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이슈] 졸기만 해도 처형…“권력장악 미흡 반증”

입력 2016.08.31 (21:04) 수정 2016.08.3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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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김정은은 단지 졸았다는 이유로 또는 짝다리를 짚었다는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수십 년간 김씨 왕조에 충성을 다바쳐 온 고위간부들을 잔인하게 처형하고 있는데요, 김정은은 왜 이럴까요?

허효진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경기장을 뒤흔드는 함성속에 김정은이 입장합니다.

남녀 가릴 것 없이 곧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표정으로 열렬히 박수를 칩니다.

<녹취>北 조선중앙TV: "꿈결에도 뵙고 싶고 자나깨나 그리운 경애하는 원수님을 우러러 터지는 격정의 환호성..."

김정은은 만족한다는 듯 손을 흔듭니다.

군부대에서 '만세'를 부르는 병사들에 둘러싸인 김정은, 김정은에 가까이 가겠다는 병사들을 경호원이 겨우 막습니다.

김정은이 배를 타고 떠나자 병사와 주민들은 바닷물에까지 뛰어들어 따라갑니다.

김정은에게는 어디서나 광적인 환호가 뒤따릅니다.

김정일 때도 보기 어려운 이같은 광경은 김정은이 이른바 최고존엄이기 때문입니다.

최고존엄에 대한 불경스러운 행위는 아무리 사소해도 중대한 도전이 됩니다.

이는 거꾸로 김정은 권위의 취약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녹취>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김정은의) 권력장악력이 아직 미숙하다, 자기와 최측근 고위 관료들과도 인간적인 유대, 동지적인 유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어린 나이와 미숙함을 숨기기 위해 자신을 최고존엄으로 규정한 김정은은 고위 간부라도 굴종적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불경죄로 잔인하게 응징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 예측 불가능한 김정은▼

<기자 멘트>

지난 6월 북한 최고인민회의장입니다.

당시 김정은이 주석단에서 조는 모습이 포착됐죠.

회의장에 앉은 간부들은 어떨까요?

졸거나 박수를 건성건성 치거나 자세를 똑바로 하지 않으면 언제든 불경죄로 끌려나가 처형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김용진 내각부총리가 자세가 불량했다는 이유로 처형 당했습니다.

2인자인 황병서나 최룡해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막강한 권력자이지만 김정은을 대할 때마다 연신 허리를 숙이고 입을 가립니다.

김정은 앞에서 최룡해도 쩔쩔매기는 마찬가집니다.

또다른 간부는 김정은에게 보고할 때 무릎을 꿇습니다.

하지만 지난 24일 SLBM, 즉 잠수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장에서 김정은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시험발사가 성공하자 김정은은 리병철 제1부부장을 꽉 껴앉습니다.

바닥에 주저 앉아 간부들과 이야기를 하고, 심지어 맞담배도 피웁니다.

그렇다면 북한 간부들은 김정은의 어떤 모습에 맞춰 처신해야할까요?

좋을 때는 한없이 좋아보이는데 조금이라도 비위에 거슬리면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에 극도로 몸조심, 말조심 할 수 밖에 없겠죠.

결국 예측 불가능한 김정은 앞에서 살아남는 법은 가식적인 충성과 아첨 뿐입니다.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김정은 공포정치, 김용준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한계 드러내는 공포통치…이탈 가속화 ▼

<리포트>

<녹취> 조선중앙TV (2013년 12월) : "만고역적인 장성택을 혁명의 이름으로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하였다. 판결은 즉시 집행되었다."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은 공포정치의 신호탄이었습니다.

장성택이 최고 지도자의 가문이어서 파문은 컸습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공개처형은 또 다른 충격이었습니다.

주로 하부계층에서 집행되던 공개처형이 당 핵심간부들도 대상이 되면서 공포는 극대화됐습니다.

더구나 김정은에 한 번만 잘못 보여도 수 백발의 고사총 총탄에 시신도 수습할 수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이렇게 공개처형된 당 간부들은 1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포정치를 피해 남한으로 귀순한 북한 핵심 엘리트는 가장 최근의 태영호 공사를 비롯해 5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 "북한 사람들 속에서 김정은이라는 지도자가 모는 배가 과연 안전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거고, 아마 리더십 교체 같은 것이 일어날 가능성에..."

