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김정남 암살 독극물 VX…北 화학무기 재조명

입력 2017.03.04 (07:50) 수정 2017.03.0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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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김정남 암살 사건은 독살에 사용된 독극물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았습니다.

VX, 대량살상무기용 화학물질로 국제사회는 사용을 억격히 금지하고 있는데요.

김정은 정권은 바로 이런 위험천만한 독극물을 중이 이용하는 국제공항에서 사용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겁니다.

<이슈앤 한반도> 오늘은 계속 확산되고 있는 김정남 암살 사건의 파장과, VX 확인을 계기로 다시 조명받고 있는 북한의 화학무기 능력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맹유나 리포텁니다.

<리포트>

말레이시아 공항에 도착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

리동일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 일행입니다.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심장 질환 때문에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시신 인도를 요구했습니다.

<녹취> 리동일(北 대표단 대표/지난 2일) : “(김정남의) 사인은말레이시아 보건부에서 처음 결론 내렸던대로 심장마비 입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김정남의 시신을 정당한 친족에게 넘기겠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 주장과 달리 수사결과 암살에 쓰인 독극물 종류가 명확하게 밝혀졌다는 겁니다.

김정남 시선의 눈 점막과 얼굴에서 검출된, VX입니다.

<녹취> 수브라마니암 사타시밤(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지난 2일) : “그의 사인은 신경계 독약(VX)으로 확인됐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바뀌지 않습니다.”

VX는, 생명체에 치명적인 강력한 화학 독성 물질입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을 공격한 뒤 여성 용의자들이 급히 손을 씻는 등 독성 물질 사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여성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은, VX 노출 증상을 보였습니다.

<녹취> 칼리드 아부 바카르(말레이시아 경찰청장/지난달 24일) : “(용의자들에게는 문제가 없었나요?) 구토를 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사법 당국은, 여성 용의자 두 명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북한인 용의자 리정철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추방을 결정했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건 직후 북한으로 도망친 용의자들이 VX를 들여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액체 상태의 VX(브이엑스)는 보통 냄새가 없고 누런색을 띄며 끈적끈적한 상태로, 겉보기엔 자동차 엔진 오일과 비슷합니다.

VX는 주로 눈의 점막과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데, 방울이 채 안 되는, 10mg(밀리그램) 정도면 죽음에 이릅니다.

VX이 주로 공격하는 지점은 사람의 신경인데요.

인체에 흡수되면, 신경을 차단해 횡경막을 마비시켜 숨을 쉴 수 없게 하고 결국 질식사 하게 만드는 강력한 독성 물질입니다.

군사조직이 VX를 탈취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격을 노린다는 내용의 할리우드 영화입니다.

여기서 보인 VX의 위력은 치명적입니다.

VX 가스에 노출되자, 온몸에 수포가 퍼지면서 고통 속에 죽어갑니다.

<녹취> 영화 ‘더 록’ : “(VX는) 아주 끔찍한 가스입니다. 태어나서는 안 되는 물질이죠.”

1952년 영국에서 처음 만든 VX, 1988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쿠르드족 공격에 사용했을 때 수천 명이 숨졌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1995년, 일본을 공포에 떨게 한 옴 진리교 테러 사건.

사이비 종교집단이 지하철에서 본격적인 테러를 하기 전, VX를 쓰기도 했습니다.

옴 진리교 피해자 가족 모임을 이끌던 나가오카 씨는, 1995년 1월, 자택 인근에서 VX 공격을 받았습니다.

<녹취> 나가오카 히로유키(日 VX 피해자) : “VX를 직접 맞은 것이 아니라, 점퍼 옷깃에 맞은 것 같습니다.”

처음엔 별 다른 증상이 없다가 30분 쯤 지나자 눈앞이 캄캄해지고 몸을 가눌 수 없었다고 합니다. 김정남이 공격 당한 직후 증상과 유사합니다.

<녹취> 나가오카 히로유키(日 VX 피해자) : “(김정남의 증상이) 내 증상과 비슷하다고 순간적으로 확신했습니다.”

