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예식장서 행패 부린 ‘장애인들’…이유는?

입력 2016.11.24 (08:33) 수정 2016.11.2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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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9월 서울의 한 예식장에서 촬영된 장면입니다.

결혼식이 열리는 예식장 로비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자동차를 몰고 나타났습니다.

이 사진은 며칠 뒤 모습입니다.

이번엔 로비 바닥에 현수막을 깔고 앉아 짜장면을 시켜 먹습니다.

이들은 한 협회 소속 장애인들인데 예식장의 영업을 방해하기 위해 일부러 이런 황당한 행동을 벌인 겁니다.

누군가에겐 평생에 더없이 소중한 결혼식일 텐데 왜 이런 일을 꾸민 걸까요?

알고 보니 예식상 업주가 월세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건물주가 장애인들을 동원해 행패를 부리게 한 겁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사건이 시작된 건, 지난 9월이었습니다.

하객들로 붐비는 예식장 로비에 뜬금없이 자동차 한 대가 세워져 있습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예식장 영업을 방해하기 위해 차를 몰고 예식장 로비로 들어온 겁니다.

당황한 직원들이 차를 빼라고 요구하자 급기야 무리 중 여성 한 명이 자동차 옆에 드러누워 목발을 휘두르며 악을 씁니다.

<녹취> 장애인 여성(음성변조) : “찍어. 너 내 다리 건드렸지. 이걸 왜 건드리는데.”

예식장에 들어와 소란을 피운 사람들은 한 협회 소속 장애인들이었습니다.

<녹취> 인근 상가 상인(음성변조) : “빼려고 하니까 장애인들이 거기에 붙어서 누워있고 그 사장은 끌어내고 그랬던 거 같은데...”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일주일 뒤 이번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나무로 만든 관을 가지고 예식장에 나타났습니다.

또 2주 뒤에는 아예 로비에 현수막을 내걸고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아 짜장면까지 먹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녹취> 예식장 직원(음성변조) : “여기 영업장이에요. 빨리 빼세요. 빨리. 말씀드렸습니다.”

예식장 직원들의 만류에 이들은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나옵니다.

<녹취> 장애인(음성변조) : “고발해. 맞았다고.”

장애인들의 방해로 엉망이 된 예식장.

예식장 측은 이 일로 결혼식 예약이 취소되고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쳐 1억 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고 말합니다.

도대체 장애인들은 왜 예식장에 난입해 영업을 방해했던 것일까?

알고 보니 건물주와 이 건물을 빌려 영업하는 예식장 업주 사이의 갈등이 원인이었습니다.

<녹취> 건물주 측 관계자(음성변조) : “상당 기간 임대(료)를 냈어요. 저희는 임대사업자인데.”

건물주 측은 예식장 업주가 갑자기 월세를 내지 않은 게 갈등의 발단이 됐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예식장 측은 이유가 있어 월세를 내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는데요.

예식장 업주는 2013년 10월쯤 이 건물을 빌려 인테리어를 한 뒤 예식장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영업을 시작한 지 1년 반이 지나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인터뷰> 황남원(경위/서울 성동경찰서 강력4팀) : “한 1년 반 정도 있다가 최초의 공매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그래서 임차인들이 확인해 본 결과 막대한, 과도한 채무가 있어서…….”

막대한 건물주의 빚 때문에 건물이 공매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상황에 놓인 겁니다.

상황이 이러자 예식장 측은 보증금 10억 원과 시설 투자비를 그대로 날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월세를 내지 않았다는 겁니다.

<녹취> 이상석(웨딩홀 변호인) : “(계약서에) 위험이 발생하거나 하면 임대 보증금에서 그 임대료를 공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서 보증금에서 공제됐기 때문에 임대료는 지급한 거라고 (봐야 합니다.)”

보증금 10억 원에서 건물주가 월세를 빼가면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해당 건물에 입점한 다른 상점들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봐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해당 건물 입점 상인(음성변조) : “은행에 이자도 못 내고 세금도 못 내고 임대료도 관리비도 못 내고 망한 건데 그러니까 보증금 돌려받을 방법이 없겠죠.”

갈등이 길어지면서 누적된 월세 미납액이 보증금을 넘어서게 됐고, 예식장 업주가 영업방해에 나선 겁니다.

