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한판 트루먼 쇼…北 체제 선전의 실체

입력 2016.04.30 (08:08) 수정 2016.04.3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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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사회의 실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가 최근 개봉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판 트루먼 쇼’라고도 불리는데요.

체제 선전을 위한 북한 당국의 조작 시도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북한을 다룬 다큐멘터리나 외신 보도는 선전과 사실 보도 사이에서 고민과 검증이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영화 ‘태양 아래’ 개봉을 계기로 북한, 체제 선전의 허구성과 그 실체를 분석해봤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 평양 거리, 잿빛 하늘아래 광장에 모인 주민들이 보건 체조를 하고, 버스를 타고 출근길을 서둔다.

영화는 소년단 입단을 앞둔 8살 진미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녹취> “시작!”

<녹취> 리진미(8살/‘태양 아래’ 주인공) : “아버지는 말씀하시곤 한다. 우리나라는 아침 해가 제일 먼저 솟아오르는 지구의 동쪽에 위치한 아름다운 나라라고.”

잘 차린 아침 상 앞에 함께 둘러앉은 진미의 가족들.

<녹취> “(진미야 김치 많이 먹어야 돼.) 나도 알아요. (뭘 아니?) 늙는 것하고 암을 예방하는 것에 좋아요.”

어딘지 어색한 대화가 수차례 반복되더니, 한 남성이 불쑥 끼어들어 대사를 지시한다.

<녹취> “(갑시다!) 진미야, 밥 많이 먹어라요.”

<녹취> 북한 당국자 : “막 웃는 장면이 없다는 거야, 너 이거 어떻게 알았니? 하면서 막 웃어. 좀 그렇게 하자!”

진미 부모는 틈틈이 본을 외우느라 정신이 없고 낯선 남자는 상을 들여오는 동선부터 앉는 자세까지, 행동 하나하나를 꼼꼼히 지시한다.

러시아 감독이 북한에 들어가 몰래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의 장면들이다.

<녹취> “갑시다~”

<녹취> 북한 당국자 : “여기에 진미 어머니, 빨리 좀 오시라요.”

<녹취> 북한 당국자 : “진미가 소년단에 입단한 걸 축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얘기하면 축하합니다 해주세요. 갑시다. 웃으면서요”

부모의 직장 촬영은 물론 진미가 친구를 병문안하는 상황에서도 노골적인 지시가 이어진다.

<녹취> 북한 당국자 : “여기 아저씨만큼 크게 얘기 하라요. 선생님 보면서.”

감독이 1년 간 영화를 촬영하며, 몰래 켜둔 카메라에는 북한 당국의 조작 시도 상황이 적나라하게 포착돼 있다.

<녹취> 북한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 예고편 : “우리가 북한의 현실과 그곳의 진짜 태양빛을 보여주겠다. 우리는 1년간, 한 소녀의 친구, 부모, 이웃과 함께 지냈다. 소녀는 우리 앞에서는 체제의 일부였고 그 체제는 이 영화의 공동작가가 되었다.”

진미가 산다는 고급 아파트는 물론 아버지와 어머니의 직업 또한 모두 가짜로 드러났다.

영화에서는 북한 당국이 숨기고 싶은 민낯, 어두운 모습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집 창문이 떨어지고 고장 난 버스를 미는 주민들,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한 꽃을 관리인이 수거해 버리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당초 이 영화는 북한의 체제 선전용으로 기획됐지만,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고발 다큐로 성격을 바꾸었다.

<인터뷰> 비탈리 만스키(‘태양 아래’ 감독) : “수많은 곳에 가봤지만, 이렇게 통제가 심한 곳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봤습니다.(북한은) 24시간 동안 모든 걸 다 통제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큐 영화에 나온 그대로 모든 게 다 정해져 있고, 모든 게 다 통제되고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북한 내부의 실상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부쩍 늘고 있다.

<녹취> “진짜 북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난 2013년, 영국 BBC 기자 존 스위니가 대학생으로 위장해 촬영한 북한 다큐다.

