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연습 중 폭언·폭행…재롱 잔치가 뭐기에?

입력 2016.01.29 (08:32) 수정 2016.01.29 (09:0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지금 보시는 화면은 음악발표회를 준비하는 한 유치원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교사들이 어린이들을 때리고 심지어 장구를 내던지기도 하는데요,

멋진 무대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는 거라 볼 수도 있겠지만 부모들은 심정이 무너집니다.

재롱잔치 하면 실수도 있고 어설픈 게 매력일텐데 지나치게 완벽함을 추구하면 아이도 교사도 모두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재롱잔치를 없애거나 축소하는 곳들도 늘고 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충북의 한 유치원 7살 어린이들이 음악발표회를 앞두고 연습이 한창입니다.

일사분란하게 북을 치는 어린이들, 그런데 갑자기 지도교사 한 명이 한 아이의 머리를 내리치더니 자리를 옮겨 다른 아이의 얼굴을 때립니다.

어린이들은 힘없이 넘어질 듯 뒤로 밀리는데, 이번엔 다른 교사가 뒷줄에 있는 어린이의 북채를 빼앗아 그대로 찌릅니다.

장구 연습시간엔 연주 중이던 아이의 장구를 사정없이 내던집니다..

이 영상이 알려진 건 한 학부모에 의해서였습니다.

유치원에 가기 싫다는 게 아이의 투정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겁니다.

<인터뷰> 피해 원생 학부모(음성변조) : “11월 초인가, 중순인가? 하루는 애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유치원에 가기 싫대요. 왜(하고 물어보니깐) ‘그냥 가기 싫어.’ 화장실 변기 앉아서 문을 열어놓고 절 보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엄마 나 정말 가기 싫어.’ (하는 거예요)“

시도 때도 없이 발표회 동작을 연습하던 아이가 이상했다는 부모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피해 원생 학부모(음성변조) : “애가 이렇게 산책을 하고 길거리를 걸어 다니잖아요.그러면서 항상 연습을 해요. 길거리 다니면서하면 위험해 왜 그래? (했더니), ‘이렇게 해야 내일 가서 안 혼나. 엄마 나 이거 연습해야 돼’ “

하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들이 좋아서 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인터뷰> 피해 원생 학부모(음성변조) : “‘엄마, 나 선생님이 밀었는데 중심을 너무 잘 잡아서 안 넘어졌어.’ 너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다른 친구 이야기하면서 ‘엄마 걔는 낙법도 배웠는데 낙법을 쳤으면 안 다쳤을 텐데...’(하더라고요)“

뭔가 심상치 않은 아이의 말!

학부모는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 과정에서 충격적인 CCTV 영상이 발견된 겁니다.

영상분석결과 피해 학생은 총 21명!

영상을 확인한 학부모들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 피해 원생 학부모(음성변조) : “(선생님 이) 우리 아이를 확 밀어서 1.5m 뒤로 넘어진 것 같아요. 완전 세게 엉덩방아 찧었거든요.“

<인터뷰> 피해 원생 학부모(음성변조) : “선생님이 막 달려와서 우리 애를 끄집어내는 거예요.끄집어내니깐 아이가 3~4m 정도 앞으로 쑥 밀려 나갔거든요. 또 선생님이 애 얼굴 완전히 앞에 대고 막 소리 지르다가 목을 치더라고요."

사실 문제의 유치원은 발표회가 화려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고 합니다.

2014년 음악발표회 영상인데요,

마치 군사 열병식과도 같은 일사 분란한 움직임과 연주! 유치원 아이들의 공연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절도가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이것이 꾸준한 교육과 연습의 결과라도 믿었는데,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기분이라는 반응입니다.

<인터뷰>이상윤(청주청원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팀장) : “유치원 측에서는 교사들의 지시에 아동들이 따르지 않아서 이 같은 행위를 했다고 주장을 하는데 명품 행사를 만들기 위해서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경찰은 아동학대 혐의로 유치원 원장 등 교사 4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26살 황모씨 등 지도교사 3명을 구속했는데요.

그렇다면 실제 피해를 입은 어린이들의 심리상태는 어떨까요?

사건직후 아이들이 그린 그림인데요,.

