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140억’ 콜택시 사업…시민·기사 ‘모두 외면’

입력 2016.07.03 (21:17) 수정 2016.11.0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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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자치단체 40여 곳이 해당 지역의 전화 콜택시 사업을 지원해주는데 해마다 백억 원이 넘는 세금을 쓰고 있는데, 택시 업계를 의식해서 하는 선심성 사업이니 돈만 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관리 감독엔 손을 놓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엔 콜택시 시장이 전화콜에서 모바일 앱콜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데요,

예산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최형원 기자가 현장추적으로 고발합니다.

<리포트>

한 달 전, 경기도 평택시의 택시 4백여 대가 모여 출범한 '하이평택콜'.

시 예산 8억 원을 지원받아 최신 콜 장비를 달았는데 벌써 기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인터뷰> 임완택(택시기사) : "이게(위치 안내가) 뜨는데 한참 있다가 떠요. 또 안나와요."

뭐가 문제일까.

직접 전화로 택시를 호출해봤습니다.

<녹취> "예 여기 정형외과 앞인데요."

콜을 받은 택시가 호출 지점 대신 엉뚱한 곳으로 향합니다.

<녹취> 김대중(택시기사) : "호출하신 장소에 제가 와있는데 손님이 없어서 전화 드리는 거거든요?"

불과 100여 미터 앞에서 택시를 호출했지만 찾아오는데 6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인터뷰> 김대중(택시기사) : "손님 태웠을 때는 다시 싸움이 되는 거죠. 손님은 손님이 부른 데로 안 왔고, 우리는 갔는데 없고."

콜 단말기 탓입니다.

평택시의 콜 단말기 입찰 공고문.

CPU 성능이 최소 1.4GHZ 이상 단말기를 사용하도록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확인해보니 3,4년 전에나 쓰던 1GHZ 짜리 CPU가 달려 있습니다.

<녹취> 콜장비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CPU 사양이 낮으면) 오류가 생길 수도 있고, 속도가 늦고. 그래서 성능이 좋은 거 쓰는 것 아닙니까."

입찰 당시 평가점수표. 기준 미달인 이 제품이 큰 차이로 경쟁 제품들을 제쳤습니다.

<인터뷰> 김광석(당시 평가위원) : "((이 제품으로) 몰아주자는 분위기가 조금 있었던 거네요, 그러니까?) 암암리에 있었겠죠. 암암리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녹취> 평택시 콜택시 담당 공무원 : "업체들이 택시 업계 종사자들에게 접근을 해서 로비를 하다보니까. 업체들이 다 조종을 하는 것 같아요."

석 달 전, 시 예산 5억 원으로 통합 콜택시를 출범시킨 전북 정읍시는 사정이 더 심각합니다.

운행 중 장비가 멈추는가하면 카드 결제까지 먹통이 되는 일이 속출했습니다.

장비 보수만 벌써 네 차례나 됩니다.

<인터뷰> 박상춘(택시기사) : "(카드결제 오류가 나면) 기사들은 열 받죠. 손님은 손님대로 짜증나고. 그냥 가시라고 한다니까요."

이런 전화 콜택시 사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자치단체는 전국 45곳.

올해 예산만 141억 원에 이릅니다.

택시기사들로 꾸려진 콜택시 운영위원회에 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하는 구조입니다.

사업 추진을 전적으로 민간에 맡기다보니 지원금 감독이 제대로 될 리 없습니다.

<녹취> 콜택시 장비업체 임원(음성변조) : "브랜드콜(자치단체 콜택시 지원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거예요. 공무원들이 정확하게 알아서 세금을 가지고 정확하게 쓰면 되는데 무사안일이죠."

담당 공무원도 선심성 사업이라고 털어놓습니다.

<녹취> 브랜드콜택시 담당 공무원 : "(택시기사님들이 표가 되니까 그러시는(지원하는)건가요?) 그런 것도 있겠죠. 솔직히 까놓고 얘기하면 정말 민선 시대가 이런 건가."