유엔은 1991년, VX를 대량살상무기로 분류했고, 화학무기금지협약은, VX의 생산과 사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이런 물질로 국제공항에서 민간인을 테러한 혐의를 받게 되면서 북한의 화학무기 능력에 대한 관심도 다시 한 번 높아졌습니다.

북한은 김일성의 지시에 따라, 1960년 초 화학무기 개발을 시작해 지금은 미국, 러시아와 함께 세계 3대 화학무기 보유국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인터뷰> 신범철(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화학무기 물질을 생산하는 데 중점을 뒀고 90년대부터 이것을 미사일이라는 투발체계에 연계하는 문제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고 있고요. 2000년대부터는 이것을 어떻게 실전에 활용할 것인가 하는 운용 측면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1999년 가동을 멈췄던 북한 압록강 주변의 청수공장입니다.

화학무기 원료를 만드는 곳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미야츠카(야마나시학원 대학 교수/1999년) : “최루제, 질식제가 만들어져 평북 삭주로 운반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청수공장은 한 때 가동을 멈췄다가, 지난 해 10월, 재가동에 들어간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북한의 화학무기 생산기지는 평양과 원산에 위치해 있고, 저장시설은 주요 미사일 기지와 공군기지, 휴전선 부근에 집중 배치해 신속한 공격을 준비한다고 대북 소식통은 밝혔습니다.

이런 저장 시설은, 북한 전역에 20여 곳, 보유량은 2,500톤에서 5,000톤 가량으로 국방부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물론 미 국방부 역시 북한의 VX를 실질적 위협으로 우려했습니다.

VX는 제조가 특별히 어렵지 않은 맹독성 신경 작용제인데다 미사일 탄두 등에 장착만 하면 대량살상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신범철(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VX를 무기로서 한국에 공격을 한다면 야포나 방사포, 미사일 등의 투발수단을 활용할 겁니다. 일단 VX 물질을 탄두에 이렇게 저장을 해서 그 탄두를 발사하는 과정으로써 이렇게 공격이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얼마나 많은 VX 물질이 탑재 됐는가가 가장 중요한데요. 스커드 미사일의 경우에는 약 10만~12만의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는 시뮬레이션이 있습니다.”

더불어 북한이 화학무기 개발을 위해 생체 실험을 했다는 주장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13년 북한전문 웹사이트 38 노스는, 탈북자 증언을 토대로 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정치범들을 상대로 화학무기 개발용 생체실험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조셉 버뮤데즈(北 군사문제 전문가/2013년) : “(한 탈북자는) 생체실험이 서쪽 해안의 섬에서 행해졌다는 말을 들었고, 또 다른 탈북자는 평양 북쪽의 실험실에서 이뤄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

영국 BBC도, 2004년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근무했던 인물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화학무기 생체 실험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권혁(전 北 22호 정치범 수용소 수석 간수) : “가족을 (생체) 실험하는 걸 내가 봤어요. 내가 본 건.... (생체 실험에) 들어가기 전까지 신체검사 100% (다 해요.)”

특히, BBC는 ‘이관서’라는 제목의 화학무기 실험 관련 서류도 공개했는데, 정치범 수용소를 관장하는 국가안전보위부의 직인과 화학 무기 시험에 필요한 인체 실험용이란 문구가 선명합니다.

생체 실험이란 인권 유린까지 자행하며 화학무기를 개발한 북한을 국제사회가 막지 못하는 이유는, 북한이 OPCW, 화학무기 금지 기구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CPCW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전문가 파견과 기술 협력을 통해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성명을 이례적으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유엔이 대량살상무기로 분류하고 국제사회가 사용을 금지한 독성 물질로 민간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 정권.

더욱이 국제공항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번 암살 테러는 이번에는 한 개인이 목표였지만 다음은 불특정 다수가 테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가 분명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 수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고, 실제 외교적 행동도 시작됐습니다.

세계 백여 개국 외교 책임자가 참석한 유엔 인권이사회.

여기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김정남 암살 사건을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규정했습니다.

