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전자화폐’로 결제까지…교묘해진 마약 밀매

입력 2016.10.24 (08:35) 수정 2016.10.2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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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거래한 이들이 최근 무더기로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마약을 거래하고 결제한 방식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이들은 거래를 위해 이른바 ‘딥 웹’이란 곳을 이용했는데요.

딥웹은 포털 사이트에선 검색이 안 되고, 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할 수 있는 숨은 인터넷 사이트를 말합니다.

이들은 또 마약을 거래 대금을 결제할 땐 현금이 아닌 전자 화폐인 비트코인을 사용했습니다.

단속반의 추적을 피하고자 마약 거래에 첨단 기술까지 동원하고 있는 겁니다.

교묘해진 인터넷 마약 거래 현장을 한 번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경찰 마약단속반이 한 주택을 급습합니다.

냉장고 안, 한약 봉지 밑에 있는 파란색 종이봉투를 열자, 조금씩 포장된 물건이 나옵니다.

바로 “마약”입니다.

<녹취> 마약 단속 경찰 : "이것은 몰리(마약)죠? (네.)"

강력한 환각제로 저체온증과 정신 질환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LSD도 발견됩니다.

<녹취> 마약 단속 경찰 : "이것은 LSD(환각제 일종)죠? 이것 다 압수합니다."

이번 경찰의 단속으로 마약 밀거래 혐의 등으로 80명이 무더기로 검거됐습니다.

검거된 마약 구매자들은 2, 30대 젊은 남성으로 대부분 국외 유학 시절 마약을 처음 접한 이후 계속해 마약에 손대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마약이 거래한 방식은 과거 알려진 방식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마약 판매상과 접촉했는데, 이들이 사용한 인터넷 사이트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는데요.

<인터뷰> 윤철희(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 수사2팀장) : "인터넷을 이용한 마약 거래가 급증하는 추세기 때문에 인터넷 모니터링을 하던 중에 별도의 브라우저가 필요한 ‘딥웹’, ‘다크넷“이라는 인터넷 암시장에서 주로 우리나라 쪽으로 마약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인터넷 암시장이라 불리는 이른바 “딥웹”은 일반적인 검색 엔진으로는 검색이 불가능한 “숨겨진 사이트”를 뜻합니다.

딥웹에 접속하기 위해선 반드시 특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거나 인증절차를 거처야 하는데요.

이 때문에 마약이나 무기류, 위조화폐 등 범죄 정보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약을 구매한 이들은 어떻게 이런 사이트를 알고 접근하게 된 걸까.

<녹취> 마약 구매자(음성변조) : "인터넷에서 봤어요. 그냥 딥웹이라는 것에 호기심으로 들어갔던 것이죠. 일반 웹 사이트에서 못 들어가는 곳 있잖아요. 그런 데가 있다고 해서 호기심에 처음에 들어가 본 것이죠. 약간 좀 나도 모르는 새로운 지하 세계 같은 것 있잖아요. 그런 느낌?"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딥웹 사이트에 들어갔다는 남성.

그러다 마약에 대한 광고 글까지 접하게 됐습니다.

<녹취> 마약 구매자(음성변조) : "어디 약으로 쓴다든지 사고가 좀 넓어진다 이런 말도 있고, 생각하는 것이 달라진다 이런 글들 보니까 …."

마약을 구매하기 위해 마약 판매상과 대화를 시도했다는 남성.

그런데. 이때부터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먼저 마약 구매에 대한 모든 대화는 철저하게 암호화 프로그램을 이용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대화 내용을 알아 볼 수 없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녹취> 마약 구매자(음성변조) : "암호라는 것이 그 상대방이랑 저 딱 두 명 밖에 글을 못 보게 돼 있거든요. 그래서…. 그러니까 처음에 저도 어려웠는데,"

지금 보시는 화면이 바로 암호화된 대화 내용인데요, 한눈에 봐서는 전혀 내용을 알 수가 없습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마약 판매상의 대화 내용을 해독해 봤더니, 마약 구매자에게 마약을 어디에 숨겨놨는지 자세한 주소와 위치를 알려준 내용이었습니다.

마약 배송책이 SNS 메시지를 통해 마약을 숨겨둔 곳을 알려주면 구매자가 그곳을 직접 찾아가, 자신이 주문한 마약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구매가 이뤄졌습니다.

