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화·대형화 금융다단계의 ‘덫’

입력 2016.01.17 (23:32) 수정 2016.01.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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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피해자 : "속을 수 밖에 없는 거는요. 너무 자료가 완벽하다는 거예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증권선물사들이 쓸 수 있는 그거를 도용해가지고..."

<녹취> 피해자 : "70 평생 살다가 은퇴하고 그리고 막판에 은퇴 자금 갖다가 다 날리고 어디가서 이야기를 못하겠어. 자식도 몰라"

<인터뷰> 김상록(금융감독원 서민금융팀장) : "투자라는 건 손실가능성이 항상 있는 개념인데 그걸 마치 예금상품이고 복잡한 투자기법을 들먹이면서 접근하는거죠"

<오프닝>

FX마진거래, 핀테크, 가상 코인...

모두 실제 있는 금융 상품들과 연관된 단어들입니다.

원금에 고수익까지 보장된다며 떠오르는 신종 금융 상품들을 가장해 거액의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유사수신업체들이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갈수록 지능화, 대형화되고 있는 이른바 금융 다단계 실태를 파헤쳤습니다.

<리포트>

외국인 대표이사라는 사람이 강단에 섰습니다.

FX마진거래, 즉 외환선물거래 기업 관계자들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합니다.

<녹취> 외국인CEO : "우리는 선물거래가 부를 쌓을 수 있는 가장뛰어난 금융상품임을 확신합니다."

해외 선물 거래에 뛰어는 것이야말로 앞서나가는 투자임을 강조합니다.

지난해 5월 동남아에서 열렸던 이 투자 설명회에 한국인 수백명이 참석했습니다.

외환 거래 선물 상품에 돈을 투자하면 투자금에 비례해 배당금을 적립해준 뒤 현금으로 바꿔주는 신종 금융상품이라며 원금도 100% 보장해준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말 업체 관계자 박 씨 등 2명이 구속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밝혀진 투자자는 570여 명, 피해액만 280억 원에 이릅니다.

<녹취> 이 씨 할아버지(3억 6천여 만원 투자) : "지금 70 평생 살다가 은퇴하고 그리고 막판에 은퇴 자금 갖다가 다 날리고는 어디가서 이야기를 못하겠어. 자식도 몰라."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문 씨 역시 이 회사에 1억 3천여 만원을 투자했습니다.

문씨는 투자 당시 이 회사가 실제 외환선물거래에 사용되는 어플리케이션 등을 보여줘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녹취> 문 씨(1억 3천여만 원 투자) : "이 어플리케이션이 세계 90퍼센트 증권에서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이에요. 속을 수 밖에 없는 거는요. 너무 자료가 완벽하다는 거예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증권선물사들이 쓸 수 있는 그거를 도용해가지고 사기로 만들었다는 거."

실제로 문 씨는 업체 관계자가 구속되기 전까지 외환선물거래 수익이 실시간으로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또 인터넷 계좌에는 환차익 수익에 따른 배당금도 매주 6%씩 불어나 있었습니다.

<녹취> "((계좌가)이거네요. 이거.) 8만 3천 불."

계산대로라면 5달 뒤 원금의 2배가 돼야하는 상황.

하지만 검,경 조사 결과 투자금이 실제 해외 선물 거래에 흘러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투자금의 행방을 쫒고 있습니다.

<녹취> 문 씨(1억 3천여만 원 투자) : "내 노후가 어떻게 보면 도난당한 기분이 들어가지고 잠을 못잤어요 며칠을. 어느날 보니까 아침에 일어나니까 앞이 안보이는 거예요."

정상적인 FX마진거래란, 미래 시점에서 두 나라의 통화 가치를 예측해 외환을 사고 파는 방식인데 환율의 등락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하면 수익이 생기지만 그렇지 못하면 손실이 생기는 위험성이 큰 거래입니다.

