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작은 소리에도 화들짝…지진 공포에 떠는 주민들

입력 2016.09.21 (08:31) 수정 2016.09.2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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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경주 지역에 지진이 발생한 지 벌써 열흘째입니다.

여진이 4백 차례 이상 계속되고 있는데요.

그제 저녁 경주에 규모 4.5의 지진이 또 일어나면서, 주민들은 거의 공황 상태에 빠졌습니다.

피해 복구가 시급한데 계속된 여진에 만만치가 않습니다.

관광 산업도 직격탄을 맞아서, 숙박업소마다 예약 취소 전화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재산 피해도 피해지만, 특히 주민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했습니다.

지진 공포가 뒤덮은 경주를 뉴스따라잡기에서 찾아갔습니다.

<리포트>

그제 저녁 8시 33분.

가게 안 선반이 마구 흔들리고, 진동에 놀란 사람들이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집에서 TV를 보던 시민도 강한 흔들림을 느낍니다.

규모 5.8의 지진이 난지 일주일 만에 다시 일어난 지진.

첫 번째 지진 발생 이후 계속 되는 여진 때문에 긴장의 나날들을 보내던 경주 시민들은 넓은 운동장이나 마을회관으로 대피해 또다시 뜬눈으로 밤을 지샜습니다.

<인터뷰> 김영우(경주시 황남동) :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니까 들어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빽빽이 있었어요."

<인터뷰> 허복분(경주시 황남동) : "우리 아들은 전화가 와서 돗자리 가지고 이불 가지고 공터에 가라고 하대요. 그래서 겨울잠바 입고 머플러 하고 이불 하나 안고 거기 돗자리 깔아놓고..."

<녹취> 김00(경주시 황성동) : "가방 같은 거 미리 챙겨놨죠. 문 앞에. 그래서 여차하면 나갈라고. 어떤 사람은 옷도 입고 잔다하더라고요. 통장을 딱 쥐고 자고..."

지진 진앙지인 경주시 내남면.

지난 지진 피해를 복구할 겨를도 없이, 또다시 강한 흔들림이 마을을 강타했습니다.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어서, 멀리 대피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이 마을에 산 지 70년이 넘도록 지진은 처음 겪었다는 이옥선 할머니.

지난 일주일동안 불안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옥선(경주시 내남면) : "자꾸 놀래지 뭐. 놀래서 대문도 막 열어놓고 있다 쫓아나가려고..."

집안 곳곳에는 지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옥선(경주시 내남면) : "저게 우리 집인데 저것도 보세요. 금이 저렇게 났죠."

벽 곳곳에 쩍 금이 갔고, 지진이 지난 뒤 많은 비까지 내리면서 집은 엉망이 됐습니다.

<인터뷰> 이옥선(경주시 내남면) : "저 쪽에 화장실에 비가 또 새네. 흔들려서 그런가봐요."

65가구, 100명의 마을주민들 가운데 지진 피해를 비켜간 집은 없었습니다.

<인터뷰> 박해수(경주시 내남면) : "형광등이 떨어지고 선풍기가 떨어지고 이 정도로 집이 막 흔들흔들 하더라고요."

한 집 건너 한 집 장독대가 깨졌고, 창문이 깨진 집, 담장이 무너져 내린 집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가만히 누워 있어도 집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지고, 주변 공사장 기계 소리에도 몸이 움츠러들 만큼 정신적 외상이 심각했습니다.

<인터뷰> 최소선(경주시 내남면) : "약을 먹어도 안 되고 자꾸 자주 이러니까 이렇게 있는데 자지도 못하고……."

<인터뷰> 박00(경주시 내남면/음성변조) : "쿵 소리만 나도 불안한 거예요. 다음에는 더 큰 것이 올 것이라는 심리적인 압박이 딱 되는 게 그래서 더 불안해서 못 들어갑니다."

이번엔 기와집들이 밀집한 경주 도심의 한옥마을을 찾아갔습니다.

지붕이 성한 집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보수 작업이 한창이어야 하지만, 부족한 일손에, 여진 공포에, 복구 작업은 더디기만 합니다.

<녹취> 안자희(경주시 황남동) :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저희들도 잘 몰라요. 한두 집도 아니고 일대가 난리가 났으니까 늦어질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균열이 생긴 지붕에 비라도 막자며 천막을 덮어 놨지만, 기왓장들이 계속 떨어져 내려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안자희(경주시 황남동) : " 지금 저희 집에도 단지가 두 개 떨어지고 조금 전에 옆집에서도 ‘쿵’ 하길래 내려다보니까 단지가 깨져서 지금 엉망진창이에요."

