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이웃도 모르는 아동 학대…선진국, 시스템으로 감시

입력 2015.12.21 (21:10) 수정 2015.12.2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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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2년 전 '울산 계모 사건'부터 이번 인천 아동 학대 사건까지.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아동 학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적발된 아동학대는 만 27건으로 10년 전의 3천 8백여 건에 비해 2.5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아동 학대 가해자의 82%는 부모였고 대부분 집 안에서 학대 행위가 일어났습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에서 가장 의지해야할 사람에게 학대를 당하는 것이 어린이 가정 학대의 비극입니다.

윤봄이 기자가 실태 취재했습니다.

▼두 번 세 번 방치되는 아이들▼

<리포트>

<녹취> "아빠, 저 ○○예요…."

부모의 학대를 피해 쉼터로 온 소녀..

그래도 울면서 아빠를 찾습니다.

학대를 당한 또 다른 소년은 부모에게 사랑받기 위해 착한 어린이가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녹취> "아빠 저 앞으로 잘 하겠습니다. 이제 친구랑 누나랑 싸우지도 않겠습니다."

학대를 당한 아동들은 부모에게 또 혼나진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떨며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아동학대는 이처럼,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인터뷰> 황옥경(서울신학대 교수) : "자존감도 낮아지게 되고, 불안하기도 하고, 공포심도 갖게 되고, 매사를 굉장히 방어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감도 굉장히 심하게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풍 가고 싶다던 딸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울산 계모 사건..

8살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다른 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 한 칠곡 계모 사건까지.

가해자는 부모였습니다.

아동 학대를 발견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지난해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만 5천여 건 가운데, 이웃과 친구, 친인척 등 주변인이 신고한 경우는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교사나 의료인처럼 아동학대를 눈치챌 수 있는 전문가들의 학대 의심 신고는 전체 신고의 30%였습니다.

하루하루 공포에 떨며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학대 아동을 찾기위해서 더 철저한 사회적 감시가 필요합니다.

▼학대 처벌은 솜방망이▼

<기자 멘트>

아동 학대 피해자들 가운데 30% 정도는 거의 매일 학대를 당했습니다.

어린 영혼과 몸에 끔찍한 상처를 남기는 가해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요?

지난 5년 동안 아동 학대 사범 4명 가운데 한 명만 법정에 섰습니다.

그나마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은 실형을 살지 않고 집행유예로 풀려나거나 벌금형에 그쳤습니다.

가해자가 주로 부모이기 때문에 양육 문제 등을 고려했기 때문인데요.

이 같은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이명숙(한국여성변호사회장) : "부모나 보호자에 의해 이뤄지는 지속적인 아동학대 행위는 이례적인 아동학대 행위나 낯선 자에 의해 이뤄지는 아동학대 행위보다 훨씬 더 엄히 처벌돼야 합니다."

가해 부모에게 관대한 처벌을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부모가 수감될 경우 아이들을 돌볼 쉼터는 전국에 30여 곳 밖에 안 됩니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피해 아동을 가해 부모에게 되돌려보내는 건 너무 가혹하고, 모순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아동 학대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유원중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선진국은 시스템으로 학대 감시▼

<리포트>

기저귀를 찬 아이들이 길거리를 활보합니다.

주민들이 신고했고 어머니는 긴급체포됩니다.

3살 어린이를 식당에 데리고 왔다가 자리를 비운 아버지.

결국 아동방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구속됐습니다.

<인터뷰> 아동 방치 아버지 : "너희가 내 처지를 알아? 당신들은 우리 가족 문제를 몰라요."

미국은 주에 따라 부모가 만 8살~16살 이하 미성년자를 집에 혼자 있게 할 경우 처벌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 결석할 경우 반드시 사유를 학교에 신고해야 하고 일정 기간 이상 무단결석을 한 학생의 부모에게 경고장을 보내거나 소환 조사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아동학대를 가정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인식해 교사와 이웃의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하고 공공기관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윌리엄 머독(아동심리학 박사) :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비밀스럽거나 창피스러워 하는 게 문제를 더욱 키울 수 있습니다."

정부 당국과 법원은 아동학대가 발생할 경우 우선 부모의 친권을 빼앗거나 제한한 뒤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어린이를 가정에 돌려보내기도 하지만 입양이나 위탁 부모 지정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기도 합니다.