경찰의 단속을 피하려고 이런 거래방식이 등장한 겁니다.

<녹취> 마약 구매자(음성변조) : "지하철 화장실이라든지 그런데다 떨어뜨려놨던 것 같아요. 뭐 어디 헌 옷 수거함 옆에? (장소는 그쪽에서 알려주고요?) 네."

또, 마약 거래 방식은 물론 결제 방식도 이전과 달라졌습니다.

신용카드나 현금이 아닌, 디지털 화폐, “비트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등장한 겁니다.

<인터뷰> 윤철희(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 수사2팀장) : "(이전에는) 비트코인(전자 화폐)의 익명성 때문에 추적이 불가능 하거나 거의 뭐 추적인 곤란한 (것으로 여기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비트코인을 마약 결제 대금으로 주고받았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딥웹 사이트에서 마약을 구매했던 20대 정 모 씨.

정 씨의 소지품에서 대마초가 발견됩니다.

그런데, 이 대마초는 정 씨가 구매한 것이 아니라 직접 재배한 것이었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정씨가 강원도 철원에 빌린 원룸입니다.

환풍기와 온도 설비까지 갖추고 아예 대마를 키워 판매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최진영(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 수사2팀) : "이 사람도 매수자 입장이었는데 이제 (마약) 매수를 하다 보니 비용도 많이 들고 하니까 이제 직접 길러서 자신도 (사용하고) 판매를 하게 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더라고요."

추적할 수 없다고 여겨졌던 비트코인의 흐름을 경찰이 추적하는 데 성공하면서 결국, 마약 매매자 80명을 붙잡았고, 이 가운데 5명을 구속했습니다.

<인터뷰> 윤철희(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 수사2팀장) : "지금까지는 딥웹이나 비트코인에 대한 추적이 안 될 것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했지만, 이제는 저희가 거기에 접속한 사람들의 추적이 가능한 시스템이 됐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압수한 마약은 대마초 1,030g을 비롯해 한 번에 2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었습니다.

첨단 기술까지 동원해 날로 치밀해지는 마약 거래 경찰은 딥웹 사이트를 통해 국내에 마약을 판매한 해외 거주 마약 판매상 2명의 신원을 확보하고 국제 공조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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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전자화폐’로 결제까지…교묘해진 마약 밀매
    • 입력 2016-10-24 08:32:47
    • 수정2016-10-24 09: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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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거래한 이들이 최근 무더기로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마약을 거래하고 결제한 방식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이들은 거래를 위해 이른바 ‘딥 웹’이란 곳을 이용했는데요.

딥웹은 포털 사이트에선 검색이 안 되고, 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할 수 있는 숨은 인터넷 사이트를 말합니다.

이들은 또 마약을 거래 대금을 결제할 땐 현금이 아닌 전자 화폐인 비트코인을 사용했습니다.

단속반의 추적을 피하고자 마약 거래에 첨단 기술까지 동원하고 있는 겁니다.

교묘해진 인터넷 마약 거래 현장을 한 번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경찰 마약단속반이 한 주택을 급습합니다.

냉장고 안, 한약 봉지 밑에 있는 파란색 종이봉투를 열자, 조금씩 포장된 물건이 나옵니다.

바로 “마약”입니다.

<녹취> 마약 단속 경찰 : "이것은 몰리(마약)죠? (네.)"

강력한 환각제로 저체온증과 정신 질환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LSD도 발견됩니다.

<녹취> 마약 단속 경찰 : "이것은 LSD(환각제 일종)죠? 이것 다 압수합니다."

이번 경찰의 단속으로 마약 밀거래 혐의 등으로 80명이 무더기로 검거됐습니다.

검거된 마약 구매자들은 2, 30대 젊은 남성으로 대부분 국외 유학 시절 마약을 처음 접한 이후 계속해 마약에 손대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마약이 거래한 방식은 과거 알려진 방식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마약 판매상과 접촉했는데, 이들이 사용한 인터넷 사이트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는데요.

<인터뷰> 윤철희(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 수사2팀장) : "인터넷을 이용한 마약 거래가 급증하는 추세기 때문에 인터넷 모니터링을 하던 중에 별도의 브라우저가 필요한 ‘딥웹’, ‘다크넷“이라는 인터넷 암시장에서 주로 우리나라 쪽으로 마약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인터넷 암시장이라 불리는 이른바 “딥웹”은 일반적인 검색 엔진으로는 검색이 불가능한 “숨겨진 사이트”를 뜻합니다.

