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인공지능과 맞선 인류 대표 이세돌

입력 2016.03.21 (06:42) 수정 2016.03.2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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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주 가까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화제였는데요.

섬뜩함마저 느끼게 했던 인공지능에 맞서 인간의 자존심을 지킨 이세돌 9단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오늘 취재후에서는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국을 취재한 정충희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정기자! 이세돌 9단이 1승에 그쳤지만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줬어요.

바둑을 모르던 분들도 이세돌 9단에게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리포트>

그렇습니다. 현장에서 취재한 저도 이 9단의 집념과 용기에 감동했는데요.

먼저 12살에 입단해서 세기의 대결을 펼치기까지, 이 9단의 파란만장한 바둑 인생을 보시고 얘기 나누시죠.

<질문>
정말 관심이 뜨거운 대국이었는데요.

대국에 앞서 이 9단이 알파고의 도전을 받은 자리에서 재미있는 일화가 있었다면서요?

<답변>
대국 2주 전에 제가 이 9단과 1시간 동안 단독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대결 제안이 왔는데, 5번 하고 상금도 나와 있는데 누구랑 하는지는 알려주지를 않더라는 겁니다.

구글측에서 제안을 수락하든 안하든 내용에 대해 비밀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먼저 하라고 했답니다.

정말 궁금해서 그러겠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보여줬는데, 상대가 인공지능 컴퓨터라는 걸 알고 정말 깜짝 놀랐다는 겁니다.

그리고 딱 5분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둘지 너무 궁금해서,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서 수락했다 이렇게 대답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낭만적인 바둑을 두고 싶다' 이 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질문>
대국 전에 자신감이 정말 대단했는데, 3판을 내리 졌을 때는 안쓰럽더라고요.

방송을 보면서 저도 마음이 아팠는데요. 현장에서 볼 때는 어땠나요?

<답변>
단기간에 유명해진 말을 했잖아요.

"5대 0이냐, 4대 1이냐?'

그런데 내리 3판을 지니까 기자들이 볼 때도 참 안쓰러웠죠.

이 9단이 바둑을 정말 좋아하고 즐기지만 승리욕도 대단하거든요.

10년 정도 된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맞대결을 앞두고 이창호 9단이 재미있는 바둑을 보여주겠다고 하자, 이세돌 9단이 재미도 좋지만 저는 이기는 바둑을 보여주겠다고 말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한창 자신감이 넘칠 때는 '자신이 없다. 질 자신이 없다' '수가 다 보이는데 어떻게 안싸우느냐' 이런 말을 했다고 할 정도였는데, 이번에 3연패를 당하고 많이 아팠을 겁니다.

하지만 4국을 이기면서 우리에게 희망과 감동을 줬는데요.

알려진 이야기 하나, 알려지지 않은 저만의 뒷이야기 하나가 있습니다.

먼저 2국에서 지고 밤새 복기와 연구를 한 건 알려진 얘기고요.

5국을 앞둔 전날 밤 일화도 있습니다.

아주 가까운 지인이 우여곡절이 있었는데요.

결과적으로 밤 12시가 넘어 이 9단의 숙소 방문을 열었답니다.

그랬더니 이 9단이 깜깜한 방에서 벽에 기대어 미동도 없이 바둑판을 지그시 응시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알파고 대신 돌을 놓은 아자황 박사마저 화장실 한번 가지 않고 마치 얼음 인간처럼 앉아있었어요.

네티즌 사이에서는 개발자인 아자황이 진짜 알파고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할 정도였는데요.

이처럼 아무런 흔들임이 없는 상대에게 심리적으로 지지 않기 위해 자정에 바둑판을 응시했던 것입니다.

이런 집념이, 비록 지긴 했지만 5국에서 불리한 흑을 들고 가장 멋진 바둑을 둔 힘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질문>
이세돌 9단, 대표적이 바둑 집안이죠?

