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공포의 ‘살인 멧돼지’…농민 1명 사망

입력 2016.12.06 (08:33) 수정 2016.12.0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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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조용한 산골 마을에 살인 멧돼지가 나타나 마을 사람들이 공포에 떱니다.

2009년 개봉한 영화 차우의 한 장면입니다.

다른 동물도 아닌 멧돼지를 공포의 소재로 삼아 화제가 됐었는데요.

그런데 실제로 멧돼지 때문에 공포에 휩싸인 한 마을이 있습니다.

지난 3일 약초를 캐러 갔던 50대 남성이 멧돼지에게 공격을 당해 숨진 겁니다.

이 지역에선 지난해에도 주민 1명이 멧돼지 때문에 숨진 일이 벌어졌습니다.

2년 연속으로 멧돼지로 인한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마을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결국, 포획반이 꾸려져 살인 멧돼지 추격에 나섰는데요.

그 현장을 직접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3일 오후 119구급대로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녹취> 김동현(소방사/삼척소방서 가곡 119 지역대) : “멧돼지에 치였다고 지령이 내려왔고요. 배우자분이 신고하셨던 건이고요.”

홀로 야산에 올라간 남편이 멧돼지에게 치여 크게 다쳤다는 한 여성의 신고 전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대원들은 길도 없는 산길을 한참 동안 올라가서야 남편 김 씨를 찾을 수 있었는데요.

김 씨의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녹취> 김동현(소방사/삼척소방서 가곡 119 지역대) : “멧돼지가 다리 쪽을 박은 거 같아요. 그래서 그쪽에 상처가 보였고 혈압을 재봤더니 거의 쇼크 상태로 빠져있었고 이미 출혈이 엄청나게 많이 진행돼서 저희가 뭐 지혈을 한다고 해서 당장 소생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거든요.”

의식 없는 김 씨를 업고 다급하게 산에서 내려왔지만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김 씨는 결국 병원 이송 도중 과다 출혈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날 아침까지만 해도 건강한 모습이었다는 김 씨.

<녹취> 장옥분(마을 주민) : “바깥에 운동하러 나갔다가 차로 태백 간다 하면서 갔다 오는 거 봤어요. 태백 갔다가 집에 와서 산에 갔겠죠.”

평소처럼 야산에 약초를 캐러 간 게 김 씨의 마지막 모습일 줄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녹취> 윤00(마을 주민) : “(김 씨가) 산을 좋아해요. 줄기도 캐고 약초도 캐고 하여튼 겨울에 농사는 큰일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틈을 타서 많이 다녀요.”

수년 전부터 이 마을에는 수시로 멧돼지가 출몰했습니다.

이 때문에 멧돼지들이 애써 키운 농작물을 파헤치는 일도 자주 일어났다는데요.

<녹취> 김종태(마을 주민) : “강냉이 같은 거 심어 놓은 거 2년 전, 재작년 전에 심어놓은 걸 하룻밤에 싹 해서 가버렸더라고.”

<녹취> 윤00(마을 주민) : “집까지 내려와요. 내가 여기 옥수수 농사를 일 년에 백 접씩 하는데 몇 년 전만 해도 옥수수 한 개도 못 먹었어요. 다 (멧돼지에게) 잃어버리고. 한 번 내려왔다가 이러면 계속 내려오기 때문에 밤에 나가 지키고 이랬죠.”

불과 2년 전만 해도 멧돼지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저 성가신 존재였을 뿜었는데요.

1년 전 있었던 한 사건을 계기로 마을 사람들에게 멧돼지가 공포의 대상이 됐다고 합니다.

<녹취> 장옥분(마을 주민) : “작년에도 그랬지, 올해 또 그랬지. 그러니까 왜 이러나 싶은 거죠.”