더구나 올들어서만 일반 주민들까지 60여명이 공개처형당하면서 목숨 건 탈북도 증가세를 보여 북한의 모든 계층에서 김정은 체제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용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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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니이슈] 졸기만 해도 처형…“권력장악 미흡 반증”
    • 입력 2016-08-31 21:07:15
    • 수정2016-08-31 22: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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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김정은은 단지 졸았다는 이유로 또는 짝다리를 짚었다는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수십 년간 김씨 왕조에 충성을 다바쳐 온 고위간부들을 잔인하게 처형하고 있는데요, 김정은은 왜 이럴까요? 허효진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경기장을 뒤흔드는 함성속에 김정은이 입장합니다. 남녀 가릴 것 없이 곧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표정으로 열렬히 박수를 칩니다. <녹취>北 조선중앙TV: "꿈결에도 뵙고 싶고 자나깨나 그리운 경애하는 원수님을 우러러 터지는 격정의 환호성..." 김정은은 만족한다는 듯 손을 흔듭니다. 군부대에서 '만세'를 부르는 병사들에 둘러싸인 김정은, 김정은에 가까이 가겠다는 병사들을 경호원이 겨우 막습니다. 김정은이 배를 타고 떠나자 병사와 주민들은 바닷물에까지 뛰어들어 따라갑니다. 김정은에게는 어디서나 광적인 환호가 뒤따릅니다. 김정일 때도 보기 어려운 이같은 광경은 김정은이 이른바 최고존엄이기 때문입니다. 최고존엄에 대한 불경스러운 행위는 아무리 사소해도 중대한 도전이 됩니다. 이는 거꾸로 김정은 권위의 취약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녹취>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김정은의) 권력장악력이 아직 미숙하다, 자기와 최측근 고위 관료들과도 인간적인 유대, 동지적인 유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어린 나이와 미숙함을 숨기기 위해 자신을 최고존엄으로 규정한 김정은은 고위 간부라도 굴종적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불경죄로 잔인하게 응징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 예측 불가능한 김정은▼ <기자 멘트> 지난 6월 북한 최고인민회의장입니다. 당시 김정은이 주석단에서 조는 모습이 포착됐죠. 회의장에 앉은 간부들은 어떨까요? 졸거나 박수를 건성건성 치거나 자세를 똑바로 하지 않으면 언제든 불경죄로 끌려나가 처형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김용진 내각부총리가 자세가 불량했다는 이유로 처형 당했습니다. 2인자인 황병서나 최룡해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막강한 권력자이지만 김정은을 대할 때마다 연신 허리를 숙이고 입을 가립니다. 김정은 앞에서 최룡해도 쩔쩔매기는 마찬가집니다. 또다른 간부는 김정은에게 보고할 때 무릎을 꿇습니다. 하지만 지난 24일 SLBM, 즉 잠수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장에서 김정은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시험발사가 성공하자 김정은은 리병철 제1부부장을 꽉 껴앉습니다. 바닥에 주저 앉아 간부들과 이야기를 하고, 심지어 맞담배도 피웁니다. 그렇다면 북한 간부들은 김정은의 어떤 모습에 맞춰 처신해야할까요? 좋을 때는 한없이 좋아보이는데 조금이라도 비위에 거슬리면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에 극도로 몸조심, 말조심 할 수 밖에 없겠죠. 결국 예측 불가능한 김정은 앞에서 살아남는 법은 가식적인 충성과 아첨 뿐입니다.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김정은 공포정치, 김용준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한계 드러내는 공포통치…이탈 가속화 ▼ <리포트> <녹취> 조선중앙TV (2013년 12월) : "만고역적인 장성택을 혁명의 이름으로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하였다. 판결은 즉시 집행되었다."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은 공포정치의 신호탄이었습니다. 장성택이 최고 지도자의 가문이어서 파문은 컸습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공개처형은 또 다른 충격이었습니다. 주로 하부계층에서 집행되던 공개처형이 당 핵심간부들도 대상이 되면서 공포는 극대화됐습니다. 더구나 김정은에 한 번만 잘못 보여도 수 백발의 고사총 총탄에 시신도 수습할 수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이렇게 공개처형된 당 간부들은 1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포정치를 피해 남한으로 귀순한 북한 핵심 엘리트는 가장 최근의 태영호 공사를 비롯해 5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 "북한 사람들 속에서 김정은이라는 지도자가 모는 배가 과연 안전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거고, 아마 리더십 교체 같은 것이 일어날 가능성에..." 더구나 올들어서만 일반 주민들까지 60여명이 공개처형당하면서 목숨 건 탈북도 증가세를 보여 북한의 모든 계층에서 김정은 체제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용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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