이 마을 한옥 3300여 채 가운데 670여 채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태풍에 밀려온 비가 150mm넘게 내리면서, 피해가 더 커졌습니다.

그나마 전국에서 찾아 온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보태, 조금씩 복구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요.

<인터뷰> 안배근(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 "기와가 특히 많이 손상을 입어서 돕고자 하는 마음도 있고, 또 하여튼 뭐 여러 가지 취지에서 왔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기와 기능인 100여 명이 지붕 복구에 매달려있지만, 마을 전체를 수리하는 데는 일손이 턱 없이 부족한 상황.

이틀 동안 겨우 10채를 수리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 속도라면, 마을 전체를 수리하는 데 반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피해가 전부가 아닙니다.

멀쩡해 보이는 지붕이지만, 곳곳에 이음새가 벌어져 물이 새어들고 물을 머금은 한옥은 건물 뒤틀림이 생길 수 있어 붕괴 위험까지 높아집니다.

<인터뷰> 이근복(국가중요무형문화재 121호 번와장) : "목조 건물은 물이 들어가면 목조가 금방, 목재가 썩게 되어서 건물이 무너진다고 봐야겠죠.”

관광산업도 타격이 큽니다.

추석 연휴 기간 관광객이 감소했고, 숙박업소마다 예약 취소 전화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녹취> 한옥마을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음성변조) : "요즘 경주에 손님들이 전부 다 예약해놓고 (취소하고) 지금 저 전망대 한 번 봐요. 지금 저것도 떨어질 우려가 있는데……."

경주 수학여행을 취소하는 학교도 계속 늘고 있는 상황.

여기에 각종 유언비어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두 번의 지진이 일어난 시간대가 비슷한 탓에, ‘8시 33분의 저주’라는 말이 퍼질 정돕니다.

<녹취> 강태섭(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 "지진을 왜 관측하기 어려운가 하면 가장 대표적인게 임의적이고 불규칙하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완벽한 우연의 일치로 그런 비슷한 시간에 발생한 것이지 지진 자체가 어떤 그런 규칙성을 가지고 났다고 설명하거나 믿을만한 근거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경주 주민들은 하루 빨리 여진이 멈추고 예전의 평온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염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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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작은 소리에도 화들짝…지진 공포에 떠는 주민들
    • 입력 2016-09-21 08:33:15
    • 수정2016-09-21 22:40:14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경주 지역에 지진이 발생한 지 벌써 열흘째입니다.

여진이 4백 차례 이상 계속되고 있는데요.

그제 저녁 경주에 규모 4.5의 지진이 또 일어나면서, 주민들은 거의 공황 상태에 빠졌습니다.

피해 복구가 시급한데 계속된 여진에 만만치가 않습니다.

관광 산업도 직격탄을 맞아서, 숙박업소마다 예약 취소 전화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재산 피해도 피해지만, 특히 주민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했습니다.

지진 공포가 뒤덮은 경주를 뉴스따라잡기에서 찾아갔습니다.

<리포트>

그제 저녁 8시 33분.

가게 안 선반이 마구 흔들리고, 진동에 놀란 사람들이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집에서 TV를 보던 시민도 강한 흔들림을 느낍니다.

규모 5.8의 지진이 난지 일주일 만에 다시 일어난 지진.

첫 번째 지진 발생 이후 계속 되는 여진 때문에 긴장의 나날들을 보내던 경주 시민들은 넓은 운동장이나 마을회관으로 대피해 또다시 뜬눈으로 밤을 지샜습니다.

<인터뷰> 김영우(경주시 황남동) :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니까 들어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빽빽이 있었어요."

<인터뷰> 허복분(경주시 황남동) : "우리 아들은 전화가 와서 돗자리 가지고 이불 가지고 공터에 가라고 하대요. 그래서 겨울잠바 입고 머플러 하고 이불 하나 안고 거기 돗자리 깔아놓고..."

<녹취> 김00(경주시 황성동) : "가방 같은 거 미리 챙겨놨죠. 문 앞에. 그래서 여차하면 나갈라고. 어떤 사람은 옷도 입고 잔다하더라고요. 통장을 딱 쥐고 자고..."

지진 진앙지인 경주시 내남면.

지난 지진 피해를 복구할 겨를도 없이, 또다시 강한 흔들림이 마을을 강타했습니다.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어서, 멀리 대피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이 마을에 산 지 70년이 넘도록 지진은 처음 겪었다는 이옥선 할머니.