<인터뷰> 권윤정(교수/서경대 유아 아동상담센터) : “뾰족한 것을 가지고 있다든지, 제복을 입은 사람이 감옥에 가둬 뒀다든지, 이런 것들은 힘이 있는 대상이 그 아이들을 굉장히 위협하는 그런 어떤 관계를 우리가 볼 수 있죠. 그리고 상대 아이가 처해있는 모습, 굉장히 슬픈 감정, 무력감을 많이 경험했구나, 이걸 우리가 이제 알 수 있습니다.“

전문가는 CCTV에 포착된 아이들의 행동은 더욱 심각하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권윤정(교수/서경대 유아 아동상담센터) : “교사가 굉장히 강력한 분노를 표출하면서 부적절한 훈육을 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다른 아이들이 동요하지 않고 제 할 일들을 하고 있었잖아요. 이미 내가 그런 부당한 상황에 처하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둔감해졌을 가능성이 있고“

일부에서는 해당교사도 일종의 피해자라고 보고 있습니다.

음악회 같은 아이들의 재롱잔치를 앞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교사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문제의 유치원에서 근무했던 한 교사는 재롱잔치를 준비할 때마다 교사들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전 해당 유치원 교사(음성변조) : “발표회 날이 딱 정해져 있고 그 안에 작품이란 걸 만들어내야 되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그 시기만큼은 굉장히 곤두서있어요. 엄마들 또한 그 과정 보다는 결과물을 보고 굉장히 좋아하시고 선생님들 평가할 때도 그게 평가의 기준이 될 수도 있었던 부분이거든요.”

소중하고 즐거운 추억인 줄로만 알았던 어린이들의 재롱잔치,

하지만 아이도 교사도 부모도 이렇게 스트레스로 상처만 받게 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행사인 걸까요?

그래서 최근엔 몇 달씩 연습하고 많은 비용을 들여 화려한 의상과 큰 무대까지 빌리는 재롱잔치를 없애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순기능도 있는 만큼 무조건 없애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인터뷰> 도현석(팀장/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 : “일단 재롱 잔치가 아이들의 어떤 협동성도 기르고 사회성도 기르고 필요한 부분도 있는데 보여주는 식으로 변질이 되면 원래 의도와 다르게 진행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조율을 해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현재 피해 어린이 학부모들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재롱잔치 본래의 취지를 진지하게 되새겨 아이들의 소중한 추억으로 되돌려 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연습 중 폭언·폭행…재롱 잔치가 뭐기에?
    • 입력 2016-01-29 08:34:11
    • 수정2016-01-29 09:04:49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지금 보시는 화면은 음악발표회를 준비하는 한 유치원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교사들이 어린이들을 때리고 심지어 장구를 내던지기도 하는데요,

멋진 무대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는 거라 볼 수도 있겠지만 부모들은 심정이 무너집니다.

재롱잔치 하면 실수도 있고 어설픈 게 매력일텐데 지나치게 완벽함을 추구하면 아이도 교사도 모두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재롱잔치를 없애거나 축소하는 곳들도 늘고 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충북의 한 유치원 7살 어린이들이 음악발표회를 앞두고 연습이 한창입니다.

일사분란하게 북을 치는 어린이들, 그런데 갑자기 지도교사 한 명이 한 아이의 머리를 내리치더니 자리를 옮겨 다른 아이의 얼굴을 때립니다.

어린이들은 힘없이 넘어질 듯 뒤로 밀리는데, 이번엔 다른 교사가 뒷줄에 있는 어린이의 북채를 빼앗아 그대로 찌릅니다.

장구 연습시간엔 연주 중이던 아이의 장구를 사정없이 내던집니다..

이 영상이 알려진 건 한 학부모에 의해서였습니다.

유치원에 가기 싫다는 게 아이의 투정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겁니다.

<인터뷰> 피해 원생 학부모(음성변조) : “11월 초인가, 중순인가? 하루는 애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유치원에 가기 싫대요. 왜(하고 물어보니깐) ‘그냥 가기 싫어.’ 화장실 변기 앉아서 문을 열어놓고 절 보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엄마 나 정말 가기 싫어.’ (하는 거예요)“

시도 때도 없이 발표회 동작을 연습하던 아이가 이상했다는 부모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피해 원생 학부모(음성변조) : “애가 이렇게 산책을 하고 길거리를 걸어 다니잖아요.그러면서 항상 연습을 해요. 길거리 다니면서하면 위험해 왜 그래? (했더니), ‘이렇게 해야 내일 가서 안 혼나. 엄마 나 이거 연습해야 돼’ “

하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들이 좋아서 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인터뷰> 피해 원생 학부모(음성변조) : “‘엄마, 나 선생님이 밀었는데 중심을 너무 잘 잡아서 안 넘어졌어.’ 너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다른 친구 이야기하면서 ‘엄마 걔는 낙법도 배웠는데 낙법을 쳤으면 안 다쳤을 텐데...’(하더라고요)“

뭔가 심상치 않은 아이의 말!

