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무리한 끼어들기로”…관광버스 참사

입력 2016.10.17 (08:32) 수정 2016.10.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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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무려 10명의 승객이 숨진 관광버스 화재 참사가 난 지 오늘로 닷새째입니다.

어제 오후에서야 DNA 감식 결과가 나왔고 사망자들의 신원이 모두 확인됐습니다.

애초 버스 기사는 타이어가 터지는 바람에 차가 쏠렸다고 진술했는데요.

경찰의 추궁 끝에 버스 기사는 울산으로 진입하기 위해 차선을 바꿨다며 끼어들기를 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한편, 버스 기사가 가장 먼저 탈출한 뒤 구호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진술이 나와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입사 동기들의 우정여행이 비극이 돼버린 이번 사고,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후 울산의 한 장례식장.

버스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들은 사고 나흘째가 돼서야 10명 모두 정확한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녹취> 이이식(울주경찰서 교통조사계) :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조금 전에 결과가 도착하였습니다. 신원은 정확하게 나왔습니다.”

사고 직후 주인을 찾을 수 없었던 유류품들도 뒤늦게 가족들에게 전달됐습니다.

<녹취> 이이식(울주경찰서 교통조사계) : "김00 님의 목걸이입니다. 다음 진00 님의 휴대폰입니다."

가족이 남긴 마지막 흔적 앞에서 장례식장 안은 또 한 번 울음바다가 됩니다.

37년 전, 같은 회사에 입사한 인연으로 퇴직 후까지 막역하게 지내왔던 입사 동기들.

입사 동기들의 부부, 형제 등 스무 명이 함께 떠났던 여행이 비극이 된 건 지난 13일 밤이었습니다.

4박 5일 일정의 중국여행을 마치고 대구 공항에 도착한 일행들.

비행기가 연착하는 바람에 울산으로 향하는 관광버스도 예정시간보다 늦어져 밤 10시쯤 어둑해진 고속도로를 달려야 했습니다.

<녹취> 김정임(사고 생존자) : “웃고 이러고 있는데 갑자기 뭐가 쾅하는데 깜짝 놀라서 보니까 벽돌이 보이는 거예요. 요즘 길 확장한다고 가드레일 만들어 놓잖아요. 흰 벽돌 거기 박은 거예요.”

버스는 무슨 일인지 굉음과 함께 콘크리트 방호벽에 부딪히며 휘청대더니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그때부터 버스 안은 아비규환이었습니다.

<녹취> 김정임(사고 생존자) : “안전띠 풀어라. 안전띠 풀어라! (소리쳤는데) 놀라서 안전띠를 어떻게 푸는지도 모르는 거예요.”

불길과 함께 뿜어져 나온 유독가스로 숨쉬기조차 힘들었다는데요.

설상가상, 버스 출입문은 방호벽에 가로막혀 열리지 않았습니다.

<녹취> 김정임(사고 생존자) : “입구는 차가 부딪치면서 S자로 구부러져 버렸다고 하더라고요. 못 나갈 정도로 그냥 완전히 구부러져 버려서 그리로 나가지도 못하고. 그리고 그쪽에 불이 붙어있고….”

승객들은 필사적으로 탈출할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녹취> 김정임(사고 생존자) : “일단 불이 오니까 뒤쪽으로 후퇴하자 해서 뒤로 다 몰렸어요. 뒤쪽으로 몰려서 중간에서 내가 발로 몇 번을 유리를 찼는지…. 몇 번 찼어. 계속 찼어요.”

그렇게 깨진 버스 유리창으로 밖으로 나온 일부 승객들은 구사일생 목숨을 구했습니다.

하지만 10명의 승객은 끝내 버스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숨지고 말았습니다.

<녹취> 사고 생존자(음성변조) : "제가 (버스) 뒤쪽에서 집사람한테 갈 수가 없더라고요. 차 밖에서 ‘쪽문, 쪽문!’ 불렀는데 탈출을 못 했어요."

동기 부부 가운데 3쌍이 함께 목숨을 잃고, 또 딸의 결혼식을 불과 사흘 앞둔 어머니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습니다.

<녹취> 유가족(음성변조) : “동생 결혼식도 있고 안 가려고 하다가 결혼식하기 전부터 예전에 (여행 계획이) 잡혀있던 거거든요. 그래서 가셨거든요.”

무려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 대체 사고는 왜 난 걸까?

버스 기사 48살 이 모 씨는 사고 직후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 오른쪽 앞바퀴가 터지면서 2차선 쪽으로 차가 쏠려 차량이 방호벽에 부딪힌 거라 주장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타이어에 펑크가 나서 돌림 현상이 있어서 가드레일을 들이박았다 하는데. 그건 순수한 본인 진술이죠. 저희는 그 외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하고 있어요.”