취재진이 만난 다른 입점 상인은 건물주가 이전에도 월세를 내지 않은 다른 가게에 찾아가 영업을 방해한 적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해당 건물 입점 상인(음성변조) : “출입을 봉쇄한다고 써놓으면 고객들이 “여기 이거 문제 있네.” 거래처가 보더라도 “여기 문제 있나 보네.” 이런 압박이 있잖아요. 영업도 못 하고. 그런 심적인 압박을 줘서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쓰러지기도 하고...”

이번엔 규모가 큰 예식장의 영업을 방해하기 위해 단체를 동원한 겁니다.

<녹취> 황남원(경위/서울 성동경찰서) : “장애인을 동원한 사람은 그 지역 장애인 협회장이고요. 이 건물주는 장애인을 동원해서 임차인들을 내쫓기 위해서 수소문을 해서 만나게 된 사이입니다.”

건물주 측은 이 지역 장애인 협회장 김 모 씨와 만나 예식장 영업을 방해해주는 대가로 사무실을 공짜로 빌려주고 돈까지 주기로 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황남원(경위/서울 성동경찰서 강력 4팀) : “건물주가 장애인을 동원하는 조건으로 건물주 소유의 일부 상가를 무상으로 임대하고 현금 2천만 원을 건넨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건물주의 사주를 받은 장애인 협회장 김 씨는 단체 소속 장애인 40여 명을 동원해 예식장 로비로 자동차를 끌고 가고 관과 상복을 펼쳐 놓기까지 한 겁니다.

알고 보니, 김 씨가 소속 장애인들을 동원해 이권에 개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황남원(경위/서울 성동경찰서 강력4팀) : “장애인단체 회장은 전에도 재개발구역 건설현장에서 장애인들을 동원해서 그쪽에 업무방해를 하면서 함바식당 운영권을 요구한 적도 있었습니다. 특히 그런 행위를 해서 함바식당 운영권을 일부 받은 정황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상대가 장애인이라 함부로 제지할 수 없는 점을 악용했다는 겁니다.

<인터뷰> 황남원(경위/서울 성동경찰서 강력4팀) : “장애인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행동을 하면 일반인들은 손을 댈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사회적인 약자로 표현되는 장애인들의 갑질적인 횡포가 드러난 사건입니다. 따라서 경찰은 이런 유사한 사건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단속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상가소유주 이 모 씨와 장애인협회장 김 모 씨를 구속하고 장애인 21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한, 추가로 장애인 17명을 추적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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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예식장서 행패 부린 ‘장애인들’…이유는?
    • 입력 2016-11-24 08:39:01
    • 수정2016-11-24 09: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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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9월 서울의 한 예식장에서 촬영된 장면입니다.

결혼식이 열리는 예식장 로비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자동차를 몰고 나타났습니다.

이 사진은 며칠 뒤 모습입니다.

이번엔 로비 바닥에 현수막을 깔고 앉아 짜장면을 시켜 먹습니다.

이들은 한 협회 소속 장애인들인데 예식장의 영업을 방해하기 위해 일부러 이런 황당한 행동을 벌인 겁니다.

누군가에겐 평생에 더없이 소중한 결혼식일 텐데 왜 이런 일을 꾸민 걸까요?

알고 보니 예식상 업주가 월세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건물주가 장애인들을 동원해 행패를 부리게 한 겁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사건이 시작된 건, 지난 9월이었습니다.

하객들로 붐비는 예식장 로비에 뜬금없이 자동차 한 대가 세워져 있습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예식장 영업을 방해하기 위해 차를 몰고 예식장 로비로 들어온 겁니다.

당황한 직원들이 차를 빼라고 요구하자 급기야 무리 중 여성 한 명이 자동차 옆에 드러누워 목발을 휘두르며 악을 씁니다.

<녹취> 장애인 여성(음성변조) : “찍어. 너 내 다리 건드렸지. 이걸 왜 건드리는데.”

예식장에 들어와 소란을 피운 사람들은 한 협회 소속 장애인들이었습니다.

<녹취> 인근 상가 상인(음성변조) : “빼려고 하니까 장애인들이 거기에 붙어서 누워있고 그 사장은 끌어내고 그랬던 거 같은데...”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일주일 뒤 이번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나무로 만든 관을 가지고 예식장에 나타났습니다.

또 2주 뒤에는 아예 로비에 현수막을 내걸고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아 짜장면까지 먹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녹취> 예식장 직원(음성변조) : “여기 영업장이에요. 빨리 빼세요. 빨리. 말씀드렸습니다.”

예식장 직원들의 만류에 이들은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나옵니다.

<녹취> 장애인(음성변조) : “고발해. 맞았다고.”

장애인들의 방해로 엉망이 된 예식장.

