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엘니뇨’ 이번 겨울 절정…내년 영향은?

입력 2015.12.29 (21:23) 수정 2015.12.2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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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크리스마스 무렵 미국에 몰아닥친 토네이도의 모습입니다.

주로 봄 여름에 많이 발생하던 토네이도가 한겨울인 연말에 미국 남동부를 휩쓸었습니다.

이상한 겨울 날씨는 북미 대륙만의 일이 아닙니다.

이달 들어 전 세계에서 발생한 이상 기상 현상을 나타낸 그림인데요.

영국과 파라과이 등 남미에서는 홍수가, 미국 북동부와 유럽 알프스에선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웃 나라 중국은 극심한 스모그가 말썽이죠.

지구촌이 동시 다발적인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먼저 유원중 기자의 보도입니다.

▼토네이도에 폭설, 홍수, 가뭄까지▼

<리포트>

지난 성탄절 전날 미국 뉴욕의 풍경입니다.

이날 기록한 섭씨 21.6도는 역대 최고를 갈아치웠습니다.

바로 다음 날 미국 텍사스.

<녹취> "맙소사! 정말 크다!"

시속 300㎞가 넘는 토네이도가 지나간 자리는 폐허로 변했습니다.

<인터뷰> 주민 : "불과 30초 만에 이런 끔찍한 피해가 일어나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토네이도가 지나간 자리에 이번엔 눈폭풍이 일었습니다.

기온이 하루 새 20도 이상 곤두박질쳤고 눈이 거의 오지 않는 뉴멕시코에 40센티가 넘는 폭설이 내렸습니다.

눈폭풍은 이어 중부지역도 강타했습니다.

<녹취> 美 ABC 방송 : "항공기 수천 대가 결항했고 지금까지 40여 명이 기상이변으로 사망했습니다."

남미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 브라질에서는 50년 만의 홍수가 발생해 최소 6명이 숨지고 16만여 명이 대피했습니다.

또 영국에서도 한겨울 기록적인 홍수로 주택 3천여 채가 침수됐습니다.

<인터뷰> 캐머런(영국 총리) : "가족들끼리 집에 모여 성탄절과 새해를 축하해야 할 때 이런 일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습니다."

호주에서는 고온건조한 날씨로 대형 산불이 나는 등 기상이변이 지구촌 곳곳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역대 2위 강도 ‘슈퍼 엘니뇨’가 주범▼

<기자 멘트>

네, 이곳은 남미 대륙을 마주한 태평양 동쪽 바다입니다.

바다 밑을 들여다볼까요.

평소엔 깊은 곳에서 차가운 바닷물이 솟아올라 표층까지도 수온이 낮게 나타납니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부터 이곳 바닷물 흐름에 이상 신호가 감지됐습니다.

더 이상 차가운 바닷물이 솟아 오르지 않고, 뜨겁게 데워지기 시작한 건데요.

바로 엘니뇨 현상입니다.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를 뜻하는데요.

이 엘니뇨가 올겨울까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슈퍼 엘니뇨로 발달했습니다.

역대 가장 강력한 엘니뇨는 지난 1997년과 98년 사이에 발생했습니다.

당시 수온은 평년보다 2.6도 높았는데요.

올해는 2.4도 가량 높아 역대 2번째 강도로 발달했습니다.

뜨겁게 데워진 바다에선 막대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적도 상공을 가득 메운 수증기는 열대 지역 대기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데요.

수증기의 직접 영향을 받는 미국 남부나 남미 일대에는 폭우가 쏟아지고요.

반대로 동남아와 호주는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렇게 엘니뇨의 영향이 북쪽과 남쪽으로 연쇄 작용처럼 퍼져 세계 곳곳에 기상 이변을 일으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렇듯 강력한 엘니뇨의 영향이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이어서 김성한 기상전문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엘니뇨 올겨울에 절정…내년 영향은?▼

<리포트>

지독한 가뭄으로 목장의 풀까지 말라버린 호주 퀸즐랜드 지역.

소에게 먹일 목초를 찾아서 하루에 수 km씩 이동합니다.

호주 목축업자는 쇠고기 가격 상승을 예고했습니다.

베트남도 가뭄 탓에 커피 생산량이 10% 줄었습니다.

다행히 전 세계 밀 생산량은 기상이변에도 예년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인터뷰> 강창윤(미국소맥협회 한국대표부 대표) : "엘니뇨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셨는데 우려와는 달리 (밀 생산) 결과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엘니뇨는 이번 겨울 동안 절정에 달한 뒤 내년 봄부터 약해질 전망입니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내년 여름쯤 엘니뇨가 끝나고, 엘니뇨와는 반대로 동태평양은 차가워지고 서태평양의 수온이 오르는 라니냐가 나타날 가능성도 열어두었습니다.

이제껏 나타난 15차례의 엘니뇨 가운데 이듬해에 바로 라니냐로 연결된 사례가 11차례나 됩니다.

<인터뷰> 예상욱(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교수) : "강한 엘니뇨가 발생한 그다음 해 겨울에 강한 라니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로 말미암아 전 세계적으로 또 다른 이상 기상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라니냐가 찾아오면 미국과 같은 밀 주산지에 가뭄이 심화돼 주요 곡물 가격의 폭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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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엘니뇨’ 이번 겨울 절정…내년 영향은?
    • 입력 2015-12-29 21:24:51
    • 수정2015-12-29 22: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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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크리스마스 무렵 미국에 몰아닥친 토네이도의 모습입니다.

