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접촉 마무리…“차기 대북 정책 위해”

입력 2016.10.24 (08:14) 수정 2016.10.2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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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21, 22일 이틀간 미국과 북한이 말레이시아에서 비밀리에 만났습니다.

이번 접촉은 북미 모두 오바마 정부 이후에 출범하는 새로운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염두에 둔 만남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현지에서 구본국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틀 연속 12시간 가까이 계속된 북미간의 대화.

북핵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국측 인사들은 현 상황을 프랑스 와인에 빗대 먼저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인터뷰> 리언 시걸(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국장) : "북한 핵 프로그램은 좋은 프랑스 와인이 아닙니다.오래될수록 좋아지지 않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북측에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도발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미국 대선 이후 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 제안을 위한 북측 분위기 탐색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인터뷰> 리언 시걸(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국장) : "오바마 행정부 끝날때까지 뭔가가 일어날것으로(이루어질 것)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비공식적 외부자로써 새 행정부에게 뭔가를 제시할 수 있는가를 찾고 있습니다."

북측 역시 제재 분위기 속에서 차기 행정부와의 대화 가능성 등 미국의 의중을 떠 본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한성렬(北 외무성 부상) : "(분위기만 한번 보시는 거예요?) 비공식 인사들이니까, 전직 관리들이고. 기회 삼아 한번 오랜 친구들을 만나서, 퇴직하기 전에 한번 만나 보는 거죠."

이번 만남의 마지막은 북미 양측이 함께 하는 만찬이었습니다.

나쁘지 않았던 만남의 분위기와 향후 또 다른 만남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KBS 뉴스 구본국입니다

<기자 멘트>

이번 북미 접촉에 미국에선 북한과 인연이 깊은 전직 관료나 대북 민간 전문가들이 나왔고,

북한은 북미 간 연락 창구 역할을 하는 현직 관료들이 직접 참석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로 제네바 합의를 이끌었습니다.

조지프 디트라니는 전 6자회담 차석대표로, 대표적인 대북 대화론자입니다.

리언 시걸, 미 사회과학원 국장 역시, 그동안 북한과 자주 접촉하며 대화를 강조해 왔습니다.

북한 측에선 한성렬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 장일훈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함께 나왔습니다.

북한의 핵심 뉴욕 채널인 두 사람이 동시에 출동했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은 형식적으론 민간 채널이지만, 북미 정부 간 대화의 전초전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핵심 의제는 역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였습니다.

이틀간의 만남이 끝난 뒤, 리언 시걸 국장이 취재진을 만났는데요.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중단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접촉이 북미 정부 간 대화로 이어질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만 답했습니다.

북한 측 인사들은 이번 접촉에서 현안들을 다 얘기했다고만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 측 참석자들이 전한 말을 보면, 북한은 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기 전에 미국과 평화 조약을 체결하는 게 먼저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양측이 만난 시점도 의미가 큽니다.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죠.

미국 전문가들은 이번 접촉을 토대로 대북 정책 보고서를 작성해 차기 미 행정부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무엇보다 자신들이 미국과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을 국제 사회에 과시함으로써, 시간을 벌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또, 미국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 속에서 대화 창구를 만들고, 무엇보다 차기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 기류를 탐색하려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북미 접촉 사실이 알려지자, 우리 외교 당국은 민간 차원의 만남일 뿐이라며, 한미 대북 제재 공조는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북미 간 직접 만남이 부각되면서, 이후 대북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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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4 08:20:28
    • 수정2016-10-24 09: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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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 22일 이틀간 미국과 북한이 말레이시아에서 비밀리에 만났습니다.

이번 접촉은 북미 모두 오바마 정부 이후에 출범하는 새로운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염두에 둔 만남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현지에서 구본국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틀 연속 12시간 가까이 계속된 북미간의 대화.

북핵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국측 인사들은 현 상황을 프랑스 와인에 빗대 먼저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인터뷰> 리언 시걸(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국장) : "북한 핵 프로그램은 좋은 프랑스 와인이 아닙니다.오래될수록 좋아지지 않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북측에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도발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미국 대선 이후 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 제안을 위한 북측 분위기 탐색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인터뷰> 리언 시걸(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국장) : "오바마 행정부 끝날때까지 뭔가가 일어날것으로(이루어질 것)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비공식적 외부자로써 새 행정부에게 뭔가를 제시할 수 있는가를 찾고 있습니다."

북측 역시 제재 분위기 속에서 차기 행정부와의 대화 가능성 등 미국의 의중을 떠 본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한성렬(北 외무성 부상) : "(분위기만 한번 보시는 거예요?) 비공식 인사들이니까, 전직 관리들이고. 기회 삼아 한번 오랜 친구들을 만나서, 퇴직하기 전에 한번 만나 보는 거죠."

이번 만남의 마지막은 북미 양측이 함께 하는 만찬이었습니다.

나쁘지 않았던 만남의 분위기와 향후 또 다른 만남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KBS 뉴스 구본국입니다

<기자 멘트>

이번 북미 접촉에 미국에선 북한과 인연이 깊은 전직 관료나 대북 민간 전문가들이 나왔고,

북한은 북미 간 연락 창구 역할을 하는 현직 관료들이 직접 참석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로 제네바 합의를 이끌었습니다.

조지프 디트라니는 전 6자회담 차석대표로, 대표적인 대북 대화론자입니다.

리언 시걸, 미 사회과학원 국장 역시, 그동안 북한과 자주 접촉하며 대화를 강조해 왔습니다.

북한 측에선 한성렬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 장일훈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함께 나왔습니다.

북한의 핵심 뉴욕 채널인 두 사람이 동시에 출동했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은 형식적으론 민간 채널이지만, 북미 정부 간 대화의 전초전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핵심 의제는 역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였습니다.

이틀간의 만남이 끝난 뒤, 리언 시걸 국장이 취재진을 만났는데요.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중단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접촉이 북미 정부 간 대화로 이어질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만 답했습니다.

북한 측 인사들은 이번 접촉에서 현안들을 다 얘기했다고만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 측 참석자들이 전한 말을 보면, 북한은 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기 전에 미국과 평화 조약을 체결하는 게 먼저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양측이 만난 시점도 의미가 큽니다.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죠.

미국 전문가들은 이번 접촉을 토대로 대북 정책 보고서를 작성해 차기 미 행정부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무엇보다 자신들이 미국과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을 국제 사회에 과시함으로써, 시간을 벌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또, 미국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 속에서 대화 창구를 만들고, 무엇보다 차기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 기류를 탐색하려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북미 접촉 사실이 알려지자, 우리 외교 당국은 민간 차원의 만남일 뿐이라며, 한미 대북 제재 공조는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북미 간 직접 만남이 부각되면서, 이후 대북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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