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어설픈 연기에…‘강도 자작극’ 들통

입력 2016.09.30 (08:35) 수정 2016.09.3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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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한 남성이 은행 경비업체 직원을 때려눕히고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그 금액이 무려 9천4백만 원이었는데요.

뒤늦게 정신을 차린 경비업체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범인은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습니다.

경찰은 범인을 찾기 위해 사건 현장의 CCTV를 확인했는데 뭔가 이상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강도에게 맞고 쓰러진 경비업체 직원 모습이 마치 연기를 하는 것처럼 어딘가 어색했던 건데요.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수사를 진행했는데 사건의 황당한 전말이 드러났습니다.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23일 밤 11시쯤 경찰서로 은행 강도가 나타났다는 다급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인터뷰> 곽동석(관악경찰서 강력5팀장) : “현장을 가보니까 경비업체 직원이 폭행을 당하고 기절한 상태에서 (강도가) 현금인출기 안에 들어있던 돈을 모두 가져갔다(라고 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은행의 현금인출기 부스.

신고를 한 사람은 현장에 쓰러져 있던 은행 경비업체 직원 24살 노 모 씨였습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노 씨는 고통을 호소하며 현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곽동석(관악경찰서 강력5팀장) : “경비업체 직원이 굉장히 고통스러워해서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받게 하고, 경찰서에 와서 조사받고……”

강도는 5대의 현금인출기 가운데 4대에서 모두 9,400만 원을 빼내 달아난 뒤였습니다.

경비업체 직원이 뻔히 현장에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강도가 돈을 훔쳐 달아난 걸까?

사건은 밤 10시 반쯤 해당 현금인출기 부스에서 장애 신고가 접수되면서 시작됐습니다.

한 남성이 현금을 찾기 위해 기계에 카드를 넣었는데 카드가 기계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신고한 겁니다.

신고가 접수된 뒤 즉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비업체 직원 노 씨가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그런데 은행 고객인 줄 알았던 남성은 노 씨가 현장에 나타나자 순간 강도로 돌변했다는데요.

<인터뷰> 곽동석(관악경찰서 강력5팀장) :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서 은행에 왔더니 민원인이 있더라. 그래서 뒤로 돌아가서 카드를 빼고 카드를 건네주는데 갑자기 급소를 걷어차서 자기는 어떻게 넘어졌는지 기억을 못 하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상태에서 목을 밟아서 기절했다(고 했습니다.)”

노 씨는 경찰관에게 강도에게 공격을 당해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는데요.

그 사이 범인은 노 씨가 가지고 있던 열쇠로 현금인출기를 열어 그 안에 든 현금을 훔쳐 달아났다는 겁니다.

경찰은 인근 지하철역 CCTV에서 피의자의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반소매 차림의 피의자가 가방을 메고 한 회장실에 들어갔다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더니 현금인출기가 고장 났다고 신고한 겁니다.

경찰은 피의자가 경찰의 추적을 피하고자 평소에 입는 옷인 아닌 다른 옷으로 범행 직접 갈아입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은행 내부에 설치된 CCTV 영상을 찬찬히 분석하던 경찰은 미심쩍은 장면을 보게 됩니다.

<인터뷰> 곽동석(관악경찰서 강력5팀장) : “저희가 영상을 봤습니다. 너무나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지고 그 안에서 믿기지 않은 일이 생겨서 눈을 처음에 의심했어요.”

강도에게 공격을 당한 은행 경비업체 직원 노 씨의 모습이 어딘가 이상했던 겁니다.

<인터뷰> 곽동석(관악경찰서 강력5팀장) : “급소를 맞으면 몸이 오그라들고 배를 펼 수가 없는데 허리가 구부러지거든요. 근데 쭉 누워있는 것 같이 다리를 편다는 얘기죠.”

노 씨의 모습이 급소를 맞은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는 겁니다.

게다가 강도에게 공격을 당했다는 노 씨가 별다른 외상이 없던 점도 수상했습니다.

경찰은 의구심을 갖고 CCTV 화면 속 노 씨의 행동을 차근차근 살폈는데요.

잠시 뒤 영상에서 황당한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인터뷰> 전우관(서울 관악경찰서 형사과장) : "자기 자신이 녹화되고 있는지 모르고 옷을 갈아입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장면이 포착됩니다. 쓰러져 있던 지점에서 일어나는 사람을 경비업체 직원으로 판단하고 집중적으로 추궁했습니다.“

강도가 CCTV를 사각지대로 돌리자마자 노 씨가 멀쩡히 일어나 피의자와 함께 돈을 챙겼다는 겁니다.