주로 봄 여름에 많이 발생하던 토네이도가 한겨울인 연말에 미국 남동부를 휩쓸었습니다.

이상한 겨울 날씨는 북미 대륙만의 일이 아닙니다.

이달 들어 전 세계에서 발생한 이상 기상 현상을 나타낸 그림인데요.

영국과 파라과이 등 남미에서는 홍수가, 미국 북동부와 유럽 알프스에선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웃 나라 중국은 극심한 스모그가 말썽이죠.

지구촌이 동시 다발적인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먼저 유원중 기자의 보도입니다.

▼토네이도에 폭설, 홍수, 가뭄까지▼

<리포트>

지난 성탄절 전날 미국 뉴욕의 풍경입니다.

이날 기록한 섭씨 21.6도는 역대 최고를 갈아치웠습니다.

바로 다음 날 미국 텍사스.

<녹취> "맙소사! 정말 크다!"

시속 300㎞가 넘는 토네이도가 지나간 자리는 폐허로 변했습니다.

<인터뷰> 주민 : "불과 30초 만에 이런 끔찍한 피해가 일어나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토네이도가 지나간 자리에 이번엔 눈폭풍이 일었습니다.

기온이 하루 새 20도 이상 곤두박질쳤고 눈이 거의 오지 않는 뉴멕시코에 40센티가 넘는 폭설이 내렸습니다.

눈폭풍은 이어 중부지역도 강타했습니다.

<녹취> 美 ABC 방송 : "항공기 수천 대가 결항했고 지금까지 40여 명이 기상이변으로 사망했습니다."

남미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 브라질에서는 50년 만의 홍수가 발생해 최소 6명이 숨지고 16만여 명이 대피했습니다.

또 영국에서도 한겨울 기록적인 홍수로 주택 3천여 채가 침수됐습니다.

<인터뷰> 캐머런(영국 총리) : "가족들끼리 집에 모여 성탄절과 새해를 축하해야 할 때 이런 일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습니다."

호주에서는 고온건조한 날씨로 대형 산불이 나는 등 기상이변이 지구촌 곳곳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역대 2위 강도 ‘슈퍼 엘니뇨’가 주범▼

<기자 멘트>

네, 이곳은 남미 대륙을 마주한 태평양 동쪽 바다입니다.

바다 밑을 들여다볼까요.

평소엔 깊은 곳에서 차가운 바닷물이 솟아올라 표층까지도 수온이 낮게 나타납니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부터 이곳 바닷물 흐름에 이상 신호가 감지됐습니다.

더 이상 차가운 바닷물이 솟아 오르지 않고, 뜨겁게 데워지기 시작한 건데요.

바로 엘니뇨 현상입니다.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를 뜻하는데요.

이 엘니뇨가 올겨울까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슈퍼 엘니뇨로 발달했습니다.

역대 가장 강력한 엘니뇨는 지난 1997년과 98년 사이에 발생했습니다.

당시 수온은 평년보다 2.6도 높았는데요.

올해는 2.4도 가량 높아 역대 2번째 강도로 발달했습니다.

뜨겁게 데워진 바다에선 막대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적도 상공을 가득 메운 수증기는 열대 지역 대기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데요.

수증기의 직접 영향을 받는 미국 남부나 남미 일대에는 폭우가 쏟아지고요.

반대로 동남아와 호주는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렇게 엘니뇨의 영향이 북쪽과 남쪽으로 연쇄 작용처럼 퍼져 세계 곳곳에 기상 이변을 일으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렇듯 강력한 엘니뇨의 영향이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이어서 김성한 기상전문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엘니뇨 올겨울에 절정…내년 영향은?▼

<리포트>

지독한 가뭄으로 목장의 풀까지 말라버린 호주 퀸즐랜드 지역.

소에게 먹일 목초를 찾아서 하루에 수 km씩 이동합니다.

호주 목축업자는 쇠고기 가격 상승을 예고했습니다.

베트남도 가뭄 탓에 커피 생산량이 10% 줄었습니다.

다행히 전 세계 밀 생산량은 기상이변에도 예년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인터뷰> 강창윤(미국소맥협회 한국대표부 대표) : "엘니뇨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셨는데 우려와는 달리 (밀 생산) 결과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엘니뇨는 이번 겨울 동안 절정에 달한 뒤 내년 봄부터 약해질 전망입니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내년 여름쯤 엘니뇨가 끝나고, 엘니뇨와는 반대로 동태평양은 차가워지고 서태평양의 수온이 오르는 라니냐가 나타날 가능성도 열어두었습니다.

이제껏 나타난 15차례의 엘니뇨 가운데 이듬해에 바로 라니냐로 연결된 사례가 11차례나 됩니다.

<인터뷰> 예상욱(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교수) : "강한 엘니뇨가 발생한 그다음 해 겨울에 강한 라니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로 말미암아 전 세계적으로 또 다른 이상 기상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라니냐가 찾아오면 미국과 같은 밀 주산지에 가뭄이 심화돼 주요 곡물 가격의 폭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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