이어 참석한 군축회의에서는 북한이 핵 뿐 아니라 VX 같은 화학 무기도 실제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녹취> 윤병세(외교부 장관) : “충동적이고 예측불가하며 호전적이고 잔인하기까지 한 북한 정권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든지 공격할 수 있습니다. ”

네 시간 뒤 반박에 나선 북한 대표는 화학 무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녹취> 주용철(제네바 주재 北 대표부 참사관/지난달 28일) : “북한은 화학 무기를 생산, 비축하거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분명하고 일관된 입장입니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영국의 유엔주재 대사는 VX 관련 증거를 말레이시아가 유엔 안보리에 보내야한다고 촉구해 유엔에서의 논의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과의 비자 면제협정을 파기한다고 발표해 대북 정책 변화를 행동으로 보였습니다.

<녹취> 아흐메드 자히드(말레이시아 부총리/지난 2일) : “우리 주권의 안전을 고려한 이후 비자 발급 조치가 바로 취해질 것입니다.”

미국도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미 백악관은 나아가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해 군사력과 북한 정권교체 가능성을 포함한 새로운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습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학교 통일외교학부 교수) : “북한은 테러를 국제사회에 자행하는 국가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UN 회원국에서 최종적으로 제외해야 한다는 그런 여론까지도 대두가 될 수가 있겠습니다. 앞으로 좀 더 구체적인 스모킹 건 증거가 말레이시아 당국에 의해서 발표된다면 말레이시아와 북한 간의 외교 관계 단절은 물론 UN회원국으로서의 탈퇴까지도 검토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북한 리길성 부상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유엔 대북제재를 이유로 중국이 북한산 석탄의 올해 추가 수입 중단을 발표한 상황에서 북한이 외교적 출구를 타진한 것이지만 북한 뜻대로 흘러갈지는 불투명합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중국은 VX 신경살인가스를 사용하는 북한을 계속적으로 엄호하고 방어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자신들이 보호했던 인물을 공개 장소에서 살해함으로써 중국은 북한을 못 믿을 야만적인 테러를 행하는 국가로써 간주를 하기 시작했고 이것은 외교 관계의 차단은 물론 UN 제재를 보다 강력하게 시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김정은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손에 쥔 위험천만한 존재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부각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핵 방어무기인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갈등도 커지고 있습니다.

구동존이, 일단 다른 점은 인정하되 김정은 정권의 위협을 해결하는 공동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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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4 08:30:22
    • 수정2017-03-04 11: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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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사건은 독살에 사용된 독극물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았습니다.

VX, 대량살상무기용 화학물질로 국제사회는 사용을 억격히 금지하고 있는데요.

김정은 정권은 바로 이런 위험천만한 독극물을 중이 이용하는 국제공항에서 사용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겁니다.

<이슈앤 한반도> 오늘은 계속 확산되고 있는 김정남 암살 사건의 파장과, VX 확인을 계기로 다시 조명받고 있는 북한의 화학무기 능력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맹유나 리포텁니다.

<리포트>

말레이시아 공항에 도착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

리동일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 일행입니다.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심장 질환 때문에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시신 인도를 요구했습니다.

<녹취> 리동일(北 대표단 대표/지난 2일) : “(김정남의) 사인은말레이시아 보건부에서 처음 결론 내렸던대로 심장마비 입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김정남의 시신을 정당한 친족에게 넘기겠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 주장과 달리 수사결과 암살에 쓰인 독극물 종류가 명확하게 밝혀졌다는 겁니다.

김정남 시선의 눈 점막과 얼굴에서 검출된, VX입니다.

<녹취> 수브라마니암 사타시밤(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지난 2일) : “그의 사인은 신경계 독약(VX)으로 확인됐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바뀌지 않습니다.”

VX는, 생명체에 치명적인 강력한 화학 독성 물질입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을 공격한 뒤 여성 용의자들이 급히 손을 씻는 등 독성 물질 사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여성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은, VX 노출 증상을 보였습니다.

<녹취> 칼리드 아부 바카르(말레이시아 경찰청장/지난달 24일) : “(용의자들에게는 문제가 없었나요?) 구토를 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사법 당국은, 여성 용의자 두 명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북한인 용의자 리정철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추방을 결정했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건 직후 북한으로 도망친 용의자들이 VX를 들여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액체 상태의 VX(브이엑스)는 보통 냄새가 없고 누런색을 띄며 끈적끈적한 상태로, 겉보기엔 자동차 엔진 오일과 비슷합니다.