평양 시내에 군인들을 태운 트럭들이 오가고, 농촌 마을에 포가 설치되는 등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군사적 긴장 상황이 생생하게 포착됐다.

<녹취> 존 스위니(BBC 기자) : “시내에 군인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촬영이 매우 힘들고 긴장이 고조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녹취> 북한 안내원 : “사진 찍지 마세요! 사진 찍지 마세요!”

철조망 너머 찬 냇가에서 머리를 감고 있는 여성, 썰렁한 시장의 모습을 통해 힘겨운 주민들의 일상도 카메라에 담겼다.

북한 다큐의 등장은 2천 년대 중반, 북한이 체제 선전을 위해 외국인들의 내부 촬영을 적극 허용하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특히, 두드러진 건 대대적인 언론인들의 방북이다.

지난 2010년 북한의 당 창건 65주년 열병식, 외신들을 대거 초청해, 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열병식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녹취> 엘리나 조(CNN 기자/2010년) : “폐쇄적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국가 가운데 하나인 북한에 서양언론이 초대된 것은 매우 드문 일이입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3년 전승절 60주년 행사는 그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인 조치로 꼽힌다.

김정은의 뒤를 따라가며 취재 경쟁을 벌이는 외신 기자들.

이례적으로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근접 취재’와 ‘질문’까지 허용됐다.

<녹취> 중국 봉황TV 기자(2013년) : “중국인민들에게 몇 마디 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봉황TV 기자입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의 경우에는 지금 국제무대에 데뷔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엄밀히 보면 북한에서만 지도자지 세계적으로는 지도자의 권위가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은 해외 언론을 적절히 활용을 하면서 국제무대에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국제적인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겠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특히 북한이 미국 방송사인 CNN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 직후 이뤄진 북한 동료 종업원들의 인터뷰,

<녹취> 탈북종업원 동료 : “조국의 지시에 따라서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식당에 가서 우리가 영업하기 때문에 그렇게 알라고 모든 동무들에게 지시를 줬기 때문에.”

도발 국면에서 핵개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북한 관리의 인터뷰 역시 CNN을 통해서였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최근에 대북 압박 정책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해외언론을 더 활용하는 경향이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것은 실제로 김정은 체제가 압박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리고 핵개발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라는 것을 국제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신들의 취재는 철저히 북한 당국의 통제와 감시 속에 이뤄진다.

<녹취> 톰 스테인포드(호주 ‘CH9’ 기자) : “어떤 남자가 나무 뒤에서 우리를 몇 초에 한 번씩 쳐다보면서 감시하고 있어요.”

취재 대상 선정에서부터 일일이 북한 당국의 의도가 개입되고, 실제 취재 과정에서도 북한 관계자들이 따라붙어 24시간 감시를 한다.

통상 2-3명으로 짜여지는 취재 안내조에는 반드시 보위부 요원을 포함시켜 서로를 감시하게 한다는 게 탈북자의 전언이다.

<인터뷰> 장진성(노동당 통일전선부 출신) : “외국기자들은 자발적으로 또 자의적으로 기사를 쓸 수도 볼 수가 없어요. 오로지 북한 정권이 정해진 코스대로, 그리고 사전에 취재 목적과 대상을 밝힌 이런 약속대로만 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취재 내용 역시 매일 관련 부서에 보고되고, 검열까지 이뤄진다.

<인터뷰> 장진성(노동당 통일전선부 출신) : “외국 기자가 평양방문 일정 기간 내내 24시간 안에 있었던 일들은 일보고로 선전선동부, 외교부, 국가안전보위부에 다 들어갑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북한 정권이 허가해서 지금 촬영이 이뤄지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런 허가 특권을 내세워서 촬영했던 내용들까지도 똑같이 외교부든 선전부든 보위부가 다 가서 검열을 하게 되어 있어요.”

하지만 외신들의 취재가 북한 당국의 입맛대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지난해 10월 20개국 150여 명의 외신 기자들이 취재 경쟁을 벌인 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당시, 외신이 주목한 건 화려한 열병식 뒤의 이면이었다.

악천후 속에서 우비도 입지 않은 채 행사에 동원된 주민들.

