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성형해 몰라봐”…30억대 주부 사기범 검거

입력 2017.01.24 (08:33) 수정 2017.01.2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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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수십 억 대 사기 사건을 다룬 영화 범죄의 재구성입니다.

영화 속 사기범은 범죄를 저지른 뒤 성형 수술로 얼굴을 바꿔 경찰 추적을 따돌립니다.

영화니까 가능하지 않냐 생각이 들기도 한데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40대 주부가 투자금 36억 원을 가로채 사라진 건데요.

인터폴과 한국 경찰의 추적에도 무려 2년 동안 행방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랜 추적끝에서야 최근 경찰이 여성이 머문 장소를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찾아가 보니 여성은 완전히 다른 얼굴이었다고 합니다.

여성을 눈 앞에 두고 경찰도 혼란에 빠졌다는데요.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2년, 당시 52살이던 김 모 씨는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중국인 여성 45살 이 모 씨와 재혼하게 됐습니다.

중국인 부인과 함께 한국에 정착하는 일이 쉽지 않던 차에 비슷한 처지에 놓인 한 부부를 알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OO(피해자/음성변조) : “우리가 결혼식을 하게 되고 우리 부부하고 두 사람 (조씨 부부)이 같이 한국에 왔어요. 같은 날. 한국에 같이 있다는 그런 위로가 되다 보니까 조금 더 친하게 지내려고 한 거죠.”

당시 35살이던 중국인 여성 조 모 씨 부부를 합동 결혼식에서 알게됐고, 한국에 와서도 서로 의지하며 지냈다는데요.

조 씨는 같은 중국 동포인 이 씨를 찾아와 수시로 돈을 빌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OO(피해자/음성변조) : “이자가 잘 들어오니까 이자 들어오면 또 돈 필요하다 하면 또 빌려주고 빌려주고 이제 계속 그걸 했었죠. (처음에) 집사람이 거의 한 2천 4,5백만 원을 빌려주게 된 거죠.”

조 씨는 돈을 빌려가면 꼬박꼬박 이자를 챙겨줬는데요.

한국에 온지 2달 정도 지나자 조 씨는 김 씨 부부에게 한가지 제안을 해왔습니다.

조 씨는 자신이 결혼 전 중국에서 사설 복권방을 운영했는데 복권방 사업을 다시 시작하고자 하니 돈을 투자하면 배당금을 챙겨주겠다고 한겁니다.

<인터뷰> 김OO(피해자/음성변조) : “복권방 이쪽 사업을 하는데 돈을 5천만 원만 빌려주면 한 달에 10%씩 이자를 준답니다.”

조 씨의 말을 처음엔 잘 믿지 못했지만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배당금을 보고선 부인 이 씨는 투자금을 늘려갔습니다.

결국 이씨는 전 재산인 2억 원을 투자금으로 빌려줬고, 동생을 비롯해 다른 가족들에게까지 투자를 권유했습니다.

<인터뷰> 김OO(피해자/음성변조) : “(중국의)백화점 매장하고 수영복가게 다 처분해서 팔았어요. (아내의) 전 재산을 다 갖다 넣은 거죠. 또 이자를 10%씩 한 달마다 나온다고 하니까 (아내의) 동생을 소개해준 거예요.”

하지만, 꼬박꼬박 나오던 배당금은 어느 순간, 들어오지 않게 됐고, 조씨와 이 문제로 언성을 높이게 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OO(피해자/음성변조) : “5개월 정도는 기다리라는 거예요. 이자금 없이. 그래서 나는 이런 식으로 못 한다. 내 돈을 돌려달라고 한 거죠.”

<인터뷰> 신이규(경기도 광주경찰서 경제3팀장) : “독촉을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그러다 나중에 결국 잠적해 버린 거죠.”

갑자기 사라진 조씨.

조 씨가 사라진 뒤에 알아보니 중국에서 잘된다던 복권방 사업은 허상에 불과했습니다.

