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멀쩡한 남편을 죽은 걸로 꾸민 ‘비정한 아내’

입력 2016.06.20 (08:33) 수정 2016.06.2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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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멀쩡히 살아있는 남편을 죽은 걸로 꾸민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실종된 지 5년이 지나면 법원이 실종된 사람을 사망자로 처리하는 실종 선고 제도를 악용한 겁니다.

남편을 무려 5년 동안이나 실종 상태로 만들기 위한 여성의 행동은 비정하게 느껴질 정도로 철저했습니다.

여성은 남편을 기도원으로 보낸 뒤 남편이 사라졌다며 실종 신고를 합니다.

이후 남편이 돌아오지 못하도록 이사를 하고 전화번호까지 바꿨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까지 개명했습니다.

멀쩡한 남편을 사망자로 만든 여성의 목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사건의 전말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4년, 당시 55살이던 여성 전 모 씨는 남편이 사망했다며 보험사에 사망보험금을 신청했습니다.

그녀가 받아간 보험금은 무려 15억 원.

하지만 보험사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합니다.

<녹취> 해당 보험사 관계사 (음성변조) : “(남편의) 직업을 의사라고 기재를 했는데 해당 병원 의사로 근무를 하지 않고 있었고 저희도 의심쩍은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거죠.”

그런데 경찰은 수사 도중 황당한 사실을 확인합니다.

사망한 걸로 처리된 전 씨의 남편이 노숙인 쉼터에 머문 기록이 발견된 겁니다.

그리고 얼마 뒤, 경찰 앞에 전 씨의 남편은 건강한 모습으로 버젓이 살아서 나타났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지난 2005년, 이혼 후 세 아이를 홀로 키우던 전 씨는 종교 모임에서 12살 연하의 이 씨를 만났습니다.

이 씨는 명문대 의대를 나온 정신과 의사로, 불안 장애를 갖고 있었습니다.

전 씨는 그런 이 씨를 가까이서 성심성의껏 보살펴 줬다고 합니다.

그렇게 둘 사이는 가까워졌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혼 뒤 이 씨의 불안 장애는 더욱 악화했습니다.

정신과 병원을 개원하기도 했지만 한 달 만에 폐업을 하는 등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아내 전 씨는 결혼한 지 약 1년 만에 이 씨 앞으로 생명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그 액수 역시 상당했습니다.

월 보험료가 무려 260만 원이 넘었던 겁니다.

<녹취> 해당 보험사 관계사 (음성변조) : “너무 고액 보험에 가입하려고 노력을 했던 거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오히려 감액을 요청했는데 그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하고 직접 찾아와서 소득이 높다는 그런 내용의 증빙 같은 거를 제출을 많이 했대요. 그래서 원래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보다도 좀 더 소득을 부풀려서.”

그런데 이후 전 씨는 보험 가입보다 더 수상한 행동을 합니다.

남편을 파주의 한 기도원으로 보낸 뒤 연락을 끊어 버린 겁니다.

이사한 건 물론 남편이 자신에게 연락할까 봐 전화번호를 바꾸고 자신의 이름까지 개명합니다.

아내와 연락이 끊긴 남편은 결국 기도원을 나와 노숙생활을 시작합니다.

<녹취> 노준석(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남편이 기도원에서) 왜 나왔대요? “돈이 없어서요. 돈이.” (퇴소당한 거예요?) “네.”

대체 왜 남편을 버리고 철저하게 연락까지 끊은 걸까.

바로 남편을 사망한 거로 만들기 위해섭니다.

전 씨는 남편을 기도원에 보낸 뒤 남편 이 씨가 실종됐다며 경찰에 신고하고, 5년이 지난 2012년엔 법원에 남편에 대한 실종 선고까지 청구합니다.

실종된 지 5년이 지난 만큼 남편을 사망한 것으로 처리해달라며 법원에 요청한 겁니다.

재작년 법원은 남편 이 씨에 대해 실종 선고를 내렸고 이 씨는 결국 서류상 사망자로 처리됩니다.

그러자 전 씨는 보험사에 남편의 사망 보험금을 요청합니다.

<녹취> 해당 보험사 관계사 (음성변조) : (보험금은 얼마였나요?) “15억 정도. 여러 가지 의심쩍은 부분들이 있긴 했지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사유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지급을 하게 된 거고요.“

그럼 대체 남편 이 씨는 그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던 걸까.

이 씨는 아내와 연락이 끊기고 돌아갈 집마저 없어지자 전국을 떠돌며 노숙 생활을 합니다.

<인터뷰> 노숙인 쉼터 관계자(음성변조) : “멀끔해요. 깔끔하게 하고 다니세요. 지저분하게 하고 다니지 않아요. (이곳에) 낮에 있을 때도 있고요. 쉬러. 누워서 잠도 자고 씻기도 하고 세탁도 하고. 잠은 여기서 잘 안 자세요.“

이 씨는 실종 선고가 내려지기 전인 2012년 노숙자 전담 경찰관을 통해 자신이 실종 신고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는 당시 실종 신고를 해제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씨가 실종 신고를 해제했단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실종 선고를 내린 겁니다.

