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2016 탈북 도미노…北 엘리트 동요 ‘경고음’

입력 2016.08.20 (07:50) 수정 2016.08.20 (22:3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북한의 체제 결속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탈북한 사건은, 김정은은 집권기, 북한 엘리트의 동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정은 공포통치 체제의 균열을 드러내고 있는 탈북 도미노, 최근 왜 이렇게 확산되고 있는 것일까요?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최근 핵심 권력층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탈북 실태를 생생한 탈북 루트 화면과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맹유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체제를 선전하는 노래를 부르고.

<녹취> "우리에게 핵무기가 없다면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보호하겠습니까?"

핵 개발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이 사람.

영국 주재 북한 공사, 태영호입니다.

북한 유럽 외교의 거점, 영국에서 10년을 근무한 대사관의 2인자입니다.

그가 탈북을 결행해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온 겁니다.

<녹취> 정준희(통일부 대변인/지난 17일) : "탈북 동기에 대해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그리고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에릭 클랩턴의 공연.

이곳에 나타난 김정은의 친형, 김정철이 미모의 여성과 함께 나타났습니다.

당시 김정철을 밀착 수행한 사람, 바로 태영호 공사입니다.

태 공사는 이처럼 이른바 백두혈통의 신임을 얻고 체제 선전꾼 역할을 해온 북한 외교라인의 핵심 엘리트입니다.

처가는 북한 정권의 핵심 이른바, 빨치산 1세대인 오백룡의 일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정권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행을 선택한 북한 외교관 가운데 최고위급인 이번 태영호 공사의 탈북을 보며 북한 외교관들의 위기감과 취약성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외교관들은 특히 김정은 정권 들어 더욱 늘어난 상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소환될 것이란 우려에, 마약과 상아 밀거래, 위폐 유통에까지 손대다, 추방당하기도 합니다.

북한 외교관의 탈북은 그동안 계속돼왔습니다.

<녹취>현성일(당시 잠비아 주재 외교관/지난 1996년) : "북에 있는 우리 부모들과 자식들을 생각하면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게 옳은 길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지난 1996년 현철해 원수의 조카로 잠비아 주재 외교관으로 일하던 현성일 3등 서기관이 망명하는 등 해외 북한 고위 인사들의 탈북 행렬이 이어져 왔습니다.

최근 외교관들의 탈북 배경에는 고유 업무와 체제 모순 사이의 심각한 갈등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터뷰>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 "북한 외교관들이 가장 절망하는 것이 북한을 해외에서 북한과 김정은을 보는 시각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데 위대하라고 선전 하라 하니 선전 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 받는 거죠. 약간 기행적인 태도를 보이고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인민의 따뜻한 지도자로 타고난 영재로 선전하려면 거기서 오는 반응 미리 알고 있거든요."

지난 4월 중국 류경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북한 북한 여종업원들.

이들의 탈북 이후, 북한군 장성급 인사, 수학 영재 등 북한 핵심 계층의 탈북 사실이 잇따라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권력 핵심층의 망명이 40여 건에 이르며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고위급 외교관 입국까지 이어지자, 북한 당국이 해외 각지에 검열단을 급파해, 강도 높은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을 향해 던졌던 메시지가 이 같은 상황과 맞물려 거듭 주목받고 있습니다.

<녹취> 제 71 주년 광복절 경축사(지난 15일) :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적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 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로 들어온 탈북민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늘었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강력한 단속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탈북민 수가, 증가세로 돌아선 겁니다.

이에 따라 국내 탈북민 수는 조만간 3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태영호 공사는 제 3국을 거치지 않고 영국에서 바로 한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 공사가 해외에 체류하는 외교관 신분이었기 때문에 탈북 절차와 경로가 단순했던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거친 자연 환경과 감시망, 인신매매의 위험까지 뚫어야 하는데요.

남북의창 제작진은 최근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과 이들의 안내자를 만나 생사를 건 탈북 과정을 들어봤습니다.

동남아 라오스의 어느 곳, 이름도 모를 산을 헤집으며 걷고 또 걷습니다.

길 조차 나 있지 않은 풀숲, 끝이 보이지 않는 산길에서 그만, 다리 힘이 풀리고 맙니다.

<녹취> "소리 내지 마라. 물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으니까 적당히 먹으라우."

지난해 5월, 남북의창 제작진이 북한 인권 단체의 도움을 받아 촬영한 탈북 과정입니다.

20여 일 동안 중국과 동남아 6개 도시를 거친, 목숨을 건 한국행.

말 그대로 사선을 넘는 과정이 바로 탈북입니다.