이 때문에 이런 파생 상품은 해외금융투자업자와 직접 거래할 수 없고 정식 인·허가를 받은 국내 투자중개업자를 경유해야 가능합니다.

이 업체는 해외에 본사를 둔 해외투자업체로 자신을 소개했지만 경찰은 조사 결과 은행법 상 인·허가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문 씨를 비롯해 이 업체에 투자를 한 피해자 5명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이들이 투자한 금액은 모두 8억 3천여 만 원으로 대부분 대출까지 받아 투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왜 이들은 이렇게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을까?

잘 알려져있지만 다루기는 어려운 금융상품들을 미끼로 던졌습니다.

<녹취> 피해자D(5천만 원 투자) : "(투자자들에게) 국제딜러라는 그런 명칭을 줬어요. (업체가) 거기 해외 라이센스가 있다 그래서 실제로 들어가보니까 그게 보이더라고요."

글로벌을 내세우며 투자 설명회는 해외에서 열었고 상품 설명과 공지는 영어와 중국어로 작성됐습니다.

<녹취> 피해자 B(2억 4천여만 원 투자) : "CEO하고 해당 이사들하고 쫙 이렇게 외국사람들이 백인들이 나와서 행사를 하니까 진짜인가보다 하고 다 속아 넘어갔었거든요."

구체적 성과와 자료를 보여주며 신뢰를 샀습니다.

<녹취> 피해자 C(2억 2천만 원 투자) : "투자를 하고 나면 바로 사이트에 등록이 되고 등록이 되면 매주 월요일날 투자금액 한도에서 배당금이 들어오는게 확인이 되고."

그러나 이들이 제시했던 인터넷 가상 계좌와 투자 증서, 해외사이트 등은 실체가 모호한 것으로 검찰과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매주 복리로 늘어나던 배당금 역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숫자놀이에 불과했던 셈입니다.

<인터뷰> 조진우(금융투자협회 소비자보호부장) : "우선 FX마진거래는 파생상품으로 변동성이 커 매달 일정한 수익을 내는 것 자체가 어렵고 이런 업체를 통한 해외송금 자체가 불법입니다."

이 경우 피해 보상도 상당히 어려운 실정입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업체 관계자들은 자신들도 수억 원을 투자한 피해자들이라며 사기 등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유사수신 행위는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고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 것입니다.

이른바 금융 다단계 수법으로도 불리는데, 그때 그때마다 새롭게 떠오르는 성공업종의 탈을 쓰고 형태를 바꾸며 지능화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강형구(금융소비자연명 금융국장) : "핀테크 지금 사업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기법이라는 것도 이용을 하고 있고. 선결제로 미리 주식을 산다던지 협동조합. 이 조합을 가입해가지고 그 주식을 아주 고가로 매입을 하겠다 (이런 식으로...)"

최근에는 납골당, 전자화폐, 협동조합 등의 사업을 가장하는 추세입니다.

FX마진거래를 내세운 유사수신행위만 해도 지난해 3곳이 적발됐습니다.

<인터뷰> 김상록(금융감독원 서민금융팀장) : "주식투자를 한다, 글로벌 마켓 리더다. 행태는 공통되는 행태가 있어요. 어떤것이냐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해서 원금을 보장한다고 하면서 자금을 모집하는 걸 이제 업으로 하는 파이낸스의 FIN과 테크롤러지의 TECH를 조합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뜻하는 '핀테크'"

자칭 핀테크 업체라고 내세우는 한 업체의 투자 설명회입니다.

<녹취> 사업 설명회 : "이제는 핀테크의 시대가 온다. IT 상품들이 유통시장에 앞으로는 나올것이다. 그런데 안 나왔어요. 그런데 유일하게 나온 회사가 어딥니까? 저희 회사 핀테크입니다."

가입비 등의 명목으로 37만 원을 내고 자신들이 제공하는 광고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서 클릭만 하면 하루에 2천 원씩 수당을 가상의 포인트로 적립해준다고 말합니다.

