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전세 구해줄게”…사회 초년생 울린 중개사

입력 2016.11.18 (08:33) 수정 2016.11.1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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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바로 어제 수학능력시험이 끝났죠.

수능 끝낸 학생들은 이제 얼마 후면 사회로, 또 대학으로 나가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들이 마주하게 될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는 바로 지낼 곳을 구하는 일입니다.

특히 월세 부담이 없는 전셋집을 구하는 건 요즘엔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그런데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에게 유독 전셋집을 잘 찾아주는 한 공인중개소가 있었습니다.

이 중개소만 가면 그 어렵다는 전셋집 계약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는데요.

대단한 영업 전략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수상한 공인중개소의 비밀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7살 임 모 씨가 이 집으로 이사한 건 지난 4월.

전셋집을 찾기 힘든 요즘,

공인중개사 설 모 씨의 소개로 마음에 쏙 드는 전셋집을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 임00(피해자/음성변조) : “한 일주일 만에 바로 그 집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셔서 들어갔죠. 바로 계약을 하고 청소하고 바로 일주일 만에 들어간 것 같아요.”

직장생활 4년 차인 임 씨에게 8천만 원의 전세보증금은 부담이었지만 부족한 돈은 사원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4년간 기숙사 생활과 좁은 원룸 생활 끝에 얻은 소중한 보금자리.

하지만 임 씨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녹취> 임00(피해자/음성변조) : “10월쯤인가 문자가 왔어요. 다른 계좌번호로 여기에다 입금하시면 된다고. 그래서 저는 관리비를 7만 원씩 꼬박꼬박 내고 있는데 무슨 입금을 하라는 거지? 모르는 사람한테 연락이 왔기 때문에 그냥 무시했어요.”

그런데 한 달 뒤, 같은 번호로 또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녹취> 임00(피해자/음성변조) : “백만 원 이상 미납금이 있으니까 돈 내시라고 이 계좌로 똑같이 보내주시라고.”

문자를 보낸 사람은 바로 집주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사 7개월 만에 처음 통화한 집주인에게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습니다.

<녹취> 임00(피해자/음성변조) : “저는 전세계약을 했는데 미납될 게 없는데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이렇게 물어봤더니 자기는 월세로 계약했기 때문에 25만 원씩 다달이 안 들어와서 그게 미납이 됐다.”

집주인은 보증금 5천만 원에 월세 25만 원 조건으로 계약했다고 말했습니다.

그제야 임 씨와 집주인은 서로가 보관하고 있던 임대 계약서를 확인했습니다.

<녹취> 집주인(음성변조) : “제가 가지고 있는 거랑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거를 계약서를 같이 확인하니까 다르길래 그때야 이제 신고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죠.”

중개업자 설 씨가 중개 의뢰받은 월셋집을 임차인에게 전세인 것처럼 속여 계약서를 이중으로 작성한 뒤 전세보증금을 중간에서 가로챈 겁니다.

<녹취> "(4월부터 기간이 꽤 되는데 이런 게 몇 분이에요?) 통화를 좀 하면 안 될까요? (서류는 여기 다 있어요, 여기? 이게 전부예요?) 네. 그게 전부예요."

알고 보니, 설 씨는 자격증도 없는 무등록 중개업자였습니다.

다른 공인중개사로부터 한 달에 50만 원씩을 주고 자격증을 빌려 사무실을 차렸던 겁니다.

<인터뷰> 김선임(경장/파주경찰서 경제2팀) : “임차인과 집주인이 만나지 못하게 전세 보증금을 본인 계좌로 받고는 피의자 본인이 직접 집주인에게 매월 월세를 송금하는 방식으로 보증금을 속여 뺏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임 씨가 중개업자 설 씨를 처음 만난 건 3년 전.

독립해서 처음 마련한 원룸을 소개한 중개사가 바로 설 씨였는데요.

<녹취> 임00(피해자/음성변조) : “계약하는 날 집주인을 물어봤을 때는 멀리 있다고.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기가 이렇게 맡아서 하는 거라고.”

첫 계약 당시에도 집주인 없이 계약이 이뤄졌고 사는 동안에도 집주인을 만날 일이 없었습니다.

<녹취> 임00(피해자/음성변조) : “집주인 번호를 알려 달라. 내가 이런 문제점이 있어서 고쳐야 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는 ‘그럼 내가 이모가 해 줄게. 뭐가 문제가 있어?’라고 말씀드리면 바로바로 해결해 주셨어요.”

그리고 올해 4월,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다른 동네에 새집을 구해야 하니 보증금 2천5백만 원을 돌려달라고 하자 지금 사는 전셋집을 소개해 준겁니다.

