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가스 검침 왔어요”…이사하는 집에서 ‘슬쩍’

입력 2017.01.03 (08:34) 수정 2017.01.0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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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사하는 날이면 챙길 것도 많고 신경 쓸 일도 많아 참 정신이 없죠.

이런 틈을 노려 금품을 훔쳐 온 절도범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절도범은 유독 의상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요.

이렇게 헬멧을 쓰고 조끼를 입고 허리춤엔 카드 단말기까지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리고선 이사 중인 집에 뻔뻔하게 들어가 물건을 들고 나왔는데, 주변 사람들에겐 가스 검침을 나왔다 또 물건을 배달왔다 이렇게 둘러댔습니다.

무려 10개월 동안 범행이 계속됐는데 전세자금 1억 6천만 원이 든 손가방까지 훔쳤습니다.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주택가 골목에 이삿짐 트럭 한 대가 들어와 있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한 남성이 트럭에서 가방 하나를 들고 황급히 사라집니다.

이날 이사를 온 대학생 고 모 씨의 가방이었습니다.

<녹취> 고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노트북하고 지갑하고 시계 같은 것들. 중요한 제 개인적인 물건들을 이제 이사한다고 가방에 다 집어넣었거든요. 한 번에.”

분주한 이삿날.

함부로 다루면 망가질 위험이 있는 노트북과 외장 하드를 이삿짐과 분리해 따로 가방에 모아 두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 그만 도둑을 맞은 겁니다.

<녹취> 고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바로 이사를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중요한 물건부터 넣었을 텐데, 전에 살던 분들 (짐)이 다 안 빠진 거예요. 기다리고 있다가 그렇게 됐어요.”

가방이 사라진 걸 깨달은 건 이삿짐을 모두 옮긴 뒤였습니다.

그렇다면 가방을 가져간 남자는 대체 누굴까?

<녹취> 고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이사한 그 날따라 다른 분들이 많이 왔다 갔다 했어요. 폐기물 처리하시는 분이 와서 폐기물 신청하지 않았느냐고 (하고) 처음에 그분을 의심하기도 했는데 다른 집에서 치우고 계시더라고요.”

이사를 도와주시는 분들을 의심까지 했던 고 씨.

더욱이 사라진 노트북은 고 씨에게 남다른 물건이었습니다.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잃어버린 노트북에 시험과 관련된 모든 자료가 들어있었던 건데요.

고 씨는 다급한 마음에 주변 상가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CCTV를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한 영상에서 낯이 익은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녹취> 고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그 사람을 의심도 하지 않았거든요. 직접 눈앞에서 마주치기까지 했는데 헬멧도 쓰고 있었고, 조끼 같은 걸 입고 있었거든요. 허리춤에 계산하는 기계도 차고 있었어요. 그때는 그냥 배달원인 줄 알았어요. 다른 집에 오는…….”

평범한 배달원 차림이라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남성이었는데요.

그런데 CCTV에 남성의 황당한 행동이 고스란히 포착됐습니다.

고 씨의 이삿짐 트럭이 골목에 들어오자 오토바이를 타고 접근하더니 트럭 주변과 건물 앞을 기웃거립니다.

한참을 배회하던 남성은 사람들이 자리를 비운 틈에 트럭 조수석에 있던 고 씨의 가방을 들고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경찰은 CCTV 영상을 토대로 수사를 벌여 지난달 29일 57살 김 모 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녹취> 심무송(일산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피의자는 34번에 걸쳐서 이사하는 집만 노려서 이삿짐센터나 이사하는 분의 손가방, 소지품, 휴대폰 이런 물건들을 훔쳤고요.”

이사를 하느라 주변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진 집만 골라 범행을 저질렀다는 겁니다.

김 씨는 이사를 하는 집 안에 직접 들어가 물건을 훔쳐 나올 정도로 범행 수법이 대담했는데요.

김 씨에겐 믿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녹취> 심무송(일산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피의자가) 준비했던 말이 “에어컨 기사입니다.” 뭐 “케이블 기사입니다.”, “가스 검침원입니다.” 그렇게 말하면 의심하지 않고 자기들 일을 열심히 보기 때문에 자기 나름의 가장을 한 거라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이사하는 집에 비교적 출입이 자유로운 가스검침원이나 에어컨 기사 행세를 했다는 겁니다.

조끼 차림에 허리춤에 가방을 메고 고장이 난 카드 단말기까지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등 복장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겁니다.

<녹취> 심무송(일산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훔친 물건들 대부분은 손에 들고 나오기 좋은 작은 물건들입니다. 휴대전화나 지갑, 지갑이나 귀중품이 들어있는 손가방. 이런 것만 들고 나왔는데…….”

