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친딸 왜 괴롭혀”…계모 학대에 숨진 아이

입력 2017.02.21 (08:34) 수정 2017.02.21 (09:2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1년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원영이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계모가 7살 된 어린아이를 화장실에 가둬둔 채 끔찍하게 학대했고, 결국, 아이가 숨지고 말았죠.

사건의 충격이 아직 선명한데 비슷한 일이 또다시 벌어졌습니다.

8살 된 남자아이가 계모에게 폭행을 당해 숨진 건데요.

자신의 친딸을 괴롭혔다는 게 폭행의 이유였습니다.

얼굴과 팔다리 할 것 없이 아이의 온몸엔 멍자국이 선명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살펴보니 아이가 평소 멍이 든 채 돌아다닌걸 본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동 학대로 생각하진 못했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한 남자 아이가 집 앞 슈퍼마켓으로 들어갑니다.

올해로 8살이 된 A 군으로 한 달에 두 세 번씩 혼자서 컵라면을 사 갔다는데요.

<인터뷰> 슈퍼마켓 관계자(음성변조) : "9월이나 10월쯤 제가 처음 발견을 했어요. 아이가 초등학생 같아 보이는데 애들이 학교 다니는 시간에 슈퍼에 오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이상하게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심상치 않은 건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슈퍼마켓 관계자(음성변조) : "지켜보니까 멍 자국이 조금 얼굴에 있더라고요. 머리 쪽이나 눈 쪽이나 턱 쪽에. 그래서 “저 아이가 좀 이상한 것 같다. 좀 주의 깊게 지켜보자.” 이렇게 얘길 했었고."

유난히 얼굴에 상처가 많았던 A 군, 하지만 며칠 뒤 다시 멀쩡해지곤 했습니다.

<인터뷰> 슈퍼마켓 관계자(음성변조) : "한동안 또 멍 자국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얘가 그냥 뭐 태권도나 운동 같은 거 하다가 겨루기하다 좀 생겼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갔었는데."

지난 18일에도 컵라면 등 물건을 사서 집으로 돌아간 A군.

그런데 오후 3시 반쯤, 119로 한 통의 신고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인터뷰> 김영숙(소방교/안산소방서) : "어머니가 아이가 화장실 앞에서 앞이 안 보인다고 하면서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상황입니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A 군은 의식을 잃고 안방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환자들과 달리 아이에게선 특이한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김영숙(소방교/안산소방서) : "심정지 환자는 보통 소아인 경우에는 복부팽만은 잘 나타나지 않는데 그 환자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심폐소생술을 했을 때 복부팽만이 보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급히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A군의 심장은 이미 멈춰있었습니다.

<녹취> 송주현(교수/고려대학교 병원 응급의학과) : "이미 의식, 호흡이 없는 심정지 상태였고요. 저희가 40여 분 정도 심폐소생술을 하고 나서 (심장박동이) 돌아왔고 간신히 혈압이랑 뭐 이런 것들이 유지가 되는 상태에서……."

그런데 CT 촬영을 해봤더니 아이의 복부 안에서 출혈이 발견됐습니다.

이때, 의사는 어머니 B 씨에게 아이가 왜 의식을 잃었냐고 물어봤습니다.

<녹취> 송주현(교수/고려대학교 병원 응급의학과) : "그 당시에는 특별히 아이에 대한 폭행이나 이런 얘기는 전혀 없었고 “아이가 어지러워하면서 걸어가다 갑자기 쓰러졌다.” 이런 식으로 처음에 진술을 했고요."

석연찮은 답변에 의사는 곧바로 아이의 몸을 살펴봤는데요.

<녹취> 송주현(교수/고려대학교 병원 응급의학과) : "두개골 쪽이랑 그다음에 얼굴 쪽이랑 왼쪽 흉곽 쪽이랑 왼쪽 허벅지 쪽에 멍 자국이 있었어요."

아이의 몸에서 발견된 상처들은 아이가 걸어가다 쓰려졌다는 어머니의 답변으론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의사는 곧바로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합니다.

<녹취> 송주현(교수/고려대학교 병원 응급의학과) : "단순히 그냥 그렇게 보호자 얘기만으로 생각하기에는 좀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어서……."

출동한 경찰은 A군의 어머니인 29살 B 씨에게 자초지종을 캐물었고 B 씨는 자신이 아이를 때렸다고 진술했는데요.

<녹취> 구자면(안산 단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과장) :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애가 왜 그러냐.” 물었을 때 자기가 “옷걸이로 때렸는데 아이가 이렇게 됐다.” 라고 얘기를 한 거죠. “막 동생들을 괴롭힌다.”"

경찰은 현장에서 B 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긴급체포했습니다.

하지만 A 군은 병원으로 이송된 지 7시간 만에 숨지고 말았습니다.

<녹취> 송주현(교수/고려대학교 병원 응급의학과) : "최종적인 사인은 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파열됐고 그것으로 인해서 복강 내 굉장히 심한 출혈 소견이 있었던 거죠."

