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다나의원 ‘C형 간염’ 확산…“어이없는 사태”

입력 2015.11.30 (08:33) 수정 2015.11.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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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서울의 한 동네 의원에서 발생한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가 계속 확산되고 있습니다.

주말 사이 감염이 확인된 환자가 또 늘어, 현재까지 모두 76명이 됐습니다.

C형 간염은 방치할 경우 간경화나 간암도 불러올 수 있어, 만만히 볼 질환이 아닙니다.

주사기 재사용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보건 당국과 의료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반응입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양천구에 있는 다나의원.

출입문이 봉쇄된 채 인적이 뚝 끊겼습니다.

이 병원에서 C형 간염 집단 발병 사태가 불거진 지 오늘로 꼭 열흘째입니다.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보건소를 찾는 환자들의 발길은 주말에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다들 불안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녹취> 다나의원 이용 주민(음성변조) : "(깜짝 놀랐어요.)이사를 좀 자주 다녔던 것 같아요. 그 병원이. 또 한 번 가니까 문이 닫혔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것이 뭐가 있구나, 뭐가 안 좋게 걸렸구나."

<녹취> 다나의원 이용 주민(음성변조) : "겁나지. (같은 주사기로) 많이 맞았나 봐. 나는 다 걱정이지 뭐. 에이즈 같은 거야 없겠지. 그런데 그 에이즈는 (걸리면) 그럼 어떻게 해?"

이 여성은 병원이 다른 곳으로 이사 가면 새로 옮긴 곳으로 찾아갈 만큼 충성도 높은 환자였습니다.

<녹취> 다나의원 이용 주민(음성변조) : "감기 때문에 주로 갔어요. 한 몇 년 다녔지. 몇 년 다녔어요. 다나의원 맞아요. 우리 동네 있다가 저쪽으로 이사 갔다가 그쪽으로 (또 옮겼어요.) 일부러 찾아갔죠."

다른 환자들처럼 다나의원에서 ‘수액 주사’를 맞았습니다.

<녹취> 다나의원 이용 주민(음성변조) : "감기라니까 링거라고 하면서 맞춰주더라고요. 감기에 그것이 좋다고 하면서. 2만 원 짜리라고 좋다면서요."

다나의원은 피로회복이나 비만 관리 목적으로 환자들에게 수액 주사 치료를 많이 했습니다.

<녹취> 다나의원 이용 주민(음성변조) : "거기 다니니까 살은 빠졌어요. 지금 도로 쪘지만. 그냥 뭐 거기서 주사 놔주고. 약 처방해줘서 먹고. 장사는 잘했어요. 밤늦게까지 하고."

병원은 늘 주사를 맞는 사람들로 붐볐다고, 환자들은 기억했습니다.

<녹취> 다나의원 이용 주민(음성변조) : "무슨 칸막이가 다 있고 다 누워요. 사람들 다 가득 차 있었어요. 수액 맞는 사람 뭐 하는 사람. 종류별로 다 있겠죠. 가면 누우라고 하면 눕고 (주사 맞고) 한참 있다가 그냥 왔어요."

2010년까지 다나의원이 있었던 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상가 관계자들은 5년 전 일인데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상가 관계자(음성변조) : "아줌마들이 많이 왔죠. 여기서 밥까지 해 먹고 그랬어요. 밥까지 해 먹고 계속 누워있는 거야. 주사 맞고. (한번 오면?) 하루 종일."

일부 환자들은 너무 자주 와서, 상가 경비원이 얼굴을 기억할 정도였습니다.

<녹취> 상가 관계자(음성변조) : "고정적으로 오는 사람 있어요. 아주머니들 살이 어쩌고 (해서) 보면, 새파란 멍이 들어가지고 얼마나 주사를 맞았는지 무서워 무서워."

C형 간염 집단 발병 사태도 이 수액 주사에서 비롯됐다는 게, 현재까지 보건 당국이 내린 결론입니다.

<녹취> 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다나의원)거기서 C형 간염에 걸렸다 그쪽에 C형 간염 감염자들이 많다 그런 식의 (제보였죠.) 보건소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서 자체적으로 C형 간염 자료들을 발견했나 봐요."

제보를 받고 바로 현장 조사를 벌여 18명의 감염자를 확인했는데, 모두 다나의원에서 ‘수액 주사’를 맞은 환자들이었습니다.

<인터뷰> 권동혁(질병관리본부 연구관) : "양성 나왔던 환자들의 공통점이 모두가 수액치료 이후에 이분들이 항체가 검출되었기 때문에 수액치료가 가장 원인이다."

여기에 다이어트용 피하주사에서도 주사기를 재사용했다는 진술이 나왔습니다.

