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저가 수주의 함정…공적자금 6천억으로 메워

입력 2016.06.29 (06:41) 수정 2016.06.2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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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저가 수주 등으로 대규모 적자를 낸 대우조선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다른 조선업체들의 저가수주 실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BS 취재 결과 법정관리 중인 STX조선도 무리한 저가 수주를 취소하는 데만 무려 6천억 원의 국민 혈세가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송수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 2013년, STX조선해양은 캐나다 업체로부터 유조선 네 척을 1,870억 원에 주문받았습니다.

STX는 배값의 10%인 선수금도 받지 않고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배를 만들어봤자 손해가 더 커진다는 판단에, 채권단은 4백억 원을 물어주고 계약을 취소했습니다.

<인터뷰> STX조선해양 채권단 관계자(음성변조) : "이 건 같은 경우는 그냥 배를 지으면 더 손해인 거예요. 그래서 그 시점에서 스톱을 했습니다."

무려 90%나 완성된 배의 계약도 파기해야 할 정도로 저가 수주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각각 1100억 원, 880억 원에 수주한 두 척의 선박은 배 가격에 육박하는 900억, 730억 원을 배상하고 계약을 취소했습니다.

지금까지 들어간 배 생산비를 포함하면 손해액은 배값의 2배 가량이 되는 겁니다.

<인터뷰> STX 근로자(음성변조) : "적자 수주한 것들 취소하는 쪽으로 (채권단 지원금이) 다 빠졌죠. 안 그래도 무너져가는 회사가 살아나겠어요? 못 살아나지요."

이처럼 배 가격보다 생산비가 훨씬 더 비싸 손해인 물량은 확인된 것만 48건.

이 물량을 취소하기 위해 채권단이 업체에 물어준 배상금 등은 6천3백억 원으로, STX조선해양에 들어간 전체 공적자금의 15%에 이릅니다.

<인터뷰> 성기종(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 : "저가수주를 하지 않는 것이 성과를 보호하는 방법일 수 있어요. 설비를 축소하면서 물량을 적게 받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

업체들의 과도한 경쟁이 이런 저가 수주 관행을 불렀고, 결국, 한국 조선업계가 위기에 처한 큰 원인이 됐습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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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초저가 수주의 함정…공적자금 6천억으로 메워
    • 입력 2016-06-29 06:55:52
    • 수정2016-06-29 07: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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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저가 수주 등으로 대규모 적자를 낸 대우조선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다른 조선업체들의 저가수주 실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BS 취재 결과 법정관리 중인 STX조선도 무리한 저가 수주를 취소하는 데만 무려 6천억 원의 국민 혈세가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송수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 2013년, STX조선해양은 캐나다 업체로부터 유조선 네 척을 1,870억 원에 주문받았습니다.

STX는 배값의 10%인 선수금도 받지 않고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배를 만들어봤자 손해가 더 커진다는 판단에, 채권단은 4백억 원을 물어주고 계약을 취소했습니다.

<인터뷰> STX조선해양 채권단 관계자(음성변조) : "이 건 같은 경우는 그냥 배를 지으면 더 손해인 거예요. 그래서 그 시점에서 스톱을 했습니다."

무려 90%나 완성된 배의 계약도 파기해야 할 정도로 저가 수주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각각 1100억 원, 880억 원에 수주한 두 척의 선박은 배 가격에 육박하는 900억, 730억 원을 배상하고 계약을 취소했습니다.

지금까지 들어간 배 생산비를 포함하면 손해액은 배값의 2배 가량이 되는 겁니다.

<인터뷰> STX 근로자(음성변조) : "적자 수주한 것들 취소하는 쪽으로 (채권단 지원금이) 다 빠졌죠. 안 그래도 무너져가는 회사가 살아나겠어요? 못 살아나지요."

이처럼 배 가격보다 생산비가 훨씬 더 비싸 손해인 물량은 확인된 것만 48건.

이 물량을 취소하기 위해 채권단이 업체에 물어준 배상금 등은 6천3백억 원으로, STX조선해양에 들어간 전체 공적자금의 15%에 이릅니다.

<인터뷰> 성기종(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 : "저가수주를 하지 않는 것이 성과를 보호하는 방법일 수 있어요. 설비를 축소하면서 물량을 적게 받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

업체들의 과도한 경쟁이 이런 저가 수주 관행을 불렀고, 결국, 한국 조선업계가 위기에 처한 큰 원인이 됐습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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