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양성평등 채용’ 男 수혜자 잇따라

입력 2016.09.30 (21:29) 수정 2016.09.3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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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40여 년 전인 1975년 공무원 시험장의 모습입니다.

당시만 해도 여성 응시자를 찾아보기 힘들고, 합격자도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1996년엔 여성채용목표제가 생겨났는데요.

여성 합격자의 비율이 30%를 넘지 못하면 여성을 추가로 합격시켜 성비의 불균형을 해소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2000년 군 가산점제 폐지를 계기로 급반전돼, 2003년엔 남성 수험생을 보호하기 위한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가 도입됐는데요.

최근엔 외교관 시험에서조차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아 추가 합격한 남성들이 생겨났는데요.

먼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요즘 공무원 시험의 세태를 최진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외교관 합격자도 여성 70%↑, 양성평등 수혜자는 남성▼

<리포트>

공무원시험 준비 학원의 강의실입니다.

수강생 400여 명 중 60% 정도가 여성입니다.

정년 보장과 상대적으로 적은 차별이 선호 이윱니다.

<인터뷰> 이치윤(25살/공무원시험 준비) : "공무원은 출발점에 있어서는 적어도 남녀 차별없이 시작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이점인 거 같아요."

20-30대 취업 준비생의 39%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이고, 특히 여성의 비율은 남성보다 10%가까이 높습니다.

여성 합격자의 비율은 갈수록 증가셉니다.

특히 7급과 9급 공무원 시험은 여성 합격자 비율이 각각 37%와 52%까지 치솟았습니다.

오늘 발표한 외교관 선발시험은 합격자 41명 중 여성이 29명에 달해 70%를 넘어섰습니다.

남녀 중 한쪽 비율이 70%를 넘지못하도록 한 '양성평등채용목표제'에 따라 처음으로 남성 3명이 추가 선발됐했습니다.

양성평등채용제가 적용돼 추가 합격한 남성 지방직 공무원도 지난 6년간 458명에 달해 여성보다 3배나 많았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여성의 사회진출을 돕기 위해 도입한 제도의 혜택을 오히려 남성들이 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진아입니다.

▼보훈처, 병무청도 ‘여초부처’…유리천장은 여전▼

<기자 멘트>

이제 전 세계적으로 여성 지도자는 아주 흔한 일상이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주변국인 타이완과 미얀마, 독일, 영국, 칠레 등에서 여성이 나라를 이끌고 있고, 국제기구 수장도 많습니다.

여기에 미국에선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 대권을 넘보고 있고, 차기 유엔사무 총장 후보로도 상당수 여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직 사회를 한번 볼까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국가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은 49.4%를 기록했는데요.

올해 말이면 여성이 남성을 추월하는 '여초 시대'가 확실해 보입니다.

53개 정부부처 가운데서도 이미 7곳은 여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교사가 다수 포함된 교육부와 여성가족부는 물론 보건복지부, 식약처 등이 대표적인 여초 부처인데요,

특히 업무 특성상 남성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 국가보훈처와 병무청도 여성이 절반을 넘는 게 눈길을 끕니다.

하지만 실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으로 가면 아직도 여성을 찾기 힘든데요,

고위공무원 천여 명 중 여성은 38명에 그쳐, 30%를 넘고 있는 영국과 미국 등 외국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 공직 사회에 '유리 천장'이 존재한다는 얘긴데요,

여성 공무원 시대, 보완할 점은 없는지 신선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차별 대신 이해”…진정한 양성평등의 길▼

<리포트>

주지원 교사의 담당 과목은 체육입니다.

수업 교재를 직접 개발하는 등 열정과 능력으로, 체육은 남 교사가 더 잘할 것이란 편견을 깨고 있습니다

<인터뷰> 주지원(서울사대부여중 체육교사) : "여자 체육 선생님들도 실기 능력도 탁월하고 남학생하고도 잘 어울리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예전보다는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여초 현상이 고착화된 교단에서 여성 인력 활용은 피할 수 없는 현실.

남 교사들도 고정적인 성 역할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인정합니다.

<인터뷰> 이태훈(서울사대부여중 체육교사) : "과거에 비해서 남녀교사의 차이가 지금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력만큼 중요한 건 경력 사다리를 튼튼히 하는 일.

특히 민간 영역의 여성 경력개발 프로그램을 도입할 경우 공직 사회에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현주(대기업 차장) : "(경력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나만 그런 걸 겪는 게 아니구나. 어떻게 해야 내가 이것을 조금 더 가치 있게 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지를 알게됐습니다."

하지만 육아와 가사 부담은 여전히 한계로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문지혜(4년차 직장인) : "아무래도 여자가 집안일을 더 많이 신경쓰게 되기 때문에 집에 일이 있으면은 회사에서도 와야하는 부분이 있고..."

차별적인 성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을 버리고 차이와 현실을 이해하는 일.