보건 당국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병원이 문을 연 2008년부터 최근까지 내원한 환자는 2,200여 명.

이 가운데 현재까지 C형 간염 감염자로 확인된 수가 76명에 이릅니다.

지금까지 감염 검사를 받은 환자는 780명 가량,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환자가 1400여 명이나 됩니다.

<녹취> 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병원 이용자가)2,268명인데, 그중에 통화 성공한 것이 1,888명 정도 됐어요. (나머지 분들은) 불통이고. 검사받은 인원은 779명. (검사 결과) 76명이 양성자로 나왔잖아요."

의료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 했습니다.

주사 바늘을 재사용하면 안 된다는 건 상식 중의 상식이라는 것입니다.

<인터뷰> 최재욱(고려대의대 교수/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 "혈관 속에 수액이 들어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주사기를) 조금 뒤로 뽑아서 피를 다시 거꾸로 빼요. 피가 고이는지 확인하고 다시 수액을 놓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만일 (주사 맞는) 그분이 C형 간염 감염자였다면 당연히 그 주사기 전체에 오염이 되겠죠. 주사기를 재사용했다면 당연히 재사용한 다른 정상인 분에게 C형 간염을 옮기겠죠."

수액 주사용 바늘 한 개 가격은 100원 대에 불과해, 경제적 이윤을 노려 바늘을 재사용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인터뷰> 최재욱(고려대의대 교수/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 "주사기 재사용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요. 의학적 기준, 감염관리 예방 지침에도 위배되는 사안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전혀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상식적이지 않은 일입니다. 이것은 일탈 행위고요."

이번 다나의원 사태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이 있는데요.

C형 간염에 감염된 환자들이 다나의원에 온 평균 횟수가 240회나 된다는 점입니다.

<녹취> 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계속적으로 700, 800번 간 사람도 있고요. 2008년부터 2015년 그동안 다닌 기록을 보면요. 양성자 같은 경우는 평균 240번 다녀갔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의료인 면허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로 한 겁니다.

다나의원 원장이 3년 전 뇌출혈로 뇌병변 장애와 언어장애를 갖고 진료를 계속 하면서, 의사 면허 연장을 위한 교육에는 원장 부인이 대리 출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다나의원 사태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보건 당국은 초긴장 속에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병원 내 내부고발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 같은 의료계 내부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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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다나의원 ‘C형 간염’ 확산…“어이없는 사태”
    • 입력 2015-11-30 08:35:48
    • 수정2015-11-30 09: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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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서울의 한 동네 의원에서 발생한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가 계속 확산되고 있습니다.

주말 사이 감염이 확인된 환자가 또 늘어, 현재까지 모두 76명이 됐습니다.

C형 간염은 방치할 경우 간경화나 간암도 불러올 수 있어, 만만히 볼 질환이 아닙니다.

주사기 재사용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보건 당국과 의료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반응입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양천구에 있는 다나의원.

출입문이 봉쇄된 채 인적이 뚝 끊겼습니다.

이 병원에서 C형 간염 집단 발병 사태가 불거진 지 오늘로 꼭 열흘째입니다.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보건소를 찾는 환자들의 발길은 주말에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다들 불안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녹취> 다나의원 이용 주민(음성변조) : "(깜짝 놀랐어요.)이사를 좀 자주 다녔던 것 같아요. 그 병원이. 또 한 번 가니까 문이 닫혔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것이 뭐가 있구나, 뭐가 안 좋게 걸렸구나."

<녹취> 다나의원 이용 주민(음성변조) : "겁나지. (같은 주사기로) 많이 맞았나 봐. 나는 다 걱정이지 뭐. 에이즈 같은 거야 없겠지. 그런데 그 에이즈는 (걸리면) 그럼 어떻게 해?"

이 여성은 병원이 다른 곳으로 이사 가면 새로 옮긴 곳으로 찾아갈 만큼 충성도 높은 환자였습니다.

<녹취> 다나의원 이용 주민(음성변조) : "감기 때문에 주로 갔어요. 한 몇 년 다녔지. 몇 년 다녔어요. 다나의원 맞아요. 우리 동네 있다가 저쪽으로 이사 갔다가 그쪽으로 (또 옮겼어요.) 일부러 찾아갔죠."

다른 환자들처럼 다나의원에서 ‘수액 주사’를 맞았습니다.

<녹취> 다나의원 이용 주민(음성변조) : "감기라니까 링거라고 하면서 맞춰주더라고요. 감기에 그것이 좋다고 하면서. 2만 원 짜리라고 좋다면서요."

다나의원은 피로회복이나 비만 관리 목적으로 환자들에게 수액 주사 치료를 많이 했습니다.