애초에 조 씨가 운영한 사설 복권방 자체가 수익이 날 수가 없는 구조였던 겁니다.

<인터뷰> 신이규(경기도 광주경찰서 경제3팀장) : “정부에서 합법적으로 주는 200만 원보다 5배나 많은 천만 원씩을 지급하겠다. 이렇게 해서 이제 편법으로 운영하다 보니까 많은 손님이 사러 오는 거죠. 당첨자는 계속 터지고 또 생각보다 복권이 적게 팔리면 적자가 나서 자금 운용이 안 되니까 지인들을 통해서 돈 좀 빌려달라. 이자를 비싸게 주겠다.”

조씨는 같은 시기에 중국에서도 동일한 방법으로 지인들에게서 투자금를 받아 챙겼는데, 그 금액이 무려 34억 원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범행이 드러날때까지 버티다 인터폴의 추적이 시작되자 한국으로 들어와 잠적해버린 겁니다.

<인터뷰> 임재현(경기도 광주경찰서 경제3팀 형사) : “중국에서도 같은 방법이었고요. 피해자는 20명. 2천만 위안. 한국 돈으로 한 34억 5천만 원 상당으로 자기가 도저히 감당하지 못한다는 시점이 왔을 때 그 즉시 도망을 갔습니다. 급하게 이제 한국으로 도피한 거죠.”

조 씨를 믿고 투자한 김 씨부부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

결국, 배당금 조금만 받았을 뿐, 투자한 돈 2억 원을 고스란히 날린 겁니다.

<인터뷰> 김OO(피해자/음성변조) : “마음이 편할 수가 없죠. 잠이 오겠습니까. 사기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요. 영혼을 파괴시키는 거예요. 사기라는 게.”

김 씨 부부의 고소를 접수한 경찰은 조씨의 추적에 나섰지만,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조씨는 재혼한 남편과도 연락을 끊고 사라졌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만 갔는데요.

이로부터 2년 뒤, 미제전담반을 꾸려 사건 조사를 계속하던 경찰은 조 씨의 행방에 대한 한 가지 단서를 찾게 됩니다.

<인터뷰> 임재현(경기도 광주경찰서 경제3팀 형사) : “1년 전 대포폰이라고 이제 그걸 발견해서 계속 추적을 한 건데 그 부분에서 다녔던 병원이라든지 탐문수사를 진행한 거죠.”

휴대전화 추적과 주변 탐문을 통해 지난 12일, 조 씨가 근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등포의 한 다방을 알아낸 경찰.

하지만, 막상 다방에 근무한다던 조 씨를 찾아가보니, 경찰이 알고 있던 조 씨의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신이규(경기도 광주경찰서 경제3팀장) : “다른 신분증을 보여주는 거예요. 신분증 있고 휴대전화에 찍은 내 인적사항이 이거다.”

조 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인 걸까? 경찰은 반신반의 끝에 한가지 꾀를 생각해 냅니다.

<인터뷰> 임재현(경기도 광주경찰서 경제3팀 형사) : “저희가 대포폰이라고 하는 것을 쫓다 보니까 그 휴대전화로 그 자리에서 현장에서 전화를 딱 하니까 전화가 울렸고 그때서야 이제 “잘못했다. 내가 피의자가 맞다. 그 사람이 맞다.“ 이렇게 인정하고 순순히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조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성형수술로 얼굴을 바꾼 겁니다.

경찰 조사결과 얼굴을 바꾸고, 중국 동포들의 도움을 받으며 도피 생활을 이어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에게서 받은 투자금은 성형과 생활에 쓴 일부 외에는 행방이 묘연한 상황.

<인터뷰> 임재현(경기도 광주경찰서 경제3팀 형사) : “중국에서 오히려 사기를 당했다. 투자금을 받아서 이 사설 복권방 운영을 위해서 투자를 했다. 이러한 변명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일체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고…….”