적립된 가상 포인트는 나중에 현금으로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입소문을 내서 회원을 가입시키면 한 명당 5만 원 이상을 더 얹어준다고도 했습니다.

일반적인 다단계보다 금액이 적고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넉달 사이 만 명 이상이 가입했습니다.

30대 직장인 김 씨 역시 이 점에 끌렸습니다.

<녹취> 김 씨(핀테크 가장 유사수신업체 피해자) : "밑져봤자 본전이라는 작은 돈으로 유혹을 했다는거죠. 일단 소일거리하면 된다는 식으로"

하지만 실제로 이 회사가 약속한 수익을 손에 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녹취> 윤 씨(핀테크 가장 유사수신업체 피해자) : "포인트가 2000인가 조금 쌓이고 그게 만원 단위로 되면 출금이 되는데 출금이 안되고 계속 늦어지면서 계속 말을 바꾼거죠. 돈 받으신 분은 주변에 한 명도 없고."

핀테크라는 이름만 내걸고 사실은 불법 유사수신행위를 한 이들에게 투자한 사람들은 모두 만 2천여 명.

밝혀진 피해 액수만 205억 원입니다.

<인터뷰> 송상근(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 : "핀테크 이 명칭을 도용해가지고 국민들을 현혹해가지고 '아 국가에서 운영하는 금융기관이구나' 이렇게 현혹해가지고."

구속된 업체 관계자 3명은 사업이 차질을 빚어 정리한 것이지 사기는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핀테크를 내걸고 현혹하는 업체들이 늘면서 핀테크 관련 사업체 모임인 한국핀테크포럼은 유사 핀테크 업체 주의보까지 발령했습니다

<인터뷰> 황승익(한국핀테크포럼 홍보지원본부 이사) : "핀테크를 가지고 마치 투자를 하면 큰 돈을 벌수 있다...(이런) 형태로 유사수신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희들로서도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고요."

실제 그런 업체들과 건전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동일시돼서 저희도 같은 형태로 취급당하는 것에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현행법 상 유사수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모집한 투자금이 적게는 수십 억원, 많게는 수천 억 원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처벌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범죄를 저질러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막대한 액수인데 만약에 형량이 기껏해야 10년도 채 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라면 단기간 동안 사회로부터 격리될 것을 감수하면서 그 막대한 수익을 올리기 위한 사기를 시도하겠죠. 결국은 한탕주의를 부르는 어떤 시스템적인 문제라고 보입니다."

이렇다 보니 유사수신행위로 적발이 된 뒤에도 비슷한 유형의 금융다단계를 다시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상록(금융감독원 서민금융팀장) : "투자자를 얼마큼 모집해서 해야된다는 그런 상품을 설계하고 이런데가 많이 있답니다. 그리고 이게 전산적으로 되야되는 거고요. 그러다보니 그런데서(유사수신업체) 하던 친구들이 또 나와서 또 다른 걸 하는 거예요."

게다가 대부분의 유사수신업체들은 금융회사로 등록돼 있지 않아 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현행법상 제도권에 등록된 금융회사만 금융당국이 감독 감시를 하거나 영업 정지 등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감원이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유사수신 혐의 업체는 2011년 48개 업체에서 지난해말 110여 개로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원금 보장, 고수익을 미끼로 퇴직금에서 쌈짓돈까지 털어가는 금융 다단계.

<녹취> 금융다단계 피해자 : "카드대출 이런걸 받다보니까 계속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어요."

<녹취> 금융다단계 피해자 : "(나로 인해서) 친구가 손해를 보고 경제적으로 힘들게 됐구나 하는 자괴감이 엄청나게 심합니다."

<녹취> 금융다단계 피해자 : "제 인생이 덫에 걸렸는데 이 덫이 저만의 덫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피해자가 더 늘기 전에 관련 규정이 시급히 정비돼야 합니다.