<녹취> 임00(피해자/음성변조) : “아줌마도 알고 있는 곳이 많다고. 다른 집들도 자기가 보여줄 테니까 그런 집들도 확인해보고 자기랑 같이 계약하자고 말씀하셨어요.”

부동산 계약 경험이 없던 임 씨는 그저 마음 좋은 중개사를 만났다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보증금 가운데 3천만 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는데요.

경찰 수사 결과 피해자는 임 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김선임(경장/파주경찰서 경제2팀) : “피해자들이 32명에 이르고 피해대금은 10억 원인데 현재 계속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어서 피해 금액도 더 늘어날 예정입니다.”

27살 김 모 씨 역시 지난 7월, 설 씨를 통해 보증금 4천만 원 짜리 생애 첫 전셋집을 구했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음성변조) : “다른 부동산에는 다 방이 없다고 했는데 그분은 방이 있다고 해서…….”

이달 초, 동료가 설 씨로부터 임대차 계약 사기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자신의 계약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녹취> 김00(피해자/음성변조) : “건물주랑 이야기했는데 일단 저랑 아예 계약한 것 자체를 몰라요.”

건물주는 설 씨에게 세 들어 살 사람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직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집이 비어 있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설 씨가 허위로 임대 계약서를 쓴 뒤 중간에서 김 씨가 건넨 전세금 4천만 원을 고스란히 가로챘던 겁니다.

결국 이사한 지 넉 달 만에 무일푼으로 나와야 할 처지에 놓인 김 씨는 막막하기만 합니다.

<녹취> 김00(피해자/음성변조) : “(피의자) 통장을 뒤졌는데 통장에 6만 원밖에 없다고 들었거든요. 3년 동안 모았던 돈이고요. 다시 시작해야지 그렇게 계속 달래는 중이에요. 이렇게라도 생각 안 하면 더 화가 나고…….”

피해자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의 사회초년생들로 부동산 계약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노린 겁니다.

이들이 한 푼 두 푼 어렵게 모은 돈을 가로채 임 씨는 호화로운 생활을 누린 걸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주변 상인(음성변조) : “만날 골프 치러 다니고. 우리는 만 원짜리 신발 신는데 삼십만 원짜리 슬리퍼 신고 다니고. 씀씀이가 엄청 헤펐어요.”

경찰은 무허가 부동산업자 설 씨를 구속하고, 설 씨에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빌려준 2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한, 부동산 임대 계약 시 반드시 집주인과 직접 만나서 계약사항을 확인해야만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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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전세 구해줄게”…사회 초년생 울린 중개사
    • 입력 2016-11-18 08:36:26
    • 수정2016-11-18 10: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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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바로 어제 수학능력시험이 끝났죠.

수능 끝낸 학생들은 이제 얼마 후면 사회로, 또 대학으로 나가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들이 마주하게 될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는 바로 지낼 곳을 구하는 일입니다.

특히 월세 부담이 없는 전셋집을 구하는 건 요즘엔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그런데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에게 유독 전셋집을 잘 찾아주는 한 공인중개소가 있었습니다.

이 중개소만 가면 그 어렵다는 전셋집 계약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는데요.

대단한 영업 전략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수상한 공인중개소의 비밀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7살 임 모 씨가 이 집으로 이사한 건 지난 4월.

전셋집을 찾기 힘든 요즘,

공인중개사 설 모 씨의 소개로 마음에 쏙 드는 전셋집을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 임00(피해자/음성변조) : “한 일주일 만에 바로 그 집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셔서 들어갔죠. 바로 계약을 하고 청소하고 바로 일주일 만에 들어간 것 같아요.”

직장생활 4년 차인 임 씨에게 8천만 원의 전세보증금은 부담이었지만 부족한 돈은 사원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4년간 기숙사 생활과 좁은 원룸 생활 끝에 얻은 소중한 보금자리.

하지만 임 씨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녹취> 임00(피해자/음성변조) : “10월쯤인가 문자가 왔어요. 다른 계좌번호로 여기에다 입금하시면 된다고. 그래서 저는 관리비를 7만 원씩 꼬박꼬박 내고 있는데 무슨 입금을 하라는 거지? 모르는 사람한테 연락이 왔기 때문에 그냥 무시했어요.”

그런데 한 달 뒤, 같은 번호로 또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녹취> 임00(피해자/음성변조) : “백만 원 이상 미납금이 있으니까 돈 내시라고 이 계좌로 똑같이 보내주시라고.”

문자를 보낸 사람은 바로 집주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사 7개월 만에 처음 통화한 집주인에게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습니다.

<녹취> 임00(피해자/음성변조) : “저는 전세계약을 했는데 미납될 게 없는데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이렇게 물어봤더니 자기는 월세로 계약했기 때문에 25만 원씩 다달이 안 들어와서 그게 미납이 됐다.”

집주인은 보증금 5천만 원에 월세 25만 원 조건으로 계약했다고 말했습니다.

