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발암물질 비소 불법 매립

입력 2016.10.16 (22:53) 수정 2016.10.16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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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을볕이 따갑습니다.

그래도 주민들은 쉴 틈 없이 일손을 놀립니다.

<녹취> "평생 해온 것이 일이다보니까 일을 해야 마음이 편한거야. 쉬라고 해도 못 쉬어.이 양반들은.."

62살 김학림씨는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녹취> "지금 7~8개 씩은 원래는 붙어요. 고구마가 달려야되는데..."

올해 유난히 부실한 고구마 수확도 마음이 편치 않지만 실은 소가 더 걱정입니다.

<인터뷰> 김학림(마을주민) : "소도 지하수를 먹어야해요. 상수도는 너무 비싸서 쓰지를 못하고 제가 한 100여마리 키우고 있는데 저 정도가 상수도를 먹는다면 한달에 300만원 400만원씩 나와요. 물요금이.. 그러면 천상 지하수를 활용해야해요.지하수가 문제가 있으면 큰 일 나는거죠."

석달 전, 김 씨와 마을사람들은 마을 지하수에 문제가 생겼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인근 석산에 발암물질이 섞인 폐기물이 들어와 묻혔는데, 지하수는 물론이고 토양도 오염됐을지 모른다는 겁니다.

<녹취> "((폐기물 매립 장소가) 저 산 너머 정도인가요?) 네 그 쪽이에요, 그 자락이에요."

석산 한쪽 자락이 움푹 패였습니다.

엄청난 면적이 시커먼 비닐로 뒤덮여 있습니다.

빗물이 아래로 스며들지 못하도록 따로 배수로까지 설치돼 있습니다.

지난 6월, 환경부가 발암물질이 든 배터리 폐기물을 멋대로 버린 업체를 무더기 적발했습니다.

폐기물에는 1급 발암물질, 비소가 포함돼 있었고 기준치를 많게는 700배 가까이 초과했습니다.

이 석산에만 3만8천톤, 전국에 17만톤이나 되는 폐기물이 불법으로 땅에 묻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맹독성 발암물질이 포함됐다는 폐기물, 나머지 13만톤은 대체 어디에 묻혀있을까요.

그리고 석달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요.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전북 익산시는 좋은 돌이 많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개발이 끝난 석산만 23곳이나 됩니다.

돌을 다 캐낸 이 석산은 폐기물 재활용 업체가 사들여 폐기물을 매립하는데 써왔습니다.

<인터뷰> 송민규(익산시청 계장) : "허가 난대로 석산 복구지이기 때문에 일반으로 지정된 폐기물하고 토사하고 5:5로 섞어서 매립하는 조건으로 (허가가) 나가 있는거죠."

그런데, 이 석산 복구지를 굴삭기로 파내려가자 시커먼 가루가 나옵니다.

'광재'라고 불리는 건데, 다 쓴 자동차 배터리를 녹여 납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금속 찌꺼기입니다.

이 광재가 매립된 주변 침출수에서 기준치를 30배 가까이 초과한 비소가 검출됐습니다.

<인터뷰>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비소는 예전에 비상이라고 하는 사약으로 쓰였던 그러니까 맹독성 중금속인데요 폐나 간, 그리고 피부에 영향을 주는 1급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정폐기물로 엄격하게 처리돼야 할 광재가 일반폐기물로 둔갑해 석산을 복구하는 성토재로 쓰인겁니다.

지난 4년간 이곳에 묻힌 것으로 확인된 것만 3만8천 톤 입니다.

<인터뷰> 송민규(익산시청 계장) : "여기 마지막이 제일 끄트머리라고 생각하면 돼요. 저기가 지금 저기까지가 묻힌 자리. 이렇게 점점 쌓으면서 바닥으로 40미터 50미터 들어간 거거든요."

문제는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침출수입니다.

광재가 매립된 주변 4곳에서 침출수를 떠 전문 기관에 수질분석을 의뢰했습니다.

비소가 기준치의 4배부터 많게는 60배 넘게 검출됐습니다.

<인터뷰> 송민규(익산시청 계장) : "몇년동안 우수가 들어가있는거 하고 밑에 지하수가 모인다고 그렇게 추정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하루에 (침출수가) 7톤 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주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이것들이 하천이나 주변 토양으로 흘러들어갔을 경우 농작물에 비소가 축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년전 귀농한 박선자씨, 다른 주민들처럼 지하수를 먹고 써왔습니다.

