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20대 女 상대 ‘사진’ 협박…‘불법 대부업자’ 구속

입력 2017.01.18 (08:34) 수정 2017.01.1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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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폐를 펼쳐들고 정면을 응시하는 20대 여성들.

돈을 들고 있다는 것이 특이할 뿐 평범한 사진으로 보이는데요.

알고보니, 이 돈은 사채 업자에게 빌린 돈이었고 이 사진은 그 담보물이었습니다.

나름의 사정으로 사채를 써야했던 20대들에겐 다른 어떤 협박보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때문에 이들은 불법대부업체로부터 적게는 300%에서 최고 1000% 달하는 터무니없는 이자를 내고, 사채업자들의 협박에도 숨죽여야했습니다.

이렇게 20대를 대상으로 담보대신 사진을 찍어 협박한 20대 사채업자 2명이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한 건물의 복도 폐쇄회로 영상입니다.

두 남성이, 복도 끝 집으로 향하더니 집에서 짐을 하나씩 꺼내와 모아놓습니다.

잠시 후, 이 남성들은 물건을 들고 사라집니다.

언뜻 보면, 이삿짐이라도 옮기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알고 보니 이 두 남성은 사채업자였습니다.

<인터뷰> 진민수(부산동래경찰서 지능팀 경위) : “여성 채무자가 대부금을 연체하게 되자 그 주거지를 방문해서 집안에 있는 의류들을 가지고 나오면서 주거지에 있는 옷 한 벌하고 구두 두 켤레만 남겨놓고 나중에 대부금을 변제하면 돌려주겠다고…….”

경찰이 악질적인 사채업자가 있다는 제보를 받은 건 지난 12월.

연락을 취해온 피해자는 혹시나 보복을 당하진 않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장기성(부산동래경찰서 지능팀 팀장) : “후환이 두려워서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서 신고를 제대로 못 하는 거죠. 우리도 이 사건을 (수사)할 때는 피해자 한 사람으로부터 제보를 받고 사건이 진행된 겁니다.”

제보를 받은 경찰은 피해자와 만나는 현장을 급습, 이 모씨와 강 모씨를 검거했습니다.

<녹취> 경찰 : “대부업 위반으로 해서 아까 그 현장에서 체포됐고 변호사 선임할 수 있고…….”

22살 동갑내기였던 이들은 원룸에 컴퓨터를 두고, 무허가 대부업 사무실을 차립니다.

이들은 전단지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출받을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주로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고객이었습니다.

<인터뷰> 장기성(부산동래경찰서 지능팀장) :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는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거나 돈을 융통하기가 힘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주로 이용을 하게 되고 특히 여성들을 상대로 한 것은 협박이나 이런 것들이 잘 먹히고 회수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봅니다.”

경제적 능력도, 대출 경험도 없는 20대 여성들은 업자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불법 사채에 발을 들였습니다.

잠깐만 쓰고 쉽게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진 격이었습니다.

매일 조금씩 이자를 갚아나갔지만 원금은 줄어들 기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장기성(부산동래경찰서 지능팀장) : “예를 들어서 100만 원을 빌리면 선이자 20%, 20만 원을 뗍니다. 그리고 80만 원을 실제로 받는데 매일 만 원씩 해서 120만 원 정도를 갚게 되는 거죠.”

선이자를 미리 떼고도 매일 얼마씩을 갚는 방법으로 업자들은 적게는 연 300%에서 많게는 1000%에 이르는 이자를 받아 챙겼습니다.

현재, 법정 제한 이자율은 대부업체의 경우 연 27.9%, 무등록 대부업체는 연 25% 이하인데요.

터무니 없이 높은 이자를 받아온 겁니다.

피해자들은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이자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던 걸까?

돈을 빌려주면서 업자들이 채무자들에게 담보로 요구한 건, 특이하게도 사진이었습니다.

<인터뷰> 장기성(부산동래경찰서 지능팀장) : “대부분 만나서 어디에서 만나자 해서 커피숍에서 만나서 주로 돈은 차 안에서 빌려주고 차 안에서 이렇게 돈 들고 사진을 찍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미변제 시 인터넷에 유포하겠다. SNS에 유포하겠다. 협박해서 회수를 하는 그런 (수법이죠.)”

불법 사채업자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주로 차안에서 사진을 찍었고, 이자가 늦어지거나 하면 이 사진을 빌미로, 협박을 일삼았습니다.

<녹취> 피해자와 피의자 실제 통화(음성변조) : “좋게 갚을래? 그냥 우리가 알아서 해줄까? 돈은 안 갚으면 그냥 너희 집에 가서 그냥 공증 다 갈아엎을 수 있다. 너희 여자지? 결혼도 못 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우리가.”