<녹취> 윌 리플리(CNN 기자/지난 2015년) : “밤이 되자 살을 에는 듯 차가운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횃불 행진에 동원된 수천 명의 젊은이들은 비옷도 입지 않았습니다.”

불빛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평양의 거리부터 도심을 벗어난 북한 전역의 생생한 모습들이 외신을 통해 외부로 공개됐다.

<녹취> 빌 넬리(NBC 기자) :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주고 싶은 곳이었다면, 여기서부터는 북한이 감추고 싶어한 모습입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외신 취재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하나는 김정은이 원하는 메시지를 어쩔 수 없이 전하는 국제 사회에 전하는 그런 면이 있고요. 또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체제의 숨겨진 이면들을 부분적으로 찾아낸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해외 언론 취재가 김정은 의도대로 선전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볼수는 없고요.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실상을 깨닫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고 또 북한 내부에도 보이지 않는 어떤 문화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태양 아래’의 끝 무렵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헌화를 마치고 돌아온 진미네 가족.

진미의 마지막 인터뷰 장면이다.

<녹취> 리진미(8살/‘태양 아래’ 주인공) : "(진미 소년단 입단했는데 이제 자기 인생에서 뭘 기대해요?) 소년단원이 되면 조직생활을 합니다. 조직생활을 할 때 잘못도 느끼게 되고, 경애하는 대원수님을 위해 어떤 걸 해야할 지 느껴지게 됩니다.”

내내 순수하고 씩씩한 모습이던 진미가 돌연 눈물을 흘린다.

<녹취> 리진미(8살/‘태양 아래’ 주인공) : "(울지 마요. 대신 좋은 것에 대해 생각해 봐요.) 잘 모릅니다. (아니면 어떤 시를 생각해 봐요.) 나는 위대한 김일성 대원수님께서 세워주시고 위대한 김정일 대원수님께서 빛내어주시며."

터져 나오는 눈물을 소년단 입단 선언문을 외우며 애써 참아내고 있는 여덟 살 어린 소녀 진미.

조작과 통제를 통해 진실을 감추려는 북한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의 감춰진 속살은 어김없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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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6-04-30 09: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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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회의 실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가 최근 개봉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판 트루먼 쇼’라고도 불리는데요.

체제 선전을 위한 북한 당국의 조작 시도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북한을 다룬 다큐멘터리나 외신 보도는 선전과 사실 보도 사이에서 고민과 검증이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영화 ‘태양 아래’ 개봉을 계기로 북한, 체제 선전의 허구성과 그 실체를 분석해봤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 평양 거리, 잿빛 하늘아래 광장에 모인 주민들이 보건 체조를 하고, 버스를 타고 출근길을 서둔다.

영화는 소년단 입단을 앞둔 8살 진미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녹취> “시작!”

<녹취> 리진미(8살/‘태양 아래’ 주인공) : “아버지는 말씀하시곤 한다. 우리나라는 아침 해가 제일 먼저 솟아오르는 지구의 동쪽에 위치한 아름다운 나라라고.”

잘 차린 아침 상 앞에 함께 둘러앉은 진미의 가족들.

<녹취> “(진미야 김치 많이 먹어야 돼.) 나도 알아요. (뭘 아니?) 늙는 것하고 암을 예방하는 것에 좋아요.”

어딘지 어색한 대화가 수차례 반복되더니, 한 남성이 불쑥 끼어들어 대사를 지시한다.

<녹취> “(갑시다!) 진미야, 밥 많이 먹어라요.”

<녹취> 북한 당국자 : “막 웃는 장면이 없다는 거야, 너 이거 어떻게 알았니? 하면서 막 웃어. 좀 그렇게 하자!”

진미 부모는 틈틈이 본을 외우느라 정신이 없고 낯선 남자는 상을 들여오는 동선부터 앉는 자세까지, 행동 하나하나를 꼼꼼히 지시한다.

러시아 감독이 북한에 들어가 몰래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의 장면들이다.

<녹취> “갑시다~”

<녹취> 북한 당국자 : “여기에 진미 어머니, 빨리 좀 오시라요.”

