 그런 조치를 취하려면 비용이 많이 발생하거든요. 배 비용보다도 인양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거든요. 그래서 방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예산을 많이 확보를 못 하고 있어요.”

해수부는 당장 올해 3척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최소한 이 32척에 대한 조사를 마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장 내년에 필요한 예산 7억 원 가운데 확보된 예산은 2억 원에 불과해, 이 마저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인터뷰> 홍문표(의원/새누리당) : “지금 이 시간 에도 침몰된 선박에서 기름이 유출되는지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이고 이것이 만약에 유출된 다면 태안 유류 피해 사건보다 더 큰 피해를 우린 입을 수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바다 밑 시한폭탄과도 같은 침몰 선박.

다른 배와 충돌 사고를 일으키거나 돌이킬 수 없는 해양 환경 오염으로 번지기 전에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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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단독] 방치된 침몰 선박 2,088척 ‘기름 유출’…비상!
    • 입력 2015-10-01 08:34:55
    • 수정2015-10-01 09:03:06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바다 밑에 기름을 잔뜩 실은 배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침몰한 채 방치돼 있다면 어떨까요?

항해하는 배에 위험이 될 뿐 아니라, 당장 기름 유출로 인한 환경 오염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해역에 이렇게 방치된 침몰 선박이 2천 척이 넘는다는 정부 자료를 아침뉴스타임에서 단독 입수했습니다.

이 배들에 남아 있는 기름의 양은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때 유출된 기름양의 86%나 될 만큼 엄청난 양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단독으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천 송도 앞바다. 지난 2012년 8월, 1,900톤 규모의 대영 P-1호가 이곳에서 침몰했습니다.

<녹취> 인천해양경찰청관계자(음성변조) : “인천 신항만 공사장 앞 해상에서 정박 중이던 대영 P-1호가 (침몰해)해상으로 유출된 기름의 양은 벙커유가 약 3톤, 선적폐수 20톤…….”

3년이 지난 지금 침몰한 배는 어떻게 됐을까?

<녹취> 인근 어민(음성변조) : “네. 저기 있어요. 그냥 있어요. (그냥 있어요.) 지금도 보여요.”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되는 침몰 선박의 잔해.

<녹취> 인근 어민(음성변조) : “저거 보이잖아요. 침몰 돼서 물속에 파묻혀 있잖아요. 저기 볼록 나온 거. 그게 침몰한 그거에요. 큰 거. 저거 어떻게 없애든지 끌고 인양을 하든지 부숴버리든 가 해야 되는데…….”

침몰된 후 계속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는 이 배는 인근 어민들에게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녹취> 인근 어민(음성변조) : “지금 요즘 물이 많잖아요. 안 보여요. 더 위험하죠. 그러다가 (항해)하면 (배가) 뒤집혀요. 30, 40km 나가는데 갖다 박으면 스크루는 배보다 이만큼 더 내려 가 있잖아요. 배 뒤집힌다니까요. 엄청나게 위험한 거예요.”

인천 덕적도 앞 바다. 2007년 1월, 중국 화물선 진잉호가 침몰한 곳입니다.

당시 긴급 처방으로 항해에 위험이 될 만한 부분을 절단하고 남아 있는 기름이 새지 않게 봉인했지만, 기름 유출을 막지 못 했습니다.

<인터뷰> 김경민(당시 작업 참여자) : “기름띠가 수 km에 걸쳐서 계속 흘러나왔죠. 어민들의 민원도 많이 발생이 됐었고.”

어민들은 8년이 지난 지금도 이 배에서 계속 기름이 새고 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합니다.

<인터뷰> 김경민(당시 작업 참여자) : “그 이후로 도 좀 수년간 계속 유증(기름 찌꺼기)이 보인다 는 얘기가 있었고 최근에 몇 년 전에 어촌계 계원 중에 한 분이 낚시를 하셨다가 기름이 뜨는 유증(기름 찌꺼기)을 봤다는 말씀을 하시는 걸 들었습니다."