경찰은 사기 혐의로 조씨를 구속하고,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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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성형해 몰라봐”…30억대 주부 사기범 검거
    • 입력 2017-01-24 08:39:42
    • 수정2017-01-24 09: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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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수십 억 대 사기 사건을 다룬 영화 범죄의 재구성입니다.

영화 속 사기범은 범죄를 저지른 뒤 성형 수술로 얼굴을 바꿔 경찰 추적을 따돌립니다.

영화니까 가능하지 않냐 생각이 들기도 한데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40대 주부가 투자금 36억 원을 가로채 사라진 건데요.

인터폴과 한국 경찰의 추적에도 무려 2년 동안 행방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랜 추적끝에서야 최근 경찰이 여성이 머문 장소를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찾아가 보니 여성은 완전히 다른 얼굴이었다고 합니다.

여성을 눈 앞에 두고 경찰도 혼란에 빠졌다는데요.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2년, 당시 52살이던 김 모 씨는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중국인 여성 45살 이 모 씨와 재혼하게 됐습니다.

중국인 부인과 함께 한국에 정착하는 일이 쉽지 않던 차에 비슷한 처지에 놓인 한 부부를 알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OO(피해자/음성변조) : “우리가 결혼식을 하게 되고 우리 부부하고 두 사람 (조씨 부부)이 같이 한국에 왔어요. 같은 날. 한국에 같이 있다는 그런 위로가 되다 보니까 조금 더 친하게 지내려고 한 거죠.”

당시 35살이던 중국인 여성 조 모 씨 부부를 합동 결혼식에서 알게됐고, 한국에 와서도 서로 의지하며 지냈다는데요.

조 씨는 같은 중국 동포인 이 씨를 찾아와 수시로 돈을 빌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OO(피해자/음성변조) : “이자가 잘 들어오니까 이자 들어오면 또 돈 필요하다 하면 또 빌려주고 빌려주고 이제 계속 그걸 했었죠. (처음에) 집사람이 거의 한 2천 4,5백만 원을 빌려주게 된 거죠.”

조 씨는 돈을 빌려가면 꼬박꼬박 이자를 챙겨줬는데요.

한국에 온지 2달 정도 지나자 조 씨는 김 씨 부부에게 한가지 제안을 해왔습니다.

조 씨는 자신이 결혼 전 중국에서 사설 복권방을 운영했는데 복권방 사업을 다시 시작하고자 하니 돈을 투자하면 배당금을 챙겨주겠다고 한겁니다.

<인터뷰> 김OO(피해자/음성변조) : “복권방 이쪽 사업을 하는데 돈을 5천만 원만 빌려주면 한 달에 10%씩 이자를 준답니다.”

조 씨의 말을 처음엔 잘 믿지 못했지만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배당금을 보고선 부인 이 씨는 투자금을 늘려갔습니다.

결국 이씨는 전 재산인 2억 원을 투자금으로 빌려줬고, 동생을 비롯해 다른 가족들에게까지 투자를 권유했습니다.

<인터뷰> 김OO(피해자/음성변조) : “(중국의)백화점 매장하고 수영복가게 다 처분해서 팔았어요. (아내의) 전 재산을 다 갖다 넣은 거죠. 또 이자를 10%씩 한 달마다 나온다고 하니까 (아내의) 동생을 소개해준 거예요.”

하지만, 꼬박꼬박 나오던 배당금은 어느 순간, 들어오지 않게 됐고, 조씨와 이 문제로 언성을 높이게 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OO(피해자/음성변조) : “5개월 정도는 기다리라는 거예요. 이자금 없이. 그래서 나는 이런 식으로 못 한다. 내 돈을 돌려달라고 한 거죠.”

<인터뷰> 신이규(경기도 광주경찰서 경제3팀장) : “독촉을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그러다 나중에 결국 잠적해 버린 거죠.”

갑자기 사라진 조씨.

조 씨가 사라진 뒤에 알아보니 중국에서 잘된다던 복권방 사업은 허상에 불과했습니다.