VX는 주로 눈의 점막과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데, 방울이 채 안 되는, 10mg(밀리그램) 정도면 죽음에 이릅니다.

VX이 주로 공격하는 지점은 사람의 신경인데요.

인체에 흡수되면, 신경을 차단해 횡경막을 마비시켜 숨을 쉴 수 없게 하고 결국 질식사 하게 만드는 강력한 독성 물질입니다.

군사조직이 VX를 탈취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격을 노린다는 내용의 할리우드 영화입니다.

여기서 보인 VX의 위력은 치명적입니다.

VX 가스에 노출되자, 온몸에 수포가 퍼지면서 고통 속에 죽어갑니다.

<녹취> 영화 ‘더 록’ : “(VX는) 아주 끔찍한 가스입니다. 태어나서는 안 되는 물질이죠.”

1952년 영국에서 처음 만든 VX, 1988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쿠르드족 공격에 사용했을 때 수천 명이 숨졌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1995년, 일본을 공포에 떨게 한 옴 진리교 테러 사건.

사이비 종교집단이 지하철에서 본격적인 테러를 하기 전, VX를 쓰기도 했습니다.

옴 진리교 피해자 가족 모임을 이끌던 나가오카 씨는, 1995년 1월, 자택 인근에서 VX 공격을 받았습니다.

<녹취> 나가오카 히로유키(日 VX 피해자) : “VX를 직접 맞은 것이 아니라, 점퍼 옷깃에 맞은 것 같습니다.”

처음엔 별 다른 증상이 없다가 30분 쯤 지나자 눈앞이 캄캄해지고 몸을 가눌 수 없었다고 합니다. 김정남이 공격 당한 직후 증상과 유사합니다.

<녹취> 나가오카 히로유키(日 VX 피해자) : “(김정남의 증상이) 내 증상과 비슷하다고 순간적으로 확신했습니다.”

유엔은 1991년, VX를 대량살상무기로 분류했고, 화학무기금지협약은, VX의 생산과 사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이런 물질로 국제공항에서 민간인을 테러한 혐의를 받게 되면서 북한의 화학무기 능력에 대한 관심도 다시 한 번 높아졌습니다.

북한은 김일성의 지시에 따라, 1960년 초 화학무기 개발을 시작해 지금은 미국, 러시아와 함께 세계 3대 화학무기 보유국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인터뷰> 신범철(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화학무기 물질을 생산하는 데 중점을 뒀고 90년대부터 이것을 미사일이라는 투발체계에 연계하는 문제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고 있고요. 2000년대부터는 이것을 어떻게 실전에 활용할 것인가 하는 운용 측면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1999년 가동을 멈췄던 북한 압록강 주변의 청수공장입니다.

화학무기 원료를 만드는 곳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미야츠카(야마나시학원 대학 교수/1999년) : “최루제, 질식제가 만들어져 평북 삭주로 운반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청수공장은 한 때 가동을 멈췄다가, 지난 해 10월, 재가동에 들어간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북한의 화학무기 생산기지는 평양과 원산에 위치해 있고, 저장시설은 주요 미사일 기지와 공군기지, 휴전선 부근에 집중 배치해 신속한 공격을 준비한다고 대북 소식통은 밝혔습니다.

이런 저장 시설은, 북한 전역에 20여 곳, 보유량은 2,500톤에서 5,000톤 가량으로 국방부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물론 미 국방부 역시 북한의 VX를 실질적 위협으로 우려했습니다.

VX는 제조가 특별히 어렵지 않은 맹독성 신경 작용제인데다 미사일 탄두 등에 장착만 하면 대량살상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신범철(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VX를 무기로서 한국에 공격을 한다면 야포나 방사포, 미사일 등의 투발수단을 활용할 겁니다. 일단 VX 물질을 탄두에 이렇게 저장을 해서 그 탄두를 발사하는 과정으로써 이렇게 공격이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얼마나 많은 VX 물질이 탑재 됐는가가 가장 중요한데요. 스커드 미사일의 경우에는 약 10만~12만의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는 시뮬레이션이 있습니다.”

