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北 공관 외화벌이 폴란드 현지 취재

입력 2016.12.30 (06:43) 수정 2016.12.30 (08:4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동유럽의 폴란드는 김정일의 이복동생인 김평일이 오랜기간 대사를 지낼 정도로 과거 북한과 각별한 관계였는데요.

지금은 북한 공관이 불법 외화벌이를 하고 북한 노동자들이 중노동을 하는 곳이 되고 있습니다.

현장을 취재한 허효진 기자 나와있습니다.

<질문>
허 기자, 북한 대사관이 건물을 폴란드 업체에 임대해 주고 있었다고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폴란드 주재 북한 대사관은 수도 바르샤바 중심지에 있는데요.

축구장 두배 넓이의 꽤 큰 부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건물도 3동이나 되는데요. 원래 대사관 직원들이 사용했던 중앙 건물은 식당과 광고회사 등 폴란드 업체 10여개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지상 2층짜리 건물도 폴란드인이 입주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3개 중 2개 건물을임대해 준겁니다.

<질문>
대사관을 상업적인 공간에 임대해 준다는 것. 이게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요.

<답변>
네. 우선 외교 공관을 영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비엔나 협약 위반이고요.

또 북한의 9월 5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제재 결의 2321호에도 금지가 돼 있거든요.

그런데 대사관은 치외법권 지역이다 북한 땅에서 장사하는건 북한 마음이다 북한은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폴란드에 있는 북한 대사관은 이런 불법 임대업으로 한해 미화 3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질문>
북한이 폴란드에서 다른 외화벌이도 하고 있을거 같은데요?

폴란드에서 어떤 노동자들을 만났습니까?

<답변>
제가 직접 만난 노동자들은 거대한 토마토 농장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었는데요.

이 토마토농장에는 100명이 넘는 북한 여성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주일에 한두시간 외출할 때를 제외하고는 농장 안에서 1주에 70시간 넘게 일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손에 쥐는 돈은 9만원에 불과해 폴란드 최저임금의 7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북한 여성들이 외출할 때 인근 마트에서 어렵게 만났는데요.

근무시간 같은 질문에는 대답을 안하고 폴란드에 오고 싶어서 왔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미리 교육을 받은 듯 했는데 다른 eu국가로 일하러 떠난 폴란드 노동자의 자리를 채우며 먼 타국에서 저임금 중노동을 하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질문>
올들어 북한의 핵도발이 잇따르자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제재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북한의 외화벌이 지장이 없다고 봐야 하는건가요?

<답변>
아닙니다. 폴란드 현지를 취재하면서 제재의 효과를 그래도 어느정도 목격할 수 있었는데요.

북한과 폴란드가 함께 세운 해운회사가 사실상 철수 수순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조선 그러니까 북한과 폴란드의 앞자를 딴 조폴이란 회사인데요.

이 회사가 소유한 선박이 불법 무기를 운송한 혐의로 유엔 제재 목록에 올랐던데다 조폴도 미국의 독자제재에 따라 자산이 동결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또, 조선소에도 제재의 영향이 미쳤는데요.

노르웨이 선박 수주사가 조선소의 북한 노동자 고용을 문제 삼아서 지난 8월부터 더이상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겠다고 한 겁니다.

이에 따라 북한 노동자들은 바르샤바 건설현장이나 대형 조선소들을 떠나 지방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 1월부터는 북한 노동자에 대해 신규 비자를 단 한건도 발급해주지 않았다고 밝히는 등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질문>
취재 뒷이야기 좀 들어볼까요.

아까 북한 대사관 이야기로 돌아가서 북한 대사관은 사실상 북한 땅이잖아요.

무섭지는 않던가요?

<답변>
저도 처음에는 북한 대사관 건물 안에 들어가도 되나, 잡히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외법권 지역이고 사실상 북한 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사관 앞을 가보니까 사람들이 북한 대사관 안 식당이나 다른 곳들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일단 취재를 시도했고 관계자들의 입장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질문>
북한측 반응이 상당히 예민했다면서요?

<답변>
폴란드는 이제 유럽연합에서 북한이 노동자를 송출하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그래서 유럽 언론에서 북한 노동자의 노예노동 실태를 여러번 짚었거든요.