<녹취> 북한 당국자 : “진미가 소년단에 입단한 걸 축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얘기하면 축하합니다 해주세요. 갑시다. 웃으면서요”

부모의 직장 촬영은 물론 진미가 친구를 병문안하는 상황에서도 노골적인 지시가 이어진다.

<녹취> 북한 당국자 : “여기 아저씨만큼 크게 얘기 하라요. 선생님 보면서.”

감독이 1년 간 영화를 촬영하며, 몰래 켜둔 카메라에는 북한 당국의 조작 시도 상황이 적나라하게 포착돼 있다.

<녹취> 북한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 예고편 : “우리가 북한의 현실과 그곳의 진짜 태양빛을 보여주겠다. 우리는 1년간, 한 소녀의 친구, 부모, 이웃과 함께 지냈다. 소녀는 우리 앞에서는 체제의 일부였고 그 체제는 이 영화의 공동작가가 되었다.”

진미가 산다는 고급 아파트는 물론 아버지와 어머니의 직업 또한 모두 가짜로 드러났다.

영화에서는 북한 당국이 숨기고 싶은 민낯, 어두운 모습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집 창문이 떨어지고 고장 난 버스를 미는 주민들,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한 꽃을 관리인이 수거해 버리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당초 이 영화는 북한의 체제 선전용으로 기획됐지만,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고발 다큐로 성격을 바꾸었다.

<인터뷰> 비탈리 만스키(‘태양 아래’ 감독) : “수많은 곳에 가봤지만, 이렇게 통제가 심한 곳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봤습니다.(북한은) 24시간 동안 모든 걸 다 통제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큐 영화에 나온 그대로 모든 게 다 정해져 있고, 모든 게 다 통제되고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북한 내부의 실상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부쩍 늘고 있다.

<녹취> “진짜 북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난 2013년, 영국 BBC 기자 존 스위니가 대학생으로 위장해 촬영한 북한 다큐다.

평양 시내에 군인들을 태운 트럭들이 오가고, 농촌 마을에 포가 설치되는 등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군사적 긴장 상황이 생생하게 포착됐다.

<녹취> 존 스위니(BBC 기자) : “시내에 군인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촬영이 매우 힘들고 긴장이 고조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녹취> 북한 안내원 : “사진 찍지 마세요! 사진 찍지 마세요!”

철조망 너머 찬 냇가에서 머리를 감고 있는 여성, 썰렁한 시장의 모습을 통해 힘겨운 주민들의 일상도 카메라에 담겼다.

북한 다큐의 등장은 2천 년대 중반, 북한이 체제 선전을 위해 외국인들의 내부 촬영을 적극 허용하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특히, 두드러진 건 대대적인 언론인들의 방북이다.

지난 2010년 북한의 당 창건 65주년 열병식, 외신들을 대거 초청해, 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열병식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녹취> 엘리나 조(CNN 기자/2010년) : “폐쇄적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국가 가운데 하나인 북한에 서양언론이 초대된 것은 매우 드문 일이입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3년 전승절 60주년 행사는 그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인 조치로 꼽힌다.

김정은의 뒤를 따라가며 취재 경쟁을 벌이는 외신 기자들.

이례적으로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근접 취재’와 ‘질문’까지 허용됐다.

<녹취> 중국 봉황TV 기자(2013년) : “중국인민들에게 몇 마디 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봉황TV 기자입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의 경우에는 지금 국제무대에 데뷔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엄밀히 보면 북한에서만 지도자지 세계적으로는 지도자의 권위가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은 해외 언론을 적절히 활용을 하면서 국제무대에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국제적인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겠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특히 북한이 미국 방송사인 CNN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 직후 이뤄진 북한 동료 종업원들의 인터뷰,

<녹취> 탈북종업원 동료 : “조국의 지시에 따라서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식당에 가서 우리가 영업하기 때문에 그렇게 알라고 모든 동무들에게 지시를 줬기 때문에.”