차량 내부가 불에 타면서 핵심 증거인 블랙박스도 훼손된 된 상황, 그나마 사고 당시 상황을 담은 CCTV 영상은 남아있었는데요.

비상등을 켠 관광버스가 갑자기 차로를 바꿔 차량 2대 사이로 끼어들더니 그 순간 중심을 잃고 콘크리트 방호벽을 들이받습니다.

이 충격과 함께 차에 불길이 솟았는데요.

경찰은 해당 관광버스가 차선을 바꾼 게 이 씨가 주장한 타이어 펑크로 인한 게 아니라 갑작스러운 끼어들기로 판단했습니다.

경찰의 거듭된 수사 끝에 이 씨는 결국 자신의 끼어들기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녹취> 사고 버스회사 관계자 : “최종적으로 결론은 기사가 무리한 끼어들기 해서 사고가 난 걸로 지금 현재까지 경찰 조사결과는 그렇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버스는 제한속도 80km인 도로에서 100km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달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이 씨는 버스 출발 전 탈출용 망치 위치를 승객들에게 안내하지 않았는데요.

심지어 이 씨가 사고 직후 가장 먼저 탈출한 뒤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생존자들의 진술이 나오면서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녹취> 사고 생존자(음성변조) : “가이드는 밖에 나와서 탈출해서 같이 뒤에 창문을 깨고 할 때는 같이 깨고 했는데 이미 그때 기사는 보이지도 않았거든요. 나중에 보니까 기사는 살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화가 나서…….”

이에 대해 이 씨는 탈출 직후 승객들에게 깨진 창문으로 탈출하고 소리쳤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경찰 수사 결과 이 씨는 과거 음주 운전과 무면허 운전을 하다 적발됐던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줬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위반) 건수가 도로교통법 9건, 교통 특례법 3건….”

하지만 해당 버스 회사의 운전기사 채용 절차는 허술하기만 했습니다.

<녹취> 해당 버스 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자기 승용차로 저녁에 술 한 잔 먹고 가다가 잡힌 거, 그것도 2011년도 있었던 거 가지고 2015년도 입사할 때 그거 가지고 얘기하기에는…."

정부는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사업용 버스 기사의 면허 자격을 대폭 강화하고, 사고 대처 요령과 안전장치 사용방법의 방송 안내를 의무화하는 등의 안전 대책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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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무리한 끼어들기로”…관광버스 참사
    • 입력 2016-10-17 08:34:21
    • 수정2016-10-17 09: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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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무려 10명의 승객이 숨진 관광버스 화재 참사가 난 지 오늘로 닷새째입니다.

어제 오후에서야 DNA 감식 결과가 나왔고 사망자들의 신원이 모두 확인됐습니다.

애초 버스 기사는 타이어가 터지는 바람에 차가 쏠렸다고 진술했는데요.

경찰의 추궁 끝에 버스 기사는 울산으로 진입하기 위해 차선을 바꿨다며 끼어들기를 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한편, 버스 기사가 가장 먼저 탈출한 뒤 구호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진술이 나와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입사 동기들의 우정여행이 비극이 돼버린 이번 사고,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후 울산의 한 장례식장.

버스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들은 사고 나흘째가 돼서야 10명 모두 정확한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녹취> 이이식(울주경찰서 교통조사계) :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조금 전에 결과가 도착하였습니다. 신원은 정확하게 나왔습니다.”

사고 직후 주인을 찾을 수 없었던 유류품들도 뒤늦게 가족들에게 전달됐습니다.

<녹취> 이이식(울주경찰서 교통조사계) : "김00 님의 목걸이입니다. 다음 진00 님의 휴대폰입니다."

가족이 남긴 마지막 흔적 앞에서 장례식장 안은 또 한 번 울음바다가 됩니다.

37년 전, 같은 회사에 입사한 인연으로 퇴직 후까지 막역하게 지내왔던 입사 동기들.

입사 동기들의 부부, 형제 등 스무 명이 함께 떠났던 여행이 비극이 된 건 지난 13일 밤이었습니다.

4박 5일 일정의 중국여행을 마치고 대구 공항에 도착한 일행들.

비행기가 연착하는 바람에 울산으로 향하는 관광버스도 예정시간보다 늦어져 밤 10시쯤 어둑해진 고속도로를 달려야 했습니다.

<녹취> 김정임(사고 생존자) : “웃고 이러고 있는데 갑자기 뭐가 쾅하는데 깜짝 놀라서 보니까 벽돌이 보이는 거예요. 요즘 길 확장한다고 가드레일 만들어 놓잖아요. 흰 벽돌 거기 박은 거예요.”

버스는 무슨 일인지 굉음과 함께 콘크리트 방호벽에 부딪히며 휘청대더니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그때부터 버스 안은 아비규환이었습니다.