진정한 양성평등의 길로 가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KBS 뉴스 신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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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양성평등 채용’ 男 수혜자 잇따라
    • 입력 2016-09-30 21:30:01
    • 수정2016-09-30 22: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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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40여 년 전인 1975년 공무원 시험장의 모습입니다.

당시만 해도 여성 응시자를 찾아보기 힘들고, 합격자도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1996년엔 여성채용목표제가 생겨났는데요.

여성 합격자의 비율이 30%를 넘지 못하면 여성을 추가로 합격시켜 성비의 불균형을 해소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2000년 군 가산점제 폐지를 계기로 급반전돼, 2003년엔 남성 수험생을 보호하기 위한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가 도입됐는데요.

최근엔 외교관 시험에서조차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아 추가 합격한 남성들이 생겨났는데요.

먼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요즘 공무원 시험의 세태를 최진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외교관 합격자도 여성 70%↑, 양성평등 수혜자는 남성▼

<리포트>

공무원시험 준비 학원의 강의실입니다.

수강생 400여 명 중 60% 정도가 여성입니다.

정년 보장과 상대적으로 적은 차별이 선호 이윱니다.

<인터뷰> 이치윤(25살/공무원시험 준비) : "공무원은 출발점에 있어서는 적어도 남녀 차별없이 시작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이점인 거 같아요."

20-30대 취업 준비생의 39%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이고, 특히 여성의 비율은 남성보다 10%가까이 높습니다.

여성 합격자의 비율은 갈수록 증가셉니다.

특히 7급과 9급 공무원 시험은 여성 합격자 비율이 각각 37%와 52%까지 치솟았습니다.

오늘 발표한 외교관 선발시험은 합격자 41명 중 여성이 29명에 달해 70%를 넘어섰습니다.

남녀 중 한쪽 비율이 70%를 넘지못하도록 한 '양성평등채용목표제'에 따라 처음으로 남성 3명이 추가 선발됐했습니다.

양성평등채용제가 적용돼 추가 합격한 남성 지방직 공무원도 지난 6년간 458명에 달해 여성보다 3배나 많았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여성의 사회진출을 돕기 위해 도입한 제도의 혜택을 오히려 남성들이 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진아입니다.

▼보훈처, 병무청도 ‘여초부처’…유리천장은 여전▼

<기자 멘트>

이제 전 세계적으로 여성 지도자는 아주 흔한 일상이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주변국인 타이완과 미얀마, 독일, 영국, 칠레 등에서 여성이 나라를 이끌고 있고, 국제기구 수장도 많습니다.

여기에 미국에선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 대권을 넘보고 있고, 차기 유엔사무 총장 후보로도 상당수 여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직 사회를 한번 볼까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국가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은 49.4%를 기록했는데요.

올해 말이면 여성이 남성을 추월하는 '여초 시대'가 확실해 보입니다.

53개 정부부처 가운데서도 이미 7곳은 여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교사가 다수 포함된 교육부와 여성가족부는 물론 보건복지부, 식약처 등이 대표적인 여초 부처인데요,

특히 업무 특성상 남성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 국가보훈처와 병무청도 여성이 절반을 넘는 게 눈길을 끕니다.

하지만 실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으로 가면 아직도 여성을 찾기 힘든데요,

고위공무원 천여 명 중 여성은 38명에 그쳐, 30%를 넘고 있는 영국과 미국 등 외국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 공직 사회에 '유리 천장'이 존재한다는 얘긴데요,

여성 공무원 시대, 보완할 점은 없는지 신선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차별 대신 이해”…진정한 양성평등의 길▼

<리포트>

주지원 교사의 담당 과목은 체육입니다.

수업 교재를 직접 개발하는 등 열정과 능력으로, 체육은 남 교사가 더 잘할 것이란 편견을 깨고 있습니다

<인터뷰> 주지원(서울사대부여중 체육교사) : "여자 체육 선생님들도 실기 능력도 탁월하고 남학생하고도 잘 어울리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예전보다는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여초 현상이 고착화된 교단에서 여성 인력 활용은 피할 수 없는 현실.

남 교사들도 고정적인 성 역할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인정합니다.

<인터뷰> 이태훈(서울사대부여중 체육교사) : "과거에 비해서 남녀교사의 차이가 지금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력만큼 중요한 건 경력 사다리를 튼튼히 하는 일.

특히 민간 영역의 여성 경력개발 프로그램을 도입할 경우 공직 사회에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현주(대기업 차장) : "(경력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나만 그런 걸 겪는 게 아니구나. 어떻게 해야 내가 이것을 조금 더 가치 있게 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지를 알게됐습니다."

하지만 육아와 가사 부담은 여전히 한계로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문지혜(4년차 직장인) : "아무래도 여자가 집안일을 더 많이 신경쓰게 되기 때문에 집에 일이 있으면은 회사에서도 와야하는 부분이 있고..."

차별적인 성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을 버리고 차이와 현실을 이해하는 일.

진정한 양성평등의 길로 가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KBS 뉴스 신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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