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약사 자리 비운 틈 노린 ‘팜파라치’

입력 2017.04.04 (08:35) 수정 2017.04.0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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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약국을 상대로 한 파파라치, 이른바 '팜파라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일부 약국에선 약사가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손님이 많을 때, 약국 직원이 간단한 의약품을 파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약사법에는 반드시 자격 있는 약사만 약을 팔게 돼 있기 때문에 엄연한 불법입니다.

이런 약국이 팜파라치의 표적이 됐습니다.

약사가 아닌 종업원이 약을 팔도록 유도한 뒤, 이 장면을 몰래 촬영까지해 약사들을 협박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종업원이 약을 판 적도 없는 약국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돈을 뜯어내려 했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몰래 찍은 약국 내부 모습입니다.

<녹취> “사장님 저 피로회복제 알약으로 된 거 하고 멀미약 하나만 주시겠어요? (멀미약이요?) 네. 차 타고 가야 해서.”

또 다른 약국에서도 몰래 촬영을 하며 약을 구입합니다.

<녹취> “저 변을 못 봐서 그런데 관장약 3개 만 주시면 안 돼요?”

이번엔 기침까지 하며, 종합 감기약을 달라고 합니다.

<녹취> “종합 감기약 하나만요. (기침 나요?) 한 번에 몇 개씩 먹어야 해요? (한 번에 하나씩.)”

이 영상의 공통점은 모두 약사가 아닌 약국 직원이 약을 팔았다는 겁니다.

영상 속 남성은 해당 약국을 다시 찾아가,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을 팔았으니 보건소에 신고하겠다고 겁을 줍니다.

<녹취> “불법은 이게 불법이지. 안 그렇습니까? 난 약사님인 줄 알았어. 이제 보건소 가야죠. 보건소 직원한테....”

협박 수법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말,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약국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인터뷰> 황보순(약사/신고자) : “작년 12월쯤에 (약국에서) 약사가 아닌 사람한테 약을 샀다. 그런 동영상이 있는데 보건소에 제보하지 않겠으니 50만 원을 송금하라고 저한테 전화가 왔었습니다.”

협박을 해온 사람과 통화한 내용입니다.

<녹취> 협박 당시 전화통화 : “옛날 같으면 저희가 이렇게 찍어서 보건소에 고발하고 하면 포상금도 나오고 이렇게 하는데 요새는 그런 것도 없고 그래서 영상 이거 가지고 있는 것만 합의를 보든 고발을 하든가 하고…….”

가격 흥정까지 하며, 신고 무마를 대가로 돈을 요구합니다.

<녹취> 협박 당시 전화통화 : “저희가 원래 보고 가면 150만 원 밑으론 안 받아요.”

마치 보이스피싱처럼 약사를 속여 돈을 뜯어내려 한 건데,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을 판 적이 절대 없다는 약사는 속아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이 약사는 전화를 건 남성에게 돈을 곧 보내줄 것처럼 하다가, 전화 통화가 끝나자마자 경찰과 약사회에 신고를 했습니다.

<인터뷰> 황보순(약사/신고자) : “일단 협박범 얘기를 다 들어주면서 녹취를 하고 부쳐줄 것처럼 계좌번호를 받고 돈을 송금하라고 해서 바로 제보하게 됐습니다.”

대한약사회에는 최근 이런 신고가 잇따랐습니다.

<녹취> 최미영(대한약사회 홍보위원장) : “약국에 협박편지를 보내서 불법 영상을 갖고 있다고 하거나 일반 보이스피싱과 유사하게 전국 수백 개의 약국에 무차별적으로 전화를 걸어서 몇 시간 안에 금전을 송금하지 않으면 약국의 불법 사항을 고발하겠다고 하는 사례가 최근에 많이 접수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약사가 아닌 사람이,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

38살 김 모 씨 등은 이 점을 노리고, 약국 직원이 약을 팔도록 유도하면서 몰래 촬영을 했습니다.

약사가 잠시 자리는 비우거나, 환자가 많이 몰릴 때 직원들의 손을 빌리기도 했는데, 협박범들이 이걸 약점으로 잡은 겁니다.