그렇게 이 씨는 버젓이 살아있으면서도 서류상 사망한 것으로 처리된 겁니다.

<녹취> 염건령(한국범죄학연구소 선임연구원) : “우리나라 법원은 철저하게 법에서 (실종을) 선고해주는 형식으로 하고 있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거는 이 사람이 없어진 이후에 왜 없어졌나, 못 찾았나, 이런 내용에 대해서 설명하기보다는 안 나타났다만 설명을 하면 사망으로 인정해버리는 법의 불비가 있다는 얘기죠.”

하지만 아내 전 씨의 행동을 의심스럽게 지켜본 보험회사가 수사를 의뢰하면서 전 씨의 범행은 결국 발각되고 맙니다.

<인터뷰> 노준석(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피의자는 처음에는 보험 사기 부분에 대해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다가 나중에 혐의 일체를 시인했습니다.“

대체 전 씨는 왜 이런 일을 저질렀던 걸까.

<인터뷰> 노준석(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큰 데요. 세 자녀가 한국에서 적응을 잘하지 못해서 외국 유학을 보내기 위해서 자금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전 씨는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셋의 유학 경비가 필요하던 상황 경찰은 전 씨가 남편을 기도원에 보낸 뒤 의도적으로 '실종 신고'를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노준석(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종교적인 이유로 남편이 곧 사망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보험에 가입하게 된 거죠."

전 씨는 남편의 사망 보험금으로 서울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두 채를 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 씨는 결국 사기혐의로 구속됐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여전히 아내에 대해 선처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00(피해자) : (아내가 원망스럽진 않으세요?) “아니, 집사람이 범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왜 원망을 해요. 저는 집사람이 제가 죽은 거로 믿고 이거를 청구했다고 봐요.”

<녹취> 노준석(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이 씨가 결혼 전에) 정신적으로 아프다가 몸까지 아파서 곧 죽을 거 같았는데 아내를 만나고 나서 괜찮아졌대요. 아내를 만나서 산 게 자기가 이미 죽었어야 할 삶을 더 연장해서 사는 거다 이렇게 생각해요. 그 점에 대해서 되게 고마워한대요.”

전문가들은 실종 선고의 제도적 허점을 노린 보험 사기 사건이 적지 않다며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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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멀쩡한 남편을 죽은 걸로 꾸민 ‘비정한 아내’
    • 입력 2016-06-20 08:45:06
    • 수정2016-06-20 09: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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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히 살아있는 남편을 죽은 걸로 꾸민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실종된 지 5년이 지나면 법원이 실종된 사람을 사망자로 처리하는 실종 선고 제도를 악용한 겁니다.

남편을 무려 5년 동안이나 실종 상태로 만들기 위한 여성의 행동은 비정하게 느껴질 정도로 철저했습니다.

여성은 남편을 기도원으로 보낸 뒤 남편이 사라졌다며 실종 신고를 합니다.

이후 남편이 돌아오지 못하도록 이사를 하고 전화번호까지 바꿨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까지 개명했습니다.

멀쩡한 남편을 사망자로 만든 여성의 목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사건의 전말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4년, 당시 55살이던 여성 전 모 씨는 남편이 사망했다며 보험사에 사망보험금을 신청했습니다.

그녀가 받아간 보험금은 무려 15억 원.

하지만 보험사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합니다.

<녹취> 해당 보험사 관계사 (음성변조) : “(남편의) 직업을 의사라고 기재를 했는데 해당 병원 의사로 근무를 하지 않고 있었고 저희도 의심쩍은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거죠.”

그런데 경찰은 수사 도중 황당한 사실을 확인합니다.

사망한 걸로 처리된 전 씨의 남편이 노숙인 쉼터에 머문 기록이 발견된 겁니다.

그리고 얼마 뒤, 경찰 앞에 전 씨의 남편은 건강한 모습으로 버젓이 살아서 나타났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지난 2005년, 이혼 후 세 아이를 홀로 키우던 전 씨는 종교 모임에서 12살 연하의 이 씨를 만났습니다.

이 씨는 명문대 의대를 나온 정신과 의사로, 불안 장애를 갖고 있었습니다.

전 씨는 그런 이 씨를 가까이서 성심성의껏 보살펴 줬다고 합니다.

그렇게 둘 사이는 가까워졌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혼 뒤 이 씨의 불안 장애는 더욱 악화했습니다.

정신과 병원을 개원하기도 했지만 한 달 만에 폐업을 하는 등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아내 전 씨는 결혼한 지 약 1년 만에 이 씨 앞으로 생명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그 액수 역시 상당했습니다.

월 보험료가 무려 260만 원이 넘었던 겁니다.