그리고 원금을 보장한다는 식의 투자에 대해서는 일단 의심하고 적법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는 투자자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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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능화·대형화 금융다단계의 ‘덫’
    • 입력 2016-01-17 23:45:11
    • 수정2016-01-18 00: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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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피해자 : "속을 수 밖에 없는 거는요. 너무 자료가 완벽하다는 거예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증권선물사들이 쓸 수 있는 그거를 도용해가지고..."

<녹취> 피해자 : "70 평생 살다가 은퇴하고 그리고 막판에 은퇴 자금 갖다가 다 날리고 어디가서 이야기를 못하겠어. 자식도 몰라"

<인터뷰> 김상록(금융감독원 서민금융팀장) : "투자라는 건 손실가능성이 항상 있는 개념인데 그걸 마치 예금상품이고 복잡한 투자기법을 들먹이면서 접근하는거죠"

<오프닝>

FX마진거래, 핀테크, 가상 코인...

모두 실제 있는 금융 상품들과 연관된 단어들입니다.

원금에 고수익까지 보장된다며 떠오르는 신종 금융 상품들을 가장해 거액의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유사수신업체들이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갈수록 지능화, 대형화되고 있는 이른바 금융 다단계 실태를 파헤쳤습니다.

<리포트>

외국인 대표이사라는 사람이 강단에 섰습니다.

FX마진거래, 즉 외환선물거래 기업 관계자들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합니다.

<녹취> 외국인CEO : "우리는 선물거래가 부를 쌓을 수 있는 가장뛰어난 금융상품임을 확신합니다."

해외 선물 거래에 뛰어는 것이야말로 앞서나가는 투자임을 강조합니다.

지난해 5월 동남아에서 열렸던 이 투자 설명회에 한국인 수백명이 참석했습니다.

외환 거래 선물 상품에 돈을 투자하면 투자금에 비례해 배당금을 적립해준 뒤 현금으로 바꿔주는 신종 금융상품이라며 원금도 100% 보장해준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말 업체 관계자 박 씨 등 2명이 구속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밝혀진 투자자는 570여 명, 피해액만 280억 원에 이릅니다.

<녹취> 이 씨 할아버지(3억 6천여 만원 투자) : "지금 70 평생 살다가 은퇴하고 그리고 막판에 은퇴 자금 갖다가 다 날리고는 어디가서 이야기를 못하겠어. 자식도 몰라."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문 씨 역시 이 회사에 1억 3천여 만원을 투자했습니다.

문씨는 투자 당시 이 회사가 실제 외환선물거래에 사용되는 어플리케이션 등을 보여줘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녹취> 문 씨(1억 3천여만 원 투자) : "이 어플리케이션이 세계 90퍼센트 증권에서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이에요. 속을 수 밖에 없는 거는요. 너무 자료가 완벽하다는 거예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증권선물사들이 쓸 수 있는 그거를 도용해가지고 사기로 만들었다는 거."

실제로 문 씨는 업체 관계자가 구속되기 전까지 외환선물거래 수익이 실시간으로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또 인터넷 계좌에는 환차익 수익에 따른 배당금도 매주 6%씩 불어나 있었습니다.

<녹취> "((계좌가)이거네요. 이거.) 8만 3천 불."

계산대로라면 5달 뒤 원금의 2배가 돼야하는 상황.

하지만 검,경 조사 결과 투자금이 실제 해외 선물 거래에 흘러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투자금의 행방을 쫒고 있습니다.

<녹취> 문 씨(1억 3천여만 원 투자) : "내 노후가 어떻게 보면 도난당한 기분이 들어가지고 잠을 못잤어요 며칠을. 어느날 보니까 아침에 일어나니까 앞이 안보이는 거예요."

정상적인 FX마진거래란, 미래 시점에서 두 나라의 통화 가치를 예측해 외환을 사고 파는 방식인데 환율의 등락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하면 수익이 생기지만 그렇지 못하면 손실이 생기는 위험성이 큰 거래입니다.