<인터뷰> 이태원(경감/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약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해당 의약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약사법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있습니다. 행정처분으로는 1차 적발 시에는 10일, 2차 적발 시에는 30일, 3차 적발 시에는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들어가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약국 주인들은 본인들이 잘못이 없더라도, 일단 보건소에 신고가 들어가면 영업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이런 협박에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2015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약사 서른여섯 명이 50만 원에서 많게는 천만 원씩 모두 4천2백만 원을 뜯겼습니다.

피해를 본 약국은 전국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인터뷰> 이태원(경감/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자기들 혐의와 상관없이 우선은 보건소에 고발이 되면 보건소 조사, 경찰 등 수사기관에 대한 조사 이렇게 하면서 영업 자체를 하루 정도 쉴 수가 있습니다.”

이미 같은 수법으로 실형을 받았던 주범 김 씨는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며 SNS로 공범을 모집해 '팜파라치' 수법을 전수했습니다.

<인터뷰> 이태원(경감/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채팅 어플 제목 내용은 우선은 ‘고수익 알바 있습니다.’ 그래서 연락해온 사람들한테 약사법 이런 규정에 대해서 설명해준 뒤에 이런 부분을 촬영하면 된다. 이 정도 교육을 시키고…….”

공범 중 두 명은 여기서 더 나아가, 보이스 피싱 방식으로 전국의 약국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협박을 시도했습니다.

<인터뷰> 이태원(경감/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동영상 촬영은 없이 전국 약국을 상대로 무작위로 전화해서 이런 동영상이 촬영되어 있으니까 50만 원 정도만 입금해라.”

이들은 약국 내 CCTV 영상이 삭제되길 기다렸다가 석 달 뒤에 해당 약국을 다시 찾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인터뷰> 이태원(경감/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팜파라치 일당은) 종업원을 촬영했지만 약국에서 옆에 약사가 있지 않으냐 이러면 할 말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약국 CCTV가 삭제된 이후에 찾아가는 것입니다."

경찰은 공동 공갈 혐의 등으로 김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다른 7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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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약사 자리 비운 틈 노린 ‘팜파라치’
    • 입력 2017-04-04 08:38:41
    • 수정2017-04-04 09:10:56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약국을 상대로 한 파파라치, 이른바 '팜파라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일부 약국에선 약사가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손님이 많을 때, 약국 직원이 간단한 의약품을 파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약사법에는 반드시 자격 있는 약사만 약을 팔게 돼 있기 때문에 엄연한 불법입니다.

이런 약국이 팜파라치의 표적이 됐습니다.

약사가 아닌 종업원이 약을 팔도록 유도한 뒤, 이 장면을 몰래 촬영까지해 약사들을 협박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종업원이 약을 판 적도 없는 약국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돈을 뜯어내려 했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몰래 찍은 약국 내부 모습입니다.

<녹취> “사장님 저 피로회복제 알약으로 된 거 하고 멀미약 하나만 주시겠어요? (멀미약이요?) 네. 차 타고 가야 해서.”

또 다른 약국에서도 몰래 촬영을 하며 약을 구입합니다.

<녹취> “저 변을 못 봐서 그런데 관장약 3개 만 주시면 안 돼요?”

이번엔 기침까지 하며, 종합 감기약을 달라고 합니다.

<녹취> “종합 감기약 하나만요. (기침 나요?) 한 번에 몇 개씩 먹어야 해요? (한 번에 하나씩.)”

이 영상의 공통점은 모두 약사가 아닌 약국 직원이 약을 팔았다는 겁니다.

영상 속 남성은 해당 약국을 다시 찾아가,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을 팔았으니 보건소에 신고하겠다고 겁을 줍니다.

<녹취> “불법은 이게 불법이지. 안 그렇습니까? 난 약사님인 줄 알았어. 이제 보건소 가야죠. 보건소 직원한테....”

협박 수법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말,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약국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인터뷰> 황보순(약사/신고자) : “작년 12월쯤에 (약국에서) 약사가 아닌 사람한테 약을 샀다. 그런 동영상이 있는데 보건소에 제보하지 않겠으니 50만 원을 송금하라고 저한테 전화가 왔었습니다.”