<인터뷰> 박선자(낭산면 주민) : "불안하죠. 꺼림칙한 정도가 아니고 그냥 잠이 안와요. 저렇게 된 지도 모르고 산이 있다고 환경이 좋아서 실은 온건데 제가 건강이 안좋아 가지고.."

주민들은 폐기물을 싣고 석산을 오르내리는 대형 트럭을 10년 넘게 봐왔습니다.

<인터뷰> 유종화(낭산면 주민) : "황당했지. 생각해봐. 그걸 알았으면 당장 가로막았지. 그걸 왜 여기다 놔둬."

<인터뷰> 김학림(낭산면 주민) : "차들 다니면 먼지가 나잖아요. 먼지가 나면 문제가 생기니까 고여있던 물(침출수)을 살수차에다 담아서 그 물을 도로에다 전부 뿌렸던 거에요. 계속 흘러서 여기까지 내려왔어요."

3년전 마을 하천에선 물고기가 집단폐사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학림(낭산면 주민) : "하천에서 물고기들이 둥둥 뜬거죠. 그 때 저희들은 비소라는 걸 생각도 못했죠. 썩은물이 조금 내려왔다 생각을 했는데 당시에 비소가 검출이 됐어요... 거기에 광재가 묻혔다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석산 복구지에서 반경 1킬로미터 내에 5개 마을, 하류 수계 기준으로는 231세대 525명이 비소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시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익산시는 해당 업체의 영업을 정지시킨 뒤 침출수를 수집해 별도 처리하는 한편, 부랴부랴 상수도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또,주민들의 모발을 채취해 비소축적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지정폐기물, 즉 비소가 기준치를 초과한 광재는 어떻게 이곳으로 들어왔을까.

매립업체는 자신들도 배출업체에 속았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매립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그것을 우리가 알고서 받았으면 말할 것 없이 형무소에 가야해요. 우리는 올바로 시스템이라고 해가지고 컴퓨터 시스템에 딱딱 떠요. 그래서 우리는 (폐기물의)성상을 보고 시험성적서를 보고 우리는 받은거예요."

환경부의 폐기물 적법처리시스템인 '올바로 시스템'입니다.

<녹취> "누가 배출을 했고, 그것을 운반을 누가 했고, 그 처리는 누가 했고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폐기물 배출자가 이 시스템에 일반폐기물로 등록해 그런 줄로만 알았다, 시험성적서 위조 여부는 몰랐다는 겁니다.

<녹취> 환경부 관계자(음성변조) : "(지자체에)이런 폐기물을 배출한다 신고해서 올바로 시스템 아이디를 받습니다. 그렇게되면 그 때부터는 자기네들이 입력을 하게 됩니다. (입력을 하고 시험성적서를 첨부하면 주기적으로 갱신하거나 확인하는 건 없다는 거죠?) 네."

지난 6월 적발된 11개 업체가 모두 이런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했습니다.

이곳으로 광재를 배출한 안산의 재활용업체와 운반업체, 매립업체의 계약섭니다.

첨부된 시험성적서에는 비소가 아예 없는 것으로 돼있고, 이런 성적서를 근거로 4년동안 지정폐기물이 일반폐기물로 둔갑해 아무렇게나 버려졌습니다.

<인터뷰>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사무처장) : "지정폐기물 같은 경우는 환경적으로 굉장히 유해성이 높고 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철저하게 안전하게 관리하고 안전한 곳에 매립을 해야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처리비용이 10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업자들은 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이러한 유혹에 계속 빠져드는 거고요..."

환경부와 익산시는 발암물질이 섞인 폐기물 3만8천톤의 정화와 복구 책임을 서로 미루고 있습니다.

<인터뷰> 모순영(익산시청 청소자원과장) : "한 천억원 정도 소요가 된다고 판단을 하는데요, 일단 지자체에서 일시적으로 재정 투입을 해서 처리를 하는 것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익산시는 오염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지정폐기물을 배출한 업체와 이를 관리감독하는 환경부가 처리를 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최종 매립된 지역 행정기관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조경규(환경부 장관/10월14일 국정감사) : "조치를 해야되는 업체가 분명히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이 돈이 없나. 그렇기 때문에 돈 없는 것을 국고를 들여가지고 그걸 대신 오염정화를 해달라. 이것은 현재로서는 하기가 힘들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소를 키우는 김학림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애가 탑니다.