지난해 12월에도 바로 옆 마을의 주민 2명이 산에서 멧돼지떼의 습격을 받아 이 중 1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녹취> 오00(목격자/음성변조) : "180kg 정도 되는 6마리가 그 사람을 공격하고 있었어요. 이미 사람은 부상이 돼서 출혈이 심하고……."

사건 이후 포획 작전을 펼쳐 모두 7마리의 멧돼지를 포획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올해 또다시 멧돼지로 인한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이 지역에서 유독 멧돼지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뭘까.

<녹취> 김흥찬(야생생물관리협회 삼척시지회장) : “ 개체 수가 많아서 그래요. 그리고 또 여기에는 뭐가 있느냐면 산양서식지에요. 그러니까 자꾸 개체 수가 늘어날 수밖에…….”

이 지역이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서식지라 수렵이 금지된 탓에 멧돼지의 개체 수 역시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겁니다.

멧돼지 때문에 주민들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녹취> 윤병00(마을 주민) : “밤나무는 가을 되면 밤송이 채취하고 이렇게 다녀야 하는데 이런 식이 되다 보니까 다닐 수가 없어요.”

<녹취> 심00(마을 주민) : “그전에는 숫자가 많지 않으니까 우리 다닐 때는 그렇게 겁나고 그러진 않았어요. 이제 안가지, 산에. 겁이 나서. 겁나서 다니지도 못해요. 날 저물면 못 다니고 가만히 있어요.”

삼척시는 어제 수색대를 꾸려 살인 멧돼지 포획에 나섰습니다.

그 현장을 제작진이 직접 다녀왔는데요.

<녹취> 김흥찬(야생생물관리협회 삼척시지회장) : “ 개가 3개 조예요. 사람도 3개 조. 개 위주로 해야 하니까. 그렇게 해서 3개 조로 해서 살인 멧돼지 추적을 오늘 해야 하는데 결과는 두고 봐야 하죠.”

지난 3일 사망 사고가 났던 현장을 중심으로 1km 근방을 수색하는 작전.

잠시 뒤 멧돼지의 흔적을 발견됐습니다.

<녹취> 김흥찬(야생동물관리협회속초지회장) : “이게 이제 돼지 먹이(찾은) 한 자리에요. 칡뿌리 파먹고 이러느라고 이렇게 팠잖아요. 그런데 이거는 여러 날 된 거예요.”

등산로가 아닌 험한 길을 따라 추적이 계속됩니다.

산길을 따라가기를 한참 또다시 멧돼지의 흔적이 수색대의 눈에 포착됩니다.

<녹취> 김기태(엽사) : “이게 지금 한 이틀, 하루 전에 다닌 통로예요. 평상시에 다니는 길이 있어요. 통로가. 그 이동 통로가 있단 말이야. 그 통로로 이동해서 양지로 붙었다가 음지로 넘어갔다가 이렇게 통로로 이동해서 다닌단 말이죠.”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 수색이 오후까지 계속됐지만,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멧돼지.

그런데 철수 시간이 임박했을 무렵 사냥개가 갑자기 어디론가 달려나갑니다.

<녹취> “돼지다, 돼지다!”

동시의 수색대의 움직임도 빨라지는데요.

잠시 후, 수색대가 끌고 나온 건 바로 거대한 멧돼지.

<녹취> 김시형(야생생물관리협회 삼척시지회) : “개가 추적해서 한 300m를 달려가서 제압해 놨죠. 붙잡아 놓은 걸 사람이 총을 갖고 쐈지요.”

그렇다면 이 멧돼지가 지난 3일 사람을 공격한 멧돼지가 맞는 걸까?

<녹취> 김흥찬(야생생물관리협회 삼척시지회장) : “ 크기가 약 100kg 정도. 그러면 한 150근. 좀 크다고 봐야죠. 이 정도는 사람 다치죠. 그 (살인) 돼지인지는 모르지만 그 무리가 아니겠냐……. 오늘 한 마리라도 포획했으니까 다소 좀 마음이 놓입니다.”

