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전화 개통하면 현금을”…광고의 진실은?

입력 2016.11.29 (08:32) 수정 2016.11.2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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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생활정보지나 인터넷에 보면 유독 이런 광고들이 많습니다.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즉시 현금을 주겠다는 내용인데요.

한 업체와 올린 비슷한 광고를 보고 돈이 급한 신용불량자나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직접 업체를 찾아갔습니다.

실제로 업체가 내건 조건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휴대전화를 개통해서 업체에 준 다음 3개월 동안 해당 번호를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는 겁니다.

돈이 급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업체에 건네고 한 대에 50만 원 정도를 받아 갔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참혹했습니다.

피해자들의 사연을 중심으로 사건을 재구성해 봤습니다.

<리포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25살 박 모 씨는 지난해 1월.

한창 돈에 쪼들렸습니다.

휴대전화 요금조차 밀려있을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이런 박 씨에게 그럴듯한 광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녹취> 박00(취업준비생/음성변조) : “급전 필요하신 분들 연락 달라면서 적어놨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연락이 처음에 닿았어요.”

박 씨는 광고에 적힌 전화번호로 얼른 연락했고 전화를 받은 업체는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습니다.

전화를 끊은 박 씨는 직접 해당 업체로 찾아갔는데요.

업체는 돈을 줄 테니 자신들의 요구사항 하나를 들어달라고 했습니다.

<녹취> 박00(취업준비생/음성변조) : “휴대폰을 개통해서 자기들한테 물건만 넘겨주면 한 대당 얼마를 주겠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수출해준다고. 개통만 딱 해주면 피해가 안 온다 이렇게 얘길 하더라고요. 전혀 돈 물어낼 것도 없고. ”

박 씨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3개월만 해지하지 말라는 간단한 조건이었습니다.

돈이 급했던 박 씨는 이 조건을 선뜻 받아들었습니다.

이후 박 씨는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 3대를 개통했고 업체는 그 대가로 400만 원을 건넸습니다.

그런데 석 달 뒤 휴대전화 요금명세서를 받은 박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휴대전화 요금이라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많은 금액이 적혀 있던 겁니다.

<녹취> 박00(취업준비생/음성변조) : “요금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나왔더라고요. 두 달째 나오고 알았어요. 3개월에 세어보니까 천만 원이 되더라고요.”

상상도 못 한 소액 결제 금액과 정보 이용료가 청구된 겁니다.

그런데 이 같은 일이 박 씨에게만 벌어진 게 아니었습니다.

기초수급자인 57살 강 모 씨도 비슷한 일은 겪었습니다.

강 씨는 쉽게 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고향 동생의 말을 듣고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됐는데요.

<녹취> 강00(기초생활수급자/음성변조) : “내가 글자를 아는 거 같으면 읽어보면 되는데 글자를 모르다 보니까 친구가 보이는 대로 하다보니까 2백만 원 받아서 소개비로 달라 해서 30만 원 줬습니다.”

강 씨에게 얼마 뒤에 청구된 휴대전화 요금도 박 씨에게 청구된 금액과 같았습니다.

<녹취> 강00(기초수급자/음성변조) : “지금 전부 다 따지면 천만 원 넘게 나왔어요. 휴대폰하고 인터넷하고.”

피해자들 대부분 휴대 전화를 유지하는 3개월 동안 일정 정도 요금이 나올 거라 생각은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금액을 물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녹취> 박00(취업준비생/음성변조) : “저도 돈 필요해서 한 건 맞는데 그렇게 똑바로 설명해줬으면 아무도 안 했을 거 같더라고요. 푼돈에 눈멀어서 괜히 잘못해서 더 큰돈을 물게 생겼더라고요. 많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경찰들이 계단을 올라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갑니다.

<녹취> 경찰 : “서울경찰청에서 나왔습니다. 하던 거 그만 하세요. 그거 내려놓으세요.”

<녹취> 경찰 : “손대지 말고 휴대폰 다 내려놔요.”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 모두 경찰에 체포되는데요.

<녹취> 경찰 : “사기 휴대폰 복제 및 전파법 위반, 컴퓨터 사용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사무실 안에는 족히 수백 대는 되어 보이는 휴대폰이 여기저기 쌓여있습니다.

박 씨와 강 씨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넘겨받은 문제의 업체입니다.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이들의 범행 수법이 드러났는데 예상보다 훨씬 치밀했습니다.