<인터뷰> 김학림(낭산면 주민) : "이런 부분을 책임을 져 주고 상수도를 무상으로 공급해준다든가 그런 부분이 아니라면 키울 수가 없는 거죠. 전국적으로 다 그럴텐데 이런 물을 먹고 자란 소라고 소문이나면 저희들은 소를 팔아먹을 데가 없는거죠."

그럼 환경부가 무단 매립됐다고 발표한 지정폐기물 광재 17만톤 가운데 익산시에 묻힌 3만8톤을 뺀 나머지 13만 2천톤은 어디에 있을까?

환경부는 자료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녹취> 환경부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가 검찰로 송치한 다음에 브리핑을 한거고, 법원에서 아직 1차 확정이 된 데도 있고 안된데도 있고..."

게다가 관련 지자체와 업체에조차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해당 매립지에 대한 점검도 주변 지역에 대한 안전성 여부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취재진은 취재과정에서 일부 매립장소를 확인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일부 배출업체에 대한 공소장입니다.

일반폐기물로 둔갑한 광재는 충남 보령, 경기 화성에 있는 사업장일반폐기물 매립장, 경북 구미에 있는 매립시설의 복토재 등을 사용됐다고 조사돼 있습니다.

도로공사 현장에도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공소장에 불법 매립지로 적시된 한 일반폐기물 매립장을 찾아가봤습니다.

<녹취> 매립장 관계자(음성변조) : "모르겠어요. 그런 얘기 들은 적이 없어서, 전달받은 사항이 없어요. 성적서야 다 있죠. 그거 없이 받으면 안되죠. 지정인지 일반인지 알 수 있는 건 성적서 밖에 확인이 안되니까... (폐기물 비소기준이 1.5ppm인데 0.005ppm으로 돼있네요.) (비소가)거의 없는거죠."

취재진이 확인한 것 외에도 발암물질이 포함된 9만톤의 광재가 전국 각지에 묻혀있습니다.

그러나 불법매립이 드러난지 석달이 지나도록 해당 주민들과 지자체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기재(익산시 낭산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 "도대체 대한민국이 폐기물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 환경부는 환경부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기관인가 의심스럽죠."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행정에 주민들은 알고도, 또 몰라서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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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 발암물질 비소 불법 매립
    • 입력 2016-10-16 23:03:19
    • 수정2016-10-16 23:22:49
    취재파일K
<앵커 멘트>

가을볕이 따갑습니다.

그래도 주민들은 쉴 틈 없이 일손을 놀립니다.

<녹취> "평생 해온 것이 일이다보니까 일을 해야 마음이 편한거야. 쉬라고 해도 못 쉬어.이 양반들은.."

62살 김학림씨는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녹취> "지금 7~8개 씩은 원래는 붙어요. 고구마가 달려야되는데..."

올해 유난히 부실한 고구마 수확도 마음이 편치 않지만 실은 소가 더 걱정입니다.

<인터뷰> 김학림(마을주민) : "소도 지하수를 먹어야해요. 상수도는 너무 비싸서 쓰지를 못하고 제가 한 100여마리 키우고 있는데 저 정도가 상수도를 먹는다면 한달에 300만원 400만원씩 나와요. 물요금이.. 그러면 천상 지하수를 활용해야해요.지하수가 문제가 있으면 큰 일 나는거죠."

석달 전, 김 씨와 마을사람들은 마을 지하수에 문제가 생겼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인근 석산에 발암물질이 섞인 폐기물이 들어와 묻혔는데, 지하수는 물론이고 토양도 오염됐을지 모른다는 겁니다.

<녹취> "((폐기물 매립 장소가) 저 산 너머 정도인가요?) 네 그 쪽이에요, 그 자락이에요."

석산 한쪽 자락이 움푹 패였습니다.

엄청난 면적이 시커먼 비닐로 뒤덮여 있습니다.

빗물이 아래로 스며들지 못하도록 따로 배수로까지 설치돼 있습니다.

지난 6월, 환경부가 발암물질이 든 배터리 폐기물을 멋대로 버린 업체를 무더기 적발했습니다.

폐기물에는 1급 발암물질, 비소가 포함돼 있었고 기준치를 많게는 700배 가까이 초과했습니다.

이 석산에만 3만8천톤, 전국에 17만톤이나 되는 폐기물이 불법으로 땅에 묻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맹독성 발암물질이 포함됐다는 폐기물, 나머지 13만톤은 대체 어디에 묻혀있을까요.