도발 국면에서 핵개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북한 관리의 인터뷰 역시 CNN을 통해서였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최근에 대북 압박 정책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해외언론을 더 활용하는 경향이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것은 실제로 김정은 체제가 압박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리고 핵개발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라는 것을 국제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신들의 취재는 철저히 북한 당국의 통제와 감시 속에 이뤄진다.

<녹취> 톰 스테인포드(호주 ‘CH9’ 기자) : “어떤 남자가 나무 뒤에서 우리를 몇 초에 한 번씩 쳐다보면서 감시하고 있어요.”

취재 대상 선정에서부터 일일이 북한 당국의 의도가 개입되고, 실제 취재 과정에서도 북한 관계자들이 따라붙어 24시간 감시를 한다.

통상 2-3명으로 짜여지는 취재 안내조에는 반드시 보위부 요원을 포함시켜 서로를 감시하게 한다는 게 탈북자의 전언이다.

<인터뷰> 장진성(노동당 통일전선부 출신) : “외국기자들은 자발적으로 또 자의적으로 기사를 쓸 수도 볼 수가 없어요. 오로지 북한 정권이 정해진 코스대로, 그리고 사전에 취재 목적과 대상을 밝힌 이런 약속대로만 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취재 내용 역시 매일 관련 부서에 보고되고, 검열까지 이뤄진다.

<인터뷰> 장진성(노동당 통일전선부 출신) : “외국 기자가 평양방문 일정 기간 내내 24시간 안에 있었던 일들은 일보고로 선전선동부, 외교부, 국가안전보위부에 다 들어갑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북한 정권이 허가해서 지금 촬영이 이뤄지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런 허가 특권을 내세워서 촬영했던 내용들까지도 똑같이 외교부든 선전부든 보위부가 다 가서 검열을 하게 되어 있어요.”

하지만 외신들의 취재가 북한 당국의 입맛대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지난해 10월 20개국 150여 명의 외신 기자들이 취재 경쟁을 벌인 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당시, 외신이 주목한 건 화려한 열병식 뒤의 이면이었다.

악천후 속에서 우비도 입지 않은 채 행사에 동원된 주민들.

<녹취> 윌 리플리(CNN 기자/지난 2015년) : “밤이 되자 살을 에는 듯 차가운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횃불 행진에 동원된 수천 명의 젊은이들은 비옷도 입지 않았습니다.”

불빛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평양의 거리부터 도심을 벗어난 북한 전역의 생생한 모습들이 외신을 통해 외부로 공개됐다.

<녹취> 빌 넬리(NBC 기자) :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주고 싶은 곳이었다면, 여기서부터는 북한이 감추고 싶어한 모습입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외신 취재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하나는 김정은이 원하는 메시지를 어쩔 수 없이 전하는 국제 사회에 전하는 그런 면이 있고요. 또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체제의 숨겨진 이면들을 부분적으로 찾아낸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해외 언론 취재가 김정은 의도대로 선전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볼수는 없고요.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실상을 깨닫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고 또 북한 내부에도 보이지 않는 어떤 문화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태양 아래’의 끝 무렵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헌화를 마치고 돌아온 진미네 가족.

진미의 마지막 인터뷰 장면이다.

<녹취> 리진미(8살/‘태양 아래’ 주인공) : "(진미 소년단 입단했는데 이제 자기 인생에서 뭘 기대해요?) 소년단원이 되면 조직생활을 합니다. 조직생활을 할 때 잘못도 느끼게 되고, 경애하는 대원수님을 위해 어떤 걸 해야할 지 느껴지게 됩니다.”

내내 순수하고 씩씩한 모습이던 진미가 돌연 눈물을 흘린다.

<녹취> 리진미(8살/‘태양 아래’ 주인공) : "(울지 마요. 대신 좋은 것에 대해 생각해 봐요.) 잘 모릅니다. (아니면 어떤 시를 생각해 봐요.) 나는 위대한 김일성 대원수님께서 세워주시고 위대한 김정일 대원수님께서 빛내어주시며."

터져 나오는 눈물을 소년단 입단 선언문을 외우며 애써 참아내고 있는 여덟 살 어린 소녀 진미.

조작과 통제를 통해 진실을 감추려는 북한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의 감춰진 속살은 어김없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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