전세 자금 1억 6천만 원이 들어있는 손가방이 사라져 당장 계약을 해야 할 피해자가 난처한 상황에 놓이는가 하면, 일당을 벌기 위해 나온 이삿짐센터 직원의 소지품에도 손을 댔습니다.

지난해 3월 1일 최초 신고가 들어온 이후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무려 34차례나 신고가 접수됐지만 김 씨를 추적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범행 장소가 서울과 경기도 일대로 광범위해 동일범 여부를 파악하는데도 경찰들이 어려움을 겪은 겁니다.

<녹취> 심무송(일산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범행했던 장소들을 보면 신기하게도 고가 주택이라든지 아파트는 전혀 없이 다 길가에 노출된 다세대주택, 원룸 이런 곳에서만 범행했습니다.”

김 씨는 또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미리 CCTV나 방범용 카메라가 적은 지역을 범행 장소고 골랐고, 게다가 훔친 물건도 선별적으로 사용해 경찰의 추적을 피했습니다.

<녹취> 심무송(일산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피의자는 수표를 훔친다든지 카드를 훔친다든지 했을 때는 사용을 안 했어요.”

심지어 매번 자신의 복장과 헬멧 오토바이의 번호판까지 바꿔가며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던 겁니다.

<녹취> 심무송(일산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범인을 검거하는 현장에서 오토바이 헬멧이 색깔이라든지 종류를 달리해서 8개나 발견이 됐고요. 그다음에 카드 단말기, 고장 난 카드 단말기, 조끼, 훔친 번호판 이게 아주 진열이 잘 되어 있었어요.”

범행에 사용됐던 도구들을 마치 진열하듯 보관했던 김 씨.

그는 어떻게 이삿짐을 노리게 될 걸까.

<녹취> 심무송(일산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전에도 같은 수법의 범행을 저지르다가 체포가 돼서 교도소까지 드나들었던 그런 전력이 있는 친구입니다. 자기 나름 연구해 본 결과 이사하는 집에는 이런 사람들이 드나들 수밖에 없고, 사람들의 의심을 가장 적게 산다. (판단한 것이죠.)”

별다른 직업을 구할 수 없어 또다시 범행의 길에 들어섰다는 김 씨.

그의 치밀했던 위장 절도극은 10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경찰은 김 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추가 범행 여부를 수사할 방침입니다.

경찰은 또 이사하는 날은 주의력이 분산되는 만큼 현금과 귀중품 등을 안전한 곳에 따로 보관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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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가스 검침 왔어요”…이사하는 집에서 ‘슬쩍’
    • 입력 2017-01-03 08:35:53
    • 수정2017-01-03 08: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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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사하는 날이면 챙길 것도 많고 신경 쓸 일도 많아 참 정신이 없죠.

이런 틈을 노려 금품을 훔쳐 온 절도범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절도범은 유독 의상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요.

이렇게 헬멧을 쓰고 조끼를 입고 허리춤엔 카드 단말기까지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리고선 이사 중인 집에 뻔뻔하게 들어가 물건을 들고 나왔는데, 주변 사람들에겐 가스 검침을 나왔다 또 물건을 배달왔다 이렇게 둘러댔습니다.

무려 10개월 동안 범행이 계속됐는데 전세자금 1억 6천만 원이 든 손가방까지 훔쳤습니다.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주택가 골목에 이삿짐 트럭 한 대가 들어와 있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한 남성이 트럭에서 가방 하나를 들고 황급히 사라집니다.

이날 이사를 온 대학생 고 모 씨의 가방이었습니다.

<녹취> 고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노트북하고 지갑하고 시계 같은 것들. 중요한 제 개인적인 물건들을 이제 이사한다고 가방에 다 집어넣었거든요. 한 번에.”

분주한 이삿날.

함부로 다루면 망가질 위험이 있는 노트북과 외장 하드를 이삿짐과 분리해 따로 가방에 모아 두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 그만 도둑을 맞은 겁니다.

<녹취> 고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바로 이사를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중요한 물건부터 넣었을 텐데, 전에 살던 분들 (짐)이 다 안 빠진 거예요. 기다리고 있다가 그렇게 됐어요.”

가방이 사라진 걸 깨달은 건 이삿짐을 모두 옮긴 뒤였습니다.

그렇다면 가방을 가져간 남자는 대체 누굴까?

<녹취> 고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이사한 그 날따라 다른 분들이 많이 왔다 갔다 했어요. 폐기물 처리하시는 분이 와서 폐기물 신청하지 않았느냐고 (하고) 처음에 그분을 의심하기도 했는데 다른 집에서 치우고 계시더라고요.”

이사를 도와주시는 분들을 의심까지 했던 고 씨.

더욱이 사라진 노트북은 고 씨에게 남다른 물건이었습니다.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잃어버린 노트북에 시험과 관련된 모든 자료가 들어있었던 건데요.