지난 일주일동안 불안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옥선(경주시 내남면) : "자꾸 놀래지 뭐. 놀래서 대문도 막 열어놓고 있다 쫓아나가려고..."

집안 곳곳에는 지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옥선(경주시 내남면) : "저게 우리 집인데 저것도 보세요. 금이 저렇게 났죠."

벽 곳곳에 쩍 금이 갔고, 지진이 지난 뒤 많은 비까지 내리면서 집은 엉망이 됐습니다.

<인터뷰> 이옥선(경주시 내남면) : "저 쪽에 화장실에 비가 또 새네. 흔들려서 그런가봐요."

65가구, 100명의 마을주민들 가운데 지진 피해를 비켜간 집은 없었습니다.

<인터뷰> 박해수(경주시 내남면) : "형광등이 떨어지고 선풍기가 떨어지고 이 정도로 집이 막 흔들흔들 하더라고요."

한 집 건너 한 집 장독대가 깨졌고, 창문이 깨진 집, 담장이 무너져 내린 집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가만히 누워 있어도 집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지고, 주변 공사장 기계 소리에도 몸이 움츠러들 만큼 정신적 외상이 심각했습니다.

<인터뷰> 최소선(경주시 내남면) : "약을 먹어도 안 되고 자꾸 자주 이러니까 이렇게 있는데 자지도 못하고……."

<인터뷰> 박00(경주시 내남면/음성변조) : "쿵 소리만 나도 불안한 거예요. 다음에는 더 큰 것이 올 것이라는 심리적인 압박이 딱 되는 게 그래서 더 불안해서 못 들어갑니다."

이번엔 기와집들이 밀집한 경주 도심의 한옥마을을 찾아갔습니다.

지붕이 성한 집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보수 작업이 한창이어야 하지만, 부족한 일손에, 여진 공포에, 복구 작업은 더디기만 합니다.

<녹취> 안자희(경주시 황남동) :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저희들도 잘 몰라요. 한두 집도 아니고 일대가 난리가 났으니까 늦어질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균열이 생긴 지붕에 비라도 막자며 천막을 덮어 놨지만, 기왓장들이 계속 떨어져 내려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안자희(경주시 황남동) : " 지금 저희 집에도 단지가 두 개 떨어지고 조금 전에 옆집에서도 ‘쿵’ 하길래 내려다보니까 단지가 깨져서 지금 엉망진창이에요."

이 마을 한옥 3300여 채 가운데 670여 채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태풍에 밀려온 비가 150mm넘게 내리면서, 피해가 더 커졌습니다.

그나마 전국에서 찾아 온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보태, 조금씩 복구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요.

<인터뷰> 안배근(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 "기와가 특히 많이 손상을 입어서 돕고자 하는 마음도 있고, 또 하여튼 뭐 여러 가지 취지에서 왔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기와 기능인 100여 명이 지붕 복구에 매달려있지만, 마을 전체를 수리하는 데는 일손이 턱 없이 부족한 상황.

이틀 동안 겨우 10채를 수리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 속도라면, 마을 전체를 수리하는 데 반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피해가 전부가 아닙니다.

멀쩡해 보이는 지붕이지만, 곳곳에 이음새가 벌어져 물이 새어들고 물을 머금은 한옥은 건물 뒤틀림이 생길 수 있어 붕괴 위험까지 높아집니다.

<인터뷰> 이근복(국가중요무형문화재 121호 번와장) : "목조 건물은 물이 들어가면 목조가 금방, 목재가 썩게 되어서 건물이 무너진다고 봐야겠죠.”

관광산업도 타격이 큽니다.

추석 연휴 기간 관광객이 감소했고, 숙박업소마다 예약 취소 전화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녹취> 한옥마을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음성변조) : "요즘 경주에 손님들이 전부 다 예약해놓고 (취소하고) 지금 저 전망대 한 번 봐요. 지금 저것도 떨어질 우려가 있는데……."

경주 수학여행을 취소하는 학교도 계속 늘고 있는 상황.

여기에 각종 유언비어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두 번의 지진이 일어난 시간대가 비슷한 탓에, ‘8시 33분의 저주’라는 말이 퍼질 정돕니다.

<녹취> 강태섭(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 "지진을 왜 관측하기 어려운가 하면 가장 대표적인게 임의적이고 불규칙하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완벽한 우연의 일치로 그런 비슷한 시간에 발생한 것이지 지진 자체가 어떤 그런 규칙성을 가지고 났다고 설명하거나 믿을만한 근거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경주 주민들은 하루 빨리 여진이 멈추고 예전의 평온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염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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