이 때문에 이런 파생 상품은 해외금융투자업자와 직접 거래할 수 없고 정식 인·허가를 받은 국내 투자중개업자를 경유해야 가능합니다.

이 업체는 해외에 본사를 둔 해외투자업체로 자신을 소개했지만 경찰은 조사 결과 은행법 상 인·허가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문 씨를 비롯해 이 업체에 투자를 한 피해자 5명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이들이 투자한 금액은 모두 8억 3천여 만 원으로 대부분 대출까지 받아 투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왜 이들은 이렇게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을까?

잘 알려져있지만 다루기는 어려운 금융상품들을 미끼로 던졌습니다.

<녹취> 피해자D(5천만 원 투자) : "(투자자들에게) 국제딜러라는 그런 명칭을 줬어요. (업체가) 거기 해외 라이센스가 있다 그래서 실제로 들어가보니까 그게 보이더라고요."

글로벌을 내세우며 투자 설명회는 해외에서 열었고 상품 설명과 공지는 영어와 중국어로 작성됐습니다.

<녹취> 피해자 B(2억 4천여만 원 투자) : "CEO하고 해당 이사들하고 쫙 이렇게 외국사람들이 백인들이 나와서 행사를 하니까 진짜인가보다 하고 다 속아 넘어갔었거든요."

구체적 성과와 자료를 보여주며 신뢰를 샀습니다.

<녹취> 피해자 C(2억 2천만 원 투자) : "투자를 하고 나면 바로 사이트에 등록이 되고 등록이 되면 매주 월요일날 투자금액 한도에서 배당금이 들어오는게 확인이 되고."

그러나 이들이 제시했던 인터넷 가상 계좌와 투자 증서, 해외사이트 등은 실체가 모호한 것으로 검찰과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매주 복리로 늘어나던 배당금 역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숫자놀이에 불과했던 셈입니다.

<인터뷰> 조진우(금융투자협회 소비자보호부장) : "우선 FX마진거래는 파생상품으로 변동성이 커 매달 일정한 수익을 내는 것 자체가 어렵고 이런 업체를 통한 해외송금 자체가 불법입니다."

이 경우 피해 보상도 상당히 어려운 실정입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업체 관계자들은 자신들도 수억 원을 투자한 피해자들이라며 사기 등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유사수신 행위는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고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 것입니다.

이른바 금융 다단계 수법으로도 불리는데, 그때 그때마다 새롭게 떠오르는 성공업종의 탈을 쓰고 형태를 바꾸며 지능화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강형구(금융소비자연명 금융국장) : "핀테크 지금 사업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기법이라는 것도 이용을 하고 있고. 선결제로 미리 주식을 산다던지 협동조합. 이 조합을 가입해가지고 그 주식을 아주 고가로 매입을 하겠다 (이런 식으로...)"

최근에는 납골당, 전자화폐, 협동조합 등의 사업을 가장하는 추세입니다.

FX마진거래를 내세운 유사수신행위만 해도 지난해 3곳이 적발됐습니다.

<인터뷰> 김상록(금융감독원 서민금융팀장) : "주식투자를 한다, 글로벌 마켓 리더다. 행태는 공통되는 행태가 있어요. 어떤것이냐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해서 원금을 보장한다고 하면서 자금을 모집하는 걸 이제 업으로 하는 파이낸스의 FIN과 테크롤러지의 TECH를 조합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뜻하는 '핀테크'"

자칭 핀테크 업체라고 내세우는 한 업체의 투자 설명회입니다.

<녹취> 사업 설명회 : "이제는 핀테크의 시대가 온다. IT 상품들이 유통시장에 앞으로는 나올것이다. 그런데 안 나왔어요. 그런데 유일하게 나온 회사가 어딥니까? 저희 회사 핀테크입니다."

가입비 등의 명목으로 37만 원을 내고 자신들이 제공하는 광고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서 클릭만 하면 하루에 2천 원씩 수당을 가상의 포인트로 적립해준다고 말합니다.