삼척시는 조만간 또 수색대를 꾸려 멧돼지 포획에 다시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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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6 08:39:21
    • 수정2016-12-06 09: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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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산골 마을에 살인 멧돼지가 나타나 마을 사람들이 공포에 떱니다.

2009년 개봉한 영화 차우의 한 장면입니다.

다른 동물도 아닌 멧돼지를 공포의 소재로 삼아 화제가 됐었는데요.

그런데 실제로 멧돼지 때문에 공포에 휩싸인 한 마을이 있습니다.

지난 3일 약초를 캐러 갔던 50대 남성이 멧돼지에게 공격을 당해 숨진 겁니다.

이 지역에선 지난해에도 주민 1명이 멧돼지 때문에 숨진 일이 벌어졌습니다.

2년 연속으로 멧돼지로 인한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마을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결국, 포획반이 꾸려져 살인 멧돼지 추격에 나섰는데요.

그 현장을 직접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3일 오후 119구급대로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녹취> 김동현(소방사/삼척소방서 가곡 119 지역대) : “멧돼지에 치였다고 지령이 내려왔고요. 배우자분이 신고하셨던 건이고요.”

홀로 야산에 올라간 남편이 멧돼지에게 치여 크게 다쳤다는 한 여성의 신고 전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대원들은 길도 없는 산길을 한참 동안 올라가서야 남편 김 씨를 찾을 수 있었는데요.

김 씨의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녹취> 김동현(소방사/삼척소방서 가곡 119 지역대) : “멧돼지가 다리 쪽을 박은 거 같아요. 그래서 그쪽에 상처가 보였고 혈압을 재봤더니 거의 쇼크 상태로 빠져있었고 이미 출혈이 엄청나게 많이 진행돼서 저희가 뭐 지혈을 한다고 해서 당장 소생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거든요.”

의식 없는 김 씨를 업고 다급하게 산에서 내려왔지만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김 씨는 결국 병원 이송 도중 과다 출혈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날 아침까지만 해도 건강한 모습이었다는 김 씨.

<녹취> 장옥분(마을 주민) : “바깥에 운동하러 나갔다가 차로 태백 간다 하면서 갔다 오는 거 봤어요. 태백 갔다가 집에 와서 산에 갔겠죠.”

평소처럼 야산에 약초를 캐러 간 게 김 씨의 마지막 모습일 줄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녹취> 윤00(마을 주민) : “(김 씨가) 산을 좋아해요. 줄기도 캐고 약초도 캐고 하여튼 겨울에 농사는 큰일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틈을 타서 많이 다녀요.”

수년 전부터 이 마을에는 수시로 멧돼지가 출몰했습니다.

이 때문에 멧돼지들이 애써 키운 농작물을 파헤치는 일도 자주 일어났다는데요.

<녹취> 김종태(마을 주민) : “강냉이 같은 거 심어 놓은 거 2년 전, 재작년 전에 심어놓은 걸 하룻밤에 싹 해서 가버렸더라고.”

<녹취> 윤00(마을 주민) : “집까지 내려와요. 내가 여기 옥수수 농사를 일 년에 백 접씩 하는데 몇 년 전만 해도 옥수수 한 개도 못 먹었어요. 다 (멧돼지에게) 잃어버리고. 한 번 내려왔다가 이러면 계속 내려오기 때문에 밤에 나가 지키고 이랬죠.”

불과 2년 전만 해도 멧돼지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저 성가신 존재였을 뿜었는데요.

1년 전 있었던 한 사건을 계기로 마을 사람들에게 멧돼지가 공포의 대상이 됐다고 합니다.

<녹취> 장옥분(마을 주민) : “작년에도 그랬지, 올해 또 그랬지. 그러니까 왜 이러나 싶은 거죠.”

지난해 12월에도 바로 옆 마을의 주민 2명이 산에서 멧돼지떼의 습격을 받아 이 중 1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녹취> 오00(목격자/음성변조) : "180kg 정도 되는 6마리가 그 사람을 공격하고 있었어요. 이미 사람은 부상이 돼서 출혈이 심하고……."