다행히 노 씨의 모습이 현금인출기 부스 내부에 반사됐고, 사각지대에 돌려진 CCTV에 이 모습이 담기면서 노 씨의 정체가 드러나게 된 겁니다.

경찰이 노 씨의 행동을 확인해 추궁하자 결국, 노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범행 과정 모두를 털어놨습니다.

노 씨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돈을 들고 달아났던 공범도 검거됐습니다.

강도 역할을 했던 공범은 23살 김 모 씨였습니다.

<인터뷰> 전우관(서울 관악경찰서 형사과장) : “(노 씨의) 고등학교 친구 소개로 5개월 전에 만났어요. 5개월 전에 소주 한 잔 먹으면서 만났는데…….”

두 사람이 이 같은 범행을 계획한 건 바로 빚 때문이었습니다.

김 씨는 다단계로 진 빚을 노 씨는 학자금대출금 등을 갚기 위해 공모했던 겁니다.

범행이 가능했던 건 경비업체에서 약 1년간 근무한 노 씨가 현금인출기 관리의 허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경비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주말이라든지 야간시간대에 현금인출기에 카드가 걸렸을 때 장애 처리를 하는 시설이거든요.”

노 씨가 일했던 경비업체는 현금인출기에 걸린 카드를 빼주는 게 주된 업무.

이때 인출기 열쇠를 들고 현장에 출동하는 요원은 단 한 명인데 노 씨가 이러한 사정을 바탕으로 범행을 꾸민 겁니다.

해당 현금인출기 부스를 범행 장소를 선택한 데도 이유가 이었습니다.

<인터뷰> 곽동석(관악경찰서 강력5팀장) : “5대가 설치돼있는 공간이거든요. 처음 출입문 입구 쪽부터 4대까지 성공하고 마지막 5번째 기계에서 오류가 납니다. 오류를 처리하지 못 해서 결국 여기서는 현금을 꺼내지 못했어요. 만약에 그것까지 털렸다면 1억 원이 상당히 넘는 금액이었을 거로 판단돼요.”

이번 사건으로 은행과 현금인출기 경비업체 모두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녹취> 경비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 쪽에서는 내부적으로 시스템이나 제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다시 점검하고 있는 중입니다.”

해당 보안업체는 우선 경찰의 권고에 따라 야간시간에 한 명만 출동하는 시스템부터 개선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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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어설픈 연기에…‘강도 자작극’ 들통
    • 입력 2016-09-30 08:35:45
    • 수정2016-09-30 09: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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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은행 경비업체 직원을 때려눕히고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그 금액이 무려 9천4백만 원이었는데요.

뒤늦게 정신을 차린 경비업체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범인은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습니다.

경찰은 범인을 찾기 위해 사건 현장의 CCTV를 확인했는데 뭔가 이상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강도에게 맞고 쓰러진 경비업체 직원 모습이 마치 연기를 하는 것처럼 어딘가 어색했던 건데요.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수사를 진행했는데 사건의 황당한 전말이 드러났습니다.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23일 밤 11시쯤 경찰서로 은행 강도가 나타났다는 다급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인터뷰> 곽동석(관악경찰서 강력5팀장) : “현장을 가보니까 경비업체 직원이 폭행을 당하고 기절한 상태에서 (강도가) 현금인출기 안에 들어있던 돈을 모두 가져갔다(라고 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은행의 현금인출기 부스.

신고를 한 사람은 현장에 쓰러져 있던 은행 경비업체 직원 24살 노 모 씨였습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노 씨는 고통을 호소하며 현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곽동석(관악경찰서 강력5팀장) : “경비업체 직원이 굉장히 고통스러워해서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받게 하고, 경찰서에 와서 조사받고……”

강도는 5대의 현금인출기 가운데 4대에서 모두 9,400만 원을 빼내 달아난 뒤였습니다.

경비업체 직원이 뻔히 현장에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강도가 돈을 훔쳐 달아난 걸까?

사건은 밤 10시 반쯤 해당 현금인출기 부스에서 장애 신고가 접수되면서 시작됐습니다.

한 남성이 현금을 찾기 위해 기계에 카드를 넣었는데 카드가 기계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신고한 겁니다.

신고가 접수된 뒤 즉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비업체 직원 노 씨가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그런데 은행 고객인 줄 알았던 남성은 노 씨가 현장에 나타나자 순간 강도로 돌변했다는데요.

<인터뷰> 곽동석(관악경찰서 강력5팀장) :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서 은행에 왔더니 민원인이 있더라. 그래서 뒤로 돌아가서 카드를 빼고 카드를 건네주는데 갑자기 급소를 걷어차서 자기는 어떻게 넘어졌는지 기억을 못 하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상태에서 목을 밟아서 기절했다(고 했습니다.)”