<녹취> 해당 보험사 관계사 (음성변조) : “너무 고액 보험에 가입하려고 노력을 했던 거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오히려 감액을 요청했는데 그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하고 직접 찾아와서 소득이 높다는 그런 내용의 증빙 같은 거를 제출을 많이 했대요. 그래서 원래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보다도 좀 더 소득을 부풀려서.”

그런데 이후 전 씨는 보험 가입보다 더 수상한 행동을 합니다.

남편을 파주의 한 기도원으로 보낸 뒤 연락을 끊어 버린 겁니다.

이사한 건 물론 남편이 자신에게 연락할까 봐 전화번호를 바꾸고 자신의 이름까지 개명합니다.

아내와 연락이 끊긴 남편은 결국 기도원을 나와 노숙생활을 시작합니다.

<녹취> 노준석(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남편이 기도원에서) 왜 나왔대요? “돈이 없어서요. 돈이.” (퇴소당한 거예요?) “네.”

대체 왜 남편을 버리고 철저하게 연락까지 끊은 걸까.

바로 남편을 사망한 거로 만들기 위해섭니다.

전 씨는 남편을 기도원에 보낸 뒤 남편 이 씨가 실종됐다며 경찰에 신고하고, 5년이 지난 2012년엔 법원에 남편에 대한 실종 선고까지 청구합니다.

실종된 지 5년이 지난 만큼 남편을 사망한 것으로 처리해달라며 법원에 요청한 겁니다.

재작년 법원은 남편 이 씨에 대해 실종 선고를 내렸고 이 씨는 결국 서류상 사망자로 처리됩니다.

그러자 전 씨는 보험사에 남편의 사망 보험금을 요청합니다.

<녹취> 해당 보험사 관계사 (음성변조) : (보험금은 얼마였나요?) “15억 정도. 여러 가지 의심쩍은 부분들이 있긴 했지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사유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지급을 하게 된 거고요.“

그럼 대체 남편 이 씨는 그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던 걸까.

이 씨는 아내와 연락이 끊기고 돌아갈 집마저 없어지자 전국을 떠돌며 노숙 생활을 합니다.

<인터뷰> 노숙인 쉼터 관계자(음성변조) : “멀끔해요. 깔끔하게 하고 다니세요. 지저분하게 하고 다니지 않아요. (이곳에) 낮에 있을 때도 있고요. 쉬러. 누워서 잠도 자고 씻기도 하고 세탁도 하고. 잠은 여기서 잘 안 자세요.“

이 씨는 실종 선고가 내려지기 전인 2012년 노숙자 전담 경찰관을 통해 자신이 실종 신고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는 당시 실종 신고를 해제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씨가 실종 신고를 해제했단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실종 선고를 내린 겁니다.

그렇게 이 씨는 버젓이 살아있으면서도 서류상 사망한 것으로 처리된 겁니다.

<녹취> 염건령(한국범죄학연구소 선임연구원) : “우리나라 법원은 철저하게 법에서 (실종을) 선고해주는 형식으로 하고 있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거는 이 사람이 없어진 이후에 왜 없어졌나, 못 찾았나, 이런 내용에 대해서 설명하기보다는 안 나타났다만 설명을 하면 사망으로 인정해버리는 법의 불비가 있다는 얘기죠.”

하지만 아내 전 씨의 행동을 의심스럽게 지켜본 보험회사가 수사를 의뢰하면서 전 씨의 범행은 결국 발각되고 맙니다.

<인터뷰> 노준석(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피의자는 처음에는 보험 사기 부분에 대해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다가 나중에 혐의 일체를 시인했습니다.“

대체 전 씨는 왜 이런 일을 저질렀던 걸까.

<인터뷰> 노준석(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큰 데요. 세 자녀가 한국에서 적응을 잘하지 못해서 외국 유학을 보내기 위해서 자금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전 씨는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셋의 유학 경비가 필요하던 상황 경찰은 전 씨가 남편을 기도원에 보낸 뒤 의도적으로 '실종 신고'를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노준석(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종교적인 이유로 남편이 곧 사망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보험에 가입하게 된 거죠."

전 씨는 남편의 사망 보험금으로 서울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두 채를 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 씨는 결국 사기혐의로 구속됐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여전히 아내에 대해 선처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00(피해자) : (아내가 원망스럽진 않으세요?) “아니, 집사람이 범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왜 원망을 해요. 저는 집사람이 제가 죽은 거로 믿고 이거를 청구했다고 봐요.”

<녹취> 노준석(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이 씨가 결혼 전에) 정신적으로 아프다가 몸까지 아파서 곧 죽을 거 같았는데 아내를 만나고 나서 괜찮아졌대요. 아내를 만나서 산 게 자기가 이미 죽었어야 할 삶을 더 연장해서 사는 거다 이렇게 생각해요. 그 점에 대해서 되게 고마워한대요.”

전문가들은 실종 선고의 제도적 허점을 노린 보험 사기 사건이 적지 않다며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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