아이를 옷걸이로 때렸다는 어머니의 뒤늦은 고백 역시 믿기 힘든 상황.

경찰은 의사 소견을 바탕으로 B 씨를 추궁했고, 결국, B 씨는 A 군의 배를 수차례 걷어찼다고 털어놓았습니다.

5살 난 자신의 친딸을 괴롭혔다는 게 폭행의 이유였습니다.

B씨는 A 군 아버지와 3년 전 재혼했다는데요.

<녹취> 구자면(안산 단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과장) : "(A군 아버지와 전처 사이에 낳은) 1남 1녀. 그다음에 이 여자가 데리고 온 딸 한 명. 그리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키우고 있었어요.)"

A 군의 아버지는 계모의 학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구자면(안산 단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과장) : "“나는 전혀 몰랐다.” 그날 일을 나갔기 때문에 아침에. “아침 일찍 일 나갔다가 나중에 오후에 그 전화를 받고서 병원으로 갔다.”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취재 도중, 지난해까지 A 군이 다녔다는 지역아동센터를 찾을 수 있었는데요.

<인터뷰> 지역아동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1학년 때 왔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살았고 풍기는 외모로는 부잣집 아들 느낌이었어요. 옷을 굉장히 잘 입혀서 ‘아, 할머니가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구나…….’"

A군은 새엄마와 함께 살면서부터 발길을 끊었다는데요.

<인터뷰> 지역아동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급식 시간이 5시 30분인데 아이를 꼭 20분 정도 되면 데리고 간다고 전화를 하시는 거예요. “저녁을 먹고 가야 한다.” 그랬더니 “왜 못 데리고 가게 하냐.” 엄마가 화를 내면서 전화가 왔더라고요. “그러면 이용을 안 하겠다.”"

얼마 뒤 우연히 놀러온 A 군에게서 상처가 보였지만 별다른 의심은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지역아동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이사를 갔는데 자주 놀러 왔었어요. (얼굴에) 멍이 들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물어봤어요. “너 얼굴이 왜 그래?” 그랬더니 “넘어졌어요.” 그러더라고요."

학대 신고가 접수된 적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주민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따로 학대당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접수 들어온 건 없었어요. (학교) 사회복지사한테 연락했는데 그런 부분은 정확히는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 아이가 있다는 거는 알긴 하는데……."

경찰은 B 씨를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하고 A 군과 A군의 여동생에게 지속적인 학대가 있었는지 밝힐 예정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친딸 왜 괴롭혀”…계모 학대에 숨진 아이
    • 입력 2017-02-21 08:35:47
    • 수정2017-02-21 09:26:33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1년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원영이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계모가 7살 된 어린아이를 화장실에 가둬둔 채 끔찍하게 학대했고, 결국, 아이가 숨지고 말았죠.

사건의 충격이 아직 선명한데 비슷한 일이 또다시 벌어졌습니다.

8살 된 남자아이가 계모에게 폭행을 당해 숨진 건데요.

자신의 친딸을 괴롭혔다는 게 폭행의 이유였습니다.

얼굴과 팔다리 할 것 없이 아이의 온몸엔 멍자국이 선명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살펴보니 아이가 평소 멍이 든 채 돌아다닌걸 본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동 학대로 생각하진 못했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한 남자 아이가 집 앞 슈퍼마켓으로 들어갑니다.

올해로 8살이 된 A 군으로 한 달에 두 세 번씩 혼자서 컵라면을 사 갔다는데요.

<인터뷰> 슈퍼마켓 관계자(음성변조) : "9월이나 10월쯤 제가 처음 발견을 했어요. 아이가 초등학생 같아 보이는데 애들이 학교 다니는 시간에 슈퍼에 오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이상하게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심상치 않은 건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슈퍼마켓 관계자(음성변조) : "지켜보니까 멍 자국이 조금 얼굴에 있더라고요. 머리 쪽이나 눈 쪽이나 턱 쪽에. 그래서 “저 아이가 좀 이상한 것 같다. 좀 주의 깊게 지켜보자.” 이렇게 얘길 했었고."

유난히 얼굴에 상처가 많았던 A 군, 하지만 며칠 뒤 다시 멀쩡해지곤 했습니다.

<인터뷰> 슈퍼마켓 관계자(음성변조) : "한동안 또 멍 자국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얘가 그냥 뭐 태권도나 운동 같은 거 하다가 겨루기하다 좀 생겼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갔었는데."

지난 18일에도 컵라면 등 물건을 사서 집으로 돌아간 A군.

그런데 오후 3시 반쯤, 119로 한 통의 신고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인터뷰> 김영숙(소방교/안산소방서) : "어머니가 아이가 화장실 앞에서 앞이 안 보인다고 하면서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상황입니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A 군은 의식을 잃고 안방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환자들과 달리 아이에게선 특이한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김영숙(소방교/안산소방서) : "심정지 환자는 보통 소아인 경우에는 복부팽만은 잘 나타나지 않는데 그 환자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심폐소생술을 했을 때 복부팽만이 보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급히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A군의 심장은 이미 멈춰있었습니다.