그제야 임 씨와 집주인은 서로가 보관하고 있던 임대 계약서를 확인했습니다.

<녹취> 집주인(음성변조) : “제가 가지고 있는 거랑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거를 계약서를 같이 확인하니까 다르길래 그때야 이제 신고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죠.”

중개업자 설 씨가 중개 의뢰받은 월셋집을 임차인에게 전세인 것처럼 속여 계약서를 이중으로 작성한 뒤 전세보증금을 중간에서 가로챈 겁니다.

<녹취> "(4월부터 기간이 꽤 되는데 이런 게 몇 분이에요?) 통화를 좀 하면 안 될까요? (서류는 여기 다 있어요, 여기? 이게 전부예요?) 네. 그게 전부예요."

알고 보니, 설 씨는 자격증도 없는 무등록 중개업자였습니다.

다른 공인중개사로부터 한 달에 50만 원씩을 주고 자격증을 빌려 사무실을 차렸던 겁니다.

<인터뷰> 김선임(경장/파주경찰서 경제2팀) : “임차인과 집주인이 만나지 못하게 전세 보증금을 본인 계좌로 받고는 피의자 본인이 직접 집주인에게 매월 월세를 송금하는 방식으로 보증금을 속여 뺏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임 씨가 중개업자 설 씨를 처음 만난 건 3년 전.

독립해서 처음 마련한 원룸을 소개한 중개사가 바로 설 씨였는데요.

<녹취> 임00(피해자/음성변조) : “계약하는 날 집주인을 물어봤을 때는 멀리 있다고.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기가 이렇게 맡아서 하는 거라고.”

첫 계약 당시에도 집주인 없이 계약이 이뤄졌고 사는 동안에도 집주인을 만날 일이 없었습니다.

<녹취> 임00(피해자/음성변조) : “집주인 번호를 알려 달라. 내가 이런 문제점이 있어서 고쳐야 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는 ‘그럼 내가 이모가 해 줄게. 뭐가 문제가 있어?’라고 말씀드리면 바로바로 해결해 주셨어요.”

그리고 올해 4월,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다른 동네에 새집을 구해야 하니 보증금 2천5백만 원을 돌려달라고 하자 지금 사는 전셋집을 소개해 준겁니다.

<녹취> 임00(피해자/음성변조) : “아줌마도 알고 있는 곳이 많다고. 다른 집들도 자기가 보여줄 테니까 그런 집들도 확인해보고 자기랑 같이 계약하자고 말씀하셨어요.”

부동산 계약 경험이 없던 임 씨는 그저 마음 좋은 중개사를 만났다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보증금 가운데 3천만 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는데요.

경찰 수사 결과 피해자는 임 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김선임(경장/파주경찰서 경제2팀) : “피해자들이 32명에 이르고 피해대금은 10억 원인데 현재 계속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어서 피해 금액도 더 늘어날 예정입니다.”

27살 김 모 씨 역시 지난 7월, 설 씨를 통해 보증금 4천만 원 짜리 생애 첫 전셋집을 구했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음성변조) : “다른 부동산에는 다 방이 없다고 했는데 그분은 방이 있다고 해서…….”

이달 초, 동료가 설 씨로부터 임대차 계약 사기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자신의 계약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녹취> 김00(피해자/음성변조) : “건물주랑 이야기했는데 일단 저랑 아예 계약한 것 자체를 몰라요.”

건물주는 설 씨에게 세 들어 살 사람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직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집이 비어 있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설 씨가 허위로 임대 계약서를 쓴 뒤 중간에서 김 씨가 건넨 전세금 4천만 원을 고스란히 가로챘던 겁니다.

결국 이사한 지 넉 달 만에 무일푼으로 나와야 할 처지에 놓인 김 씨는 막막하기만 합니다.

<녹취> 김00(피해자/음성변조) : “(피의자) 통장을 뒤졌는데 통장에 6만 원밖에 없다고 들었거든요. 3년 동안 모았던 돈이고요. 다시 시작해야지 그렇게 계속 달래는 중이에요. 이렇게라도 생각 안 하면 더 화가 나고…….”

피해자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의 사회초년생들로 부동산 계약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노린 겁니다.

이들이 한 푼 두 푼 어렵게 모은 돈을 가로채 임 씨는 호화로운 생활을 누린 걸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주변 상인(음성변조) : “만날 골프 치러 다니고. 우리는 만 원짜리 신발 신는데 삼십만 원짜리 슬리퍼 신고 다니고. 씀씀이가 엄청 헤펐어요.”

경찰은 무허가 부동산업자 설 씨를 구속하고, 설 씨에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빌려준 2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한, 부동산 임대 계약 시 반드시 집주인과 직접 만나서 계약사항을 확인해야만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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