그리고 석달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요.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전북 익산시는 좋은 돌이 많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개발이 끝난 석산만 23곳이나 됩니다.

돌을 다 캐낸 이 석산은 폐기물 재활용 업체가 사들여 폐기물을 매립하는데 써왔습니다.

<인터뷰> 송민규(익산시청 계장) : "허가 난대로 석산 복구지이기 때문에 일반으로 지정된 폐기물하고 토사하고 5:5로 섞어서 매립하는 조건으로 (허가가) 나가 있는거죠."

그런데, 이 석산 복구지를 굴삭기로 파내려가자 시커먼 가루가 나옵니다.

'광재'라고 불리는 건데, 다 쓴 자동차 배터리를 녹여 납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금속 찌꺼기입니다.

이 광재가 매립된 주변 침출수에서 기준치를 30배 가까이 초과한 비소가 검출됐습니다.

<인터뷰>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비소는 예전에 비상이라고 하는 사약으로 쓰였던 그러니까 맹독성 중금속인데요 폐나 간, 그리고 피부에 영향을 주는 1급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정폐기물로 엄격하게 처리돼야 할 광재가 일반폐기물로 둔갑해 석산을 복구하는 성토재로 쓰인겁니다.

지난 4년간 이곳에 묻힌 것으로 확인된 것만 3만8천 톤 입니다.

<인터뷰> 송민규(익산시청 계장) : "여기 마지막이 제일 끄트머리라고 생각하면 돼요. 저기가 지금 저기까지가 묻힌 자리. 이렇게 점점 쌓으면서 바닥으로 40미터 50미터 들어간 거거든요."

문제는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침출수입니다.

광재가 매립된 주변 4곳에서 침출수를 떠 전문 기관에 수질분석을 의뢰했습니다.

비소가 기준치의 4배부터 많게는 60배 넘게 검출됐습니다.

<인터뷰> 송민규(익산시청 계장) : "몇년동안 우수가 들어가있는거 하고 밑에 지하수가 모인다고 그렇게 추정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하루에 (침출수가) 7톤 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주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이것들이 하천이나 주변 토양으로 흘러들어갔을 경우 농작물에 비소가 축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년전 귀농한 박선자씨, 다른 주민들처럼 지하수를 먹고 써왔습니다.

<인터뷰> 박선자(낭산면 주민) : "불안하죠. 꺼림칙한 정도가 아니고 그냥 잠이 안와요. 저렇게 된 지도 모르고 산이 있다고 환경이 좋아서 실은 온건데 제가 건강이 안좋아 가지고.."

주민들은 폐기물을 싣고 석산을 오르내리는 대형 트럭을 10년 넘게 봐왔습니다.

<인터뷰> 유종화(낭산면 주민) : "황당했지. 생각해봐. 그걸 알았으면 당장 가로막았지. 그걸 왜 여기다 놔둬."

<인터뷰> 김학림(낭산면 주민) : "차들 다니면 먼지가 나잖아요. 먼지가 나면 문제가 생기니까 고여있던 물(침출수)을 살수차에다 담아서 그 물을 도로에다 전부 뿌렸던 거에요. 계속 흘러서 여기까지 내려왔어요."

3년전 마을 하천에선 물고기가 집단폐사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학림(낭산면 주민) : "하천에서 물고기들이 둥둥 뜬거죠. 그 때 저희들은 비소라는 걸 생각도 못했죠. 썩은물이 조금 내려왔다 생각을 했는데 당시에 비소가 검출이 됐어요... 거기에 광재가 묻혔다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석산 복구지에서 반경 1킬로미터 내에 5개 마을, 하류 수계 기준으로는 231세대 525명이 비소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시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익산시는 해당 업체의 영업을 정지시킨 뒤 침출수를 수집해 별도 처리하는 한편, 부랴부랴 상수도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또,주민들의 모발을 채취해 비소축적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지정폐기물, 즉 비소가 기준치를 초과한 광재는 어떻게 이곳으로 들어왔을까.

매립업체는 자신들도 배출업체에 속았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매립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그것을 우리가 알고서 받았으면 말할 것 없이 형무소에 가야해요. 우리는 올바로 시스템이라고 해가지고 컴퓨터 시스템에 딱딱 떠요. 그래서 우리는 (폐기물의)성상을 보고 시험성적서를 보고 우리는 받은거예요."

환경부의 폐기물 적법처리시스템인 '올바로 시스템'입니다.