딥웹에 접속하기 위해선 반드시 특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거나 인증절차를 거처야 하는데요.

이 때문에 마약이나 무기류, 위조화폐 등 범죄 정보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약을 구매한 이들은 어떻게 이런 사이트를 알고 접근하게 된 걸까.

<녹취> 마약 구매자(음성변조) : "인터넷에서 봤어요. 그냥 딥웹이라는 것에 호기심으로 들어갔던 것이죠. 일반 웹 사이트에서 못 들어가는 곳 있잖아요. 그런 데가 있다고 해서 호기심에 처음에 들어가 본 것이죠. 약간 좀 나도 모르는 새로운 지하 세계 같은 것 있잖아요. 그런 느낌?"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딥웹 사이트에 들어갔다는 남성.

그러다 마약에 대한 광고 글까지 접하게 됐습니다.

<녹취> 마약 구매자(음성변조) : "어디 약으로 쓴다든지 사고가 좀 넓어진다 이런 말도 있고, 생각하는 것이 달라진다 이런 글들 보니까 …."

마약을 구매하기 위해 마약 판매상과 대화를 시도했다는 남성.

그런데. 이때부터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먼저 마약 구매에 대한 모든 대화는 철저하게 암호화 프로그램을 이용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대화 내용을 알아 볼 수 없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녹취> 마약 구매자(음성변조) : "암호라는 것이 그 상대방이랑 저 딱 두 명 밖에 글을 못 보게 돼 있거든요. 그래서…. 그러니까 처음에 저도 어려웠는데,"

지금 보시는 화면이 바로 암호화된 대화 내용인데요, 한눈에 봐서는 전혀 내용을 알 수가 없습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마약 판매상의 대화 내용을 해독해 봤더니, 마약 구매자에게 마약을 어디에 숨겨놨는지 자세한 주소와 위치를 알려준 내용이었습니다.

마약 배송책이 SNS 메시지를 통해 마약을 숨겨둔 곳을 알려주면 구매자가 그곳을 직접 찾아가, 자신이 주문한 마약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구매가 이뤄졌습니다.

경찰의 단속을 피하려고 이런 거래방식이 등장한 겁니다.

<녹취> 마약 구매자(음성변조) : "지하철 화장실이라든지 그런데다 떨어뜨려놨던 것 같아요. 뭐 어디 헌 옷 수거함 옆에? (장소는 그쪽에서 알려주고요?) 네."

또, 마약 거래 방식은 물론 결제 방식도 이전과 달라졌습니다.

신용카드나 현금이 아닌, 디지털 화폐, “비트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등장한 겁니다.

<인터뷰> 윤철희(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 수사2팀장) : "(이전에는) 비트코인(전자 화폐)의 익명성 때문에 추적이 불가능 하거나 거의 뭐 추적인 곤란한 (것으로 여기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비트코인을 마약 결제 대금으로 주고받았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딥웹 사이트에서 마약을 구매했던 20대 정 모 씨.

정 씨의 소지품에서 대마초가 발견됩니다.

그런데, 이 대마초는 정 씨가 구매한 것이 아니라 직접 재배한 것이었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정씨가 강원도 철원에 빌린 원룸입니다.

환풍기와 온도 설비까지 갖추고 아예 대마를 키워 판매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최진영(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 수사2팀) : "이 사람도 매수자 입장이었는데 이제 (마약) 매수를 하다 보니 비용도 많이 들고 하니까 이제 직접 길러서 자신도 (사용하고) 판매를 하게 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더라고요."

추적할 수 없다고 여겨졌던 비트코인의 흐름을 경찰이 추적하는 데 성공하면서 결국, 마약 매매자 80명을 붙잡았고, 이 가운데 5명을 구속했습니다.

<인터뷰> 윤철희(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 수사2팀장) : "지금까지는 딥웹이나 비트코인에 대한 추적이 안 될 것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했지만, 이제는 저희가 거기에 접속한 사람들의 추적이 가능한 시스템이 됐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압수한 마약은 대마초 1,030g을 비롯해 한 번에 2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었습니다.

첨단 기술까지 동원해 날로 치밀해지는 마약 거래 경찰은 딥웹 사이트를 통해 국내에 마약을 판매한 해외 거주 마약 판매상 2명의 신원을 확보하고 국제 공조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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