가족의 단수를 합치면 무려 36단이라는 기사도 있던데요?

<답변>
이 9단을 바둑 선수의 길로 이끈 아버지가 아마 6단이었고요.

형과 누나들까지 모두 바둑인이죠.

아마추어 단과 프로의 단의 가치는 분명 커다란 차이가 있지만 합치면 36단이 된다고 합니다.

큰형인 이상훈 9단은 프로 기사구요. 둘째 누나 이세나씨는 한국기원에서 발행하는 월간 바둑 편집장입니다.

다른 누나와 둘째 형도 아마추어 유단자로 알려져 있는데요.

둘째 형은 바둑 둘 기재가 아니라서 프로의 길로 가지 않고 공부를 했는데 명문대 공대를 갔다고 합니다.

매서운 이 9단의 눈매를 한없이 사랑스러운 빛으로 바뀌게 하는 딸은 아직 바둑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가 인터뷰 때 질문을 했었는데 본인이 좋다고 하면 당연히 바둑을 가르칠 생각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질문>
이 9단 가족과 함께 휴가중이라고 하는데요.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답변>
아무런 감정이 없는 기계와 대결, 정말 힘들었을텐데요.

무려 7kg이나 빠졌다고 하더군요.

제주도에서 휴가중인데요. 살도 찌우고 마음도 더 건강해지기를 바라고요.

좀 편히 쉴 수 있게 기자들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모르는 척 좀 해주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이 9단 올해도 어김없이 수많은 대회에 출전합니다.

특히 한국의 대표 기사로서 국제대회에서 중국의 천재 기사 커제와의 대국에 관심이 많은데요.

지금까지는 2승 8패로 뒤져있는데요.

이번 알파고와의 대국이 이 9단이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세돌 9단은 물론 바둑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앵커 멘트>

네. 저도 이번에 인공지능 뿐 만 아니라 바둑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더 사랑받았으면 좋겠네요.

정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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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인공지능과 맞선 인류 대표 이세돌
    • 입력 2016-03-21 06:46:31
    • 수정2016-03-21 07:49:24
    뉴스광장 1부
<앵커 멘트>

지난 2주 가까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화제였는데요.

섬뜩함마저 느끼게 했던 인공지능에 맞서 인간의 자존심을 지킨 이세돌 9단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오늘 취재후에서는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국을 취재한 정충희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정기자! 이세돌 9단이 1승에 그쳤지만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줬어요.

바둑을 모르던 분들도 이세돌 9단에게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리포트>

그렇습니다. 현장에서 취재한 저도 이 9단의 집념과 용기에 감동했는데요.

먼저 12살에 입단해서 세기의 대결을 펼치기까지, 이 9단의 파란만장한 바둑 인생을 보시고 얘기 나누시죠.

<질문>
정말 관심이 뜨거운 대국이었는데요.

대국에 앞서 이 9단이 알파고의 도전을 받은 자리에서 재미있는 일화가 있었다면서요?

<답변>
대국 2주 전에 제가 이 9단과 1시간 동안 단독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대결 제안이 왔는데, 5번 하고 상금도 나와 있는데 누구랑 하는지는 알려주지를 않더라는 겁니다.

구글측에서 제안을 수락하든 안하든 내용에 대해 비밀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먼저 하라고 했답니다.

정말 궁금해서 그러겠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보여줬는데, 상대가 인공지능 컴퓨터라는 걸 알고 정말 깜짝 놀랐다는 겁니다.

그리고 딱 5분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둘지 너무 궁금해서,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서 수락했다 이렇게 대답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낭만적인 바둑을 두고 싶다' 이 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질문>
대국 전에 자신감이 정말 대단했는데, 3판을 내리 졌을 때는 안쓰럽더라고요.

방송을 보면서 저도 마음이 아팠는데요. 현장에서 볼 때는 어땠나요?

<답변>
단기간에 유명해진 말을 했잖아요.