학부모는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 과정에서 충격적인 CCTV 영상이 발견된 겁니다.

영상분석결과 피해 학생은 총 21명!

영상을 확인한 학부모들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 피해 원생 학부모(음성변조) : “(선생님 이) 우리 아이를 확 밀어서 1.5m 뒤로 넘어진 것 같아요. 완전 세게 엉덩방아 찧었거든요.“

<인터뷰> 피해 원생 학부모(음성변조) : “선생님이 막 달려와서 우리 애를 끄집어내는 거예요.끄집어내니깐 아이가 3~4m 정도 앞으로 쑥 밀려 나갔거든요. 또 선생님이 애 얼굴 완전히 앞에 대고 막 소리 지르다가 목을 치더라고요."

사실 문제의 유치원은 발표회가 화려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고 합니다.

2014년 음악발표회 영상인데요,

마치 군사 열병식과도 같은 일사 분란한 움직임과 연주! 유치원 아이들의 공연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절도가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이것이 꾸준한 교육과 연습의 결과라도 믿었는데,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기분이라는 반응입니다.

<인터뷰>이상윤(청주청원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팀장) : “유치원 측에서는 교사들의 지시에 아동들이 따르지 않아서 이 같은 행위를 했다고 주장을 하는데 명품 행사를 만들기 위해서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경찰은 아동학대 혐의로 유치원 원장 등 교사 4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26살 황모씨 등 지도교사 3명을 구속했는데요.

그렇다면 실제 피해를 입은 어린이들의 심리상태는 어떨까요?

사건직후 아이들이 그린 그림인데요,.

<인터뷰> 권윤정(교수/서경대 유아 아동상담센터) : “뾰족한 것을 가지고 있다든지, 제복을 입은 사람이 감옥에 가둬 뒀다든지, 이런 것들은 힘이 있는 대상이 그 아이들을 굉장히 위협하는 그런 어떤 관계를 우리가 볼 수 있죠. 그리고 상대 아이가 처해있는 모습, 굉장히 슬픈 감정, 무력감을 많이 경험했구나, 이걸 우리가 이제 알 수 있습니다.“

전문가는 CCTV에 포착된 아이들의 행동은 더욱 심각하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권윤정(교수/서경대 유아 아동상담센터) : “교사가 굉장히 강력한 분노를 표출하면서 부적절한 훈육을 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다른 아이들이 동요하지 않고 제 할 일들을 하고 있었잖아요. 이미 내가 그런 부당한 상황에 처하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둔감해졌을 가능성이 있고“

일부에서는 해당교사도 일종의 피해자라고 보고 있습니다.

음악회 같은 아이들의 재롱잔치를 앞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교사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문제의 유치원에서 근무했던 한 교사는 재롱잔치를 준비할 때마다 교사들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전 해당 유치원 교사(음성변조) : “발표회 날이 딱 정해져 있고 그 안에 작품이란 걸 만들어내야 되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그 시기만큼은 굉장히 곤두서있어요. 엄마들 또한 그 과정 보다는 결과물을 보고 굉장히 좋아하시고 선생님들 평가할 때도 그게 평가의 기준이 될 수도 있었던 부분이거든요.”

소중하고 즐거운 추억인 줄로만 알았던 어린이들의 재롱잔치,

하지만 아이도 교사도 부모도 이렇게 스트레스로 상처만 받게 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행사인 걸까요?

그래서 최근엔 몇 달씩 연습하고 많은 비용을 들여 화려한 의상과 큰 무대까지 빌리는 재롱잔치를 없애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순기능도 있는 만큼 무조건 없애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인터뷰> 도현석(팀장/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 : “일단 재롱 잔치가 아이들의 어떤 협동성도 기르고 사회성도 기르고 필요한 부분도 있는데 보여주는 식으로 변질이 되면 원래 의도와 다르게 진행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조율을 해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현재 피해 어린이 학부모들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재롱잔치 본래의 취지를 진지하게 되새겨 아이들의 소중한 추억으로 되돌려 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