애초에 조 씨가 운영한 사설 복권방 자체가 수익이 날 수가 없는 구조였던 겁니다.

<인터뷰> 신이규(경기도 광주경찰서 경제3팀장) : “정부에서 합법적으로 주는 200만 원보다 5배나 많은 천만 원씩을 지급하겠다. 이렇게 해서 이제 편법으로 운영하다 보니까 많은 손님이 사러 오는 거죠. 당첨자는 계속 터지고 또 생각보다 복권이 적게 팔리면 적자가 나서 자금 운용이 안 되니까 지인들을 통해서 돈 좀 빌려달라. 이자를 비싸게 주겠다.”

조씨는 같은 시기에 중국에서도 동일한 방법으로 지인들에게서 투자금를 받아 챙겼는데, 그 금액이 무려 34억 원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범행이 드러날때까지 버티다 인터폴의 추적이 시작되자 한국으로 들어와 잠적해버린 겁니다.

<인터뷰> 임재현(경기도 광주경찰서 경제3팀 형사) : “중국에서도 같은 방법이었고요. 피해자는 20명. 2천만 위안. 한국 돈으로 한 34억 5천만 원 상당으로 자기가 도저히 감당하지 못한다는 시점이 왔을 때 그 즉시 도망을 갔습니다. 급하게 이제 한국으로 도피한 거죠.”

조 씨를 믿고 투자한 김 씨부부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

결국, 배당금 조금만 받았을 뿐, 투자한 돈 2억 원을 고스란히 날린 겁니다.

<인터뷰> 김OO(피해자/음성변조) : “마음이 편할 수가 없죠. 잠이 오겠습니까. 사기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요. 영혼을 파괴시키는 거예요. 사기라는 게.”

김 씨 부부의 고소를 접수한 경찰은 조씨의 추적에 나섰지만,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조씨는 재혼한 남편과도 연락을 끊고 사라졌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만 갔는데요.

이로부터 2년 뒤, 미제전담반을 꾸려 사건 조사를 계속하던 경찰은 조 씨의 행방에 대한 한 가지 단서를 찾게 됩니다.

<인터뷰> 임재현(경기도 광주경찰서 경제3팀 형사) : “1년 전 대포폰이라고 이제 그걸 발견해서 계속 추적을 한 건데 그 부분에서 다녔던 병원이라든지 탐문수사를 진행한 거죠.”

휴대전화 추적과 주변 탐문을 통해 지난 12일, 조 씨가 근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등포의 한 다방을 알아낸 경찰.

하지만, 막상 다방에 근무한다던 조 씨를 찾아가보니, 경찰이 알고 있던 조 씨의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신이규(경기도 광주경찰서 경제3팀장) : “다른 신분증을 보여주는 거예요. 신분증 있고 휴대전화에 찍은 내 인적사항이 이거다.”

조 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인 걸까? 경찰은 반신반의 끝에 한가지 꾀를 생각해 냅니다.

<인터뷰> 임재현(경기도 광주경찰서 경제3팀 형사) : “저희가 대포폰이라고 하는 것을 쫓다 보니까 그 휴대전화로 그 자리에서 현장에서 전화를 딱 하니까 전화가 울렸고 그때서야 이제 “잘못했다. 내가 피의자가 맞다. 그 사람이 맞다.“ 이렇게 인정하고 순순히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조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성형수술로 얼굴을 바꾼 겁니다.

경찰 조사결과 얼굴을 바꾸고, 중국 동포들의 도움을 받으며 도피 생활을 이어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에게서 받은 투자금은 성형과 생활에 쓴 일부 외에는 행방이 묘연한 상황.

<인터뷰> 임재현(경기도 광주경찰서 경제3팀 형사) : “중국에서 오히려 사기를 당했다. 투자금을 받아서 이 사설 복권방 운영을 위해서 투자를 했다. 이러한 변명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일체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고…….”

경찰은 사기 혐의로 조씨를 구속하고,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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