<녹취> 송주현(교수/고려대학교 병원 응급의학과) : "이미 의식, 호흡이 없는 심정지 상태였고요. 저희가 40여 분 정도 심폐소생술을 하고 나서 (심장박동이) 돌아왔고 간신히 혈압이랑 뭐 이런 것들이 유지가 되는 상태에서……."

그런데 CT 촬영을 해봤더니 아이의 복부 안에서 출혈이 발견됐습니다.

이때, 의사는 어머니 B 씨에게 아이가 왜 의식을 잃었냐고 물어봤습니다.

<녹취> 송주현(교수/고려대학교 병원 응급의학과) : "그 당시에는 특별히 아이에 대한 폭행이나 이런 얘기는 전혀 없었고 “아이가 어지러워하면서 걸어가다 갑자기 쓰러졌다.” 이런 식으로 처음에 진술을 했고요."

석연찮은 답변에 의사는 곧바로 아이의 몸을 살펴봤는데요.

<녹취> 송주현(교수/고려대학교 병원 응급의학과) : "두개골 쪽이랑 그다음에 얼굴 쪽이랑 왼쪽 흉곽 쪽이랑 왼쪽 허벅지 쪽에 멍 자국이 있었어요."

아이의 몸에서 발견된 상처들은 아이가 걸어가다 쓰려졌다는 어머니의 답변으론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의사는 곧바로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합니다.

<녹취> 송주현(교수/고려대학교 병원 응급의학과) : "단순히 그냥 그렇게 보호자 얘기만으로 생각하기에는 좀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어서……."

출동한 경찰은 A군의 어머니인 29살 B 씨에게 자초지종을 캐물었고 B 씨는 자신이 아이를 때렸다고 진술했는데요.

<녹취> 구자면(안산 단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과장) :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애가 왜 그러냐.” 물었을 때 자기가 “옷걸이로 때렸는데 아이가 이렇게 됐다.” 라고 얘기를 한 거죠. “막 동생들을 괴롭힌다.”"

경찰은 현장에서 B 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긴급체포했습니다.

하지만 A 군은 병원으로 이송된 지 7시간 만에 숨지고 말았습니다.

<녹취> 송주현(교수/고려대학교 병원 응급의학과) : "최종적인 사인은 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파열됐고 그것으로 인해서 복강 내 굉장히 심한 출혈 소견이 있었던 거죠."

아이를 옷걸이로 때렸다는 어머니의 뒤늦은 고백 역시 믿기 힘든 상황.

경찰은 의사 소견을 바탕으로 B 씨를 추궁했고, 결국, B 씨는 A 군의 배를 수차례 걷어찼다고 털어놓았습니다.

5살 난 자신의 친딸을 괴롭혔다는 게 폭행의 이유였습니다.

B씨는 A 군 아버지와 3년 전 재혼했다는데요.

<녹취> 구자면(안산 단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과장) : "(A군 아버지와 전처 사이에 낳은) 1남 1녀. 그다음에 이 여자가 데리고 온 딸 한 명. 그리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키우고 있었어요.)"

A 군의 아버지는 계모의 학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구자면(안산 단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과장) : "“나는 전혀 몰랐다.” 그날 일을 나갔기 때문에 아침에. “아침 일찍 일 나갔다가 나중에 오후에 그 전화를 받고서 병원으로 갔다.”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취재 도중, 지난해까지 A 군이 다녔다는 지역아동센터를 찾을 수 있었는데요.

<인터뷰> 지역아동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1학년 때 왔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살았고 풍기는 외모로는 부잣집 아들 느낌이었어요. 옷을 굉장히 잘 입혀서 ‘아, 할머니가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구나…….’"

A군은 새엄마와 함께 살면서부터 발길을 끊었다는데요.

<인터뷰> 지역아동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급식 시간이 5시 30분인데 아이를 꼭 20분 정도 되면 데리고 간다고 전화를 하시는 거예요. “저녁을 먹고 가야 한다.” 그랬더니 “왜 못 데리고 가게 하냐.” 엄마가 화를 내면서 전화가 왔더라고요. “그러면 이용을 안 하겠다.”"

얼마 뒤 우연히 놀러온 A 군에게서 상처가 보였지만 별다른 의심은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지역아동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이사를 갔는데 자주 놀러 왔었어요. (얼굴에) 멍이 들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물어봤어요. “너 얼굴이 왜 그래?” 그랬더니 “넘어졌어요.” 그러더라고요."

학대 신고가 접수된 적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주민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따로 학대당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접수 들어온 건 없었어요. (학교) 사회복지사한테 연락했는데 그런 부분은 정확히는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 아이가 있다는 거는 알긴 하는데……."

경찰은 B 씨를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하고 A 군과 A군의 여동생에게 지속적인 학대가 있었는지 밝힐 예정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