"5대 0이냐, 4대 1이냐?'

그런데 내리 3판을 지니까 기자들이 볼 때도 참 안쓰러웠죠.

이 9단이 바둑을 정말 좋아하고 즐기지만 승리욕도 대단하거든요.

10년 정도 된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맞대결을 앞두고 이창호 9단이 재미있는 바둑을 보여주겠다고 하자, 이세돌 9단이 재미도 좋지만 저는 이기는 바둑을 보여주겠다고 말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한창 자신감이 넘칠 때는 '자신이 없다. 질 자신이 없다' '수가 다 보이는데 어떻게 안싸우느냐' 이런 말을 했다고 할 정도였는데, 이번에 3연패를 당하고 많이 아팠을 겁니다.

하지만 4국을 이기면서 우리에게 희망과 감동을 줬는데요.

알려진 이야기 하나, 알려지지 않은 저만의 뒷이야기 하나가 있습니다.

먼저 2국에서 지고 밤새 복기와 연구를 한 건 알려진 얘기고요.

5국을 앞둔 전날 밤 일화도 있습니다.

아주 가까운 지인이 우여곡절이 있었는데요.

결과적으로 밤 12시가 넘어 이 9단의 숙소 방문을 열었답니다.

그랬더니 이 9단이 깜깜한 방에서 벽에 기대어 미동도 없이 바둑판을 지그시 응시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알파고 대신 돌을 놓은 아자황 박사마저 화장실 한번 가지 않고 마치 얼음 인간처럼 앉아있었어요.

네티즌 사이에서는 개발자인 아자황이 진짜 알파고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할 정도였는데요.

이처럼 아무런 흔들임이 없는 상대에게 심리적으로 지지 않기 위해 자정에 바둑판을 응시했던 것입니다.

이런 집념이, 비록 지긴 했지만 5국에서 불리한 흑을 들고 가장 멋진 바둑을 둔 힘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질문>
이세돌 9단, 대표적이 바둑 집안이죠?

가족의 단수를 합치면 무려 36단이라는 기사도 있던데요?

<답변>
이 9단을 바둑 선수의 길로 이끈 아버지가 아마 6단이었고요.

형과 누나들까지 모두 바둑인이죠.

아마추어 단과 프로의 단의 가치는 분명 커다란 차이가 있지만 합치면 36단이 된다고 합니다.

큰형인 이상훈 9단은 프로 기사구요. 둘째 누나 이세나씨는 한국기원에서 발행하는 월간 바둑 편집장입니다.

다른 누나와 둘째 형도 아마추어 유단자로 알려져 있는데요.

둘째 형은 바둑 둘 기재가 아니라서 프로의 길로 가지 않고 공부를 했는데 명문대 공대를 갔다고 합니다.

매서운 이 9단의 눈매를 한없이 사랑스러운 빛으로 바뀌게 하는 딸은 아직 바둑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가 인터뷰 때 질문을 했었는데 본인이 좋다고 하면 당연히 바둑을 가르칠 생각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질문>
이 9단 가족과 함께 휴가중이라고 하는데요.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답변>
아무런 감정이 없는 기계와 대결, 정말 힘들었을텐데요.

무려 7kg이나 빠졌다고 하더군요.

제주도에서 휴가중인데요. 살도 찌우고 마음도 더 건강해지기를 바라고요.

좀 편히 쉴 수 있게 기자들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모르는 척 좀 해주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이 9단 올해도 어김없이 수많은 대회에 출전합니다.

특히 한국의 대표 기사로서 국제대회에서 중국의 천재 기사 커제와의 대국에 관심이 많은데요.

지금까지는 2승 8패로 뒤져있는데요.

이번 알파고와의 대국이 이 9단이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세돌 9단은 물론 바둑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앵커 멘트>

네. 저도 이번에 인공지능 뿐 만 아니라 바둑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더 사랑받았으면 좋겠네요.

정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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