노 씨는 경찰관에게 강도에게 공격을 당해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는데요.

그 사이 범인은 노 씨가 가지고 있던 열쇠로 현금인출기를 열어 그 안에 든 현금을 훔쳐 달아났다는 겁니다.

경찰은 인근 지하철역 CCTV에서 피의자의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반소매 차림의 피의자가 가방을 메고 한 회장실에 들어갔다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더니 현금인출기가 고장 났다고 신고한 겁니다.

경찰은 피의자가 경찰의 추적을 피하고자 평소에 입는 옷인 아닌 다른 옷으로 범행 직접 갈아입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은행 내부에 설치된 CCTV 영상을 찬찬히 분석하던 경찰은 미심쩍은 장면을 보게 됩니다.

<인터뷰> 곽동석(관악경찰서 강력5팀장) : “저희가 영상을 봤습니다. 너무나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지고 그 안에서 믿기지 않은 일이 생겨서 눈을 처음에 의심했어요.”

강도에게 공격을 당한 은행 경비업체 직원 노 씨의 모습이 어딘가 이상했던 겁니다.

<인터뷰> 곽동석(관악경찰서 강력5팀장) : “급소를 맞으면 몸이 오그라들고 배를 펼 수가 없는데 허리가 구부러지거든요. 근데 쭉 누워있는 것 같이 다리를 편다는 얘기죠.”

노 씨의 모습이 급소를 맞은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는 겁니다.

게다가 강도에게 공격을 당했다는 노 씨가 별다른 외상이 없던 점도 수상했습니다.

경찰은 의구심을 갖고 CCTV 화면 속 노 씨의 행동을 차근차근 살폈는데요.

잠시 뒤 영상에서 황당한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인터뷰> 전우관(서울 관악경찰서 형사과장) : "자기 자신이 녹화되고 있는지 모르고 옷을 갈아입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장면이 포착됩니다. 쓰러져 있던 지점에서 일어나는 사람을 경비업체 직원으로 판단하고 집중적으로 추궁했습니다.“

강도가 CCTV를 사각지대로 돌리자마자 노 씨가 멀쩡히 일어나 피의자와 함께 돈을 챙겼다는 겁니다.

다행히 노 씨의 모습이 현금인출기 부스 내부에 반사됐고, 사각지대에 돌려진 CCTV에 이 모습이 담기면서 노 씨의 정체가 드러나게 된 겁니다.

경찰이 노 씨의 행동을 확인해 추궁하자 결국, 노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범행 과정 모두를 털어놨습니다.

노 씨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돈을 들고 달아났던 공범도 검거됐습니다.

강도 역할을 했던 공범은 23살 김 모 씨였습니다.

<인터뷰> 전우관(서울 관악경찰서 형사과장) : “(노 씨의) 고등학교 친구 소개로 5개월 전에 만났어요. 5개월 전에 소주 한 잔 먹으면서 만났는데…….”

두 사람이 이 같은 범행을 계획한 건 바로 빚 때문이었습니다.

김 씨는 다단계로 진 빚을 노 씨는 학자금대출금 등을 갚기 위해 공모했던 겁니다.

범행이 가능했던 건 경비업체에서 약 1년간 근무한 노 씨가 현금인출기 관리의 허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경비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주말이라든지 야간시간대에 현금인출기에 카드가 걸렸을 때 장애 처리를 하는 시설이거든요.”

노 씨가 일했던 경비업체는 현금인출기에 걸린 카드를 빼주는 게 주된 업무.

이때 인출기 열쇠를 들고 현장에 출동하는 요원은 단 한 명인데 노 씨가 이러한 사정을 바탕으로 범행을 꾸민 겁니다.

해당 현금인출기 부스를 범행 장소를 선택한 데도 이유가 이었습니다.

<인터뷰> 곽동석(관악경찰서 강력5팀장) : “5대가 설치돼있는 공간이거든요. 처음 출입문 입구 쪽부터 4대까지 성공하고 마지막 5번째 기계에서 오류가 납니다. 오류를 처리하지 못 해서 결국 여기서는 현금을 꺼내지 못했어요. 만약에 그것까지 털렸다면 1억 원이 상당히 넘는 금액이었을 거로 판단돼요.”

이번 사건으로 은행과 현금인출기 경비업체 모두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녹취> 경비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 쪽에서는 내부적으로 시스템이나 제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다시 점검하고 있는 중입니다.”

해당 보안업체는 우선 경찰의 권고에 따라 야간시간에 한 명만 출동하는 시스템부터 개선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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