더 큰 문제는 모바일 앱을 통한 택시 호출이 1년 새 1억 건을 훌쩍 넘어서며 기존 전화 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파주 등 일부 지역에선자체 콜택시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카카오택시 등 모바일 앱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진솔(경기도 파주시) : "카카오택시만 이용하는데 절대 안잡히거든요. 어떤 수단을 이용하든지는 시민들의 자유잖아요. 그런데 이제 택시들끼리 이렇게 담합을 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침체된 택시업계에 활력을 주고 '시민의 발'이 되겠다며 도입된 브랜드 콜택시 사업.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시민과 택시기사, 모두로부터 외면 받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최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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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140억’ 콜택시 사업…시민·기사 ‘모두 외면’
    • 입력 2016-07-03 21:19:01
    • 수정2016-11-08 08: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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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자치단체 40여 곳이 해당 지역의 전화 콜택시 사업을 지원해주는데 해마다 백억 원이 넘는 세금을 쓰고 있는데, 택시 업계를 의식해서 하는 선심성 사업이니 돈만 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관리 감독엔 손을 놓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엔 콜택시 시장이 전화콜에서 모바일 앱콜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데요, 예산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최형원 기자가 현장추적으로 고발합니다. <리포트> 한 달 전, 경기도 평택시의 택시 4백여 대가 모여 출범한 '하이평택콜'. 시 예산 8억 원을 지원받아 최신 콜 장비를 달았는데 벌써 기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인터뷰> 임완택(택시기사) : "이게(위치 안내가) 뜨는데 한참 있다가 떠요. 또 안나와요." 뭐가 문제일까. 직접 전화로 택시를 호출해봤습니다. <녹취> "예 여기 정형외과 앞인데요." 콜을 받은 택시가 호출 지점 대신 엉뚱한 곳으로 향합니다. <녹취> 김대중(택시기사) : "호출하신 장소에 제가 와있는데 손님이 없어서 전화 드리는 거거든요?" 불과 100여 미터 앞에서 택시를 호출했지만 찾아오는데 6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인터뷰> 김대중(택시기사) : "손님 태웠을 때는 다시 싸움이 되는 거죠. 손님은 손님이 부른 데로 안 왔고, 우리는 갔는데 없고." 콜 단말기 탓입니다. 평택시의 콜 단말기 입찰 공고문. CPU 성능이 최소 1.4GHZ 이상 단말기를 사용하도록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확인해보니 3,4년 전에나 쓰던 1GHZ 짜리 CPU가 달려 있습니다. <녹취> 콜장비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CPU 사양이 낮으면) 오류가 생길 수도 있고, 속도가 늦고. 그래서 성능이 좋은 거 쓰는 것 아닙니까." 입찰 당시 평가점수표. 기준 미달인 이 제품이 큰 차이로 경쟁 제품들을 제쳤습니다. <인터뷰> 김광석(당시 평가위원) : "((이 제품으로) 몰아주자는 분위기가 조금 있었던 거네요, 그러니까?) 암암리에 있었겠죠. 암암리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녹취> 평택시 콜택시 담당 공무원 : "업체들이 택시 업계 종사자들에게 접근을 해서 로비를 하다보니까. 업체들이 다 조종을 하는 것 같아요." 석 달 전, 시 예산 5억 원으로 통합 콜택시를 출범시킨 전북 정읍시는 사정이 더 심각합니다. 운행 중 장비가 멈추는가하면 카드 결제까지 먹통이 되는 일이 속출했습니다. 장비 보수만 벌써 네 차례나 됩니다. <인터뷰> 박상춘(택시기사) : "(카드결제 오류가 나면) 기사들은 열 받죠. 손님은 손님대로 짜증나고. 그냥 가시라고 한다니까요." 이런 전화 콜택시 사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자치단체는 전국 45곳. 올해 예산만 141억 원에 이릅니다. 택시기사들로 꾸려진 콜택시 운영위원회에 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하는 구조입니다. 사업 추진을 전적으로 민간에 맡기다보니 지원금 감독이 제대로 될 리 없습니다. <녹취> 콜택시 장비업체 임원(음성변조) : "브랜드콜(자치단체 콜택시 지원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거예요. 공무원들이 정확하게 알아서 세금을 가지고 정확하게 쓰면 되는데 무사안일이죠." 담당 공무원도 선심성 사업이라고 털어놓습니다. <녹취> 브랜드콜택시 담당 공무원 : "(택시기사님들이 표가 되니까 그러시는(지원하는)건가요?) 그런 것도 있겠죠. 솔직히 까놓고 얘기하면 정말 민선 시대가 이런 건가." 더 큰 문제는 모바일 앱을 통한 택시 호출이 1년 새 1억 건을 훌쩍 넘어서며 기존 전화 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파주 등 일부 지역에선자체 콜택시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카카오택시 등 모바일 앱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진솔(경기도 파주시) : "카카오택시만 이용하는데 절대 안잡히거든요. 어떤 수단을 이용하든지는 시민들의 자유잖아요. 그런데 이제 택시들끼리 이렇게 담합을 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침체된 택시업계에 활력을 주고 '시민의 발'이 되겠다며 도입된 브랜드 콜택시 사업.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시민과 택시기사, 모두로부터 외면 받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최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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