북한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위기와 긴장의 순간을 넘겨야 한다고 탈북민들은 증언합니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중국에서 연길 거쳐서 버스를 탔어요. 탔는데 저희보고 벙어리 흉내를 내라고 해요. 말을 모르니까. 말을 하게 되면 공안 같은데 잡힐 수 있으니까. 이틀간 버스를 타는데 말을 못하다보니까..."

위기를 넘겼다 싶으면 숨 돌릴 틈도 없이 생명을 위협하는 순간들이 어김없이 다시 찾아왔다고 합니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라오스 경비대가 있어요., 거기서 걸리면 무조건 북송이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그때 넘어올 때 남자들 같은 경우는 죽음을 각오했으니까 여기다 자기 몸에 다 흉기를 갖고 있고 메콩강 같은 거 넘을 때도 쪽배로 넘는데 그 때는 이제 악어 강이잖아요. 메콩강이라는 게 막 빠져가지고 악어 밥이 되는 경우도 있고..."

탈북자들은 멀고 험난한 탈북 과정을 거쳐 안전하게 한국에 도착하기 위해, 흔히 탈북 브로커라 부르는 안내인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여러 나라의 국경을 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고, 감시와 위험에 대한 방지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합니다.

남북의창 제작진은 10여 년째 탈북 안내인 일을 하고 있다는 최 모 씨를 어렵게 만났습니다.

그는 최근 북한의 심상치 않은 상황 때문에 북한을 빠져나오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00(현직 탈북 브로커/음성변조) : "최근에는 북한이 너무나도 경계가 심하고 하니까 지금 오는 것도 힘들고 전화도 힘든 거예요. 김정은 정권이 올라선 다음에 지금 그 전화가 있으면서 탈북자들이 탈북도 하고 북한에 정보도 나가고 하니까 이것 때문에 지금 얼마나 통제하는지 몰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을 감행하려는 사람들은 줄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다양한 매체와 정보 유입의 영향으로 자유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진데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절망감도 크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최00(현직 탈북 브로커/음성변조) : "김정일이 죽고 나니까 새 사람(김정은)이 올라오니까 정말 정책이 바뀌어서 다음 정책이 더 좋은 정책이 나서리라 생각했는데 역시 그게 아니었어요.‘왜 여기 한국으로 오려고 하는가’물어보니까 이렇게 살아도 죽고 저렇게 살아도 죽는다. 노임이 안 나오니까 도둑질 밖에 할 게 없다..."

북한은 올 들어 노동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 등을 열어 김정은의 권력 3대 세습을 마무리했고 핵 보유국을 자처하며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김정은 정권에 대해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체제라고 증언하고 있는데요.

김정은 집권 5년, 북한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4월, 양강도 혜산에서는 탈북 브로커 10여 명이 붙잡혀 공개 처형을 당했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이유, 도둑질을 했다는 이유로 본보기성 처형을 당하기도 합니다.

올 들어 만도 60명 넘게 공개처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집권 초 엘리트들에 대한 처형과 숙청이 두드러졌고, 주민들은 최근 공개처형으로 다잡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 같은 공포통치에는 반드시 한계가 닥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공포정치는 내성이 생기거든요. 공포에 대한 그렇기 때문에 일단 공포정치는 한계가 있고요. 김정은 정권이 두려워하는 체제 안정성과 관계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최근의 탈북의 양과 질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김정은 정권의 근본적인 한계와 내구력 약화라고 하는 부분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여파로 김정은의 자금줄이 위축된 것도 탈북이 증가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자금줄 동결로 통치자금 등 경제 사정이 어려워진 김정은 정권이 외화벌이 일꾼, 해외노동자, 그리고 이들을 책임진 외교관 등의 숨통을 조인 것이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변화된 사고와 생활 여건에 대한 관심 등도 탈북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녹취> 정광일(북한인권단체 대표/탈북민) : "자기 수령이라서 '정은이'라고 말을 표현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은이'라는 말 뿐만 아니고 '갸'라고도 (부릅니다)."

북한 체제의 모순과 잘못된 정책, 그리고 김정은 식 공포통치가 계속되는 한, 북한을 탈출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지금 김정은 정권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대북제재는 강화될 것이고, 북한 정권에게 최대의 도움이 될 수 있는 남북 관계도 개선될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향후에도 탈북이 증가할 가능성은 높습니다."

생계가 어려운 평범한 북한 주민부터 김정은의 자금줄인 외화벌이 노동자, 급기야 체제 유지의 버팀목인 권력 핵심층 간부들까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며 김정은의 북한을 탈출하고 있습니다.