우선 이들은 인터넷 등에 광고를 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인터뷰> 장흥식(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경제적 생활능력이 없거나 급전이 필요하신 분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또는 신용불량자, 통신채무자등 가정주부도 포함되어 있었고요. 무자력자들이 대부분 찾아오셨습니다.”

광고를 보고 사람들이 찾아오면 그 사람의 명의로 최신 스마트폰을 개통하게 한 뒤 한 대에 약 50만 원 정도를 건넸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돈을 더 받기 위해 휴대전화를 최대 3대까지 개통했는데요.

피해자 560명이 개통한 휴대전화가 천 대가 넘었습니다.

이들은 건네받은 고급 스마트폰에 있는 고유 식별 번호를 값싼 중고휴대전화로 옮겼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스마트폰) 개통한 거로 IMEI(고유식별코드)를 다른 전화기에도 넣어서 그렇게(복제) 했죠."

고유 식별 번호란 분실이나 도난을 막기 위해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처럼 휴대전화에 개별적으로 부여한 번호를 말합니다.

일당이 중고 휴대전화에 고급 스마트폰의 고유번호를 옮기면, 서로 다른 기계지만 통신사는 같은 기기로 인식하는 복제 휴대전화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녹취> 장흥식(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코드값이 숫자 15자리로 돼 있기 때문에 단 두 번만 클릭해 단 몇 초 만에 복제가 이루어지는 손쉬운 프로그램입니다.”

일당은 피해자들로부터 건네받은 고급 스마트폰들은 장물업자에게 한 대에 70만 원에 팔아넘겨 약 4억 원에 달하는 돈을 챙긴 걸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범행은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자신들이 중고 휴대전화로 만든 복제 휴대전화로 소액 결제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 모바일 상품권을 닥치는 대로 사들인 겁니다.

이들이 이렇게 결제한 금액이 무려 10억 원에 달했습니다.

결국, 소액 결제대금 10억 원은 이들에게 속아 명의를 빌려준 피해자 560명의 휴대 전화 요금으로 청구됐습니다.

경찰은 검거된 일당 7명 중 총책 37살 김 모 씨를 구속하고 나머지 6명은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경찰은 비슷한 범죄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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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전화 개통하면 현금을”…광고의 진실은?
    • 입력 2016-11-29 08:34:58
    • 수정2016-11-29 09:13:57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생활정보지나 인터넷에 보면 유독 이런 광고들이 많습니다.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즉시 현금을 주겠다는 내용인데요.

한 업체와 올린 비슷한 광고를 보고 돈이 급한 신용불량자나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직접 업체를 찾아갔습니다.

실제로 업체가 내건 조건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휴대전화를 개통해서 업체에 준 다음 3개월 동안 해당 번호를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는 겁니다.

돈이 급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업체에 건네고 한 대에 50만 원 정도를 받아 갔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참혹했습니다.

피해자들의 사연을 중심으로 사건을 재구성해 봤습니다.

<리포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25살 박 모 씨는 지난해 1월.

한창 돈에 쪼들렸습니다.

휴대전화 요금조차 밀려있을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이런 박 씨에게 그럴듯한 광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녹취> 박00(취업준비생/음성변조) : “급전 필요하신 분들 연락 달라면서 적어놨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연락이 처음에 닿았어요.”

박 씨는 광고에 적힌 전화번호로 얼른 연락했고 전화를 받은 업체는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습니다.

전화를 끊은 박 씨는 직접 해당 업체로 찾아갔는데요.

업체는 돈을 줄 테니 자신들의 요구사항 하나를 들어달라고 했습니다.

<녹취> 박00(취업준비생/음성변조) : “휴대폰을 개통해서 자기들한테 물건만 넘겨주면 한 대당 얼마를 주겠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수출해준다고. 개통만 딱 해주면 피해가 안 온다 이렇게 얘길 하더라고요. 전혀 돈 물어낼 것도 없고. ”

박 씨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3개월만 해지하지 말라는 간단한 조건이었습니다.

돈이 급했던 박 씨는 이 조건을 선뜻 받아들었습니다.

이후 박 씨는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 3대를 개통했고 업체는 그 대가로 400만 원을 건넸습니다.

그런데 석 달 뒤 휴대전화 요금명세서를 받은 박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휴대전화 요금이라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많은 금액이 적혀 있던 겁니다.