빌린 돈과 함께 찍힌 사진이 혹시라도 공개될까봐, 피해자들은 벌벌 떨어야 했습니다.

<녹취> 피해자와 피의자 실제 통화(음성변조) : “네 사진 들고 있다 해서 우리가 사회에 까발렸나? 네 가족한테 말했나? 사람답게 대해줄 때 너도 사람답게 좀 예우 차려라. 너무 세상이 밝다고 생각하지 마라. 네가 안 갚으면 XX되게 하는 건 우리 몫이다. 알겠지? 화나게 하지 마라. 나는 경찰 겁내고 이런 사람 아니다. (어)”

협박 이후에도 돈이 밀리면 집에 찾아가 옷 한 벌과 신발 한 컬레만 남기고 옷과 신발을 다 들고 나온후 채무 변제를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남짓동안 이들은 27명에게 9700만 원을 빌려주고, 최고 1000%가 넘는 연이자를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악질적인 추심행위에도 불구, 이들은 검거 후에도 잘못이 없다며 발뺌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장기성(부산동래경찰서 지능팀장) : “자기들이 정상적인 대부행위를 했다. 무등록은 맞지만. 이런 식으로 죄의식이 부족한 상태였죠.”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무분별한 대출 광고로 인해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불법 대출에 쉽게 발을 들이고 있다며 경고합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미등록 대부업 관련 신고건수는 2100여 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0%가 늘었습니다.

<인터뷰> 조남희(금융소비자원 대표) : “사회적 경험이 없기 때문에 불법업체에 그렇게 높은 이자율뿐만 아니라 불법적인 행위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한 것들을 또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어쩔 수 없이 사금융을 이용할 때는 꼭 몇 가지를 살펴봐야하는데요. 이자율이 법정한도를 지키는 지, 또 추심 행위가 합법적인 지가 중요합니다.

<인터뷰> 조남희(금융소비자원 대표) : “위협이라든지 공갈 협박 이러한 것들도 당연히 불법이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한다든지 피해자를 구제해주는 기관에 가서 조언을 받아서 법적인 구제를 받는 방안을 먼저 강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다급한 마음에 사금융의 문턱을 넘으려는 20대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노리는 불법 사채업자들의 마수도 더욱 치밀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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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20대 女 상대 ‘사진’ 협박…‘불법 대부업자’ 구속
    • 입력 2017-01-18 08:41:07
    • 수정2017-01-18 1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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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폐를 펼쳐들고 정면을 응시하는 20대 여성들.

돈을 들고 있다는 것이 특이할 뿐 평범한 사진으로 보이는데요.

알고보니, 이 돈은 사채 업자에게 빌린 돈이었고 이 사진은 그 담보물이었습니다.

나름의 사정으로 사채를 써야했던 20대들에겐 다른 어떤 협박보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때문에 이들은 불법대부업체로부터 적게는 300%에서 최고 1000% 달하는 터무니없는 이자를 내고, 사채업자들의 협박에도 숨죽여야했습니다.

이렇게 20대를 대상으로 담보대신 사진을 찍어 협박한 20대 사채업자 2명이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한 건물의 복도 폐쇄회로 영상입니다.

두 남성이, 복도 끝 집으로 향하더니 집에서 짐을 하나씩 꺼내와 모아놓습니다.

잠시 후, 이 남성들은 물건을 들고 사라집니다.

언뜻 보면, 이삿짐이라도 옮기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알고 보니 이 두 남성은 사채업자였습니다.

<인터뷰> 진민수(부산동래경찰서 지능팀 경위) : “여성 채무자가 대부금을 연체하게 되자 그 주거지를 방문해서 집안에 있는 의류들을 가지고 나오면서 주거지에 있는 옷 한 벌하고 구두 두 켤레만 남겨놓고 나중에 대부금을 변제하면 돌려주겠다고…….”

경찰이 악질적인 사채업자가 있다는 제보를 받은 건 지난 12월.

연락을 취해온 피해자는 혹시나 보복을 당하진 않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장기성(부산동래경찰서 지능팀 팀장) : “후환이 두려워서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서 신고를 제대로 못 하는 거죠. 우리도 이 사건을 (수사)할 때는 피해자 한 사람으로부터 제보를 받고 사건이 진행된 겁니다.”

제보를 받은 경찰은 피해자와 만나는 현장을 급습, 이 모씨와 강 모씨를 검거했습니다.

<녹취> 경찰 : “대부업 위반으로 해서 아까 그 현장에서 체포됐고 변호사 선임할 수 있고…….”