고 씨는 다급한 마음에 주변 상가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CCTV를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한 영상에서 낯이 익은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녹취> 고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그 사람을 의심도 하지 않았거든요. 직접 눈앞에서 마주치기까지 했는데 헬멧도 쓰고 있었고, 조끼 같은 걸 입고 있었거든요. 허리춤에 계산하는 기계도 차고 있었어요. 그때는 그냥 배달원인 줄 알았어요. 다른 집에 오는…….”

평범한 배달원 차림이라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남성이었는데요.

그런데 CCTV에 남성의 황당한 행동이 고스란히 포착됐습니다.

고 씨의 이삿짐 트럭이 골목에 들어오자 오토바이를 타고 접근하더니 트럭 주변과 건물 앞을 기웃거립니다.

한참을 배회하던 남성은 사람들이 자리를 비운 틈에 트럭 조수석에 있던 고 씨의 가방을 들고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경찰은 CCTV 영상을 토대로 수사를 벌여 지난달 29일 57살 김 모 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녹취> 심무송(일산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피의자는 34번에 걸쳐서 이사하는 집만 노려서 이삿짐센터나 이사하는 분의 손가방, 소지품, 휴대폰 이런 물건들을 훔쳤고요.”

이사를 하느라 주변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진 집만 골라 범행을 저질렀다는 겁니다.

김 씨는 이사를 하는 집 안에 직접 들어가 물건을 훔쳐 나올 정도로 범행 수법이 대담했는데요.

김 씨에겐 믿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녹취> 심무송(일산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피의자가) 준비했던 말이 “에어컨 기사입니다.” 뭐 “케이블 기사입니다.”, “가스 검침원입니다.” 그렇게 말하면 의심하지 않고 자기들 일을 열심히 보기 때문에 자기 나름의 가장을 한 거라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이사하는 집에 비교적 출입이 자유로운 가스검침원이나 에어컨 기사 행세를 했다는 겁니다.

조끼 차림에 허리춤에 가방을 메고 고장이 난 카드 단말기까지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등 복장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겁니다.

<녹취> 심무송(일산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훔친 물건들 대부분은 손에 들고 나오기 좋은 작은 물건들입니다. 휴대전화나 지갑, 지갑이나 귀중품이 들어있는 손가방. 이런 것만 들고 나왔는데…….”

전세 자금 1억 6천만 원이 들어있는 손가방이 사라져 당장 계약을 해야 할 피해자가 난처한 상황에 놓이는가 하면, 일당을 벌기 위해 나온 이삿짐센터 직원의 소지품에도 손을 댔습니다.

지난해 3월 1일 최초 신고가 들어온 이후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무려 34차례나 신고가 접수됐지만 김 씨를 추적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범행 장소가 서울과 경기도 일대로 광범위해 동일범 여부를 파악하는데도 경찰들이 어려움을 겪은 겁니다.

<녹취> 심무송(일산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범행했던 장소들을 보면 신기하게도 고가 주택이라든지 아파트는 전혀 없이 다 길가에 노출된 다세대주택, 원룸 이런 곳에서만 범행했습니다.”

김 씨는 또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미리 CCTV나 방범용 카메라가 적은 지역을 범행 장소고 골랐고, 게다가 훔친 물건도 선별적으로 사용해 경찰의 추적을 피했습니다.

<녹취> 심무송(일산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피의자는 수표를 훔친다든지 카드를 훔친다든지 했을 때는 사용을 안 했어요.”

심지어 매번 자신의 복장과 헬멧 오토바이의 번호판까지 바꿔가며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던 겁니다.

<녹취> 심무송(일산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범인을 검거하는 현장에서 오토바이 헬멧이 색깔이라든지 종류를 달리해서 8개나 발견이 됐고요. 그다음에 카드 단말기, 고장 난 카드 단말기, 조끼, 훔친 번호판 이게 아주 진열이 잘 되어 있었어요.”

범행에 사용됐던 도구들을 마치 진열하듯 보관했던 김 씨.

그는 어떻게 이삿짐을 노리게 될 걸까.

<녹취> 심무송(일산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전에도 같은 수법의 범행을 저지르다가 체포가 돼서 교도소까지 드나들었던 그런 전력이 있는 친구입니다. 자기 나름 연구해 본 결과 이사하는 집에는 이런 사람들이 드나들 수밖에 없고, 사람들의 의심을 가장 적게 산다. (판단한 것이죠.)”

별다른 직업을 구할 수 없어 또다시 범행의 길에 들어섰다는 김 씨.

그의 치밀했던 위장 절도극은 10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경찰은 김 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추가 범행 여부를 수사할 방침입니다.

경찰은 또 이사하는 날은 주의력이 분산되는 만큼 현금과 귀중품 등을 안전한 곳에 따로 보관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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