사건 이후 포획 작전을 펼쳐 모두 7마리의 멧돼지를 포획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올해 또다시 멧돼지로 인한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이 지역에서 유독 멧돼지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뭘까.

<녹취> 김흥찬(야생생물관리협회 삼척시지회장) : “ 개체 수가 많아서 그래요. 그리고 또 여기에는 뭐가 있느냐면 산양서식지에요. 그러니까 자꾸 개체 수가 늘어날 수밖에…….”

이 지역이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서식지라 수렵이 금지된 탓에 멧돼지의 개체 수 역시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겁니다.

멧돼지 때문에 주민들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녹취> 윤병00(마을 주민) : “밤나무는 가을 되면 밤송이 채취하고 이렇게 다녀야 하는데 이런 식이 되다 보니까 다닐 수가 없어요.”

<녹취> 심00(마을 주민) : “그전에는 숫자가 많지 않으니까 우리 다닐 때는 그렇게 겁나고 그러진 않았어요. 이제 안가지, 산에. 겁이 나서. 겁나서 다니지도 못해요. 날 저물면 못 다니고 가만히 있어요.”

삼척시는 어제 수색대를 꾸려 살인 멧돼지 포획에 나섰습니다.

그 현장을 제작진이 직접 다녀왔는데요.

<녹취> 김흥찬(야생생물관리협회 삼척시지회장) : “ 개가 3개 조예요. 사람도 3개 조. 개 위주로 해야 하니까. 그렇게 해서 3개 조로 해서 살인 멧돼지 추적을 오늘 해야 하는데 결과는 두고 봐야 하죠.”

지난 3일 사망 사고가 났던 현장을 중심으로 1km 근방을 수색하는 작전.

잠시 뒤 멧돼지의 흔적을 발견됐습니다.

<녹취> 김흥찬(야생동물관리협회속초지회장) : “이게 이제 돼지 먹이(찾은) 한 자리에요. 칡뿌리 파먹고 이러느라고 이렇게 팠잖아요. 그런데 이거는 여러 날 된 거예요.”

등산로가 아닌 험한 길을 따라 추적이 계속됩니다.

산길을 따라가기를 한참 또다시 멧돼지의 흔적이 수색대의 눈에 포착됩니다.

<녹취> 김기태(엽사) : “이게 지금 한 이틀, 하루 전에 다닌 통로예요. 평상시에 다니는 길이 있어요. 통로가. 그 이동 통로가 있단 말이야. 그 통로로 이동해서 양지로 붙었다가 음지로 넘어갔다가 이렇게 통로로 이동해서 다닌단 말이죠.”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 수색이 오후까지 계속됐지만,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멧돼지.

그런데 철수 시간이 임박했을 무렵 사냥개가 갑자기 어디론가 달려나갑니다.

<녹취> “돼지다, 돼지다!”

동시의 수색대의 움직임도 빨라지는데요.

잠시 후, 수색대가 끌고 나온 건 바로 거대한 멧돼지.

<녹취> 김시형(야생생물관리협회 삼척시지회) : “개가 추적해서 한 300m를 달려가서 제압해 놨죠. 붙잡아 놓은 걸 사람이 총을 갖고 쐈지요.”

그렇다면 이 멧돼지가 지난 3일 사람을 공격한 멧돼지가 맞는 걸까?

<녹취> 김흥찬(야생생물관리협회 삼척시지회장) : “ 크기가 약 100kg 정도. 그러면 한 150근. 좀 크다고 봐야죠. 이 정도는 사람 다치죠. 그 (살인) 돼지인지는 모르지만 그 무리가 아니겠냐……. 오늘 한 마리라도 포획했으니까 다소 좀 마음이 놓입니다.”

삼척시는 조만간 또 수색대를 꾸려 멧돼지 포획에 다시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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