적립된 가상 포인트는 나중에 현금으로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입소문을 내서 회원을 가입시키면 한 명당 5만 원 이상을 더 얹어준다고도 했습니다.

일반적인 다단계보다 금액이 적고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넉달 사이 만 명 이상이 가입했습니다.

30대 직장인 김 씨 역시 이 점에 끌렸습니다.

<녹취> 김 씨(핀테크 가장 유사수신업체 피해자) : "밑져봤자 본전이라는 작은 돈으로 유혹을 했다는거죠. 일단 소일거리하면 된다는 식으로"

하지만 실제로 이 회사가 약속한 수익을 손에 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녹취> 윤 씨(핀테크 가장 유사수신업체 피해자) : "포인트가 2000인가 조금 쌓이고 그게 만원 단위로 되면 출금이 되는데 출금이 안되고 계속 늦어지면서 계속 말을 바꾼거죠. 돈 받으신 분은 주변에 한 명도 없고."

핀테크라는 이름만 내걸고 사실은 불법 유사수신행위를 한 이들에게 투자한 사람들은 모두 만 2천여 명.

밝혀진 피해 액수만 205억 원입니다.

<인터뷰> 송상근(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 : "핀테크 이 명칭을 도용해가지고 국민들을 현혹해가지고 '아 국가에서 운영하는 금융기관이구나' 이렇게 현혹해가지고."

구속된 업체 관계자 3명은 사업이 차질을 빚어 정리한 것이지 사기는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핀테크를 내걸고 현혹하는 업체들이 늘면서 핀테크 관련 사업체 모임인 한국핀테크포럼은 유사 핀테크 업체 주의보까지 발령했습니다

<인터뷰> 황승익(한국핀테크포럼 홍보지원본부 이사) : "핀테크를 가지고 마치 투자를 하면 큰 돈을 벌수 있다...(이런) 형태로 유사수신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희들로서도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고요."

실제 그런 업체들과 건전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동일시돼서 저희도 같은 형태로 취급당하는 것에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현행법 상 유사수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모집한 투자금이 적게는 수십 억원, 많게는 수천 억 원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처벌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범죄를 저질러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막대한 액수인데 만약에 형량이 기껏해야 10년도 채 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라면 단기간 동안 사회로부터 격리될 것을 감수하면서 그 막대한 수익을 올리기 위한 사기를 시도하겠죠. 결국은 한탕주의를 부르는 어떤 시스템적인 문제라고 보입니다."

이렇다 보니 유사수신행위로 적발이 된 뒤에도 비슷한 유형의 금융다단계를 다시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상록(금융감독원 서민금융팀장) : "투자자를 얼마큼 모집해서 해야된다는 그런 상품을 설계하고 이런데가 많이 있답니다. 그리고 이게 전산적으로 되야되는 거고요. 그러다보니 그런데서(유사수신업체) 하던 친구들이 또 나와서 또 다른 걸 하는 거예요."

게다가 대부분의 유사수신업체들은 금융회사로 등록돼 있지 않아 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현행법상 제도권에 등록된 금융회사만 금융당국이 감독 감시를 하거나 영업 정지 등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감원이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유사수신 혐의 업체는 2011년 48개 업체에서 지난해말 110여 개로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원금 보장, 고수익을 미끼로 퇴직금에서 쌈짓돈까지 털어가는 금융 다단계.

<녹취> 금융다단계 피해자 : "카드대출 이런걸 받다보니까 계속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어요."

<녹취> 금융다단계 피해자 : "(나로 인해서) 친구가 손해를 보고 경제적으로 힘들게 됐구나 하는 자괴감이 엄청나게 심합니다."

<녹취> 금융다단계 피해자 : "제 인생이 덫에 걸렸는데 이 덫이 저만의 덫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피해자가 더 늘기 전에 관련 규정이 시급히 정비돼야 합니다.

그리고 원금을 보장한다는 식의 투자에 대해서는 일단 의심하고 적법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는 투자자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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