KBS 뉴스 유원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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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이웃도 모르는 아동 학대…선진국, 시스템으로 감시
    • 입력 2015-12-21 21:13:25
    • 수정2015-12-21 21:50:39
    뉴스 9
<앵커 멘트>

2년 전 '울산 계모 사건'부터 이번 인천 아동 학대 사건까지.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아동 학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적발된 아동학대는 만 27건으로 10년 전의 3천 8백여 건에 비해 2.5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아동 학대 가해자의 82%는 부모였고 대부분 집 안에서 학대 행위가 일어났습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에서 가장 의지해야할 사람에게 학대를 당하는 것이 어린이 가정 학대의 비극입니다.

윤봄이 기자가 실태 취재했습니다.

▼두 번 세 번 방치되는 아이들▼

<리포트>

<녹취> "아빠, 저 ○○예요…."

부모의 학대를 피해 쉼터로 온 소녀..

그래도 울면서 아빠를 찾습니다.

학대를 당한 또 다른 소년은 부모에게 사랑받기 위해 착한 어린이가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녹취> "아빠 저 앞으로 잘 하겠습니다. 이제 친구랑 누나랑 싸우지도 않겠습니다."

학대를 당한 아동들은 부모에게 또 혼나진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떨며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아동학대는 이처럼,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인터뷰> 황옥경(서울신학대 교수) : "자존감도 낮아지게 되고, 불안하기도 하고, 공포심도 갖게 되고, 매사를 굉장히 방어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감도 굉장히 심하게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풍 가고 싶다던 딸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울산 계모 사건..

8살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다른 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 한 칠곡 계모 사건까지.

가해자는 부모였습니다.

아동 학대를 발견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지난해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만 5천여 건 가운데, 이웃과 친구, 친인척 등 주변인이 신고한 경우는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교사나 의료인처럼 아동학대를 눈치챌 수 있는 전문가들의 학대 의심 신고는 전체 신고의 30%였습니다.

하루하루 공포에 떨며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학대 아동을 찾기위해서 더 철저한 사회적 감시가 필요합니다.

▼학대 처벌은 솜방망이▼

<기자 멘트>

아동 학대 피해자들 가운데 30% 정도는 거의 매일 학대를 당했습니다.

어린 영혼과 몸에 끔찍한 상처를 남기는 가해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요?

지난 5년 동안 아동 학대 사범 4명 가운데 한 명만 법정에 섰습니다.

그나마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은 실형을 살지 않고 집행유예로 풀려나거나 벌금형에 그쳤습니다.

가해자가 주로 부모이기 때문에 양육 문제 등을 고려했기 때문인데요.

이 같은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이명숙(한국여성변호사회장) : "부모나 보호자에 의해 이뤄지는 지속적인 아동학대 행위는 이례적인 아동학대 행위나 낯선 자에 의해 이뤄지는 아동학대 행위보다 훨씬 더 엄히 처벌돼야 합니다."

가해 부모에게 관대한 처벌을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부모가 수감될 경우 아이들을 돌볼 쉼터는 전국에 30여 곳 밖에 안 됩니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피해 아동을 가해 부모에게 되돌려보내는 건 너무 가혹하고, 모순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아동 학대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유원중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선진국은 시스템으로 학대 감시▼

<리포트>

기저귀를 찬 아이들이 길거리를 활보합니다.

주민들이 신고했고 어머니는 긴급체포됩니다.

3살 어린이를 식당에 데리고 왔다가 자리를 비운 아버지.

결국 아동방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구속됐습니다.

<인터뷰> 아동 방치 아버지 : "너희가 내 처지를 알아? 당신들은 우리 가족 문제를 몰라요."

미국은 주에 따라 부모가 만 8살~16살 이하 미성년자를 집에 혼자 있게 할 경우 처벌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 결석할 경우 반드시 사유를 학교에 신고해야 하고 일정 기간 이상 무단결석을 한 학생의 부모에게 경고장을 보내거나 소환 조사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아동학대를 가정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인식해 교사와 이웃의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하고 공공기관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윌리엄 머독(아동심리학 박사) :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비밀스럽거나 창피스러워 하는 게 문제를 더욱 키울 수 있습니다."

정부 당국과 법원은 아동학대가 발생할 경우 우선 부모의 친권을 빼앗거나 제한한 뒤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어린이를 가정에 돌려보내기도 하지만 입양이나 위탁 부모 지정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기도 합니다.

KBS 뉴스 유원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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