<녹취> 김정임(사고 생존자) : “안전띠 풀어라. 안전띠 풀어라! (소리쳤는데) 놀라서 안전띠를 어떻게 푸는지도 모르는 거예요.”

불길과 함께 뿜어져 나온 유독가스로 숨쉬기조차 힘들었다는데요.

설상가상, 버스 출입문은 방호벽에 가로막혀 열리지 않았습니다.

<녹취> 김정임(사고 생존자) : “입구는 차가 부딪치면서 S자로 구부러져 버렸다고 하더라고요. 못 나갈 정도로 그냥 완전히 구부러져 버려서 그리로 나가지도 못하고. 그리고 그쪽에 불이 붙어있고….”

승객들은 필사적으로 탈출할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녹취> 김정임(사고 생존자) : “일단 불이 오니까 뒤쪽으로 후퇴하자 해서 뒤로 다 몰렸어요. 뒤쪽으로 몰려서 중간에서 내가 발로 몇 번을 유리를 찼는지…. 몇 번 찼어. 계속 찼어요.”

그렇게 깨진 버스 유리창으로 밖으로 나온 일부 승객들은 구사일생 목숨을 구했습니다.

하지만 10명의 승객은 끝내 버스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숨지고 말았습니다.

<녹취> 사고 생존자(음성변조) : "제가 (버스) 뒤쪽에서 집사람한테 갈 수가 없더라고요. 차 밖에서 ‘쪽문, 쪽문!’ 불렀는데 탈출을 못 했어요."

동기 부부 가운데 3쌍이 함께 목숨을 잃고, 또 딸의 결혼식을 불과 사흘 앞둔 어머니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습니다.

<녹취> 유가족(음성변조) : “동생 결혼식도 있고 안 가려고 하다가 결혼식하기 전부터 예전에 (여행 계획이) 잡혀있던 거거든요. 그래서 가셨거든요.”

무려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 대체 사고는 왜 난 걸까?

버스 기사 48살 이 모 씨는 사고 직후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 오른쪽 앞바퀴가 터지면서 2차선 쪽으로 차가 쏠려 차량이 방호벽에 부딪힌 거라 주장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타이어에 펑크가 나서 돌림 현상이 있어서 가드레일을 들이박았다 하는데. 그건 순수한 본인 진술이죠. 저희는 그 외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하고 있어요.”

차량 내부가 불에 타면서 핵심 증거인 블랙박스도 훼손된 된 상황, 그나마 사고 당시 상황을 담은 CCTV 영상은 남아있었는데요.

비상등을 켠 관광버스가 갑자기 차로를 바꿔 차량 2대 사이로 끼어들더니 그 순간 중심을 잃고 콘크리트 방호벽을 들이받습니다.

이 충격과 함께 차에 불길이 솟았는데요.

경찰은 해당 관광버스가 차선을 바꾼 게 이 씨가 주장한 타이어 펑크로 인한 게 아니라 갑작스러운 끼어들기로 판단했습니다.

경찰의 거듭된 수사 끝에 이 씨는 결국 자신의 끼어들기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녹취> 사고 버스회사 관계자 : “최종적으로 결론은 기사가 무리한 끼어들기 해서 사고가 난 걸로 지금 현재까지 경찰 조사결과는 그렇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버스는 제한속도 80km인 도로에서 100km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달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이 씨는 버스 출발 전 탈출용 망치 위치를 승객들에게 안내하지 않았는데요.

심지어 이 씨가 사고 직후 가장 먼저 탈출한 뒤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생존자들의 진술이 나오면서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녹취> 사고 생존자(음성변조) : “가이드는 밖에 나와서 탈출해서 같이 뒤에 창문을 깨고 할 때는 같이 깨고 했는데 이미 그때 기사는 보이지도 않았거든요. 나중에 보니까 기사는 살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화가 나서…….”

이에 대해 이 씨는 탈출 직후 승객들에게 깨진 창문으로 탈출하고 소리쳤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경찰 수사 결과 이 씨는 과거 음주 운전과 무면허 운전을 하다 적발됐던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줬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위반) 건수가 도로교통법 9건, 교통 특례법 3건….”

하지만 해당 버스 회사의 운전기사 채용 절차는 허술하기만 했습니다.

<녹취> 해당 버스 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자기 승용차로 저녁에 술 한 잔 먹고 가다가 잡힌 거, 그것도 2011년도 있었던 거 가지고 2015년도 입사할 때 그거 가지고 얘기하기에는…."

정부는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사업용 버스 기사의 면허 자격을 대폭 강화하고, 사고 대처 요령과 안전장치 사용방법의 방송 안내를 의무화하는 등의 안전 대책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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