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 치매 노인 등 유인해 대포폰 개통…구입도 ‘간단’

입력 2017.02.23 (21:37) 수정 2017.02.2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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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범죄 은폐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이른바 대포폰의 사용이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대포폰 개설에는 치매 노인이나 노숙인 등이 주로 동원되는데요,

그 실태와 유통과정을 양성모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일 산책을 한다며 집을 나선 뒤 실종됐다가 열흘 만에 발견된 치매 환자 80살 유 모 씨.

실종됐던 열흘 동안 있었던 일을 전해들은 가족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녹취> 유○○ 씨 가족(음성변조) : "동사무소에서 이리저리 막 다니시면서 서류를 떼서 냈고 싸인도 했고 직인도 찍었고 뭐 이런 이야기를 계속 횡설수설 하셔서 치매 환자다 보니까..."

알고보니 치매환자인 유 씨 이름으로 휴대전화 5대가 개통돼 있었습니다.

<녹취> "저희가 대리점 다니면서 핸드폰 번호 알아내서, 정지는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개통) 14일 이전이라서."

가족들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치매환자인 유 씨를 데리고 다니면서 휴대전화를 개통한 일당 3명 가운데 2명을 붙잡아 1명을 구속했는데요,

이들이 노린 건 유 씨와 같은 치매 환자나 노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었습니다.

이렇게 개통된 휴대전화는 상당수가 대포폰이 돼 전화금융사기나 도박사이트 운영 등 범죄에 사용됩니다.

<인터뷰> 이기동(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 "모든 계획적인 범죄에 사용되는 도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범죄자들한테 중요한 준비물이라고 생각하면 되죠."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 즉 대포폰은 판매는 물론 사용하는 것 역시 불법.

하지만 인터넷에서 대포폰을 검색하자, 연락처와 함께 대포폰을 판매한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녹취> 대포폰 판매자(음성변조) : "2G폰에 유심 끼우면 21만 원입니다. 스마트폰은 갤럭시3가 있고 갤럭시4가 있는데요, 갤럭시3는 유심 끼우면 30만 원, 갤럭시4는 32만 원입니다."

대포폰을 주문하자, 판매자는 승용차로 배달을 해주겠다고 합니다.

<녹취> 대포폰 판매자(음성변조) : "오토바이로 하면 안돼요. 오토바이로 하면 신호 위반하거나 그럴 때 단속 맞으면 이거 들켜서 저희는 차로밖에 안 해요."

배달만 담당한다는 남성.

<녹취> 대포폰 배달 담당(음성변조) : "어플로 연락을 받아요. 어디어디 배달 가라. 몇 개다. 그리고 얼마다. 그것만 해서 무통장으로 송금을 하면 저는 한번 배달하면 5만 원씩 받아요."

전해주는 물건이 대포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녹취> 대포폰 배달 담당(음성변조) : "유심은 다 꽂혀있어요. 세팅이 다 돼 있고요. 먹튀를 하신다거나 그래서 만약에 그 사람이 이 번호를 신고해버리면 그냥 바로 짤리는 거고요. (명의자는 외국인입니까?) 내국인 명의예요."

하지만 취재진임을 밝히자,

<녹취> 대포폰 배달 담당(음성변조) : "주세요. 주시라고요. 주시라고요. 아, 놓고 얘기해요."

대포폰을 들고 줄행랑을 칩니다.

경찰에 적발된 대포폰은 지난해 상반기엔만 2만 대를 넘었고, 전화금융사기와 성매매, 불법도박 등 관련 범죄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대근(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벌금 내고 수억 원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라면 충분히 벌금을 낼 수 있지요. 그래서 법정형과 벌금형을 좀 높이는 부분도 재고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이와함께 휴대전화 개통시 본인 확인을 강화하고 관련 서류 보존을 의무화 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양성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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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리포트] 치매 노인 등 유인해 대포폰 개통…구입도 ‘간단’
    • 입력 2017-02-23 21:40:32
    • 수정2017-02-23 22: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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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범죄 은폐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이른바 대포폰의 사용이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대포폰 개설에는 치매 노인이나 노숙인 등이 주로 동원되는데요,

그 실태와 유통과정을 양성모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일 산책을 한다며 집을 나선 뒤 실종됐다가 열흘 만에 발견된 치매 환자 80살 유 모 씨.

실종됐던 열흘 동안 있었던 일을 전해들은 가족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녹취> 유○○ 씨 가족(음성변조) : "동사무소에서 이리저리 막 다니시면서 서류를 떼서 냈고 싸인도 했고 직인도 찍었고 뭐 이런 이야기를 계속 횡설수설 하셔서 치매 환자다 보니까..."

알고보니 치매환자인 유 씨 이름으로 휴대전화 5대가 개통돼 있었습니다.

<녹취> "저희가 대리점 다니면서 핸드폰 번호 알아내서, 정지는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개통) 14일 이전이라서."

가족들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치매환자인 유 씨를 데리고 다니면서 휴대전화를 개통한 일당 3명 가운데 2명을 붙잡아 1명을 구속했는데요,

이들이 노린 건 유 씨와 같은 치매 환자나 노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었습니다.

이렇게 개통된 휴대전화는 상당수가 대포폰이 돼 전화금융사기나 도박사이트 운영 등 범죄에 사용됩니다.

<인터뷰> 이기동(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 "모든 계획적인 범죄에 사용되는 도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범죄자들한테 중요한 준비물이라고 생각하면 되죠."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 즉 대포폰은 판매는 물론 사용하는 것 역시 불법.

하지만 인터넷에서 대포폰을 검색하자, 연락처와 함께 대포폰을 판매한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녹취> 대포폰 판매자(음성변조) : "2G폰에 유심 끼우면 21만 원입니다. 스마트폰은 갤럭시3가 있고 갤럭시4가 있는데요, 갤럭시3는 유심 끼우면 30만 원, 갤럭시4는 32만 원입니다."

대포폰을 주문하자, 판매자는 승용차로 배달을 해주겠다고 합니다.

<녹취> 대포폰 판매자(음성변조) : "오토바이로 하면 안돼요. 오토바이로 하면 신호 위반하거나 그럴 때 단속 맞으면 이거 들켜서 저희는 차로밖에 안 해요."

배달만 담당한다는 남성.

<녹취> 대포폰 배달 담당(음성변조) : "어플로 연락을 받아요. 어디어디 배달 가라. 몇 개다. 그리고 얼마다. 그것만 해서 무통장으로 송금을 하면 저는 한번 배달하면 5만 원씩 받아요."

전해주는 물건이 대포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녹취> 대포폰 배달 담당(음성변조) : "유심은 다 꽂혀있어요. 세팅이 다 돼 있고요. 먹튀를 하신다거나 그래서 만약에 그 사람이 이 번호를 신고해버리면 그냥 바로 짤리는 거고요. (명의자는 외국인입니까?) 내국인 명의예요."

하지만 취재진임을 밝히자,

<녹취> 대포폰 배달 담당(음성변조) : "주세요. 주시라고요. 주시라고요. 아, 놓고 얘기해요."

대포폰을 들고 줄행랑을 칩니다.

경찰에 적발된 대포폰은 지난해 상반기엔만 2만 대를 넘었고, 전화금융사기와 성매매, 불법도박 등 관련 범죄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대근(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벌금 내고 수억 원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라면 충분히 벌금을 낼 수 있지요. 그래서 법정형과 벌금형을 좀 높이는 부분도 재고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이와함께 휴대전화 개통시 본인 확인을 강화하고 관련 서류 보존을 의무화 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양성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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