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프 대통령 ‘직무 정지’…남미 좌파정권 잇단 몰락

입력 2016.05.13 (21:11) 수정 2016.05.1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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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브라질 상원의 탄핵개시 결정으로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돼 13년 좌파 정권이 막을 내릴 위기에 처했습니다.

당장 브라질은 석달 앞으로 다가온 리우 올림픽을, 대통령 없이 치르게 됐습니다.

박영관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침통한 표정으로 대통령궁을 나섭니다.

상원에서 탄핵심판이 확정되면서 바로 직무가 정지된 것입니다.

<녹취> 호세프(브라질 대통령/직무정지) : "제 임기를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싸울 것입니다."

아직 연방대법원의 탄핵심판과 상원의 최종 표결이 남았지만, 사실상 복귀는 힘들다는 분석입니다.

탄핵심판을 확정한 상원 표결에서 전체 의원의 3분의 2가 넘는 55명이 탄핵에 찬성했기 때문입니다.

최종 표결에서도 탄핵안 가결이 유력합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테메르 부통령은 새 내각을 구성하고 룰라 이후 13년 동안 이어온 좌파정권 정책의 대폭적인 수정을 예고했습니다.

<녹취> 테메르(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 : "국가를 안정시키고 통합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이 나라를 구할 정부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카 바이러스에 신종플루 확산, 여기에 대통령 직무정지까지 겹치면서 당장 석 달 앞으로 다가온 리우 올림픽에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브라질의 첫 여성대통령으로 철의 여전사로 불렸던 호세프 대통령, 이제 부패와 경제난에 분노한 민심에 밀려 몰락의 길을 걷게됐습니다.

상파울루에서 KBS 뉴스 박영관입니다.

<리포트>

한때 남미에서는 전체 12개 국가 가운데 파라과이와 콜롬비아를 제외한 10개 국가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며, '분홍 물결'이라고 불렸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 물결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아르헨티나에서는 중도우파 대통령이 집권하며 12년 좌파 정권이 무너집니다.

한 달 쯤 뒤엔 베네수엘라 총선에서도 16년 만에 우파가 압승을 거둡니다.

볼리비아에서는 좌파 대통령이 개헌에 실패하면서 4선 도전이 좌절되고요.

최근 치러진 페루 대선에서는 중도우파 후보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브라질 호세프 대통령까지 탄핵되며 1998년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 이후 남미 곳곳에 들어섰던 좌파 정권들이 잇따라 몰락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포퓰리즘을 앞세웠다 저유가로 극심한 경제난에 부딛쳤기 때문입니다.

전체 수출의 95%를 원유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는 유가 급락에도 인기 영합적인 복지 지출을 유지하다 재정이 파탄났습니다.

<녹취> 마르셀라(베네수엘라 대통령 소환투표 서명자) : "정부를 끌어 내리고 싶어서 서명했어요. 지금 모든 것이 부족하거든요. 저희의 첫 권리 행사가 시작됐죠."

좌파 정권의 고질적 부패도 국민들의 실망감을 키웠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상·하원 전체 의원의 약 60%가 부패 등 혐의로 입건돼 있을 정도입니다.

<녹취> 마이클 시프터(중남미 전략 전문가) : "유가가 분명히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부실관리와 만연한 부패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한때 남미를 휩쓸던 분홍 물결은 결국 경제난과 부패, 그리고 좌파 정권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KBS 뉴스 허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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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세프 대통령 ‘직무 정지’…남미 좌파정권 잇단 몰락
    • 입력 2016-05-13 21:17:11
    • 수정2016-05-13 2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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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브라질 상원의 탄핵개시 결정으로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돼 13년 좌파 정권이 막을 내릴 위기에 처했습니다.

당장 브라질은 석달 앞으로 다가온 리우 올림픽을, 대통령 없이 치르게 됐습니다.

박영관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침통한 표정으로 대통령궁을 나섭니다.

상원에서 탄핵심판이 확정되면서 바로 직무가 정지된 것입니다.

<녹취> 호세프(브라질 대통령/직무정지) : "제 임기를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싸울 것입니다."

아직 연방대법원의 탄핵심판과 상원의 최종 표결이 남았지만, 사실상 복귀는 힘들다는 분석입니다.

탄핵심판을 확정한 상원 표결에서 전체 의원의 3분의 2가 넘는 55명이 탄핵에 찬성했기 때문입니다.

최종 표결에서도 탄핵안 가결이 유력합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테메르 부통령은 새 내각을 구성하고 룰라 이후 13년 동안 이어온 좌파정권 정책의 대폭적인 수정을 예고했습니다.

<녹취> 테메르(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 : "국가를 안정시키고 통합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이 나라를 구할 정부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카 바이러스에 신종플루 확산, 여기에 대통령 직무정지까지 겹치면서 당장 석 달 앞으로 다가온 리우 올림픽에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브라질의 첫 여성대통령으로 철의 여전사로 불렸던 호세프 대통령, 이제 부패와 경제난에 분노한 민심에 밀려 몰락의 길을 걷게됐습니다.

상파울루에서 KBS 뉴스 박영관입니다.

<리포트>

한때 남미에서는 전체 12개 국가 가운데 파라과이와 콜롬비아를 제외한 10개 국가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며, '분홍 물결'이라고 불렸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 물결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아르헨티나에서는 중도우파 대통령이 집권하며 12년 좌파 정권이 무너집니다.

한 달 쯤 뒤엔 베네수엘라 총선에서도 16년 만에 우파가 압승을 거둡니다.

볼리비아에서는 좌파 대통령이 개헌에 실패하면서 4선 도전이 좌절되고요.

최근 치러진 페루 대선에서는 중도우파 후보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브라질 호세프 대통령까지 탄핵되며 1998년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 이후 남미 곳곳에 들어섰던 좌파 정권들이 잇따라 몰락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포퓰리즘을 앞세웠다 저유가로 극심한 경제난에 부딛쳤기 때문입니다.

전체 수출의 95%를 원유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는 유가 급락에도 인기 영합적인 복지 지출을 유지하다 재정이 파탄났습니다.

<녹취> 마르셀라(베네수엘라 대통령 소환투표 서명자) : "정부를 끌어 내리고 싶어서 서명했어요. 지금 모든 것이 부족하거든요. 저희의 첫 권리 행사가 시작됐죠."

좌파 정권의 고질적 부패도 국민들의 실망감을 키웠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상·하원 전체 의원의 약 60%가 부패 등 혐의로 입건돼 있을 정도입니다.

<녹취> 마이클 시프터(중남미 전략 전문가) : "유가가 분명히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부실관리와 만연한 부패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한때 남미를 휩쓸던 분홍 물결은 결국 경제난과 부패, 그리고 좌파 정권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KBS 뉴스 허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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