그래선지 북한 대사관이나 노동자들이 상당히 예민해져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극도로 피하고 질문하기가 힘든 상황들이 이어져서 취재하기가 어려웠지만, 그런만큼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폴란드의 북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실상을 알리는 보람은 더 컸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北 공관 외화벌이 폴란드 현지 취재
    • 입력 2016-12-30 06:45:25
    • 수정2016-12-30 08:41:47
    뉴스광장 1부
<앵커 멘트>

동유럽의 폴란드는 김정일의 이복동생인 김평일이 오랜기간 대사를 지낼 정도로 과거 북한과 각별한 관계였는데요.

지금은 북한 공관이 불법 외화벌이를 하고 북한 노동자들이 중노동을 하는 곳이 되고 있습니다.

현장을 취재한 허효진 기자 나와있습니다.

<질문>
허 기자, 북한 대사관이 건물을 폴란드 업체에 임대해 주고 있었다고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폴란드 주재 북한 대사관은 수도 바르샤바 중심지에 있는데요.

축구장 두배 넓이의 꽤 큰 부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건물도 3동이나 되는데요. 원래 대사관 직원들이 사용했던 중앙 건물은 식당과 광고회사 등 폴란드 업체 10여개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지상 2층짜리 건물도 폴란드인이 입주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3개 중 2개 건물을임대해 준겁니다.

<질문>
대사관을 상업적인 공간에 임대해 준다는 것. 이게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요.

<답변>
네. 우선 외교 공관을 영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비엔나 협약 위반이고요.

또 북한의 9월 5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제재 결의 2321호에도 금지가 돼 있거든요.

그런데 대사관은 치외법권 지역이다 북한 땅에서 장사하는건 북한 마음이다 북한은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폴란드에 있는 북한 대사관은 이런 불법 임대업으로 한해 미화 3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질문>
북한이 폴란드에서 다른 외화벌이도 하고 있을거 같은데요?

폴란드에서 어떤 노동자들을 만났습니까?

<답변>
제가 직접 만난 노동자들은 거대한 토마토 농장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었는데요.

이 토마토농장에는 100명이 넘는 북한 여성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주일에 한두시간 외출할 때를 제외하고는 농장 안에서 1주에 70시간 넘게 일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손에 쥐는 돈은 9만원에 불과해 폴란드 최저임금의 7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북한 여성들이 외출할 때 인근 마트에서 어렵게 만났는데요.

근무시간 같은 질문에는 대답을 안하고 폴란드에 오고 싶어서 왔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미리 교육을 받은 듯 했는데 다른 eu국가로 일하러 떠난 폴란드 노동자의 자리를 채우며 먼 타국에서 저임금 중노동을 하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질문>
올들어 북한의 핵도발이 잇따르자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제재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북한의 외화벌이 지장이 없다고 봐야 하는건가요?

<답변>
아닙니다. 폴란드 현지를 취재하면서 제재의 효과를 그래도 어느정도 목격할 수 있었는데요.

북한과 폴란드가 함께 세운 해운회사가 사실상 철수 수순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조선 그러니까 북한과 폴란드의 앞자를 딴 조폴이란 회사인데요.

이 회사가 소유한 선박이 불법 무기를 운송한 혐의로 유엔 제재 목록에 올랐던데다 조폴도 미국의 독자제재에 따라 자산이 동결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또, 조선소에도 제재의 영향이 미쳤는데요.

노르웨이 선박 수주사가 조선소의 북한 노동자 고용을 문제 삼아서 지난 8월부터 더이상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겠다고 한 겁니다.

이에 따라 북한 노동자들은 바르샤바 건설현장이나 대형 조선소들을 떠나 지방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 1월부터는 북한 노동자에 대해 신규 비자를 단 한건도 발급해주지 않았다고 밝히는 등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질문>
취재 뒷이야기 좀 들어볼까요.

아까 북한 대사관 이야기로 돌아가서 북한 대사관은 사실상 북한 땅이잖아요.

무섭지는 않던가요?

<답변>
저도 처음에는 북한 대사관 건물 안에 들어가도 되나, 잡히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외법권 지역이고 사실상 북한 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사관 앞을 가보니까 사람들이 북한 대사관 안 식당이나 다른 곳들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일단 취재를 시도했고 관계자들의 입장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질문>
북한측 반응이 상당히 예민했다면서요?

<답변>
폴란드는 이제 유럽연합에서 북한이 노동자를 송출하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그래서 유럽 언론에서 북한 노동자의 노예노동 실태를 여러번 짚었거든요.

그래선지 북한 대사관이나 노동자들이 상당히 예민해져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극도로 피하고 질문하기가 힘든 상황들이 이어져서 취재하기가 어려웠지만, 그런만큼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폴란드의 북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실상을 알리는 보람은 더 컸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