예식장 측은 이 일로 결혼식 예약이 취소되고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쳐 1억 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고 말합니다.

도대체 장애인들은 왜 예식장에 난입해 영업을 방해했던 것일까?

알고 보니 건물주와 이 건물을 빌려 영업하는 예식장 업주 사이의 갈등이 원인이었습니다.

<녹취> 건물주 측 관계자(음성변조) : “상당 기간 임대(료)를 냈어요. 저희는 임대사업자인데.”

건물주 측은 예식장 업주가 갑자기 월세를 내지 않은 게 갈등의 발단이 됐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예식장 측은 이유가 있어 월세를 내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는데요.

예식장 업주는 2013년 10월쯤 이 건물을 빌려 인테리어를 한 뒤 예식장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영업을 시작한 지 1년 반이 지나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인터뷰> 황남원(경위/서울 성동경찰서 강력4팀) : “한 1년 반 정도 있다가 최초의 공매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그래서 임차인들이 확인해 본 결과 막대한, 과도한 채무가 있어서…….”

막대한 건물주의 빚 때문에 건물이 공매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상황에 놓인 겁니다.

상황이 이러자 예식장 측은 보증금 10억 원과 시설 투자비를 그대로 날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월세를 내지 않았다는 겁니다.

<녹취> 이상석(웨딩홀 변호인) : “(계약서에) 위험이 발생하거나 하면 임대 보증금에서 그 임대료를 공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서 보증금에서 공제됐기 때문에 임대료는 지급한 거라고 (봐야 합니다.)”

보증금 10억 원에서 건물주가 월세를 빼가면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해당 건물에 입점한 다른 상점들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봐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해당 건물 입점 상인(음성변조) : “은행에 이자도 못 내고 세금도 못 내고 임대료도 관리비도 못 내고 망한 건데 그러니까 보증금 돌려받을 방법이 없겠죠.”

갈등이 길어지면서 누적된 월세 미납액이 보증금을 넘어서게 됐고, 예식장 업주가 영업방해에 나선 겁니다.

취재진이 만난 다른 입점 상인은 건물주가 이전에도 월세를 내지 않은 다른 가게에 찾아가 영업을 방해한 적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해당 건물 입점 상인(음성변조) : “출입을 봉쇄한다고 써놓으면 고객들이 “여기 이거 문제 있네.” 거래처가 보더라도 “여기 문제 있나 보네.” 이런 압박이 있잖아요. 영업도 못 하고. 그런 심적인 압박을 줘서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쓰러지기도 하고...”

이번엔 규모가 큰 예식장의 영업을 방해하기 위해 단체를 동원한 겁니다.

<녹취> 황남원(경위/서울 성동경찰서) : “장애인을 동원한 사람은 그 지역 장애인 협회장이고요. 이 건물주는 장애인을 동원해서 임차인들을 내쫓기 위해서 수소문을 해서 만나게 된 사이입니다.”

건물주 측은 이 지역 장애인 협회장 김 모 씨와 만나 예식장 영업을 방해해주는 대가로 사무실을 공짜로 빌려주고 돈까지 주기로 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황남원(경위/서울 성동경찰서 강력 4팀) : “건물주가 장애인을 동원하는 조건으로 건물주 소유의 일부 상가를 무상으로 임대하고 현금 2천만 원을 건넨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건물주의 사주를 받은 장애인 협회장 김 씨는 단체 소속 장애인 40여 명을 동원해 예식장 로비로 자동차를 끌고 가고 관과 상복을 펼쳐 놓기까지 한 겁니다.

알고 보니, 김 씨가 소속 장애인들을 동원해 이권에 개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황남원(경위/서울 성동경찰서 강력4팀) : “장애인단체 회장은 전에도 재개발구역 건설현장에서 장애인들을 동원해서 그쪽에 업무방해를 하면서 함바식당 운영권을 요구한 적도 있었습니다. 특히 그런 행위를 해서 함바식당 운영권을 일부 받은 정황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상대가 장애인이라 함부로 제지할 수 없는 점을 악용했다는 겁니다.

<인터뷰> 황남원(경위/서울 성동경찰서 강력4팀) : “장애인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행동을 하면 일반인들은 손을 댈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사회적인 약자로 표현되는 장애인들의 갑질적인 횡포가 드러난 사건입니다. 따라서 경찰은 이런 유사한 사건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단속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상가소유주 이 모 씨와 장애인협회장 김 모 씨를 구속하고 장애인 21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한, 추가로 장애인 17명을 추적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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