22살 동갑내기였던 이들은 원룸에 컴퓨터를 두고, 무허가 대부업 사무실을 차립니다.

이들은 전단지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출받을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주로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고객이었습니다.

<인터뷰> 장기성(부산동래경찰서 지능팀장) :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는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거나 돈을 융통하기가 힘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주로 이용을 하게 되고 특히 여성들을 상대로 한 것은 협박이나 이런 것들이 잘 먹히고 회수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봅니다.”

경제적 능력도, 대출 경험도 없는 20대 여성들은 업자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불법 사채에 발을 들였습니다.

잠깐만 쓰고 쉽게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진 격이었습니다.

매일 조금씩 이자를 갚아나갔지만 원금은 줄어들 기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장기성(부산동래경찰서 지능팀장) : “예를 들어서 100만 원을 빌리면 선이자 20%, 20만 원을 뗍니다. 그리고 80만 원을 실제로 받는데 매일 만 원씩 해서 120만 원 정도를 갚게 되는 거죠.”

선이자를 미리 떼고도 매일 얼마씩을 갚는 방법으로 업자들은 적게는 연 300%에서 많게는 1000%에 이르는 이자를 받아 챙겼습니다.

현재, 법정 제한 이자율은 대부업체의 경우 연 27.9%, 무등록 대부업체는 연 25% 이하인데요.

터무니 없이 높은 이자를 받아온 겁니다.

피해자들은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이자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던 걸까?

돈을 빌려주면서 업자들이 채무자들에게 담보로 요구한 건, 특이하게도 사진이었습니다.

<인터뷰> 장기성(부산동래경찰서 지능팀장) : “대부분 만나서 어디에서 만나자 해서 커피숍에서 만나서 주로 돈은 차 안에서 빌려주고 차 안에서 이렇게 돈 들고 사진을 찍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미변제 시 인터넷에 유포하겠다. SNS에 유포하겠다. 협박해서 회수를 하는 그런 (수법이죠.)”

불법 사채업자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주로 차안에서 사진을 찍었고, 이자가 늦어지거나 하면 이 사진을 빌미로, 협박을 일삼았습니다.

<녹취> 피해자와 피의자 실제 통화(음성변조) : “좋게 갚을래? 그냥 우리가 알아서 해줄까? 돈은 안 갚으면 그냥 너희 집에 가서 그냥 공증 다 갈아엎을 수 있다. 너희 여자지? 결혼도 못 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우리가.”

빌린 돈과 함께 찍힌 사진이 혹시라도 공개될까봐, 피해자들은 벌벌 떨어야 했습니다.

<녹취> 피해자와 피의자 실제 통화(음성변조) : “네 사진 들고 있다 해서 우리가 사회에 까발렸나? 네 가족한테 말했나? 사람답게 대해줄 때 너도 사람답게 좀 예우 차려라. 너무 세상이 밝다고 생각하지 마라. 네가 안 갚으면 XX되게 하는 건 우리 몫이다. 알겠지? 화나게 하지 마라. 나는 경찰 겁내고 이런 사람 아니다. (어)”

협박 이후에도 돈이 밀리면 집에 찾아가 옷 한 벌과 신발 한 컬레만 남기고 옷과 신발을 다 들고 나온후 채무 변제를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남짓동안 이들은 27명에게 9700만 원을 빌려주고, 최고 1000%가 넘는 연이자를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악질적인 추심행위에도 불구, 이들은 검거 후에도 잘못이 없다며 발뺌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장기성(부산동래경찰서 지능팀장) : “자기들이 정상적인 대부행위를 했다. 무등록은 맞지만. 이런 식으로 죄의식이 부족한 상태였죠.”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무분별한 대출 광고로 인해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불법 대출에 쉽게 발을 들이고 있다며 경고합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미등록 대부업 관련 신고건수는 2100여 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0%가 늘었습니다.

<인터뷰> 조남희(금융소비자원 대표) : “사회적 경험이 없기 때문에 불법업체에 그렇게 높은 이자율뿐만 아니라 불법적인 행위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한 것들을 또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어쩔 수 없이 사금융을 이용할 때는 꼭 몇 가지를 살펴봐야하는데요. 이자율이 법정한도를 지키는 지, 또 추심 행위가 합법적인 지가 중요합니다.

<인터뷰> 조남희(금융소비자원 대표) : “위협이라든지 공갈 협박 이러한 것들도 당연히 불법이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한다든지 피해자를 구제해주는 기관에 가서 조언을 받아서 법적인 구제를 받는 방안을 먼저 강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다급한 마음에 사금융의 문턱을 넘으려는 20대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노리는 불법 사채업자들의 마수도 더욱 치밀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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