공포정치로 유지중인 북한, 체제 결속에 균열이 일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한반도] 2016 탈북 도미노…北 엘리트 동요 ‘경고음’
    • 입력 2016-08-20 07:04:32
    • 수정2016-08-20 22:30:20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북한의 체제 결속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탈북한 사건은, 김정은은 집권기, 북한 엘리트의 동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정은 공포통치 체제의 균열을 드러내고 있는 탈북 도미노, 최근 왜 이렇게 확산되고 있는 것일까요?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최근 핵심 권력층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탈북 실태를 생생한 탈북 루트 화면과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맹유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체제를 선전하는 노래를 부르고.

<녹취> "우리에게 핵무기가 없다면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보호하겠습니까?"

핵 개발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이 사람.

영국 주재 북한 공사, 태영호입니다.

북한 유럽 외교의 거점, 영국에서 10년을 근무한 대사관의 2인자입니다.

그가 탈북을 결행해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온 겁니다.

<녹취> 정준희(통일부 대변인/지난 17일) : "탈북 동기에 대해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그리고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에릭 클랩턴의 공연.

이곳에 나타난 김정은의 친형, 김정철이 미모의 여성과 함께 나타났습니다.

당시 김정철을 밀착 수행한 사람, 바로 태영호 공사입니다.

태 공사는 이처럼 이른바 백두혈통의 신임을 얻고 체제 선전꾼 역할을 해온 북한 외교라인의 핵심 엘리트입니다.

처가는 북한 정권의 핵심 이른바, 빨치산 1세대인 오백룡의 일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정권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행을 선택한 북한 외교관 가운데 최고위급인 이번 태영호 공사의 탈북을 보며 북한 외교관들의 위기감과 취약성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외교관들은 특히 김정은 정권 들어 더욱 늘어난 상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소환될 것이란 우려에, 마약과 상아 밀거래, 위폐 유통에까지 손대다, 추방당하기도 합니다.

북한 외교관의 탈북은 그동안 계속돼왔습니다.

<녹취>현성일(당시 잠비아 주재 외교관/지난 1996년) : "북에 있는 우리 부모들과 자식들을 생각하면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게 옳은 길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지난 1996년 현철해 원수의 조카로 잠비아 주재 외교관으로 일하던 현성일 3등 서기관이 망명하는 등 해외 북한 고위 인사들의 탈북 행렬이 이어져 왔습니다.

최근 외교관들의 탈북 배경에는 고유 업무와 체제 모순 사이의 심각한 갈등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터뷰>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 "북한 외교관들이 가장 절망하는 것이 북한을 해외에서 북한과 김정은을 보는 시각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데 위대하라고 선전 하라 하니 선전 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 받는 거죠. 약간 기행적인 태도를 보이고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인민의 따뜻한 지도자로 타고난 영재로 선전하려면 거기서 오는 반응 미리 알고 있거든요."

지난 4월 중국 류경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북한 북한 여종업원들.

이들의 탈북 이후, 북한군 장성급 인사, 수학 영재 등 북한 핵심 계층의 탈북 사실이 잇따라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권력 핵심층의 망명이 40여 건에 이르며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고위급 외교관 입국까지 이어지자, 북한 당국이 해외 각지에 검열단을 급파해, 강도 높은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을 향해 던졌던 메시지가 이 같은 상황과 맞물려 거듭 주목받고 있습니다.

<녹취> 제 71 주년 광복절 경축사(지난 15일) :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적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 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로 들어온 탈북민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늘었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강력한 단속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탈북민 수가, 증가세로 돌아선 겁니다.

이에 따라 국내 탈북민 수는 조만간 3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태영호 공사는 제 3국을 거치지 않고 영국에서 바로 한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 공사가 해외에 체류하는 외교관 신분이었기 때문에 탈북 절차와 경로가 단순했던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거친 자연 환경과 감시망, 인신매매의 위험까지 뚫어야 하는데요.

남북의창 제작진은 최근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과 이들의 안내자를 만나 생사를 건 탈북 과정을 들어봤습니다.

동남아 라오스의 어느 곳, 이름도 모를 산을 헤집으며 걷고 또 걷습니다.

길 조차 나 있지 않은 풀숲, 끝이 보이지 않는 산길에서 그만, 다리 힘이 풀리고 맙니다.

<녹취> "소리 내지 마라. 물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으니까 적당히 먹으라우."

지난해 5월, 남북의창 제작진이 북한 인권 단체의 도움을 받아 촬영한 탈북 과정입니다.

20여 일 동안 중국과 동남아 6개 도시를 거친, 목숨을 건 한국행.

말 그대로 사선을 넘는 과정이 바로 탈북입니다.