배가 침몰한 지점으로 취재진이 직접 나가봤습니다.

덕적도에서 배로 한 시간여를 달리니 탐지기에 침몰선이 감지됐습니다.

주변 어민들은 지금이라도 당장 잔존 기름을 제거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인터뷰> 이현석(덕적어촌계장) : “철이 부식돼서 만일의 경우 기름 저장 탱크에서 완전하게 제거를 하지 않았을 시에는 언젠가는 오염의 우려성이 있다 이거죠. 당연히 인양해주고 인양을 못 하면 부분적이라도 오염 방지대책을 명확히 해줘야죠.”

24년 전 4400톤 급 화물선, 퍼시픽 프렌드호가 침몰한 충남 태안 앞 바다.

주민들은 당시 일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문성호(의항리 어촌계장) : “원목선이 깨져서 원목 이런 큰 아름드리 원목이 떠내려 오고 사람들도 계속 많이 죽고 구조하고 그랬던기억이 나요.”

이 침몰선은 주변 어민들에게 골칫거리가 돼 있었습니다.

<인터뷰>문경순(어민) : “방해되는 게 주로 그물 을 어장을 놓으면 거기(배에) 걸리면 잘려버려요. 잘리면 굉장히 힘들어요. 고기도 못 잡고 다 버릴 수가 있어요. 어장 분실. 분실이 된다고요. 그리고 이제 그것뿐 아니라 어장엔 모든 게 다 불편해요."

이처럼 방치돼 있는 침몰 선박이 얼마나 될까?

아침 뉴스타임이 단독 입수한 침몰 선박 현황 자료입니다.

남해에 885척, 서해에 769척, 동해 434척, 1983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2088척이 우리 해역에 침몰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선, 여객선, 화물선, 유조선까지 다양한 종류의 선박들이 망라돼 있습니다.

침몰 선박의 잠재적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말, 잔존 기름양, 여유 수심 등을 기준으로 위해도 평가를 했는데요.

그 결과, 32척은 주변 해역에 미칠 위험이 높게 분류돼, 당장 현장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잔존 기름이 문제입니다.

2000년 목포 인근에서 침몰한 케미컬 탱커 부일호에 1700 킬로리터, 2013년 부산 앞바다에서 침몰한 FU SHENG HAI호에 1132 킬로리터 등 32척의 침몰선 안에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름의 양은 모두 10831 킬로리터나 됐습니다.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때 유출된 기름의 86%에 이르는 양입니다.

<인터뷰> 염홍준(대외협력실장/해양환경관리공단) : “선박이 오랫동안 침몰해있다 보면 FRP(강화플라스틱)같은 경우에는 크랙(바위 틈에)에 갈린다든지 그런 문제부터 해서 철로 된 선박 들은 노후가 되겠죠. 부식으로 인해서 그 부분 에서 다시 기름이 나올 수가 있는 위험들이 있죠.”

2천 척이 넘는 침몰 선박이 이처럼 우리 해역 곳곳에 방치돼 있는데도,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 했습니다.

<녹취> 해양수산부 관계자(음성변조) : “인양 을 하거나 그런 조치를 취하려면 비용이 많이 발생하거든요. 배 비용보다도 인양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거든요. 그래서 방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예산을 많이 확보를 못 하고 있어요.”

해수부는 당장 올해 3척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최소한 이 32척에 대한 조사를 마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장 내년에 필요한 예산 7억 원 가운데 확보된 예산은 2억 원에 불과해, 이 마저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인터뷰> 홍문표(의원/새누리당) : “지금 이 시간 에도 침몰된 선박에서 기름이 유출되는지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이고 이것이 만약에 유출된 다면 태안 유류 피해 사건보다 더 큰 피해를 우린 입을 수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바다 밑 시한폭탄과도 같은 침몰 선박.

다른 배와 충돌 사고를 일으키거나 돌이킬 수 없는 해양 환경 오염으로 번지기 전에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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