협박을 해온 사람과 통화한 내용입니다.

<녹취> 협박 당시 전화통화 : “옛날 같으면 저희가 이렇게 찍어서 보건소에 고발하고 하면 포상금도 나오고 이렇게 하는데 요새는 그런 것도 없고 그래서 영상 이거 가지고 있는 것만 합의를 보든 고발을 하든가 하고…….”

가격 흥정까지 하며, 신고 무마를 대가로 돈을 요구합니다.

<녹취> 협박 당시 전화통화 : “저희가 원래 보고 가면 150만 원 밑으론 안 받아요.”

마치 보이스피싱처럼 약사를 속여 돈을 뜯어내려 한 건데,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을 판 적이 절대 없다는 약사는 속아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이 약사는 전화를 건 남성에게 돈을 곧 보내줄 것처럼 하다가, 전화 통화가 끝나자마자 경찰과 약사회에 신고를 했습니다.

<인터뷰> 황보순(약사/신고자) : “일단 협박범 얘기를 다 들어주면서 녹취를 하고 부쳐줄 것처럼 계좌번호를 받고 돈을 송금하라고 해서 바로 제보하게 됐습니다.”

대한약사회에는 최근 이런 신고가 잇따랐습니다.

<녹취> 최미영(대한약사회 홍보위원장) : “약국에 협박편지를 보내서 불법 영상을 갖고 있다고 하거나 일반 보이스피싱과 유사하게 전국 수백 개의 약국에 무차별적으로 전화를 걸어서 몇 시간 안에 금전을 송금하지 않으면 약국의 불법 사항을 고발하겠다고 하는 사례가 최근에 많이 접수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약사가 아닌 사람이,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

38살 김 모 씨 등은 이 점을 노리고, 약국 직원이 약을 팔도록 유도하면서 몰래 촬영을 했습니다.

약사가 잠시 자리는 비우거나, 환자가 많이 몰릴 때 직원들의 손을 빌리기도 했는데, 협박범들이 이걸 약점으로 잡은 겁니다.

<인터뷰> 이태원(경감/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약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해당 의약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약사법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있습니다. 행정처분으로는 1차 적발 시에는 10일, 2차 적발 시에는 30일, 3차 적발 시에는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들어가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약국 주인들은 본인들이 잘못이 없더라도, 일단 보건소에 신고가 들어가면 영업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이런 협박에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2015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약사 서른여섯 명이 50만 원에서 많게는 천만 원씩 모두 4천2백만 원을 뜯겼습니다.

피해를 본 약국은 전국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인터뷰> 이태원(경감/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자기들 혐의와 상관없이 우선은 보건소에 고발이 되면 보건소 조사, 경찰 등 수사기관에 대한 조사 이렇게 하면서 영업 자체를 하루 정도 쉴 수가 있습니다.”

이미 같은 수법으로 실형을 받았던 주범 김 씨는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며 SNS로 공범을 모집해 '팜파라치' 수법을 전수했습니다.

<인터뷰> 이태원(경감/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채팅 어플 제목 내용은 우선은 ‘고수익 알바 있습니다.’ 그래서 연락해온 사람들한테 약사법 이런 규정에 대해서 설명해준 뒤에 이런 부분을 촬영하면 된다. 이 정도 교육을 시키고…….”

공범 중 두 명은 여기서 더 나아가, 보이스 피싱 방식으로 전국의 약국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협박을 시도했습니다.

<인터뷰> 이태원(경감/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동영상 촬영은 없이 전국 약국을 상대로 무작위로 전화해서 이런 동영상이 촬영되어 있으니까 50만 원 정도만 입금해라.”

이들은 약국 내 CCTV 영상이 삭제되길 기다렸다가 석 달 뒤에 해당 약국을 다시 찾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인터뷰> 이태원(경감/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팜파라치 일당은) 종업원을 촬영했지만 약국에서 옆에 약사가 있지 않으냐 이러면 할 말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약국 CCTV가 삭제된 이후에 찾아가는 것입니다."

경찰은 공동 공갈 혐의 등으로 김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다른 7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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