북한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위기와 긴장의 순간을 넘겨야 한다고 탈북민들은 증언합니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중국에서 연길 거쳐서 버스를 탔어요. 탔는데 저희보고 벙어리 흉내를 내라고 해요. 말을 모르니까. 말을 하게 되면 공안 같은데 잡힐 수 있으니까. 이틀간 버스를 타는데 말을 못하다보니까..."

위기를 넘겼다 싶으면 숨 돌릴 틈도 없이 생명을 위협하는 순간들이 어김없이 다시 찾아왔다고 합니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라오스 경비대가 있어요., 거기서 걸리면 무조건 북송이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그때 넘어올 때 남자들 같은 경우는 죽음을 각오했으니까 여기다 자기 몸에 다 흉기를 갖고 있고 메콩강 같은 거 넘을 때도 쪽배로 넘는데 그 때는 이제 악어 강이잖아요. 메콩강이라는 게 막 빠져가지고 악어 밥이 되는 경우도 있고..."

탈북자들은 멀고 험난한 탈북 과정을 거쳐 안전하게 한국에 도착하기 위해, 흔히 탈북 브로커라 부르는 안내인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여러 나라의 국경을 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고, 감시와 위험에 대한 방지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합니다.

남북의창 제작진은 10여 년째 탈북 안내인 일을 하고 있다는 최 모 씨를 어렵게 만났습니다.

그는 최근 북한의 심상치 않은 상황 때문에 북한을 빠져나오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00(현직 탈북 브로커/음성변조) : "최근에는 북한이 너무나도 경계가 심하고 하니까 지금 오는 것도 힘들고 전화도 힘든 거예요. 김정은 정권이 올라선 다음에 지금 그 전화가 있으면서 탈북자들이 탈북도 하고 북한에 정보도 나가고 하니까 이것 때문에 지금 얼마나 통제하는지 몰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을 감행하려는 사람들은 줄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다양한 매체와 정보 유입의 영향으로 자유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진데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절망감도 크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최00(현직 탈북 브로커/음성변조) : "김정일이 죽고 나니까 새 사람(김정은)이 올라오니까 정말 정책이 바뀌어서 다음 정책이 더 좋은 정책이 나서리라 생각했는데 역시 그게 아니었어요.‘왜 여기 한국으로 오려고 하는가’물어보니까 이렇게 살아도 죽고 저렇게 살아도 죽는다. 노임이 안 나오니까 도둑질 밖에 할 게 없다..."

북한은 올 들어 노동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 등을 열어 김정은의 권력 3대 세습을 마무리했고 핵 보유국을 자처하며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김정은 정권에 대해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체제라고 증언하고 있는데요.

김정은 집권 5년, 북한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4월, 양강도 혜산에서는 탈북 브로커 10여 명이 붙잡혀 공개 처형을 당했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이유, 도둑질을 했다는 이유로 본보기성 처형을 당하기도 합니다.

올 들어 만도 60명 넘게 공개처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집권 초 엘리트들에 대한 처형과 숙청이 두드러졌고, 주민들은 최근 공개처형으로 다잡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 같은 공포통치에는 반드시 한계가 닥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공포정치는 내성이 생기거든요. 공포에 대한 그렇기 때문에 일단 공포정치는 한계가 있고요. 김정은 정권이 두려워하는 체제 안정성과 관계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최근의 탈북의 양과 질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김정은 정권의 근본적인 한계와 내구력 약화라고 하는 부분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여파로 김정은의 자금줄이 위축된 것도 탈북이 증가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자금줄 동결로 통치자금 등 경제 사정이 어려워진 김정은 정권이 외화벌이 일꾼, 해외노동자, 그리고 이들을 책임진 외교관 등의 숨통을 조인 것이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변화된 사고와 생활 여건에 대한 관심 등도 탈북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녹취> 정광일(북한인권단체 대표/탈북민) : "자기 수령이라서 '정은이'라고 말을 표현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은이'라는 말 뿐만 아니고 '갸'라고도 (부릅니다)."

북한 체제의 모순과 잘못된 정책, 그리고 김정은 식 공포통치가 계속되는 한, 북한을 탈출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지금 김정은 정권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대북제재는 강화될 것이고, 북한 정권에게 최대의 도움이 될 수 있는 남북 관계도 개선될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향후에도 탈북이 증가할 가능성은 높습니다."

생계가 어려운 평범한 북한 주민부터 김정은의 자금줄인 외화벌이 노동자, 급기야 체제 유지의 버팀목인 권력 핵심층 간부들까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며 김정은의 북한을 탈출하고 있습니다.

공포정치로 유지중인 북한, 체제 결속에 균열이 일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