더불어 북한이 화학무기 개발을 위해 생체 실험을 했다는 주장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13년 북한전문 웹사이트 38 노스는, 탈북자 증언을 토대로 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정치범들을 상대로 화학무기 개발용 생체실험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조셉 버뮤데즈(北 군사문제 전문가/2013년) : “(한 탈북자는) 생체실험이 서쪽 해안의 섬에서 행해졌다는 말을 들었고, 또 다른 탈북자는 평양 북쪽의 실험실에서 이뤄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

영국 BBC도, 2004년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근무했던 인물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화학무기 생체 실험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권혁(전 北 22호 정치범 수용소 수석 간수) : “가족을 (생체) 실험하는 걸 내가 봤어요. 내가 본 건.... (생체 실험에) 들어가기 전까지 신체검사 100% (다 해요.)”

특히, BBC는 ‘이관서’라는 제목의 화학무기 실험 관련 서류도 공개했는데, 정치범 수용소를 관장하는 국가안전보위부의 직인과 화학 무기 시험에 필요한 인체 실험용이란 문구가 선명합니다.

생체 실험이란 인권 유린까지 자행하며 화학무기를 개발한 북한을 국제사회가 막지 못하는 이유는, 북한이 OPCW, 화학무기 금지 기구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CPCW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전문가 파견과 기술 협력을 통해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성명을 이례적으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유엔이 대량살상무기로 분류하고 국제사회가 사용을 금지한 독성 물질로 민간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 정권.

더욱이 국제공항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번 암살 테러는 이번에는 한 개인이 목표였지만 다음은 불특정 다수가 테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가 분명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 수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고, 실제 외교적 행동도 시작됐습니다.

세계 백여 개국 외교 책임자가 참석한 유엔 인권이사회.

여기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김정남 암살 사건을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규정했습니다.

이어 참석한 군축회의에서는 북한이 핵 뿐 아니라 VX 같은 화학 무기도 실제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녹취> 윤병세(외교부 장관) : “충동적이고 예측불가하며 호전적이고 잔인하기까지 한 북한 정권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든지 공격할 수 있습니다. ”

네 시간 뒤 반박에 나선 북한 대표는 화학 무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녹취> 주용철(제네바 주재 北 대표부 참사관/지난달 28일) : “북한은 화학 무기를 생산, 비축하거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분명하고 일관된 입장입니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영국의 유엔주재 대사는 VX 관련 증거를 말레이시아가 유엔 안보리에 보내야한다고 촉구해 유엔에서의 논의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과의 비자 면제협정을 파기한다고 발표해 대북 정책 변화를 행동으로 보였습니다.

<녹취> 아흐메드 자히드(말레이시아 부총리/지난 2일) : “우리 주권의 안전을 고려한 이후 비자 발급 조치가 바로 취해질 것입니다.”

미국도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미 백악관은 나아가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해 군사력과 북한 정권교체 가능성을 포함한 새로운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습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학교 통일외교학부 교수) : “북한은 테러를 국제사회에 자행하는 국가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UN 회원국에서 최종적으로 제외해야 한다는 그런 여론까지도 대두가 될 수가 있겠습니다. 앞으로 좀 더 구체적인 스모킹 건 증거가 말레이시아 당국에 의해서 발표된다면 말레이시아와 북한 간의 외교 관계 단절은 물론 UN회원국으로서의 탈퇴까지도 검토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북한 리길성 부상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유엔 대북제재를 이유로 중국이 북한산 석탄의 올해 추가 수입 중단을 발표한 상황에서 북한이 외교적 출구를 타진한 것이지만 북한 뜻대로 흘러갈지는 불투명합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중국은 VX 신경살인가스를 사용하는 북한을 계속적으로 엄호하고 방어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자신들이 보호했던 인물을 공개 장소에서 살해함으로써 중국은 북한을 못 믿을 야만적인 테러를 행하는 국가로써 간주를 하기 시작했고 이것은 외교 관계의 차단은 물론 UN 제재를 보다 강력하게 시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김정은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손에 쥔 위험천만한 존재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부각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핵 방어무기인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갈등도 커지고 있습니다.

구동존이, 일단 다른 점은 인정하되 김정은 정권의 위협을 해결하는 공동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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