<녹취> 다나의원 이용 주민(음성변조) : "거기 다니니까 살은 빠졌어요. 지금 도로 쪘지만. 그냥 뭐 거기서 주사 놔주고. 약 처방해줘서 먹고. 장사는 잘했어요. 밤늦게까지 하고."

병원은 늘 주사를 맞는 사람들로 붐볐다고, 환자들은 기억했습니다.

<녹취> 다나의원 이용 주민(음성변조) : "무슨 칸막이가 다 있고 다 누워요. 사람들 다 가득 차 있었어요. 수액 맞는 사람 뭐 하는 사람. 종류별로 다 있겠죠. 가면 누우라고 하면 눕고 (주사 맞고) 한참 있다가 그냥 왔어요."

2010년까지 다나의원이 있었던 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상가 관계자들은 5년 전 일인데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상가 관계자(음성변조) : "아줌마들이 많이 왔죠. 여기서 밥까지 해 먹고 그랬어요. 밥까지 해 먹고 계속 누워있는 거야. 주사 맞고. (한번 오면?) 하루 종일."

일부 환자들은 너무 자주 와서, 상가 경비원이 얼굴을 기억할 정도였습니다.

<녹취> 상가 관계자(음성변조) : "고정적으로 오는 사람 있어요. 아주머니들 살이 어쩌고 (해서) 보면, 새파란 멍이 들어가지고 얼마나 주사를 맞았는지 무서워 무서워."

C형 간염 집단 발병 사태도 이 수액 주사에서 비롯됐다는 게, 현재까지 보건 당국이 내린 결론입니다.

<녹취> 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다나의원)거기서 C형 간염에 걸렸다 그쪽에 C형 간염 감염자들이 많다 그런 식의 (제보였죠.) 보건소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서 자체적으로 C형 간염 자료들을 발견했나 봐요."

제보를 받고 바로 현장 조사를 벌여 18명의 감염자를 확인했는데, 모두 다나의원에서 ‘수액 주사’를 맞은 환자들이었습니다.

<인터뷰> 권동혁(질병관리본부 연구관) : "양성 나왔던 환자들의 공통점이 모두가 수액치료 이후에 이분들이 항체가 검출되었기 때문에 수액치료가 가장 원인이다."

여기에 다이어트용 피하주사에서도 주사기를 재사용했다는 진술이 나왔습니다.

보건 당국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병원이 문을 연 2008년부터 최근까지 내원한 환자는 2,200여 명.

이 가운데 현재까지 C형 간염 감염자로 확인된 수가 76명에 이릅니다.

지금까지 감염 검사를 받은 환자는 780명 가량,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환자가 1400여 명이나 됩니다.

<녹취> 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병원 이용자가)2,268명인데, 그중에 통화 성공한 것이 1,888명 정도 됐어요. (나머지 분들은) 불통이고. 검사받은 인원은 779명. (검사 결과) 76명이 양성자로 나왔잖아요."

의료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 했습니다.

주사 바늘을 재사용하면 안 된다는 건 상식 중의 상식이라는 것입니다.

<인터뷰> 최재욱(고려대의대 교수/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 "혈관 속에 수액이 들어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주사기를) 조금 뒤로 뽑아서 피를 다시 거꾸로 빼요. 피가 고이는지 확인하고 다시 수액을 놓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만일 (주사 맞는) 그분이 C형 간염 감염자였다면 당연히 그 주사기 전체에 오염이 되겠죠. 주사기를 재사용했다면 당연히 재사용한 다른 정상인 분에게 C형 간염을 옮기겠죠."

수액 주사용 바늘 한 개 가격은 100원 대에 불과해, 경제적 이윤을 노려 바늘을 재사용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인터뷰> 최재욱(고려대의대 교수/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 "주사기 재사용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요. 의학적 기준, 감염관리 예방 지침에도 위배되는 사안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전혀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상식적이지 않은 일입니다. 이것은 일탈 행위고요."

이번 다나의원 사태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이 있는데요.

C형 간염에 감염된 환자들이 다나의원에 온 평균 횟수가 240회나 된다는 점입니다.

<녹취> 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계속적으로 700, 800번 간 사람도 있고요. 2008년부터 2015년 그동안 다닌 기록을 보면요. 양성자 같은 경우는 평균 240번 다녀갔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의료인 면허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로 한 겁니다.

다나의원 원장이 3년 전 뇌출혈로 뇌병변 장애와 언어장애를 갖고 진료를 계속 하면서, 의사 면허 연장을 위한 교육에는 원장 부인이 대리 출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다나의원 사태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보건 당국은 초긴장 속에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병원 내 내부고발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 같은 의료계 내부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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