<녹취> 박00(취업준비생/음성변조) : “요금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나왔더라고요. 두 달째 나오고 알았어요. 3개월에 세어보니까 천만 원이 되더라고요.”

상상도 못 한 소액 결제 금액과 정보 이용료가 청구된 겁니다.

그런데 이 같은 일이 박 씨에게만 벌어진 게 아니었습니다.

기초수급자인 57살 강 모 씨도 비슷한 일은 겪었습니다.

강 씨는 쉽게 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고향 동생의 말을 듣고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됐는데요.

<녹취> 강00(기초생활수급자/음성변조) : “내가 글자를 아는 거 같으면 읽어보면 되는데 글자를 모르다 보니까 친구가 보이는 대로 하다보니까 2백만 원 받아서 소개비로 달라 해서 30만 원 줬습니다.”

강 씨에게 얼마 뒤에 청구된 휴대전화 요금도 박 씨에게 청구된 금액과 같았습니다.

<녹취> 강00(기초수급자/음성변조) : “지금 전부 다 따지면 천만 원 넘게 나왔어요. 휴대폰하고 인터넷하고.”

피해자들 대부분 휴대 전화를 유지하는 3개월 동안 일정 정도 요금이 나올 거라 생각은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금액을 물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녹취> 박00(취업준비생/음성변조) : “저도 돈 필요해서 한 건 맞는데 그렇게 똑바로 설명해줬으면 아무도 안 했을 거 같더라고요. 푼돈에 눈멀어서 괜히 잘못해서 더 큰돈을 물게 생겼더라고요. 많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경찰들이 계단을 올라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갑니다.

<녹취> 경찰 : “서울경찰청에서 나왔습니다. 하던 거 그만 하세요. 그거 내려놓으세요.”

<녹취> 경찰 : “손대지 말고 휴대폰 다 내려놔요.”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 모두 경찰에 체포되는데요.

<녹취> 경찰 : “사기 휴대폰 복제 및 전파법 위반, 컴퓨터 사용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사무실 안에는 족히 수백 대는 되어 보이는 휴대폰이 여기저기 쌓여있습니다.

박 씨와 강 씨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넘겨받은 문제의 업체입니다.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이들의 범행 수법이 드러났는데 예상보다 훨씬 치밀했습니다.

우선 이들은 인터넷 등에 광고를 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인터뷰> 장흥식(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경제적 생활능력이 없거나 급전이 필요하신 분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또는 신용불량자, 통신채무자등 가정주부도 포함되어 있었고요. 무자력자들이 대부분 찾아오셨습니다.”

광고를 보고 사람들이 찾아오면 그 사람의 명의로 최신 스마트폰을 개통하게 한 뒤 한 대에 약 50만 원 정도를 건넸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돈을 더 받기 위해 휴대전화를 최대 3대까지 개통했는데요.

피해자 560명이 개통한 휴대전화가 천 대가 넘었습니다.

이들은 건네받은 고급 스마트폰에 있는 고유 식별 번호를 값싼 중고휴대전화로 옮겼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스마트폰) 개통한 거로 IMEI(고유식별코드)를 다른 전화기에도 넣어서 그렇게(복제) 했죠."

고유 식별 번호란 분실이나 도난을 막기 위해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처럼 휴대전화에 개별적으로 부여한 번호를 말합니다.

일당이 중고 휴대전화에 고급 스마트폰의 고유번호를 옮기면, 서로 다른 기계지만 통신사는 같은 기기로 인식하는 복제 휴대전화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녹취> 장흥식(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코드값이 숫자 15자리로 돼 있기 때문에 단 두 번만 클릭해 단 몇 초 만에 복제가 이루어지는 손쉬운 프로그램입니다.”

일당은 피해자들로부터 건네받은 고급 스마트폰들은 장물업자에게 한 대에 70만 원에 팔아넘겨 약 4억 원에 달하는 돈을 챙긴 걸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범행은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자신들이 중고 휴대전화로 만든 복제 휴대전화로 소액 결제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 모바일 상품권을 닥치는 대로 사들인 겁니다.

이들이 이렇게 결제한 금액이 무려 10억 원에 달했습니다.

결국, 소액 결제대금 10억 원은 이들에게 속아 명의를 빌려준 피해자 560명의 휴대 전화 요금으로 청구됐습니다.

경찰은 검거된 일당 7명 중 총책 37살 김 모 씨를 구속하고 나머지 6명은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경찰은 비슷한 범죄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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