<녹취> "누가 배출을 했고, 그것을 운반을 누가 했고, 그 처리는 누가 했고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폐기물 배출자가 이 시스템에 일반폐기물로 등록해 그런 줄로만 알았다, 시험성적서 위조 여부는 몰랐다는 겁니다.

<녹취> 환경부 관계자(음성변조) : "(지자체에)이런 폐기물을 배출한다 신고해서 올바로 시스템 아이디를 받습니다. 그렇게되면 그 때부터는 자기네들이 입력을 하게 됩니다. (입력을 하고 시험성적서를 첨부하면 주기적으로 갱신하거나 확인하는 건 없다는 거죠?) 네."

지난 6월 적발된 11개 업체가 모두 이런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했습니다.

이곳으로 광재를 배출한 안산의 재활용업체와 운반업체, 매립업체의 계약섭니다.

첨부된 시험성적서에는 비소가 아예 없는 것으로 돼있고, 이런 성적서를 근거로 4년동안 지정폐기물이 일반폐기물로 둔갑해 아무렇게나 버려졌습니다.

<인터뷰>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사무처장) : "지정폐기물 같은 경우는 환경적으로 굉장히 유해성이 높고 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철저하게 안전하게 관리하고 안전한 곳에 매립을 해야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처리비용이 10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업자들은 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이러한 유혹에 계속 빠져드는 거고요..."

환경부와 익산시는 발암물질이 섞인 폐기물 3만8천톤의 정화와 복구 책임을 서로 미루고 있습니다.

<인터뷰> 모순영(익산시청 청소자원과장) : "한 천억원 정도 소요가 된다고 판단을 하는데요, 일단 지자체에서 일시적으로 재정 투입을 해서 처리를 하는 것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익산시는 오염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지정폐기물을 배출한 업체와 이를 관리감독하는 환경부가 처리를 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최종 매립된 지역 행정기관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조경규(환경부 장관/10월14일 국정감사) : "조치를 해야되는 업체가 분명히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이 돈이 없나. 그렇기 때문에 돈 없는 것을 국고를 들여가지고 그걸 대신 오염정화를 해달라. 이것은 현재로서는 하기가 힘들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소를 키우는 김학림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애가 탑니다.

<인터뷰> 김학림(낭산면 주민) : "이런 부분을 책임을 져 주고 상수도를 무상으로 공급해준다든가 그런 부분이 아니라면 키울 수가 없는 거죠. 전국적으로 다 그럴텐데 이런 물을 먹고 자란 소라고 소문이나면 저희들은 소를 팔아먹을 데가 없는거죠."

그럼 환경부가 무단 매립됐다고 발표한 지정폐기물 광재 17만톤 가운데 익산시에 묻힌 3만8톤을 뺀 나머지 13만 2천톤은 어디에 있을까?

환경부는 자료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녹취> 환경부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가 검찰로 송치한 다음에 브리핑을 한거고, 법원에서 아직 1차 확정이 된 데도 있고 안된데도 있고..."

게다가 관련 지자체와 업체에조차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해당 매립지에 대한 점검도 주변 지역에 대한 안전성 여부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취재진은 취재과정에서 일부 매립장소를 확인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일부 배출업체에 대한 공소장입니다.

일반폐기물로 둔갑한 광재는 충남 보령, 경기 화성에 있는 사업장일반폐기물 매립장, 경북 구미에 있는 매립시설의 복토재 등을 사용됐다고 조사돼 있습니다.

도로공사 현장에도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공소장에 불법 매립지로 적시된 한 일반폐기물 매립장을 찾아가봤습니다.

<녹취> 매립장 관계자(음성변조) : "모르겠어요. 그런 얘기 들은 적이 없어서, 전달받은 사항이 없어요. 성적서야 다 있죠. 그거 없이 받으면 안되죠. 지정인지 일반인지 알 수 있는 건 성적서 밖에 확인이 안되니까... (폐기물 비소기준이 1.5ppm인데 0.005ppm으로 돼있네요.) (비소가)거의 없는거죠."

취재진이 확인한 것 외에도 발암물질이 포함된 9만톤의 광재가 전국 각지에 묻혀있습니다.

그러나 불법매립이 드러난지 석달이 지나도록 해당 주민들과 지자체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기재(익산시 낭산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 "도대체 대한민국이 폐기물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 환경부는 환경부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기관인가 의심스럽죠."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행정에 주민들은 알고도, 또 몰라서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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